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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읽은 적이 있다. 그는 인류의 문명을 설명하면서 각 대륙의 역사전개를 비교하기 위한 출발선으로 BC11,000년경을 잡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13,000년간의 인류 문명의 발전사는 기후, 환경등 생태적인 것에 영향을 받았음을 설명하고 있다. 그가 [총,균,쇠]라는 책에서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은 “지구상 각 지역마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되어 온 것은 그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비교했던 각 대륙의 문명을 주도했던 사람들은 어디서 왔을까? 또한 그들의 조상은 누구일까? 영국의 여성 인류학자 앨리스 로버츠는 현생인류의 기원을 찾아 전세계를 여행한다. 수십만년전의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어떤 도구를 사용하며 살았는지, 또 어디서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그녀 자신이 긴 여행을 떠난다. 그녀의 여행은 우리 인간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맨 처음 생겨난 아프리카에서 시작하여,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며 인도로, 오스트레일리아로 그리고 동북아시아로, 그 다음에야 유럽을 거쳐 마지막으로 아메리카에서 여행을 끝낸다. 그녀는 여행하는 동안 현지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하고, 그 옛날 호모 사피엔스가 그러했듯이 각종 도구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한다. 또한 고고학 유적지를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박물관을 답사하면서 유물들에 대해 고고학자나 인류학자들과 의견을 나눈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쓰는 여행기는 딱딱한 고고학이나 고인류학과 같은 학문적인것 이라기보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사람이 보고 느낀 것을 적은 여행기, 혹은 호모 사피엔스를 추적하는 소설과도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기에 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책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여 읽을 수 있게끔 해준다. 저자는 인류학자이기 이전에 의사이자 해부학자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미토콘드리아 DNA분석이라는 유전자 분석을 통하여 인류의 계보를 역추적 하고 있다. 이러한 유전학 연구 결과는 이미 고인류학자들이 화석증거를 통해 짐작해온 사실을 뒷받침 해주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증거 없는 가설을 안겨주어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조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길잡이, 즉 고인류학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화석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증거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그녀의 유전자분석은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기에 충분하다. 현생인류의 기원은 호모 사피엔스이다. 또한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생겨났다. 이는 고고학의 모든 화석증거가 말해주고 있는 사실이다. 미토콘드리아 DNA분석 역시 아프리카가 DNA 계보가 가장 복잡하고 다양함을 말해주고 있다. 이것은 화석증거를 통하여 짐작해온 사실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된다고 한다. 미토콘드리아 DNA분석 결과는 우리에게 우리의 모계 조상을 알려준다. 전세계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우리 현생인류의 모계 조상은 약 20만년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성으로 귀결된다고 한다. 유전학자들은 이 여성을 아프리카 이브라고 이름 붙였으며, 이는 인종이라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얼마나 의미가 없는 것 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지역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되어 온 것은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환경적 차이라고 한 말이 다시금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60-30만년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그보다 더 오랜 된 종인 호모 에렉투스와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20만년전,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이 등장하면서, 아프리카에서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러나 이것은 종의 멸종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확히 언제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였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우리는 이디오피아 오모 화석을 통하여 19만5천년전쯤, 호모 사피엔스와 거의 비슷한 종이 출현했을 것으로 생각할 뿐이라고 한다. 13-12만년전 간빙기 때,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를 떠나 밖으로 나왔다. 그것은 당시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떠나겠다고 다짐하고 나온 것은 아니었다. 따뜻해진 기후 덕분에 초원으로 변한 지역을 동물과 함께 이동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들이 처음 아프리카 밖으로 나온 지역은 아라비아 반도이다. 그렇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어떤 경로를 통하여 아프리카를 빠져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가설이 많다고 한다. 여러 지역에서 더 많은 고고학 유적과 화석이 발견된 다음에야, 과학분야에서 얻은 정보와 종합하여 상세하게 복원 해낼 수 있을 것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7만4천년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거대한 화산 폭발이 있었다. 이것은 200만년의 기간을 통하여 지구상에서 일어난 가장 강력한 폭발이었다고 한다. 이 시기 유럽에는 네안데르탈인이, 중국에는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 동남아시아에는 호모 에렉투스가 살고 있었으며,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에 국한해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도에는 누가 살고 있었을까? 인도의 잘라프람에서 발견된 유적은 아프리카 중기 구석기 유물들과 비슷했다. 수마트라 섬의 토바화산 폭발로 인해 쌓인 화산재 위,아래에서 동시에 발견된 유적을 통하여, 고고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살았으리라고 추정한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직접적인 유물은 3만천년전 스리랑카에 호모 사피엔스가 살았음을 알려줄 뿐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의 나이 유적지에서는 4만5천년전의 호모 사피엔스의 뼈가 발견되었다. 이들의 유전자 계보를 보면 아프리카에서 처음 밖으로 나온 호모 사피엔스의 형태에 해당한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아라비아 반도로 나온 호모사피엔스가, 인도를 거쳐 빠른 속도로 동쪽으로 이주해 온 것을 의미한다. 중간중간 고고학적 유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분석을 통한 유전계보는 그렇게 연결되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베리아의 알타이 유적은 4만2천년전 네안데르탈인의 유적들이다. 북아시아에 호모 사피엔스가 이주한 시기는 4만5천-3만5천년전으로 추정되며, 이것은 일정기간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공존 했음을 시사해준다. 시베리아 알타 유적은 최후 빙하기인 2만천년전의 유적으로, 빙하기에도 시베리아의 추위 속에서 수렵채집인 들은 무사히 살아 남았음을 의미한다. 그런가 하면 베이징원인은 호모 에렉투스이다. 중국인들은 자신들이 100만년전 중국에 살았던 호모 에렉투스의 후예라고 주장하며, 호모 사피엔스의 다지역 기원설을 내세우지만, 약 4만-3만7천년전에 이주한 이들 호모 사피엔스는, 유전자 연구결과 북아시아의 호모 사피엔스와 같이 동남아시아에서 이주해 온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들 이었다. 근동지역에 호모 사피엔스가 살기 시작한 것은 12-9만년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처음 아프리카를 떠난 이들은, 아라비아 반도에서 생활하다 가까이 있던 근동지역으로 옮겼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 위쪽인 유럽에는 4만5천년전에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했다. 아라비아 반도에서 일부가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이주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오마스 동굴에서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 유적은 3만5천년전의 것이다. 약 30만년전, 유럽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네안데르탈인으로 진화하여 약 3만년전까지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는 북아시아에서와 같이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동시대 유럽에서 공존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분석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전혀 다른 종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일정기간 호모 사피엔스와 공존한 네안데르탈인은 기후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또한 호모 사피엔스라는 새로운 경쟁종의 출현에 따라 멸종한 것으로 고고학계는 보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가장 늦게 도착한 지역은 아메리카이다. 구대륙은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면서 호모 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으로 이어졌지만, 신대륙은 처음 살기 시작한 사람이 호모 사피엔스라고 한다. 고고학적 증거는 빙하기 이후의 유적만 발굴되고 있으며, 1만4천년전이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고고학자들은 동북아시아에서 알래스카를 거쳐 북아메리카로 넘어온 호모 사피엔스가. 해안선을 따라 남아메리카까지 퍼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DNA분석 결과 이들은 북아시아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들이다. 현생인류인 우리들의 직계조상이라는 호모 사피엔스, 그들이 어떻게 지구상에 퍼져나갔는지를 저자는 이웃나라 여행하듯 편안하게 들려준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삽화대신 사진이 많이 삽입되었더라면 하는 점이다. 더불어 동아시아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추적이 조금은 부족한 듯이 느껴진다. 50만년전 구석기시대의 유물이 한반도에서 출토되었다. 세계 고고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이 유물이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경로와는 상관이 없다 할지라도,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다루어지지 않은 점 또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유전학적으로 볼 때, 인종이나 민족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아프리카 이브의 후손이라는 점은, 세계는 차치하고라도 점점 다양화되어 가는 우리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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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과거란 학창시절, 유아시절. 그 이전? 전혀 기억이 없다. 전생이나 내 조상 정도?
역자서문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처음 생겨났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책의 출발점도 바로 아프리카다. 아프리카를 떠나 동쪽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현생인류처럼 저자도 아프리카를 떠나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한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하는 대륙이 바로 동북아시아다. 다음 목적지는 유럽,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곳은 아메리카 대륙. 저자는 이렇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도 결국은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나온 이들임을 강조하면서 인류 화합과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다. 해부학을 가르치는 의사이자 해부학자인 저자 앨리스 로버츠는 BBC의 제안 (인류의 조상을 찾아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유물과 화석을 직접 보고 유명한 유적들을 방문해보지 않겠냐)을 받아들여 전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조하고 무더운 아프리카부터 너무나 추운 시베리아까지 거의 전세계 구석구석을 다니며 인류의 기원을 찾아 떠난 험난하고 가슴 벅찬 여행길을 난 편히 읽어서 미안한 감도 들었다. 인류의 진화를 연구하는 분야인 고인류학은 인류학자들만 연구하는지 알았는데, 요즘엔 유전학 (미토콘드리아 DNA 연구) 환경학 (기후 변화 연구로 인류의 이동 연구) 언어학자들도 인류진화에 흥미를 보인다고 한다. 산소동위원소의 양에 따라 지구는 추워졌다 따뜻해졌다를 반복하는데 이를 산소동위원소단계 (OIS, Oxygen Isotope Stage)로 분류하여 빙하기와 간빙기를 구분하고 당연하게 인류의 조상들은 기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인구가 팽창하거나 줄어들기도 하고, 지금보다는 물위로 드러난 땅이 더 많았고 해수면이 낮아서 지금의 섬도 예전엔 대륙과 연결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조상들의 이동이 이해가 안가는 지역도 예전엔 대륙이었기에 가능하지 않나 추측한다. ![]() Chapter 2 조상들이 남긴 발자국을 찾아서 (인도에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인류의 탄생지인 아프리카를 거쳐 조상들이 남긴 발자국을 찾아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로, 순록에서 쌀로 이어지는 북아시아와 동아시아, 서쪽으로 간 유럽 그리고 신대륙인 미국까지. 그녀는 전문가들과 많은 원주민들을 만나고 사막에서 텐트 속에서 여러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잠을 자기도 하고, 대나무로 만든 뗏목을 타고 아프리카를 떠나고, 순록부츠를 신고 겹겹이 옷을 입고도 썰매를 타고 달리면 몸이 얼어버리는 여행도 하고, 직접 신석기 토기를 만들고, 거대하거나 조그마한 유적과 유물을 보고 지층을 조사하여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알아내고 호모 사피엔스의 흔적과 호모에렉투스도 만난다. 동아시아 고고학과 화석을 살펴본 결과 최초로 아프리카 밖으로 나온 호미니드는 호모에렉투스였고,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마주쳤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혹독한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 네안데르탈인이 멸망되었거나 발달된 기술과 정교한 사회구조를 가진 현대 호모사피엔스가 살아남게 되었다 추측한다. 경쟁하지 않는 전통을 지닌 부시맨은 클릭언어를 사용하고 (혀를 차는 듯한 소리) 사냥을 하고 그들만의 세계에 살고 있다. 뛰기에 적합한 게 우리 신체라고 하는데.. 아 이젠 뛰는 게 싫다. 부시맨뿐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사는 많은 나라의 원주민들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강제 정착 정책으로 한 마을에 정착하여 살게 하면서 결국 그들의 주업인 수렵과 채집은 위기에 처하고 결국 그들도 자연을 떠나 문명 속에서 살아가기도 하고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버리면서 현대문명이 만들어낸 병에 걸리기도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화산폭발이 7만4천년 전에 인도 수마트라 섬에서 폭발했는데 그 여파로 직경 100킬로미터에 달하는 분화구가 생겼는데 지금은 토바 호수로 불린다는 사실과 러시아 알타이 지역 카라붐에 있는 3개의 다른 시대의 유적층을 (중기구석기, 후기구석기 문화초기, 후기 구석기문화) 지니고 있는 카라붐 유적, 체코의 돌니 베스토니체의 비너스상, 프랑스의 돌로 만든 구슬과 동굴벽화가 시선을 끈다. 빙하가 녹아 라앉은 땅을 찾는 작업, 로스앤젤레스의 타르구덩이가 흥미로웠는데, 고인류학을 중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고 중국인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데 이용하기 위해 아프리카 기원설과 대치되는 중국 땅에는 이미 100만년 전부터 호모에렉투스가 살았고 이들이 진화해서 오늘날 중국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인류의 과거를 찾아 떠난 여행은 나에게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결국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후손들은 어쩌면 지구 환경의 변화로 인해 다시 수렵채집을 하며 떠돌아다니는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누가 인류의 미래를 점칠 수 있을까? ‘지구를 파괴하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지구를 파괴한다면 이는 곧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을 훼손해서는 안됩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노래로 세상을 탄생시켰을 때의 그 상태로 보존해야 합니다.’ 지도를 만드는 아르카디 (오스트레일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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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랄로 피테쿠스, 네안 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학교 다닐때 들었던 친숙한 이름들이다. 좀 자유분방하게 생긴 친구를 보면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같다고 놀린 기억도 난다. 모두 수십만년전에서 수만년전에 지구상에 살았던 인류들이다. 우리에게 남겨진 몇개의 뼈조각과 돌멩이를 가지고 어떻게 이렇게 오랬동안 묻혔던 존재를 다시 드러내고 이동경로나 변화과정을 유추해 낼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이런 궁금함과 함께 고고학과 인류학을 공부하는 분들에 대한 끈기에 존경심을 지울 수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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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문을 통해 “고고학이나 인류학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으레 딱딱하고 재미없는 학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조상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수십만 년 전의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도구를 사용하며 살았는지, 어디서 어디로 이동했는지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 따분하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을까 “1)라고 얘기했지만, 일반인들의 고고학에 대한 인식은 조금 다르다. 아마도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영향이라고 생각되지만, 고고학 하면 비밀에 쌓인 보물을 찾아 다니는 모험가를 떠올리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물론 트로이를 발굴한 하인리히 실리이만과 같은 경우에는 어느 정도 일반인의 상상과 부합되지만, 그런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사례이다. 오히려 고고학 발굴 현장에 가면 삽질이나 붓질을 하는, 소위 “노가다”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만 발견하기 십상이다. 어쨌든 고고학이나 인류학은 인류의 기원(起源)에 대한 오래된 질문, 즉 “인간은 언제 어디서 처음 생겨났을까?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특징은 무엇일까? 어떻게 해서 인간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까 “2)에 해답을 구하려는 노력의 산물인 만큼, 터무니없을 정도로 빈약한 자료를 탓하지 않고, 고고학자와 인류학자들의 상상력으로 사라진 부분을 메우려고 노력을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수만 년 전에 우리 조상이 남겨 놓은 다양한 흔적을 오늘날 더듬어 나갈 수 있다는 것3)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새로 자료가 발견되면 물거품으로 변하기도 한다. 만약 기존의 학설로 새로 발견된 자료를 설명할 수 없다면, 기존 학설을 폐기하고 발굴된 자료에 맞춰 새롭게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현생 인류가 이동한 경로를 따라, 현재 그곳의 생활이나 문화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고고학의 성과를 다루면서 결론만 이야기하기보다는 그 결론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중점을 두어 설명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생인류는 어떻게 전세계로 퍼져나갔을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약 80만년 전에 아프리카와 유럽에 나타난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하이델베르크인)가 유럽에서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탈인)으로, 아프리카에서는 호모 사피엔스로 각각 진화하였는데, 이 중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고 한다.4) 따라서 저자는 아프리카에 있는 칼라하리 분지의 부시먼들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이러한 현생 인류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더듬어 나간다. 아프리카 밖으로 나가는 통로인 아라비아 반도에서는 호모 사피엔스의 유적이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일단 아프리카 밖으로 나온 호모 사피엔스는 계속해서 동쪽으로 이동했고 마침내는 오스트레일리아에까지 진출했다. 이는 호모 사피엔스가 북쪽의 유럽으로 들어가기 이전의 일이다.5) 인도양의 해안을 따라 이동했으리라 여겨지는 호모 사피엔스의 발자취를 찾아 저자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화산 폭발인, 토비 화산 폭발의 화산재가 쌓인 지층이 발굴 중인 인도의 잘라푸람을 방문했지만, 인도 대륙에 호모 사피엔스가 언제 어떤 경로로 도착했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는 불행하게도 동쪽으로 가면 갈수록 고고학 증거들이 점점 더 희미해(질 뿐 아니라,) 해수면의 상승과 함께 해안에 있던 유적들은 모두 물 밑으로 잠겼고, 아직까지 발견된 화석이 별로 없으며, 석기 역시 확실히 현대 호모 사피엔스가 만들었다고 보기 힘든 것이 많다6)는 점 때문이다. 동쪽으로, 동쪽으로 가서 새롭게 발굴된 베이징 원인의 화석을 보면서 독자 진화설을 주장하는 중국의 일부 고고학자들의 이야기도 듣고 나서 저자는 다시 발길을 서쪽으로 돌려 유럽으로 향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간의 일시적 공존과 네안데르탈인의 멸종까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마지막 남은 ‘신대륙’으로 떠난다. 그리고 시베리아를 통해 넘어 온 호모 사피엔스들의 대륙인 그곳에서 그녀는 영화 <카티카>에서처럼 미국 정부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다양한 원주민 집단을 분류한 후 어느 집단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서 특혜 혹은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도입7)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무려 21세기에 말이다. 원주민의 피가 절반이 안 되는 사람은 더 이상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인정되지 않았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땅은 백인들에게 넘어가고 그들의 예술품은 ‘원주민’이 만든 예술품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우습지 아니한가.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 동아프리카에 살았던 누군가의 후손이며, ‘원래’ 피부색은 검은색8)이었을 텐데…… 마치 여행 에세이처럼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인류가 이동한 발자취를 쉽게 설명하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칼 세이건이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서 언급했던,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의 좋은 사례인 셈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이 본래 BBC 다큐멘터리를 활자화한 것이기 때문인지, 사진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까지 삽화를 이용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달리 생각하면 DVD라는 막강한 시청각적 보조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도 있지만, 하나의 책으로서의 완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한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슐리안 주먹도끼류가 발견되어, 기존의 유럽/아프리카의 아슐리안 문화전통과 동아시아 지역의 찍개 문화전통으로 나누던 H.Movius의 학설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세계 고고학 지도를 바꾼 기념비적 유적9) 이라는 전곡리 유적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동아시아에는 전형적인 주먹도끼로 대표되는 아슐리안 문화와 중기 구석기가 발견되지 않는다.”10)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볼 때, 한국의 연구성과가 해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
1) 앨리스 로버츠, <인류의 위대한 여행>, 진주현 옮김, (책과함께, 2011), p. 6 2) 앨리스 로버츠, 앞의 책, p. 11 3) 앨리스 로버츠, 앞의 책, p. 13 4) 앨리스 로버츠, 앞의 책, p. 17 5) 앨리스 로버츠, 앞의 책, p. 138 6) 앨리스 로버츠, 앞의 책, p. 155 7) 앨리스 로버츠, 앞의 책, p. 482 8) 앨리스 로버츠, 앞의 책, p. 169 9) 유홍준,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눌와, 2010), p. 19 10) 앨리스 로버츠, 앞의 책, p. 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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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하면서 늘 맨처음 접하는 것이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일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가 그렇게 구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정작 <석기시대>나 <청동기, 철기시대> 때의 사람들의 생활상을 다룬 역사책은 그닥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아마도 친숙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까닭일 것으로 짐작한다. 그래서일까? <초기 인류>를 다루지 않는 역사책도 드물지만, <초기 인류>만을 다룬 역사책도 참 찾아보기 힘들다. 설령 관심을 보여 읽을라치면 꽤나 <전문스런 용어들>이 남발되어 조금만 읽어도 금방 던져버리기 일쑤일 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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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책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쓰는 서평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소개하는 책이 좋은 책이어서 기분이 좋다. 요즘 '현장이다, 보고서다' 나름 바쁜 관계로 책 1권 완독하질 못 하고 있었는데(개인적으로 한번에 책 3~4권을 동시에 읽어가는 스타일이라서 시간이 없을 때는 미처 완독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마침 '책과함께'에서 좋은 책을 보내주셔서 그간의 나태함(?)을 만회할 겸 작정하고 완독을 했다(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도 다른 2권의 책을 같이 읽어 나가는 바람에 빨리 읽지는 못 했다 -.-;).
책에 대한 잡설을 몇마디 하자면, 이 책은 BBC 특집기획 다큐멘터리로 방영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류의 책으로는 대표적인 역사 다큐멘터리인 <역사스페셜>을 책으로 묶은 것이 있겠다. 하지만 그 책이 한국사의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다룬 것에 비해, BBC의 다큐멘터리는 인류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방송들도 다운받아서 보고 싶었지만(언젠가는 시간을 내서 보도록 하겠다), 그것까지 구해 볼 시간은 없어서 양자(방송과 책)를 비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책이라는 특성상 방송에서 다 못 했던 내용들까지 꼼꼼하게 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책을 딱 받으면 제목 옆에 발자국 한쌍이 찍혀 있고, 제목 주변으로 여러 삽화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뒤에 보면 나오지만, 이 삽화들은 모두 저자인 앨리스 로버츠가 직접 그린 것들로서 중간중간 삽입되어 운치를 살려주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책 표지만 봐서도 일단 흥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물론 고개를 살짝만 돌려보면 책의 두께가 상당해서 순간 움찔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
저자인 앨리스 로버츠는 해부학을 가르치면서 고대 인간의 질병, 해부학, 진화론, 발생학 등에 관심을 두고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인물이었다. 홈페이지(http://www.alice-roberts.co.uk/)도 있어서 한번 들어가 봤는데, 상당히 깔끔한 디자인에 적절한 카테고리까지 한눈에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끔 잘 꾸며져 있었다. 특히 'GALLERY'라는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BBC 방송을 촬영하면서 찍었던 다양한 사진들이 있어서 좋았다. 저자의 사진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그밖에 책에 나왔던 내용과 연관된 사진들도 많이 있었다(물론 책 앞부분에도 원색도판들이 있었지만 여기에는 책에 없는 사진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방송과 해당 전문분야에서 골고루 활약하는 학자가 많이 없기도 하지만(있긴 있다!), 이처럼 홈페이지를 만들어놓고 대중과 친밀하게 교류하는 사람들 또한 없다는 점에서 '외국과 우리가 정말 많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역자에 대한 소개도 조금 흥미로웠다.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다고 하는데, 지금껏 한번도 들어보지 못 했던 분이었다. 이 정도 스팩을 가진 전공자라면 서울대 출신 선생님들 사이에서 한번쯤은 거론되었을 법도한데, 정통 고고학이 아니라 인류학 쪽을 전공해서 법의인류학자라는 흥미로운 직종에 종사하다보니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책 표지 한장만 넘겨봐도 이래저래 지금껏 읽어왔던 책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점이 더 흥미로웠다.
역시나 책의 시작은 즐비하게 나열된 원색도판들이었다. 지금이야 책을 다 읽은 입장에서 하는 말이지만, 이런 원색도판들이 각 내용과 맞물려 책의 중간중간에 삽입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늘 이런 책을 보면 원색도판은 대부분 앞에 있었던 것 같다(『총 · 균 · 쇠』의 경우 맨 앞에도 있고, 중간에도 있었지만 역시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모아놓고 있어서 보기에는 조금 불편했었다). 그렇게 원색도판들을 살펴보고 목차를 살펴봤다. 목차는 아주 간단해서 딱 5개의 챕터로 이뤄져 있었다. 아프리카 -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 - 북아시아와 동아시아 - 유럽 - 아메리카 등 현생인류의 진출 과정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다. 일단, 책의 내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각 챕터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논하는 것은 지루하기도 하고 무의미한 것 같기에 각 챕터의 내용 및 필자의 생각은 간단하게 서술하고, 전체적인 책의 총평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먼저 저자는 석기시대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하는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아프리카 기원설'과 '최근의 아프리카 기원설', '다지역 기원설 혹은 진화설' 등에 대한 운을 떼고(최근의 아프리카 기원설이라는 것이 있는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인류의 계보와 석기의 종류, 빙하기, 각종 자연과학분석법, 유전학 연구 등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일단 딱딱한 도면이나 도판 대신에 가볍게 스케치한 삽화들(인골과 석기를 묘사한)이 있어서 책이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저자 스스로가 '여행'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그 테마에 맞춰 전체적인 내용을 서술하고 있었기 때문에 분량은 상당히 많지만, 지루하지 않게 저자의 여행에 동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프리카에서부터 저자의 흥미진진한 여행은 시작한다. 이제는 누구나 현생 인류의 고향으로 아프리카를 꼽는데 큰 이견이 없지만, 여기에서는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나는(Out of Africa) 시기가 언제인지, 루트와 방법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고고학이나 인류학 관련 서적을 보면, 대략의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이 있었지만 루트와 방법, 그리고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 남긴 유적 등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고고학, 머리뼈 형태학(아마 원래 용어는 더 멋진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대 환경학, 유전학 등 다양한 연구방법론이 등장하여, 아프리카에 살았던 현생 인류에 대해서 굉장히 생동감있게 묘사하고 있었다.
그렇게 현생 인류는 플라이스토세의 불안정한 기후 변화에도 해양 자원을 활용하면서 아프리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는 지구 전체에 걸친 미토콘드리아 DNA의 계보도 소개되어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현생 인류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이른 시기에 아프리카 밖으로 진출했다는 내용이 놀라웠다. 물론 여기에서는 유물과 유적이 나온다 하더라도 현대 호모 사피엔스의 인골이 발견되기 전에는 그렇게 단정지을 수 없다고 하고 있긴 하다. 하긴, 사용하는 도구의 변화를 두고 무조건 사용하는 인종의 변화와 연결시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마치 고고자료를 이용해 고대 인종의 세력범위를 밝혀내려 했던 제국주의식 고고자료 해석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이라는 최첨단 과학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에서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라고 불리는 호미니드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예전에 어떤 책을 보고(정확한 제목이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호빗족과 같은 소인족이 동남아 일대에 살았다는 내용을 보고 엄청 신기해 했던 적이 있다. 이를 두고 호모 속이 아프리카가 아닌 아시아에서 진화했을 가능성(다지역 기원설 혹은 진화론과 관련된 내용)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저자는 분명하게 아니라고 밝히고 있었다. 왜냐하면 DNA 분석 결과, 그렇게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저자의 말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필자는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 기원설을 동시에 염두에 둘 수는 없을까~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저자가 너무 아프리카 기원설에 집착해 이야기를 서술하는게 약간 불편하기는 했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에 대해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뭐 더 이상의 반론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추후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긴 했다!!).
암튼, 책의 209~212쪽 부분을 보고 굉장히 재밌긴 했다. 호모 사피엔스뿐만 아니라 호모 에렉투스도 훌륭한 항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른 시기에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나와 아시아로 퍼져 나간 후 여러 지역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고 주장하는 로버트에 대한 얘기가 그것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20~10만년 전에 우리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나왔다는 화석과 유전학 연구 결과를 들어 반박하고 있었고, 로버트는 유전학 결과를 믿지 않기에 현생 인류는 200만 년전에 기원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얘기한다. '이것은 다지역 기원설을 믿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냉소적이면서도 이런 투의 문장이 재밌었다(물론 번역상 이렇게 된 것이지만 원래 문장의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면서 로버트의 말이 더 인용된다. 그는 여전히 아프리카 기원설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들은 영국인들 뿐이며, 저자도 영국인이므로 그런 생각에 세뇌되었다고 극단적인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가 한방 날리는 대목이 나온다. 로버트는 본래 회사원이었다가 뒤늦게 고고학에 입문해 수천개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정력적으로 활동했지만, 결국 그가 쓴 논문은 자신이 편집하는 학술지에 발표했던 것들이라는 것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풉~하고 웃음이 나왔지만, 어쨌든 저자는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을 존중하면서 글을 끝맺고 있었다(아마 로버트도 이 책을 봤으리라). 순간, 한국 고고학계에서 청동기시대를 전공하는 원로 교수님들이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치(절대연대)를 믿지 않고, 유물에 의한 상대편년을 더 중요시하는 것에 대해 젊은 고고학자들이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 떠 올랐다. 자연과학적인 방법론이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지만 인간의 직관에 의존한 연구 방법론과 함께 다 같이 중요시 여겨져야 된다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책은 아프리카 기원설과 다지역 기원설의 차이점, 양자를 주장하는 학자들에 대한 소개를 조금씩 하면서 점점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지역이 아시아로 넘어오면 이제 중국의 베이징원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베이징원인은 실종된 뒤 어떻게 됐는지 아직도 미스테리인데, 이 책을 보니 1950년대에 저우커우뎬에서 추가로 베이징원인의 인골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내가 놀란 것 이상으로 저자가 그 실물을 보고 얼마나 놀랐을지 짐작이 갔다. 중국의 우신즈 교수는 일반적인 중국 학계의 견해대로 호모 에렉투스에서 현생 인류로 진화해 오늘날의 중국인의 조상이 되었다고 주장했고, 역시나 저자는 그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개인적으로 뼈만 갖고 이런 큰 얘기를 하는 것에는 조금 의문이 들긴 한다. 저자 스스로 얘기하고 있듯이 '같은 집단 안의 다양성이 때로는 서로 다른 집단 간의 차이보다 큰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뼈가 다르다 하여 그것을 무조건 다른 집단, 다른 인종으로 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김병모의 고고학 여행 1』을 보면 제천 황석리 고인돌에서 나온 인골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몇개 안 되는 사례를 갖고 일반화를 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특히 여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저자가 동아시아에는 아슐리안 석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부분이었다. 이를 두고 미국 고고학자 할램 모비우스라는 사람은 1955년에 '동아시아가 문화적으로 수준이 떨어진 변두리'라고 얘기했단다. 왜냐하면 3만년 전 즈음에야 비로소 중국에서 후기 구석기 문화가 확인되고 있으니 말이다. 분명히 중국에도 현대 호모 사피엔스가 살았을 시기에도 1~3만년간 당시 사람들은 단순한 형태의 석기를 사용했던 것이다(이를 두고 우 교수는 중국인이 현지에서 진화한 사람의 후손이라고 얘기하고 있고, 저자도 이에 대해서는 딱히 반박을 마구마구 하지는 못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당시 동아시아의 환경상 무거운 석기 이외의 가벼운 목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했기 때문에 석기는 유럽처럼 발달하지 못 했다~라고 보면서 결코 당시 동아시아의 문화 수준이 뒤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연천 전곡리에서 아슐리안 석기가 출토되어 보고된 바 있으며, 이는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출토된 것임이 이미 공인된 상태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걸 보고 크게 2가지 생각이 들었다. 한국 고고학의 연구성과가 해외에 그만큼 소개가 많이 되지 않아서든가, 한국 고고학의 연구성과가 해외에서 인정을 받지 못 한다든가...이 2가지때문에 이와 같은 내용이 남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거기다가 동아시아의 농경을 언급하면서 청원 소로리 유적이 언급 안 된 것도 좀 신기했고. 어쨌든, 한국 고고학이 아직 세계적인 시각 속에서는 변두리에 머물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유럽의 네안데르탈에 대한 내용 역시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전체적으로는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이며(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지식은 루치아노 말무지가 쓴 秀作『네안데르탈 아이들 시리즈』와 에릭 트링카우스 등이 저술한『네안데르탈』이라는 책에서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어려운 부분은 없었지만 마지막에 소개된 지브롤터의 유적들은 처음 보는 부분이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기억에 오래 남았다. 유럽의 끄트머리인 지브롤터는 당시 네안데르탈인의 피난처가 아니라 이미 10만 년 이상 살아왔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유럽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대립하던 네안데르탈인이 결국에는 최후의 패배자가 되어 유럽 각지에서 쫓겨난 것처럼 묘사되곤 하는데, 네안데르탈인을 연구하는 클라이브의 경우 이를 부정하고 있었다. 그들은 호모 사피엔스만큼이나 환경에 잘 적응했으며, 해양 자원도 잘 활용했었다. 특히 네안데르탈인 하면 추운 빙하기를 견디어낸 거친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지만, 지브롤터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들은 따뜻한 지중해식 기후를 사랑하던 사람들이었다는 클라이브의 묘사가 충격적이었다. 그와 더불어 체코 공화국의 돌니 베스토니체 유적에 대한 내용도 소개되었는데, 이는 리처드 러글리의『잃어버린 문명 - 석기시대의 비밀』(참고로 언급하자면, 최근에 읽었던 석기시대 관련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기도 하다)에서도 다룬 바가 있어서 반가웠다.
저자와 떠난 여행의 종착점은 신대륙, 즉 아메리카였다. 아메리카의 선사문화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것이 클로비스 문화다. 클로비스 화살촉으로도 유명한데, 저자는 클로비스 문화보다 이른 시기의 유적들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특히 칠레의 몬테베르데에서는 초가집과 집 외부의 화덕 등이 확인되었으며, 1만 4천년 전 그 지역 사람들이 먹었던 야생 감자의 존재도 확인시켜 주었다. 이 유적은 1만 4600~1만 4000년 전의 것으로서 클로비스가 최초의 아메리카인이라는 주장이 완전히 틀렸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단순히 시베리아와 알래스카가 연결된 베링지아를 건너 북아메리카에서 남아메리카까지 인류가 이동했을 것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북대서양을 따라 북미 동북방에서 인류가 이동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브루스 브래들리의 의견도 소개하고 있어 참신했다. 정말 신자료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기존의 이론들에 금방 수정을 가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총평을 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먼저 스케치한 듯 러프하면서도 간결한 삽화와 도면, 저자가 스스로 그린 삽화들이 상당히 이색적이었고, 독자로서 받아들이기에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고고학 서적하면 왠지 정교한 도면(솔직히 전세계적으로 정교한 유물-유구의 도면을 남기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뿐이다. -.-;)과 다양한 도판들이 덕지덕지(?) 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오히려 그런 기대(?)와 달리 가벼운 사진과 삽화들을 집어넣었다. 전체적인 내용에 비해 그런 부분들이 좀 적은 것은 아니었나~싶기도 하지만 책의 내용이 어렵지 않고 답답하지 않아 큰 상관은 없었던 듯 싶었다.
그 다음으로 어렵지 않은 서술(아마 이건 역자의 공로가 상당히 크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어를 자연스러운 자국어로 100% 바꾼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깐)과 부드러운 문체, 종종 던지는 의문형 문장과 다양한 가능성 속에서 합리적인 논지를 이끌어가는 방식 등이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 마틴 존스가 쓴『고고학자, DNA 사냥을 떠나다 : 인류의 비밀을 밝히는 최첨단 고고학(The Molecule Hunt)』라는 책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책에 비해서 훨씬 이해하기 쉽고 더 재밌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여행이라는 테마와 접목한 데다가 방송용으로 제작된 내용에 기반한 책이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어쨌든 더 재밌고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만은 분명했다.
마지막으로 최신 연구 성과들을 최대한 소개하고 있어서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물론 학술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꼼꼼하게 참고문헌과 각주를 달아놓고 있어서 필요할때 찾아볼 수 있기에도 좋았다. 인류의 탄생과 진화, 석기시대에 대해서는 필자의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어디까지나 개설적인 내용만 숙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음으로써 기존의 낡은(?) 시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두꺼운 책인만큼 그 안에 담긴 내용 또한 상당히 유익한 것들이 많아서 이번에 후배들에게도 이 책을 읽으라고 추천했다(특히 1명은 석기를 전공하고 싶어하고, 다른 1명은 선사시대에 관심이 많은 녀석이다).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책과함께' 출판사에 감사드리며...이만 글을 줄이도록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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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인류, 현생인류라고 하는 종(種)은 과연 언제부터 이러한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또는 대체 최초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어떤 출발지가 있었을 텐데 그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어떻게 지구상의 모든 대륙과 섬에 퍼져 나갔을까? 황색과 흑색, 백색의 피부색과 눈과 코 등 얼굴의 윤곽이 뚜렷하게 차이나는 것은 왜일까? 아무튼 뿌리를 찾아가다 보면 이러한 의구심들이 해결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들, 즉 현대호모사피엔스에 대한 학계의 통일적이고 확정적인 결론이 있다는 것일까? 사실 호모일렉투스니 호모하이델베르겐시스, 네안데르탈인 등 호미닌 種에 대한 분류에 있어서 고생물학계도 병합파와 세분파로 나뉘어져 있는 모양이다. 다양한 형태의 화석을 하나의 종으로 묶으려는 병합파와 화석간의 차이점에 주목하려는 세분파는 호모사피엔스니 나아가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니 하는 식의 모호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 게다가 현생인류의 동아프리카 기원을 주장하는 서구중심의 다수파와 오늘의 중국인은 호모일렉투스로부터 진화했다고 주장하는 중화중심의 지역 기원설까지 그야말로 다종다양한 견해들이 있다. 이처럼 절대적이고 결정적인 이론이 정립되지 못하는 것은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의 희소성과 불확실하고 불명료할 밖에 없는 화석에 의존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지질학, 생물학, 해부학, 유전학 등을 전문배경으로 한 유능한 고고학자들이 엄청난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연구 매진하고 있음에도 수 만년, 수 십 만년 전의 흐릿한 흔적들을 통해 그 계통의 논리성, 역사성을 규명하는 일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어쩜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자인 영국의 해부학 의사인 이 여성학자가 현생 인류의 지난한 발걸음을 좇으며 들려주는 다양한 관점과 고고학적 방법들, 그리고 그 증거인 화석과 유물, 유적에 대한 이야기들은 주류의 주장을 수용할 수도 있으며, 혹은 새로운 돌파구를 발견하거나 반론을 지닐 수도 있게 안내한다. 특히 현학적인 접근을 피하고 인류화석의 발굴지들을 중심으로 아프리카에서부터 아시아, 유라시아, 오세아니아, 유럽, 아메리카대륙에 이르는 직접의 체험적 여정을 에세이로 담아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고고학을 유쾌한 지식여행으로 이끌고 있어 수월한 이해를 도와준다. 현생 인류에 대한 기원과 그들이 지구촌 곳곳에 이르게 되는 경로는 저자가‘아프리카 기원설’에 학문적 동의를 하고 있다는 의미이지만, 다른 이론이나 주장을 경시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 이론이나 그들이 제시하는 화석과 지질학적 증거, 유물과 흔적들을 그대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그 과학적 접근이나 증거물에 대한 연대측정의 불완전성에 대해 논리적인 비판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한 수용은 그대로 독자의 몫이란 판단에 맡겨지고 있다 할 수 있다. 한편 이 저술이 지향하는 대중적 접근이라는 친절함이 돋보이는데, 대략 30여 쪽에 달하는 서문에 지구의 지질학적 연대인 플라이스토세(홍적세), 즉 빙하기의 연대별 세분을 통해 인류의 이동과 기후, 환경의 영향을 연결 지을 수 있게 하여주고, 화석의 연대측정 기법인 발광 연대 측정,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 포타슘-아르곤 연대측정, 전자스핀 공명법 등이 어떠한 방법을 통해 그 연대성을 적확하게 측정해내는지 그 과학적 신뢰성을 알려주기도 한다. 더구나 모계(母系)로부터만 물려받는‘미토콘드리아 DNA’를 통해 인류의 모계를 역추적하여 그 기원에 이르는 유전기술은 강력한 과학적 신뢰의 기반이라는 새로운 이해를 안겨주고, 이후 본격적인 고고학적 발견들과 주장들을 독자적으로 해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저자는 호모사피엔스의 화석이 가장 많이 발견된 동아프리카인 에티오피아‘헤르토’와 ‘오모 키비시’의 발굴 현장을 시작으로 현생인류의 위대한 흔적을 따라간다. 호모사피엔스는 동아프리카를 벗어나 언제부터 동쯕으로 또는 북쪽과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을까? 넓게 막아선 사막과 빙하, 산맥을 넘어설 수 있었던 시기는 과연 언제였을까? 그 가능한 이동 경로는 어느 곳이 될 수 있었는지 화석 발굴지들을 연계하여 인류의 조상들의 발자취를 좇는 과정은 진정 신비로울 정도로 경이롭기만 하다. 해안을 따라 대륙에서 대륙으로 그래서 인도를 지나고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로, 그리곤 오늘보다는 해수면이 낮아 근접해있던 섬들을 건너 오스트레일리아로, 또는 동북아시아로 이동하는 대 여정은 그야말로 호모사피엔스라 명명된 4만5천 년 전의 인간 조상들의 생존을 향한 감동적인 집념과 슬기를 느끼게 한다. 그들은 바다를 어떻게 건널 수 있었을까? 배를 만들었을까? 가능한 추측일까?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현생인류의 화석이 발견될 수 있겠는가! 인도네시아 밀림의 풍부한 대나무와 줄기들, 다양한 식생들, 그래서 대나무로 엮은 원시적 배를 타고 실험항해를 직접 해보기도 하는데, 과연 그네들은 성공한다. 이를 실험고고학이라고 한단다. 이러한 흥미로움이 이 저술 곳곳에 빼곡하다. 동북아시아를 거쳐 베링해를 건너 알래스카,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하는 인류는 또한 어떤가? 1만2천년 전에야 비로소 간빙기에 접어드는데, 1만4천년~1만8천년 전의 남아메리카에서 발견되는 호모사피엔스의 화석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엄청난 빙하가 북아메리카 대륙에 놓여 모든 생명의 존재를 부인하던 그 삭막한 지대를 어떻게 통과했을까? 아니면 유럽에서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인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매머드의 멸종과 인류의 아메리카대륙에의 도착은 과연 우연일까? 1만2천년 전의 대운석 충돌로 인한 것일까? 이에 대한 가능한 이론과 고고학적 발견들이 저자의 여행체험에 실려 생생하게 수를 놓는다. 아마 저자의 이 인류기원 대탐사의 여정은 엄청난 감동으로 가득했을 것만 같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궁들이 있다. 유럽대륙에 공존하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와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 왜 그들은 사라지고 호모사피엔스만이 오늘의 인류로 진화했을까? 서로 유전자가 교환되는 일은 없었을까? 그러면서 자연스레 종이 합쳐진 것은 아닐까? 남아메리카 호모사피엔스의 화석은 동북아시아인의 생김새와 다르다. 그럼 그들은 또 무어란 말인가? 무궁무진한 의문과 과학적 해석이 더해진다. 호모사피엔스의 기원과 확산에 대해 이렇게 풍부하고 다채로운 해석을 풀어 놓은 저술은 없을 것이다. 아프리카 기원설, 다지역 기원설, 그리고 중간이론인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호모사피엔스와 지역의 원시 호미니드와의 교배설까지 아무튼 흥미롭고 절묘한 고인류학이 독서의 여정을 내내 즐겁게 해준다. 어쨌든 우리 모두는 이들 호모사피엔스의 독창성과 적응력 덕택에 꿋꿋하게 살아남아 문명을 일으키고 이렇게 존재하고 있으니 그들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재미와 지식과 감동을 함께 느끼게 해주는 따분함하고는 거리가 한 참 먼 걸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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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버지들의 아버지'란 책을 보면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현생 인류의 조상이 유인원과 돼지의 결합이라는 것이다. 생김새로 보면 사람과 가장 가까운 모습이 원숭이류가 확실하고 피부색으로 보면 돼지와 가장 비슷하다니 이런 파격 상상력이 생겨났을 법하다. 하지만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너무 충격적이었다. 과연 인간은 언제 어디서 생겨났고 어떤 방식으로 지구상 곳곳에 자리를 잡게 되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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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을 볼 때면 나는 이유 모를 주눅감을 느끼곤 한다. 단지 영어를 못 하기 때문은 아니다. 이는 마치 나보다 더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 앞에 서면 무의식적으로 열등감을 느끼는 것과 흡사하다. 왠지 저들은 나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에서 발달된 문명을 누리며 살았을 것만 같아서, 본의 아니게 나와 그들 사이에 건널 수 없는 선 하나를 긋고야 마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 인류가, 비록 지금은 서로 다른 생김새, 피부색을 하고 있지만, 하나의 역사를 공유한다고.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프리카 대륙에 발을 디디게 될 것이라고. 얼마나 오랜 세월을 따라가야 그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될지 알 길은 없으나 이는 흥미로운 결과임이 불과하다. 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 살았었다? 언제쯤 나는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한 이 곳까지 오게 된 것일까? 유한한 인간으로서는 제 존재에 대한 의문을 멎을 수가 없는데 나 역시도 이 책을 집어 드는 순간 그와 같은 호기심과 대면하게 되었다.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의문에 대한 훌륭한 답변이라 하겠다. 이 책에 의하면 인류는, 아니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생겨났다고 한다. 한 정부의 권력이 온전치 못해 심지어 해적마저도 난무하는 그 곳, 절대적인 가난에 굶어 죽는 것도 가능한 그 땅이 생명의 초원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는 않지만, 10년만으로도 강산이 변화하는데 20만년이면 기온이 지금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인류는 서서히 동쪽으로 향한다. 인도와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동북아시아까지 그들은 들어오게 된다. 내가 속한 땅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흥미로웠던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의 태도였다. 동북공정이라는 이름 하에 타 민족의 역사도 자국의 것으로 수용하려 드는 그들의 태도는 이번에도 어김이 없었다. 중국인의 조상이 순수하게 중국 대륙에서 발흥했음을 증명해보이려는 연구는 그러나 엄연한 과학의 벽에 가로막히고야 마는데,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미토콘드리아의 거대한 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이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눈을 돌린 대륙은 바로 유럽이었다. 지리적으로 아프리카와 가깝기에 어찌 보면 가장 먼저 인류가 진출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한 그곳이 호모 사피엔스의 마지막 도달 지점이라는 조금은 의아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소위 ‘뜨악’할 만한 대목과 만나게 되었으니 바로 네안데르탈인의 존재가 그것이었다. 이제껏 우리는 모든 게 순차적이고 하나와 뒤따르는 다른 종이 동시에 번성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보질 못했다. 그런데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공존했으며 심지어 교배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펼친다. 인류 유전자의 2% 가량은 네안데르탈인의 것이라는 말은 사실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현생 인류보다 네안데르탈인의 생김새나 지능 따위가 원숭이에 좀더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조금은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는데, 과학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에 동의를 하면서도 끝까지 진화론보다는 창조론을 믿고파 하는 인간의 거만한(?)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지… 과거에 사로잡힌 지독히도 지루한 학문일 거라고 나는 이제껏 고고학을 여겨왔었다. 역사 그 자체는 흥미로우나 먼지를 잔뜩 머금은 뼈 따위나 바라보면서 무언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그다지 흥미로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나의 오해였음을, 다소 두껍긴 하지만 한 순간도 놓을 수 없었던 이 책을 통해 나는 깨닫게 되었다. 모든 과거는 현재와 연관이 있고, 만일 과거가 아니라면 현재의 나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지금 이 순간을 잘 사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과거이고 역사이다. 누구나가 궁금해할 만한 ‘나는 어디서 왔는가?’ 혹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근접한 학문이 어쩌면 고고학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결국에는 혼자 사는 게 인생이라 여겼던 생각을 비로소 조금은 고쳐 먹는다. 내 생은 길면 100년 안팎에 지나지 않겠지만, 내 유전자의 일부를 품은 후대의 누군가는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날 것이고, 지금의 나처럼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 누군가의 존재를 통해 힘을 얻을 것이다. 저마다 주어진 기후에, 환경에 적응해 살면서 지금은 비록 통하지 아니하는 말, 서로 다른 문화를 누리고 있지만, 한때 저들과 내가 같은 초원을 걸었고 같은 공기를 들이켰을 것이란 생각을 하니 마음이 떨린다. 이 어찌 근사하지 아니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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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에나 인간은 자신에 대해서 탐구해왔다. 우리 인간이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가를 연구하는 것에 그 시대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과 기술력을 동원했다. 이제 인간의 유전자지도가 완성된 이 시대에 다시 처음부터 인간이라는 종족의 기원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이렇게 아프리카를 출발해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북아시아, 유럽, 아메리카에 이르는 긴 여행을 하면서 저자는 대대로 부족의 전설을 계승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으며 사는 사람들의 생활에서 경이를 느끼며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