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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우리에게는 한국전이 휴전된 해로 기억되지만, 노마 진 아니 이제는 마릴린 먼로로 불리게 된 <블론드>의 주인공이 할리우드 사랑의 여신으로 등극하게 된 해이다. 1편에서는 노마 진이 아이와 소녀를 거치는 과정이었지만, 2편에서는 이제 누가 봐도 성인이 된 그녀가 은막의 스타가 되어 미국 아니 전 세계가 사랑하는 스타가 되는 과정을 뒤쫓는다. 그런데 과연 마냥 아이 같았던 노마 진이 정신적으로도 어른이 되었을까? 조이스 캐럴 오츠는 사랑을 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넘쳐나는 대중의 사랑에 부담스러워하는 노마 진의 불안정한 정신세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결과적으로 노마 진은 점점 더 넴뷰탈과 벤제드린 같은 약물에 의존하게 된다. 한때 크리스천사이언스에 대한 믿음으로 약을 거부하던 소녀가 말이다. 노마 진이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하게 되면서, 그녀는 실제 삶이 연기인지 아니면 연기가 삶인지 모를 그런 혼돈에 빠진다. 대본 없이는 자신이 말하는 것조차 실제인지 아니면 연기인지 헷갈릴 정도로. 할리우드 스튜디오를 지배하고 있던 남성 권력에 그녀는 그들이 지시하는 대로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쇼걸’이었을 뿐이다. 노마 진이 <아스팔트 정글>, <나이아가라> 그리고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의 연이은 히트로 스튜디오에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안겨다 주었지만, 정작 자신은 1,000달러 남짓한 급여를 고용배우일 뿐이었다. 당연하게 화려한 할리우드 생활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리라. 정신병원에 갇힌 어머니 글래디스에게 계속해서 돈을 보내고, 이런저런 비용으로 그녀는 늘 가난했다. 밴누이스 고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못한 그녀를 스튜디오의 남자들은 조소와 경멸에 찬 시선으로 바라봤다. 노마 진은 그들에게 달러를 찍어내는 무대 위의 인형에 지나지 않았던 걸까? 한편, 사랑에 굶주린 노마 진은 할리우드에 몰아닥친 공산주의자 사냥으로 스위스로 망명한 찰리 채플린의 아들 카스와 또 다른 왕자 에디 G와 방탕한 관계를 가진다. ‘쌍둥이’들은 거리낌 없이 사랑을 나누지만, 할리우드의 가십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들은 좋은 먹잇감이었다. 스타의 길을 걸으면서도, 정상적인 삶과 아기를 꿈꾸던 노마 진은 결국 이들과 함께 하다간 마지막에 기다리는 것은 파멸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고통스러운 결말로 관계를 정리한다. 매카시 열풍 앞에서는 섹스 심벌이자 세기의 연인이 된 노마 진 역시 피해 갈 수가 없었다. 할리우드 출신으로 미국 정치권력의 최정상에 오른 로널드 레이건의 이 시절 활약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부인(否認)뿐만 아니라, 동료를 밀고해야 절박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도 쉽지 않았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돈과 권력을 행사하는 스튜디오 관계자 덕분에 노마 진은 공식적인 심문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식사 회동으로 위기를 돌파한다. 조금 늘어질 뻔한 이야기는 전직 운동선수 “조 디마지오”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해서일까, 이탈리아계 미국 야구 영웅은 자신의 새로운 부인으로 노마 진을 점찍는다. ‘빅대디’였던 버키 블레이저 다음으로 그녀의 남편이 된 전직 운동선수와의 로맨스는 노마 진이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시작부터 스타 부부의 결합은 끝이 예정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급속하게 파국으로 치닫는다. 남편과 어머니를 얻기 위해 했던 첫 번째 결혼만큼이나 두 번째 결혼 역시 재난의 연속이었다. 전직 운동선수는 자신의 인기를 능가하는 세기의 연인이 된 어린 아내의 연예생활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가 그녀의 아기를 앗아 갔다면, <7년 만의 외출> 역시 그녀의 새로운 결혼을 그 대가로 요구했다. 아무리 세상에서 공짜로 되는 일이 없다지만,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여배우에게 세상의 법칙이 요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과했다는 느낌이다. 노마 진을 할리우드의 자칼 떼로부터 지켜주겠다던 전직 운동선수 남편의 맹세는 뉴욕 지하철에서 그 유명한 촬영으로 바람결에 날아가 버린다. 전직 운동선수에게 드레스를 휘날리고, 하얀 팬티까지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 어린 아내는 그저 “헤픈 여자”였으리라. 자신도 모르는 천부적 재능으로 일약 스타의 반열에 우뚝 서게 되지만, 마릴린 먼로가 아닌 노마 진은 내내 그렇게 외로운 존재였다. 대중의 광기 어린 사랑과 소비만능주의 사회에서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단지 돈벌이의 수단이 된 여배우의 운명은 통제 불능의 상태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진짜 스캔들은 아직 예고편에 불과하다. 3부에서 우리가 아는 노마 진, 아니 마릴린 먼로의 신화가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