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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철학인가 ' 책 제목에서 말 해 주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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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과 동시에 철학에 대해 담을 쌓고 살았던 것 같다. 공부해야지 하는 생각은 있었으면서도 선뜻 다가가자니 새삼 나의 무지를 마주하게 될까봐 모처럼의 여유에도 늘 소설책만 품게 되었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 다가오게 마련이다. 마냥 미뤄두기엔 내 인생도 내 지식처럼 바닥나버릴 것이 두려워졌고 그래서 나는 늘 등뒤에서 나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는 그것들에 눈을 마주치기로 했다. 그런 각오로 선택하게 된 철학 입문서라고 해야 할까? 이 책은 탈레스로부터 시작되는 고대 철학부터 교부철학, 스콜라 철학으로 대표되는 중세를 거쳐 실존주의, 실용주의로 나아가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짚어가고 있는 책이다. 유물론, 관념론, 실재론, 유명론등 철학에서 일상적으로 거론되는 개념들을 자연스럽게 설명하는가 하면 철학자의 사상을 설명하기 전에 그의 삶에 대해 간략히 서술하고 그의 학문적, 사상적 배경에 대해서 먼저 독자들에게 주지시켜 준다. 다루는 범위가 넓다보니 한 철학자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요점들은 되도록 빠뜨리지 않으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였다.
여타의 입문서들처럼 그저 서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는 자신의 관점을 조금씩 보탠다. 항상 부정적으로만 평가되었던 소피스트들의 철학사적 의의를 짚어내는가 하면 일부 철학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지지받아 온 학설의 맹점을 짚어내고 한 철학자의 사상에서도 받아들여야 할 것과 걸러내야 할 것을 냉정한 시각으로 구분하여 균형감을 부여했다. 책을 읽다 보면 초심자여도 잘 쓰여진 책인지 아닌지는 알수 있다. 허술함은 누군가를 기만한다는 것이며 약간만 신경쓴다면 책을 통해 누군가가 나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번 저자의 약력을 훑어보게 되었다. 평소 그런 것을 의식하며 독서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 짜여진 텍스트가 진정으로 철학을 아끼고 자신의 앎을 전하고자 하는 학자로서의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한 작가의 의지는 후반부의 실용주의를 거론할 때 절정에 달한다. 나에게는 가장 생소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언어철학, 분석철학, 실용철학들이 사회속에서, 역사속에서 분리되어 스스로의 철학적 의의를 갖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내 나름대로의 독서와 사유가 별도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말대로라면 부르주아적, 엘리트 철학이 갖는 한계는 그 자체의 한계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중을, 사회 전체를 눈멀게 하고 스스로의 안전한 참호를 만들어 놓는 데만 혈안이 돼있는 지식층과 지도층을 재생산하여 결과적으로 부패한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이 발전없이 착취당하는 구조를 양산하고 만다. 이렇듯 역사를 무시하고 현실 사회를 고려하지 못한 철학은 말 뿐인 것, 그저 할일 없는 이들의 무개념적인 에너지 낭비에 그치고 말 것이다. 책 속에서 작가는 전반적으로 유물론의 입장을 취하면서 관념론을 경계하고 있는데(시대적 필연성인지도) 저자와 상이하게 관념론적인 입장을 가진 독자라도 논리적인 견지에서 수긍이 가능한 비판들을 정리함으로써 진정 철학하는 혹은 철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더욱 가치있다고 할 수 있다. 철학은 현실과 유리되어 있는 그저 관념론적이고 사변적인 말들의 잔치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당장 눈 앞의 것들만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시대에, 귀에조차 들어오지 않는 철학적인 질문들과 논의는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무심함의 대가를 너무나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일부 지배층과 엘리트들의 기만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누구를 탓하고 벌하며 끝날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살아 온 역사를 헤아리고 현실 사회를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철학이다. 철학은 더이상 해묵은 이념 논쟁도 아니며 학교 강의실에서나 거론될 아마추어 학문이 아니다. "철학이 희망이다'라는 책 표지의 문구처럼 철학은 사회속에서 프로로 숨쉬고 있는 모두가 잘 살기 위한 진정성을 가진 성찰이며 진정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잡아야 할 유일한 운전대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