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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그때뿐이라는 것이다. 아시안게임때는 밤새 야구를 보고 야구이야기에 열을 올렸는데 .... 그러고 보니 지난 1년간 야구의 야자도 꺼내본 적이 없다 . 이재익 작가의 <아버지의 길>을 읽고 완전 반해버렸는데 운학골친구들님이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을 추천해주시길래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전부터 봐왔지만 야구라는 말 때문에 싫었고 서울대라는 말때문에 싫었던 책이었는데 ㅎㅎ 사람이 또 이렇게 간사해진다. 야구이야기를 이렇게 멋드러지게 담아낼줄이야 . 감탄이 나오다니 ~ ! 우리나라 최고의 수재들만 가는 서울대, 그러나 야구는 꼴찌, 그러나 서울대 야구부에는 무한 감동이 있다.
한때 잘나가던 영화투자자였던 지웅이 한 순간에 인생의 낙오자가 되었다. 10억 아파트에 살았던 집이 월세 70만원의 사글세방으로 변신하고 음주운전으로 면허는 취소되고 아내에게 이혼까지 당했다.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지웅은 마지막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야구 영화시나리오를 집필하기로 마음먹게 되는데 .. 과거 찬란했던 서울대 야구부시절로 돌아가 전설적인 4번 타자 왼손잡이 포수 이태성을 주인공으로 시나리오의 기본 틀을 잡아놓고 서울대 야구부원들을 하나 둘 만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일과 사랑에 실패한 지웅은 블루맨이라 블리우던 희승, 야구와 히포크라테스를 동일시하고 있는 상화, 꾀쟁이 재민, 공사구 진태가, 하나같이 강사,사업가, 의사, 변호사가 되어 사회에서 잘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자 마음이 한없이 씁쓸해진다. 과거 지웅 또한 영화 투자파트에서 영화의 흥행에 대한 안목과 자신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독설을 날리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결국 그 자만으로 자신의 꿈이던 영화를 스스로 만들수 있게 해준다는 사기꾼의 유혹에 혹해 영화투자금을 다 날려버리고 게다가 부부생활이 권태롭다는 이유로 바람까지 피웠다. 그러나 일과 사랑 모두 지웅을 떠나버렸다. 지루했던 인생이 순식간에 롤로코스터를 타는 절박감으로 변해 지웅의 목을 조여오고 있었다.
이슬은 지웅과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여자이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슬은 지웅과는 띠동갑인데 서울대를 나온 지웅과는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온 아이다. 모든 것을 다가진 지웅이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슬은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가 나자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친척집에서 자라 혼자 악착같이 공부해서 전문대를 나와 취직하지만 회사대표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는 순간 한강에 몸을 던진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이슬로 인해 지웅은 다가졌지만 다가진적 없는 듯 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처음으로 감독님이 서울대야구부를 떠나며 한 말을 지웅은 이슬로부터 깨닫게 된다.
"니들은 서울대학생이다. 싫든 좋든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다. 니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이끄는 리더가 될 것이다. 그런 니들에게 제일 필요한 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다. 니들보다 덜 똑똑하고 덜 가진 사람에 대한 여유. 머리로만 알면 안되고 가슴속에 그 마음을 품어야 하는기다. 니들은 정말 죽도록 이기고 싶었겠지만 나는 반대였다. 나는 니들에게 지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소설속에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30년동안의 명장면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양념처럼 배어있다. 최연소 완투승이라는 대기록을 남긴 해태의 김상진이 스물 두살 어린 나이에 암으로 하늘나라에 간 일, OB베어스의 박철순의 기적같은 이야기, 허리부상에도 불구하고 국부마취제를 맞으며 마운드에 서고 게다가 아킬레스 부상까지 찾아왔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아 생긴 '불사조'라 불리웠다는 이야기들은 정말이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 소설을 통해 성공과 실패의 의미를 말하고 싶었다는 이재익 작가의 야구 소설에서는 우리의 인생에 꿈과 열정이 있는 한 패배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 만약에 스스로를 인생의 패배자 또는 낙오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우리에게는 아직 꿈이 있다는 사실을, 열정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에 , 읽는 내내 콧날이 시큰해지는 무한감동의 소설이었다. 이재익 작가는 눈물을 쏟게 만드는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작가인 것 같다.
승리하면 조금 배울수 있지만,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수 있다. - 크리스티 매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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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연예인 야구단 방송을 즐겨본 적이 있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모여 팀을 결성해 기존의 사회인 아마추어 야구팀들과 경기를 벌이지만 연전연패를 하다가 드디어 1승을 거두며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마저 느꼈다. 그런데 방송이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프로야구 구단에서 그들을 지도하고 여러 협찬이 들어오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해 강팀들마저 이기는 모습을 보고는 이내 흥미를 잃게 되었다. 내가 그들에게 열광했던 것은 그들이 유명 연예인이거나 출중한 야구 실력을 갖춘 강팀이어서가 아니라 꼴찌라도 정말 순수한 열정과 노력만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을 엿볼 수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프로 야구 구단들의 전문 교육을 받고 실력이 급성장해서 강팀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이 마치 “개천에서 더 이상 용(龍)이 나올 수 없다”는 시쳇말 - 돈이 바로 실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자본주의 논리 - 그대로 들어맞는 것 같아, 이제는 더 이상 순수한 열정의 아마추어 팀이 아니라 상업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여느 기성팀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져 관심이 금세 시들해져버렸다. 내가 서울대 야구부에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 있던 이유도 아마 비슷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수재(秀才)들이 동호회, 즉 취미 수준으로 하는 야구, 한 때는 앞서 말한 연예인 야구단 못지않게 언론에 희자되었고 역시나 여러 프로야구 구단들이 야구 장비를 지원하고 특별 교습까지 했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앞으로 이 사회를 이끌어나갈 예비 엘리트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영 못마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네들의 대학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의 대학 출신이라는 자격지심(自激之心)이 더 컸을 수 도 있겠지만. 그래서였을까. 전작인 <카시오페아 공주>, <압구정 소년들>을 읽으면서 참 글 재미있게 쓰는 작가구나 하고 생각해온 이재익의 신간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황소북스/2011년 3월)>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가.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나니 나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기대를 져 버리지 않는 탁월한 재미와 전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잔잔한 감동까지 불러일으키는 멋진 소설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의 김지웅, 대기업 영화 투자 파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 신생 영화 투자 회사에서 투자금 관리 책임자인 부사장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직장을 옮겼지만 제의를 해왔던 제작자가 펀딩한 돈 일부를 가지고 해외로 도피하는 바람에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불륜 사실을 아내에게 발각당해 이혼 위기에 처하고 집에서 쫓겨나와 월세 70만원의 오피스텔에서 거주하고 된다. 하루하루가 좌절과 낙담일 수 밖에 없던 지웅은 이삿짐에서 오래전 받았던 “박철순” 선수의 사인볼 - 인터넷 연재에서는 “최동원” 선수 사인볼이었다^^ -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몸담았던 서울대 야구부 시절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좌절을 딛고 일어설 대안으로 자신이 투자 평가자로서 늘 접해왔던 영화 시나리오를 써보기로 결심하고 그 첫 소재로 서울대 야구부를 선택한다. 책은 야구부 시절 같이 뛰고 뒹굴었던 야구부원들을 한명씩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지웅의 학창시절 추억이 오버랩된다. 변호사, PD - 아마도 SBS 라디오 컬투쇼 PD인 이재익 작가 자신을 롤모델로 한 것 같다 -, 의사 등 서울대 출신들답게 사회 각층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동기들을 만나 그 시절 추억을 이야기 나누는데 유독 자신과 배터리를 이루었던 포수이자 4번 타자였던 선배 장태성의 소식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한다. 시나리오는 완성단계에 들어서지만 장태성의 후일담을 담지 못해 아쉬워 계속 장태성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그 당시 야구부 매니저이자 태성을 짝사랑했던 희정의 소식을 우연찮게 전해듣고 태성이 졸업 후에도 야구를 그만두지 못하고 롯데 자이언트에서 2군 포수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으로 그를 만나러 간다. 드디어 만난 태성에게서 그간의 사정과 함께 며칠 후 마지막 은퇴 경기를 치룬다는 것을 알게 된 지웅은 은퇴 경기에 서울대 야구부 동기들을 불러 모은다. 태성의 사연이 인터넷으로 알려지면서 2군 경기임에도 관중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사직구장의 28,500석은 만원 사례를 이루고 드디어 태성의 경기가 시작된다. 마지막 은퇴 인사를 하는 장태성을 바라보면서 서울대 야구부원들의 눈이 축축히 젖는다.
책 목차를 1회 초부터 연장전까지 야구 경기를 모티브로 따온 이 책은 1997년 창단하여 한국 스포츠 사상 최대인 199연패를 기록했던, 공부에서는 최고였지만 야구실력은 꼴찌였던 서울대 야구부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고 여기에 한국 프로야구 30년사를 길이 빛낸 스타들이자 야구 매니아들에게는 전설적인 영웅들이었던 박철순, 최동원, 선동렬, 장종훈, 양준혁 등의 이야기를 중간 중간에 들려줘 읽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스포츠 소설로 볼 수도 있는 이 책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먼저 이 책의 주요 무대이자 이미 전작인 <압구정 소년들>에서도 소재로 삼았던 작가의 모교인 “서울대”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울대학생과 다른 대학교 학생이 지능이나 학력에서 차이가 확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고집이 다른 거다. 한참 마음이 들끓는 10대 후반, 여자, 술, 잠, 영화, 게임 등등 수많은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타협을 권유하는 마음의 소리와도 맞서야 한다.(중략) 서울대 졸업장은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인증서가 아닐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확실하게 통하는, 이 사람은 능력과 함께 근성을 지난 사람입니다 하는 인증서 - P.29
타대학생들은 그만큼 근성이 부족했다는 뜻으로도 들릴 수 있어 약간은 불편할 수 도 있는 말일수도 있겠지만 이런 관점이 바로 서울대 야구부가 그렇게 패배를 당하면서도 해체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주된 이유라고 해석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즉 작가는 연이은 패배에 좌절해서 그만 둘 법도 하지만 바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런 포기와 좌절을 종용하는 마음의 소리와 주변의 비웃음에도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 서울대 특유의 근성과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이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강렬했기 때문에 아직도 이어져 온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야구부를 이끌었던 감독은 그들에게 승리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싫든 좋든 타인의 주목을 받아야 하고 리더가 될 그들이 패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매번 콜드 게임 패를 당하면서도 오뚝이처럼 포기하지 않고 승리에 대한 확신만큼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질 거라고 생각하며 연습한 적은 없었으니까. 항상 믿었으니까. 적어도, 믿으려고 애썼으니까. 이번에는 꼭 이긴다고.”
큰 스코어 차이로 졌음에도 승리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며 다음 경기에서는 꼭 이기겠다고 다짐하는 그들, 결국 창단한지 27년 만에 꿈에 그리던 1승을 거두었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는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은 그렇게 목말라하는 승리를 거둔 결과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했던 서울대 야구부원들의 열정이 그 자체가 바로 영광이었다고 말한다. 장태성의 마지막 헛스윙이 지웅에게 멋진 희망의 홈런으로 보였던 것도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젊은 날의 열정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굳이 “서울대” 야구부만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야구단’인 충북 충주 “성심학교” 야구단원들이 흘리는 구슬땀과 바쁜 일상으로 파김치가 되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야구가 좋아서 휴일마다 동네 운동장에서 목청이 떠나가라고 소리 지르며 야구 연습을 하는 동네 야구팀 직장인들의 상기된 목소리에서도 이런 열정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과연 젊었을 때 무언가에 미치도록 열광했던 적이 있었는지 잠시 떠올려봤다. 선배들과 술 마시며 사회 부조리와 모순을 이야기하며 울분을 토했던, 세상 고민이라는 고민은 혼자 다하려 했던 대학시절, 혼자 짝사랑했던 여학생에게 편지 쓴다고 밤을 하얗게 지새웠지만 수십 장의 구겨버린 편지지만을 남긴 채 결국 부치지 못했던 일, 학교 다닐 때도 잘 하지 않았던 공부를 회사 들어와서 근 몇 달을 주말마다 학교 도서관을 찾아가서 공부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다가도 지금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열정에, 이제 젊은 시절의 열정을 되살리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젊은 시절을 다시금 상기시켜보는 계기가 되었던 이 책, 참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이었다. 이재익 작가의 작품, 앞으로도 계속 읽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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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항상 책과,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가 되는 우리나라의
전설과 같은 두 팀이 어딘지 알것이다. 화려한 스타들을 보유하고 80년대를 호령했으면서도 정작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삼성 라이온즈? 아니면 우승을 밥먹듯 해대며 절대강자로 군림해 온 해태 타이거즈? 아니다. 바로 휴머니즘과 감동과 눈물을 선사하는 진짜 야구팀, 바로 충주 성심학교 야구팀과 서울대학교 야구팀이 그들이다. 얼마전 영화로도 개봉해 인기를 끌었던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는 말못하는 장애인들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 야구팀을 모델로 해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티비에서도 종종 소개된 바 있는 충주성심학교 야구팀. 이들은 정상인들도 하기 힘든 야구를 통해 꿈을 키우며, 우리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훈련에 매진해왔다. 이와 함께 이기는 것이 불가능할것 처럼 보이는 또 하나의 야구팀이 바로 서울대학교 야구팀이다. 마치 대학시절의 추억을 위해 동아리 활동을 하듯, 머리좋은 수재들이 모여 취미로 하는 야구가 아니라 1승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 훈련하고, 또 훈련하며 독기를 키우는 곳.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은 이러한 서울대 야구팀을 소재로 주인공 나의 방황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자아실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야구소설이다. 야구팬들에게는 단순히 야구소설이라는 면 이외에도 추억의 프로야구 역사가 소개돼있고, 또 주옥같은 명사들의 명언들이 소개되어 있어 그 글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야구팬이라면 필히 외워둬야 할 것이다. "내게 야구를 가르쳐 주면 나는 당신에게 상대성이론을 가르쳐 주겠소. 아니, 우리
그러지 맙시다. 당신이 상대성이론을 배우는 것이 내가 야구를 깨우치는 것보다 빠를테니."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 건에 찍히지 않는다" - 톰 글래빈 "승리하면 조금 배울수 있지만, 패배하면 모든 것을 배울수 있다" - 크리스티 매튜슨 "1년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 - 토미 라소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의 유일한 스포츠는 야구다" - 베이브 루스 "나는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던진다" - 박철순 "만약 유니폼이 더럽혀지지 않았다면, 나는 그 게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 리키 핸더슨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 요기 베라
이재익만의 독특하고 개성있는 목차 구성이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전작이었던 "이혼하는 날 아침에도 나는 규칙적인 인간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7시 정가에서
오차 10분을 벗어나지 않는 시각에 눈을 떴다. 알람시계도 없이."
"내가 무슨 생각으로 니들을 가르쳤는지 아나?
니들은 별로 져본 적 없이 살아왔다. 머리가 좋아서, 노력을 많이해서 대한민국 최고의 서울대학교 학생이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다들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잘 살거다. 야구를 계속하지만 않는다면." "니들은 서울대학생이다. 싫든 좋든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다. 니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이끄는 리더가 될거다. 그런 니들에게 제일 필요한건 바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다. 니들보다 덜 똑똑하고 덜 가진 사람에 대한 이해와 여유. 머리로만 알면 안되고 가슴속에 그 마음을 품어야 하는기다. 니들은 정말 죽도록 이기고 싶었겠지만 나는 반대였다. 나는 니들에게 지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살다보면 질 수도 있다는걸 알려주고 싶었다. 패배하는 게 어떤건지 가르쳐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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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한테 잘못 알려진 상식이 하나 있어." 상화는 그렇게 말을 시작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는 말 알지? 히포크라테스가 한 말인데, 번역이 완전히 잘못돼서 알려졌어. 영어로는 Art is long. But life is short. 여기서 아트는 예술이 아니라 의술을 말하는 거야. 수많은 질병 앞에서 의술의 무력감을 느낀 히포크라테스가, 익혀야 할 의술은 너무 많은데 벌써 늙어버린 자신을 한탄하면 한 말이거든. 그런데 마치 예술가는 죽지만 그의 예술 세계는 길이 남는다는 식으로 잘못 전해진 거라고." 상화는 역설하듯 설명했다. 조금 의아했다. "의미 전달은 확실히 됐는데, 왜 갑자기 히포크라테스 얘기를 하는데?" "나는 의학도로서 히포크라테스의 고민에 공감해. 수많은 질병 중에서 인간이 정복한 질병은 수십 가지 정도밖에 안 된다고. 그 흔한 감기조차 백신을 못 말들고 있잖아. 하지만 의학도들은 포기하지 않아. 항상 지는 게임이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 질병에 도전하고 있다고. 난 우리 서울대 야구부의 정신도 같다고 생각해. 언젠가는, 언젠가는 분명히 이길 거야."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황소북스, p104
컬투쇼의 담당피디이자 소설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이재익 소설가의 신작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을 읽고 있다. 지난 주 목요일 저자와의 티타임 자리를 신청한 것에 초대받아서 이 소설의 탄생 과정을 작가의 육성으로 제대로 들을 수 있게 되어 더 흥미를 안고 읽기 시작했다. 저자와의 만남에 가게 된 건 야구를 좋아하기도 하고 소설을 읽고 싶기도 하고 피디면서 소설가인 저자의 이력이 이색적이며 더군다나 컬투쇼라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의 피디라면 좀더 재미있고 번뜩이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독자들과의 만남과 대중 강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가, 분위기를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저자와의 만남 티타임은 삼청동의 네스카페 2층에서 단란하게 이루어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저자는 재미없어보이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도그럴 것이 SBS PD 로 9 to 7의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8시부터 잠들기 전까지 책상에 앉아 소설만 쓴다고 하니 말이다. 골프채 한번 잡아본 적이 없고, 남들 다 한다는 술 담배도 안하고, 가장 중요하게는 PD 님이시지만 TV를 안보신다고 한다. 그 덕에 이 분은 2009년부터 세 달에 한권씩 소설책을 내고 계신다. 그 뿐아니라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짬짬히 하고 소설 연재도 하신다고 한다. 풀타임 직업 생활을 하면서도 이렇게 왕성한 글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스스로를 '소설가'라 칭하기보다는 '이야기꾼'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이십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등단했지만 아무래도 돈에 쪼들리고 위축될 수도 있는 마음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본격 소설가가 되기보다는 겸업 이야기꾼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압구정고와 서울대 영문과 졸, SBS PD와 같이 프로필에만 적히 피상적인 이미지로 자신이 마음의 굴곡을 안고 있지 않을거라고 속단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좋아보여도 속은 다를 수 있다고.
티타임이 끝나고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구성도 단정하고 이야기도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의미도 있다. 작가는 야구에 별 흥미가 없었지만 작년에 야구에 관련된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매일 같이 지기만 하고 이길 가망이 없어보이는 야구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않는 야구부 친구가 생각났다고 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이야기와 서울대 야구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화를 소설화 했다.
서울대 야구부의 통산 전적은 창단이래 1승 1무 265패라고 한다. "못하는 건 하기 싫잖아요. 한두번 져도 그만 해야지 싶을텐데 그렇게 지는 데도 왜 계속 하셨어요?" 누군가가 같이 와서 사회를 보고 있던 (이제는 영화사 대표가 되었다는) 작가의 친구에게 질문했다. "계속 지면 오기가 생기거든요. 그냥 계속 하는 거죠. 이길 때까지.." 그리고 덤으로 히포크라테스의 저 유명한 말이 '예술의 영원성과 인생의 유한성'을 품고 있을 뿐 아니라 '배워도 배워도 끝없는 기술과 갈 수록 힘에 부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부분을 읽는데 나는 거대한 도서실을 횡단하며 내 인생을 다 바쳐도 이 멋진 책들을 모두 다 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압도되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책에 더 애착하는 것일까? 너무 애착을 느낀 나머지 책과 다투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우리를 압도시키는 그 감정에 대해 평생동안 오기로 싸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계속 패하니까 넘어져 버리면 우리는 정말 그 싸움에서 지는 게 된다. 그런데 계속 패한다고 해도 한번 더 일어서서 덤벼댄다면 그 싸움은 지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 된다.
다음에 이기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패한다. (참, 오늘 열린 야구 게임에서는 기아가 삼성을 어렵게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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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1무 265패. 이것이 서울대 야구부의 승패율이다. 늘 패배했지만 그들에겐 매순간 영광스럽고 짜릿한 승리였다. 서울대 야구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만든 가장 야구 못하는 야구팀이다. MBC 청룡의 숨은 에이스이자 프로야구 원념 멤버로 속이 진국인 진짜 선생님 이만득 감독님과 다양한 전공과 괴짜인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엄청난 술고래 의대생 상화. 파란색 차림의 4차원 블루맨. 15년 동안 한 우물만 파는 매니저 희정. 오렌지족 날라리 영문과 재민. 사구(死球) 김진태. 그리고 자신의 원칙과 신념을 100% 지키는 남자 법학과 장태성.
하루아침에 잘 나가던 직장을 잃고 사기를 당하여 실직하고, 정신과 의사인 아내와 이혼까지 한 서울대 경영학도 출신 김지웅. 그가 영화를 향한 꿈을 위해 서울대 야구부 얘기를 시나리오로 쓰려고 한다. 야구부원들 중에서도 유독 서울대 야구부의 4번 타자 태성 형의 소식이 궁금하다. 그를 주인공으로 쓰려하는데 그의 행적이 묘연하다. 야구부원들 한명 한명에게 연락을 취하고 그의 행적를 추적해본다. 그러다가 배명고 시절 자신의 과외수업을 받던 민이 운영하는 학원에 다니는 딸아이 엄마가 야구부 매니저 보나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통해 희정과 태성 형에게까지 연락이 닿는다.
“롯데 자이언츠 2군 포수 장태성” 서울대 야구부로부터 시작하면 15년 동안의 야구 인생을 마감하는 자리다. 그가 사직구장에서 은퇴경기를 갖는다. 그런 사직구장 28500석의 좌석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허민 선배에게 보낸 메일의 위력이, 그로 하여금 서울대 야구부와 장태성 선수의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했고, 네이버 메인 화면에 띄워졌으며 롯데 팬들은 모두 응원을 하겠다며 이 곳에 몰려든다.
** 이 책엔 한국 프로야구의 생생한 역사가 담겨 있다.
-고교시절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았고, 한화 이글스의 연습생으로 시작했지만, 1990년대 초반 헐크 이만수에게 홈런왕 칭호를 이어받은 한화 이글스의 영웅 장종훈 선수. 밑바닥부터 올라온 선수.
- OB 베어스의 괴물 투수 박철순. 한국 프로야구의 첫 번째 레전드이며 우리나라 최초로 미국 리그에 진출했던 선수다. 1982년 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날아온 사나이. 한 시즌 22연승. 허리부상, 요부추간판 헤르니아(척추 물렁뼈가 튀어나오는 디스크), 아킬레스건 부상까지 이겨내며 마운드에 오른 사람. 에이스 박철순에서 불사조 박철순으로 수식어가 바뀐 그에겐 코끝을 시큰하게 하는 기록들이 있다. 최고령 완봉승, 최고령 세이브, 최고령 승리.. 이런 감동이 또 있을까? 2002년 4월 5일 백넘버 21번은 두산 베어스의 영구 결번으로 남아있다. 박철순의 프로야구 역사를 읽는 동안에 몇 번이나 눈물이 났다. 이건 정말이지 인간 승리다. 위인전으로 내놔도 결코 궁색하지 않다.
- 한국 프로야구 30년을 통틀어 전성기의 타이거즈(현재 기아 타이거즈)만한 강팀은 없다. 1990년대 중반까지 해태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전성기를 누린 해태 타이거즈에는 괴물 선동렬, 김정수, 문희수, 조계현, 이강철, 신동수, 송유석의 투수진에 타선은 터미네이터라고 불리던 김성한, 야구천재 이순철, 종범신 이종범, 해결사 한대화, 김종모, 김봉연 등등 응룡 할배 김응룡 감독까지. 또한, 현대사의 어두운 그늘 1980~1990년대 해태 야구는 호남의 긍지였다. 5·18로 상징되는 군사정권의 탄압에 눈물 흘리던 호남인들에게 해태 타이거즈는 단순한 야구팀이 아닌 호남 사람의 한 맺힌 설움을 알기에 죽을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프로 리그 중 가장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이 투영된 스포츠가 야구였지 않나 싶다. 가장 가난한 팀이면서 가장 독한 팀.
- 1997년 가을. LG 임선동은 1992년 프로 야구사에서 전국 NO.1이었다. 한국 야구 사상 최고 계약금인 7억 원을 주고 데려왔고 그날 경기 선발로 그를 내세웠다. 그런데 해태의 선발로 듣도 보도 못한 수줍은 미소년 같은 낯선 투수 김상진이 맞섰다. 해태가 LG를 상대로 3승 1패로 앞선 상황에서. 결과는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은 한국시리즈 최연소 완투승. 선동렬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에이스라는 낙점까지 세웠으나 이듬해 1998년 9월 19일 OB 베어스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이유는 위암 말기. 결국 1999년 6월 10일 22살의 젊은 나이로 눈을 감는다.
- “롯데 자이언츠”팀의 30년 역사. 1984년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다. 신은 부산에 최악의 팀과 최고의 팬을 주었다.
잘 나가는 KBS 아나운서와 결혼해서 딸도 낳고 승승장구하는 로펌 변호사 진태의 긴장감이랄지, 서울대학병원 의사가 되어있었지만 피곤에 절어있는 상화의 슬픈 현실을 보면서 작가가 무엇을 피력하고자 하는지 알 것 같다. 작가의 글에서도 얘기하지만, '성공과 성취'는 분명 다른 이름이라고.. 연장전에서 했던 허민 선배의 말처럼, 안정과 타협하는 선택이 현명함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인 게 너무도 자명한 일이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소신있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노라고.. 이재익 작가의 남다른 필적 감각에서 오는 달달한 재미와 감동은 읽는 내내 시도 때도 없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야구의 룰이라곤 전혀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쉽게 설명해준 간단한 규칙. 그리고 규칙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다. 추천사에서 가수 백지영이 말하길, 연장전을 읽다 희정 때문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나는 이미 여러번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연장전을 읽으면서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감동이 샘물처럼 퐁퐁 솟아났다. 정말이지 감동과 재미가 홈런감인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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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작가의 글을 지금 3권째 만나는 것 같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 작가(이제는 부동의 1위자리를 지키고 있는 컬투쇼의 담당PD보다는 작가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지 싶다.)에 대해 더 궁금해진다. 서울대 야구부의 실제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 더 생동감이 있고, 또 서울대생에 가졌던 막연한 열등의식도 어느정도 해갈시킬수 있었던 작품 같다. 공부는 대한민국 1등이지만 야구에서만큼은 세계 꼴찌인 서울대 야구부의 꿈과 사랑을 담아낸 작품이다. PD로서 수많은 사연을 매일같이 만나고 또 이야기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그가 펴낸 작품에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바로 내옆에서 나와 함께 호흡하고 생활하는 주변사람의 모습을 닮아 있어 생소하지 않고, 친근감이 느껴진다. 서울대 야구부 투수였던 김지웅이 주인공이다. 경영학과 출신답게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가 사기를 당하고 또 이혼할 위기까지 맞게 되는데, 우연하게 만난 야구부 시절의 감독덕분에 자신이 그동안 안으로안으로 누르고 있었던 영화제작의 꿈을 안고 옛부원들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통해 옛추억을 되새김하게 되고, 그안에서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완성해간다. 현장 투수였기에, 그가 작성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있다. 역시나 전작인 카시오페아 공주,압구정 소년들에서만큼이나 빠른 전개를 보여주고 있으며, 소설속에서 재미와 감동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낼수 있게 도와준다. 서울대라는 관문을 통과하면 좋은직장과 좋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지극히 평탄하고 안락한 삶을 보장받는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할수 있는 마음을 품게 해주고 싶었다는 말이 이해도 되지만, 모든 사람이 인정하듯 서울대생의 삶도 그리 평탄하지 않다는 것을 요근래 뉴스를 통해 접하면서 씁쓸하기도 하다.
또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던진다라고 말했던 OB베어스의 박철순 투수의 순진한 얼굴에 띄워졌던 수줍은 미소가 떠올라 흐뭇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감동적이었던 것은 이만득감독의 말이었다. 이기는 법이 아니라 지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었는데, 오히려 그들에게서 자신이 배웠다면서, 매번 콜드게임패를 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우쳤다고 고백한 부분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또 마지막 페이지에 펼쳐졌던 문장이 작가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진솔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 우리는 단 한 번도 진 적 없다는 사실을. 대한야구협회(KBA)의 공식기록으로 서울대 야구부는 단 한 번 이기고 256번을 졌다. 하지만 우리가 했던 경기는 모두 승리였다. 꿈과 열정을 잃지 않는다면 패배가 아니니까.>(p355)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무슨무슨 대회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모두 1등만 기억하지 말고, 똑같이 땀흘리고 고생했던 2등,3등, 그밖의 출전선수 모두에게 관심을 갖자고 되뇌인다. 그렇지만 또 그게 말처럼 쉽지 않기에 그들이 받아들이는 상처는 더 클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네 인생사는 항상 장밋빛일수 없기에, 실패하고 쓰러지고 넘어지더라도 꿈과 열정을 잃지 말고 끝없이 도전장을 내밀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인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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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두 가지 투수가 있다고 합니다. 자신있는 공을 던지는 투수,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는 투수. 전자는 경기를 안전하게 끌고가지만, 후자는 늘 불안합니다. 그런데 큰 투수는 후자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려고 죽어라 연습해서 결국 던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소설이 말하는 주제를 '던지고 싶은 공을 던져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잘하는 일을 하지만 크게 성공하는 사람은 하고싶은 걸 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거든요. 저는 '나는 개발을 잘하는 개발자인데 소설쓰기를 좋아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개발일을 합니다. 그래야 안정적인 수입으로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며 살 수 있으니까요. 만약 제가 소설을 쓴다면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수입은 끊기고 어쩌면 건강을 잃을 수도요.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자신있는 공을 던지는 투수.
이 소설의 주인공도 잘 던지는 공만 던지는 투수입니다. 야구할 때만이 아니라 인생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한때 잘나갔던 그는 이혼당할 위기에 처해져 외롭게 삽니다. 벌이도 없습니다. 영화 시나리오를 써보려고 서울대 야구부 시절을 떠올리며 함께했던 야구부원들을 만나고 다닙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며 그당시 서울대 야구부의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딱 한 사람과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그는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길래 연락이 되지 않는 걸까요? 눈치 채셨겠지만, 그가 바로 던지고 싶은 공을 던졌던 선수였기 때문이겠지요? 그럼 그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평탄한 길을 버리고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지 후반부로 갈수록 궁금증이 더해졌습니다.
1승 1무 265패. 2011년 3월 서울대 야구부의 실제 성적이라고 합니다. 스포츠 사상 최대인 199연패를 기록한 이 야구부 사람들은 도대체 왜 야구를 한 걸까요? 공부엔 1등인 사람들이 모여 만든 야구부가 늘 지기만 합니다. 이런 야구부엔 참으로 이상한 사람들만 모여 있습니다. 화자 '나'는 자신이 그나마 가장 정상인 같이 보인다고 할 정도로요. 져도 너무 많이 져서 서울대와 한 경기는 공식기록에도 안 껴준다고 하니, 정말 왜 저 야구부를 지속시키는지 요상합니다. 하지만 한 사람은 "한 번도 질 거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한 적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늘 졌지만 다음엔 이길거라고 달려드는 이 야구부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던 것입니다. 도대체 서울대 야구부는 어떤 사람들이 모였길래 199연패나 했던 것일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 서울대는 야구 특기생을 거부했기 때문에 진짜 순수 아마추어로만 이뤄진 야구부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학리그에서도 제명됐다가 70년대 후반에서야 다시 리그에 포함됐다고 하네요. 서울대가 어떤 곳입니까. 대한민국에서 공부 제일 잘하는 1등들만 모인 곳입니다. 그들이 가장 잘하는 건 공부인데, 왜 가장 못하는 야구에 저렇게 열정을 가질 수 있었던 걸까요. 그건 꿈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인생을 야구에 많이 비유합니다. 야구는 9회말 2아웃까지도 게임 결과를알 수 없는 스포츠거든요. 축구는 경기종료 1분 남겨놓고 3점차가 나면 결과를 뒤집을 수 없지만 야구는 만루홈런 1방이면 뒤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내년이면 이제 마흔이 됩니다. 푸훗.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지만 저도 이제 불혹의 나이 마흔입니다. 제 인생을 야구에 비유하면 딱 5회초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점차 정도로 지고 있다가 4회에 5점 따라붙었다고나 할까요.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도 역전할 수 있는데 저는 아웃카운트가 무려 15개나 남아 있으니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꿈도 인생도 성공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겠지요. 어느것도요. 이재익 작가의 소설은 처음입니다. PD이면서 소설가. 소설을 읽는 내내 영화 기법을 사용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건, 저자가 PD이기에 당연할 것입니다. PD도 하고 소설도 쓰고. 우아~~~ 두 가지 직업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분이군요. 아,,, 나도 가능할까... 정말 매우 부럽군요. 이 소설 외에도 많은 소설을 썼는데요, 하나하나 마음에 드는 제목부터 골라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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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잘 하는 편도, 잘 아는 편도 아니다. 지루해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스포츠를 말하라면 축구와 야구 정도. 축구는 2002 월드컵 때 온 국민의 응원 열풍 속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다. 처음 야구를 눈여겨보게 된 계기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이었다. 그들이 야구를 즐기는 모습과 야구의 룰을 쉽게 설명해주는 것을 보며 조금씩 야구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종 예능 프로그램에 야구 선수들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참 유쾌해보였고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아직도 잘은 모르지만 야구 경기를 볼 때면 따로 응원하는 팀이 없더라도 손에 땀을 쥐곤 한다.
스포츠와 관련된 이야기는 인생과 축구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던 <아내가 결혼했다>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 책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을 읽게 되었다. 야구를 글로 접하게 된다는 생각에 설렘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또 ‘서울대’와 ‘야구부’라는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결합도 호기심을 불렀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누구보다 독하게 공부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서울대. 그곳에 야구부가 있었다. 언제나 전공 서적에만 파묻혀 지낼 것만 같은 서울대생들이 야구부라는 팀 속에서 스포츠를 즐긴다는 생각을 하니 놀라웠다. 책의 목차가 ‘1회초’부터 시작해 ‘연장전’으로 설정되어 있는 점도 재밌었다.
이 책의 주인공 김지웅 역시 서울대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공부밖에 몰랐고, 서울대를 졸업해 대기업 영화 투자 부서에서 승승장구하던 중 시련이 찾아왔다. 겸손할 줄 모르고 자만하다 사기를 당해 실업자가 되었고, 불륜을 저지르고 발각당해 이혼의 위기에도 처했다. 신나게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가 졸지에 ‘루저’로 전락해 버렸다. 좌절과 낙담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김지웅은 이삿짐 속에서 ‘박철순’의 사인이 담긴 야구공을 발견하고는 서울대 야구부를 지내던 시절, 그 과거의 추억 속으로 젖어든다. 그렇게 1회 초 야구가 시작되었다.
태성, 진태, 상화, 재민, 블루맨, 민, 희정, 그들 서울대 야구부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199패라는 경기결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승을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언제나 1등만 해오던 그들이 계속해서 지는데도 계속해서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서울대인가. 그 모습은 감탄을 불러왔다. 그 속에서 지웅 역시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때로는 현실의 안정과 이익을 좇아 우정을 잠시 등지기도 하고, 또 방황하기도 하고 갈등을 겪기도 하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도 하면서 성장해나간다. 이미 성인이 된 지 한참이 된 그들이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껴지는 바도 많았다.
당장 위기를 딛고 일어서야 했던 지웅이 선택한 길은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었다. 생계를 잇기 위해 시작했던 과거 찾기는 점점 자신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용기를 얻는 과정으로 변해갔다.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던 경기가 이제야 다 끝난 느낌이 들었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속에는 전설이라 불리는 야구 선수들의 역사와 일화도 많이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이입이 돼 울컥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정말 목숨을 바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무엇엔가 그렇게 열정을 갖고 살 수 있을까. 남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두려워 정작 하고 싶은 것을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때가 혹시라도 온다면 태성처럼 모든 인연을 끊고 사라질 용기가 내게 있을까. 감동적인 이야기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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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대한민국 야구는 일주일 사이에 전설을 둘이나 떠나보냈다. 프로야구 사에 유일하게 타격왕을 네차례나 차지한 통산타율 1위의 고 장효조 타자, 그리고 7전 4선승제의 시리즈에서 다섯 경기에 출장해 혼자 4승 1패를 기록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고 최동원 투수. 갑작스런 두 영웅의 타계 소식에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은 모두 할말을 잃었다. 특히 내가 최악의 팀을 응원하는 이유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고 최동원 선수의 죽음은.. 너무나 충격이었다. 불과 얼마 전 TV에서 너무 마른 모습을 보고 놀랐을 때, 왜 사람을 환자로 만드냐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며칠 전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고 최동원 선수의 추모경기가 열렸다. 모든 팬들이 끊임없이 응원했던 그의 등번호 11번은 그가 고인이 되고 난 다음에서야 고향팀의 영구결번이 되었다. 그리고 시즌은 계속해서 흘러갔다. 전설들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 꾸준히 발전한 프로야구는 시즌 600만 관중을 돌파했다. 나 역시도 계속해서 야구를 봤다. 그리고 평소처럼 야구에 대한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면, 고민하지 않고 집어들었다. 영웅을 기억하고, 새롭게 탄생할 영웅을 지켜보는 것. 그게 남아있는 사람들이 해야할 몫이니까.
"꿈과 열정을 잃지 않는다면 패배가 아니다." 라는 문구로 소개되고 있던 이재익 장편소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은 저자의 모교에서의 실화를 바탕으로 공부는 대한민국 1등이지만 야구는 꼴찌인 서울대 야구부를 통해 승리와 패배의 진정한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서울대 야구부의 투수였던 김지웅.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대기업의 영화제작 투자 파트에서 근무하며, 고액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사기를 당하고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된 처지에 놓였다. 막막한 상황이 된 주인공은 야구부 시절의 감독을 만난 후 용기를 얻어 자신이 진정으로 던지고 싶었던 공인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옛 부원들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가장 만나고 싶었던 부원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서울대 야구부의 전설적인 4번 타자이자 왼손잡이 포수 장태성. 지웅과 함께 배터리를 이루었던 태성이 홀연히 사라진 것. 지웅은 태성을 찾는 한편, 옛 추억을 더듬으며 자신의 시나리오를 완성해 나간다. ![]() 워낙에 야구라면 미치고 팔짝 뛸만큼 좋아하는터라.. 이 책을 집어든 것도 특별히 다른 이유가 없었다. '아이린'이라는 작품을 처음 만나면서 소설가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되었던 두시탈출 컬투쇼의 이재익 PD의 작품이라는 것도, 인터넷 서점 예스24에 2010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4개월 동안 연재되면서 많은 사랑과 숱한 화제를 몰고왔다는 사실도 나에겐 그리 큰 이유가 되지 않았다. 그저 야구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만으로 난 이 책을 무조건 읽었을 테니까. 1승 1무 265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열혈 청년들의 인생 분투기! 라는 문구로 소개되고 있는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은 그렇게 당연하게, 내 손에 들어왔다.
서울대 야구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서울대에도 야구부가 있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을거다. 내가 서울대에도 야구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안건 국민학교 시절이었다. 어떤 이유로 이게 집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울대 기숙사'라는 책이 있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대학생 시절, 그리고 막연하게나마 공부를 좀 하는 애들만 모여있을 것 같은 서울대학교라는 곳의 기숙사 생활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었던 이 책.. 다시 찾아보니 1993년에 출간된 책이다. 서울대 기숙사 학생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던 이 책에서 서울대 야구부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아마도 그때는 전패였을 거다.
창단 27년동안 단 한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이 야구부의 승리 소식은 2004년 처음 들렸다. 한국스포츠 사상 최대인 199연패를 기록하다 2004년 9월 대학 야구 추계리그에서 광주 송원대를 2대0으로 이겨 꿈에 그리던 1승을 달성한 그들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꽤나 매력적인 소재다. 하지만 공부로는 대한민국 최고라는 그들이 왜 이렇게 형편없는 성적의 야구팀을 유지하고 있는지, 현실적인 생각을 한다면 그렇지 않다. 야구가 그들의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야구를 아무리 좋아해도 그들에게 야구는 취미일 뿐, 그들의 미래가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 제목을 봤을때 떠올렸던 생각은 딱 두개였다. 그들의 영광을 이야기한다면, 1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 하나와 뜬금없이 떠오른 만화책 최고의 명장면 하나.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 국가대표였을 때였나요? 난.. 난 지금입니다!! 그러나 소설가 이재익은 그런 현실적인 생각으로 치부될지도 모르는 현실에서 존재하는 서울대 야구부에서 그들의 진정성을 포착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진심을 바탕으로 야구라는 부분이 아닌 그들이 가진 인생의 의미를, 독자가 느껴야 할 삶과 꿈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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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이야기는 그들의 꿈과 사랑에 대한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책 안에 빼곡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사기 사건에 휘말려 직장을 잃고 이혼까지 하게 된 지웅을 화자로 십수년전 그가 몸담았던 서울대 야구부원들의 1승을 향한 힘찬 발걸음이 담긴 과거의 이야기와 그 1승이 단지 승자와 패자의 나눔을 바라는게 아니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꿈을 좇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현재를 매력적으로 교차시키면서.
위에 적어놓았던 것처럼 이 작품의 가장 극적인 순간은 1승 1무 265패라는 전적에서 그들이 '1승'을 이룬 순간이 아니었다. 니들은 정말 죽도록 이기고 싶었겠지만 나는 반대였다. 나는 니들에게 지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살다 보면 질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패배하는 게 어떤 건지 가르쳐주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니들에게 지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부탁하겠다. 꼭 이기라. 라던 감독님의 당부와, 조금 의외였어. 너에게 그런 과거가 있었구나. 순수한 꿈을 좇던 시절 말이야. 라는 아내의 말을 실패했다고 떠올린 지웅이 떠올린 순간이었다.
그리고.. 돌아보면 참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포수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었으니까요. 이제 마지막 소원까지 이루어졌으니 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입니다. 내 남은 인생은 야구가 아니라 니가 첫 번째고 두 번째다. 희정아, 사랑한데이. 내하고 결혼해줄래? 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 태성 형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전광판이 담고 있는 그 순간이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구기종목 가운데 공이 아닌 사람이 들어와야 점수가 인정되는 유일한 스포츠 야구. 그 야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스포츠의 드라마와 꿈을 쫓는 인생의 열정과, 두근거리는 사랑의 감동을 한데 담아내고 있던.. 즐겁고 유쾌한 작품이었다. 단 한 번도 질 거라고 생각하며 연습한 적은 없었으니까. 항상 믿었으니까. 적어도, 믿으려고 애썼으니까. 이번에는 꼭 이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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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야구 열기가 정말 대단하다. 아무리 프로스포츠라고는 하지만 이 코딱지 만한 나라에 한 시즌 600만이 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다는거.. 놀라운 일이다. 이 책은 야구를 좋아하게 된지 얼마 안된 분들에게, 30년이란 프로야구 역사를 보여주기에도 충분했다. 특히.. 얼마전 고인이 되신 고 최동원 선수의 이야기는, 알고서 읽어도 뭉클했다. 고인의 빈소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영웅의 웃는 얼굴이 다시 머리에 떠오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있었기에 앞으로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ps 2. 포스트를 완성해두고 블로그에 올리기까지 이틀이란 시간이 걸렸는데, 그 사이에 올 가을야구가 결론이 났다. 어느 팀에게는 화려한 가을잔치가 기다리고 있고, 또 어느 팀에게는 가을잔치를 TV로 즐겨야 하는 아쉬움이 남았을테지.. 불과 한달도 남지 않은 일정, 재미있는 경기가 만들어지길 바라며.. 물론.. 내가 응원하는 팀이 우승한다면 더 즐거울테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