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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마북스의 예술과 생활 시리즈의 5번째 책 <마법, 예술을 탐하다>를 손에 들었다. 마법(초자연적 능력을 발휘하는 술법)이나 신화, 종교적 예술에 등장하는 괴기한 동물, 귀신, 연금술, 샤먼 등 인간의 상상력이 결부된 의식이나 행위가 어떻게 예술적 활동으로 연결되어 표현되는지를 관조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사실, 성장하면서 마법이나 영혼계에 빠져들지 않았던 사람 있으랴! '나는 종교적 신심이 깊기에 그런데 관심없어!' 하는 분들은 해리포터 시리즈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 영화 한편 안 봤거나, 어릴 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일러문, 이누야사 한번 안보고 자란 특이가정 출신일 듯 하다.어쨌거나 마법과 환상은 인간의 창조적, 문학적 상상력과 결부되어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과거 종교와 도덕의 구속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던 형이상학적 상상과는 달리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원하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 내가 곧 신이고 세상과 만물을 지배하는 주인이며 상상 속의 생물체와 기이한 종족을 만들어내고 속세와 다른 질서, 제도, 신앙 및 세계관을 창조해 낸다(19쪽)." 는 말처럼 각종 공상과학영화,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 등의 사이버게임 등을 보면 전통적인 형이상학이 오늘날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하여 걷잡을 수 없는 기세로 영향력을 더해가고 있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오늘 날 많은 이들이 이러한 마법 등의 환타지, 괴기·괴담·괴수 등의 기묘함, 귀신·유령 등의 혼령계, 점쟁이·무당등의 샤먼 등등 현실이 아닌 다른 공간이나 존재에 열광 내지는 즐기는 이유는 무얼까? 이런 문제에 부딪히면 가장 먼저 칼 융이 생각나고 그 다음 바슐라르가 떠오른다. 칼 융은 우리들이 조상들로 부터 물려받은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런 공유된 기억들은 보편적인 인식관념과 행동양식의 원형(archetype)을 만들어내고, 이 원형의 이미지를 어떻게 담아내느냐에 따라 신화가 되고 괴수가 되고 환타지가 될 것이다. 우리가 직접 지각하거나 표현하기 어려운 어떤 심리 상태(융은 이를 싸이코이드psychoid라 지칭)가 원형 즉, 본능의 형태를 띄면서 우리의 의식에서 누미노제(Numinose 神聖)로 받아들이는게 아닌가 한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같은 소설이나 영화에 심취함도 이 같은 이미지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융 자신이 그노시즘(Gnosticism, 기독인은 일부러 찾아보지 말 것. 이러면 오히려 찾아본다죠?)에 상당히 관심을 보였다고 하니 그의 철학 근저를 쪼끔은 이해할 만 하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상상력 이론도 이런 현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상상력에 대한 비판을 위해 '불의 정신분석'을 집필하다가 상상력의 지지자로 바뀐 이분의 사상에 의하면, 이미지와 상상력 같은 주관적 가치가 인간 정신활동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융이나 프로이드가 인간의 무의식적인 면을 중시한다면 바슐라르는 깨어있는 의식으로서의 몽상을 중시한다. 그는 인간의 상상 활동 과정 중 `상상하는 주체의 의식'이라는 문제에 중요성을 부여하여 이미지를 상상력 활동의 최종 결과물로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바슐라르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예술의 한계 뿐만아니라 전통적 관념의 한계를 뛰어넘는 매튜바니, 예술의 원시적 정신과 인간성의 신비적 본질로 돌아가는 '샤먼'시리즈의 창신, 요정과 괴상한 생물체가 출몰하는 환상의 세계를 분해하고 구성하는 리윈핑 등 상상력이 이미지를 어떻게 변형할 수 있는지와 그 울림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 ![]() ![]() ![]() 이 책의 특징은 아무래도 볼거리가 너무나 풍부하다는 걸 들어야겠다. "인간이 이룰 수없는 희망과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판타지(57쪽)"인 마법의 영역이나, 산해경(山海經)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중국의 신화와 괴상한 동물, 귀신잡는 종규이야기나 치명적 유혹의 노래를 부르는 세이렌, 일본스럽기 짝이없는 환수 幻獸, 변화무쌍하고 몽환적인 그림을 그린 보슈, 여러 중국 예술가의 작품과 평론 등등 평소에 알고 있는 것 보다는 모르는 분야의 흥미로운 사진과 그림들로 가득 차 있다. 엮은이의 '책을 펴내며'를 읽어보면 예술이란 것이 예술가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가장 일상적이고 평범한 생활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시키고자 한다. 모든 것이 인간의 원형과 상상력에 의한 다양한 결과물이라 생각해 본다면, 이런 책도 예술의 생활화와 영혼 단련에 좋은 방법이 되긴 하겠다. 하지만 이미지들이 아주 흥미롭기는 하나, 내용 면에서는 중국인의 시각으로 풀어낸 정서가 얼른 와닿지는 않는다. 몇가지 주제를 옴니버스형으로 편집하였는지라 내 자신의 이해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분야도 있다. 특히 중국화가들의 초현실주의풍 그림은 좋은 평에도 불구하고 혐오스럽기만 하다. 이런저런 어색함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안목의 지평을 넓히는 책인 것은 분명한 듯 하다(융과 바슐라르를 들먹거린 것도 나름 이해를 시도한 노력이라고 변명해 본다). 정말 '시간을 두고 찬찬히 읽어보면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만을 가진 채 이 책에 대한 판단을 일단 유보하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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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넘기기도 하고, 예술을 꿈꾸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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