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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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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오웬과 줄리아 로버츠가 함께 나온 작품은 이것 말고도, 이 작보다 5년 전에 나온 <클로서>가 있다. 그런데 거기서는 둘이 듀오를 이루는 게 아니라 남주가 주드 로이며, 좀 안된 소리지만 이처럼 주드 로 정도가 되어야 뭔가 밸런스가 맞는 느낌이다. 클라이브 오웬은 대중 앞에 인지도를 얻은 게 늦은 편이라서(이 점은 전에도 여러 번 언급했음), 이렇게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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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오웬과 줄리아 로버츠가 함께 나온 작품은 이것 말고도, 이 작보다 5년 전에 나온 <클로서>가 있다. 그런데 거기서는 둘이 듀오를 이루는 게 아니라 남주가 주드 로이며, 좀 안된 소리지만 이처럼 주드 로 정도가 되어야 뭔가 밸런스가 맞는 느낌이다. 클라이브 오웬은 대중 앞에 인지도를 얻은 게 늦은 편이라서(이 점은 전에도 여러 번 언급했음), 이렇게 남녀주연 조합이 이뤄지면 뭔가 버릇없이 연하남이 선배님한테 막 들이대는 느낌이 들지만 사실 완전한 착각이다. 물리적으로 클라이브 오웬이 줄리아 로버츠보다 몇 살 위이기 때문이다(그렇다고 극중에서 클라이브 오웬이 젊어 보인다는 뜻은 아님).

여기서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는데(솔직히 모르겠음. 그런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함), 클라이브 오웬은 바람둥이 스파이 레이 코벌 역을 맡았는데 스파이물에서 대개 남자들은 지독한 플레이보이들이며 꼭 007에만 한정한 개성 부여는 아니다. 21세기 들어 상당히 심각한 리얼리즘으로 거듭난 007 시리즈에서도 대니얼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여전히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다닌다. 여기서 클라이브 오웬의 배역 레이 코벌은 정말로 무분별하게 자신의 성적 매력(일단 그런 게 있다고 치고)을 남용하고 다니는데 극중 직분의 수행을 위해서라기보다 거의 코믹 릴리프(주인공이 아닌)처럼 보일 정도다. 본래 런던 태생인 그는 여기서 마음 놓고 타고난 억양, 발음을 구사하는데(MI6 소속 첩보원이고 이제 막 관두는 역), 우아하다기보다는 코믹하게 다가온다.

'Do I know you?' 줄리아 로버츠 같은 배우가 맡은 캐릭터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아 이거 기억상실증이거나 쌍둥이가 하나 있나 보다 지레짐작하게 되는데 보다시피 한국어 번역 제목이 '더블 스파이'이며 원제는 'duplicity'이고 딕 사장 캐릭터에게 보디 더블이 잠시 등장하기도 한다. 여태 나온 스파이물 클리셰(멀리는 히치콕까지 거슬러올라감)들을 여럿 버무린 흔적이며 또 위트이기도 하다. 클레어(로버츠 扮)는 뻔뻔스러워서 사람을 모른 척할 뿐이며 일단 질병 이슈와는 무관한데 사실 이 대목이 우습다기보다는 포커스가 빗나간 유머처럼 다소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클레어는 정말로 철면피이며 강인하다기보다는 양심을 애저녁에 팔아먹은 싸이코패스처럼도 보이는데 그렇다고 오웬의 레이를 동정할 건 전혀 없는 게 둘은 똑같은 유형이며 서로 임자를 만났다고나 쳐야 하기 때문이며, 클레어의 입으로 극중에 '우리가 서로 끌리는 건 많이 닮았기 때문'이란 대사까지 나온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다른 조연들은 우선 딕 사장 역의 폴 자매티이다. 그는 헐리웃이 자랑할 만한 최고급 퀄리티의 씬 스틸러이며 이 작보다 몇 년 앞서 만들어진 <신데렐라 맨>에서 주인공 제임스 브래독(러셀 크로 扮)의 트레이너 역으로 오스카 조연상을 받은 적 있다. 순박하고 정직한 역이든 비열한 악당이든 흠 잡을 데 없는 기교로 잘도 소화하는 대단한 배우이며, 여기서도 그는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 이 딕 사장이 파멸시키려 드는 상대 업체 사장 역에 톰 윌킨슨이 출연하는데 내가 대략 7, 8년 전에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 리뷰에서 이 사람 연기를 비판한 적 있다. 당시는 아직 놀란도 자기 자리를 확고히 잡았을 무렵이 아닌데, 내가 당시 지적했던 건 이 톰 윌킨슨의 순 엉터리 이탈리아 액센트였으며, 이렇게 부실한 조연 때문에도 극의 초점이 분산되게 한 놀란의 연출력이 과연 믿을 만한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 작을 다시 봐도(물론 놀란과는 무관), 톰 윌킨슨은 미국 관객들에 대한 어떤 어필 지점 하나로 쉽게 경력을 이어가는(날로 먹는) 배우가 아닐까 싶기만 함.

 

s****o 2023.06.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