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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책과 예술의 경계에 서다. (책, 예술을 넘기다)
"책과 예술의 경계에 서다. (책, 예술을 넘기다)" 내용보기
외규장각 의궤가 145년 만에 고국으로 귀환하였다고 떠들썩 환영 분위기이다. 1866년 강화도를 점령한 프랑스 해군은 왕실 관련 귀중품과 책 6000여권 중 340책 도서를 가져갔는데, 그들은 왜 책, 의궤를 집중적으로 가져갔을까? 오늘 신문을 보니 "의궤 대다수는 어람용(御覽用)이어서 표지와 종이 질, 장정이 훌륭해 한문은 몰라도 그려진 그림을 보고 가치를 알았을 것(이태진 국사편
"책과 예술의 경계에 서다. (책, 예술을 넘기다)" 내용보기

외규장각 의궤가 145년 만에 고국으로 귀환하였다고 떠들썩 환영 분위기이다. 1866년 강화도를 점령한 프랑스 해군은 왕실 관련 귀중품과 책 6000여권 중 340책 도서를 가져갔는데, 그들은 왜 책, 의궤를 집중적으로 가져갔을까? 오늘 신문을 보니 "의궤 대다수는 어람용(御覽用)이어서 표지와 종이 질, 장정이 훌륭해 한문은 몰라도 그려진 그림을 보고 가치를 알았을 것(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이라고 했다. 인터넷 시대에 책의 의미는 점점 퇴색되고 있지만, 그래도 책은 한 나라 사상과 문화 전승의 집성체이며 그 시대의 영혼 임을 이번 일로 새삼 깨닫는다. 일제 침략 이후 사그러들었던 민족의 혼이 살아나 오늘날 지금의 번영에 이른 원동력도 문헌을 통하여 우리 정신의 뿌리를 이어온 선조들의 책 사랑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 본다.  


시그마북스의 예술과 생활 시리즈 6번째 <책, 예술을 넘기다>의 앞 표지에는 베이던 Weyden의 책읽는 마리아 막달레나를 배경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것은 책과 지식뿐만이 아니다. 더 아름다운 것들이……"란 글귀가 눈에 띈다. 처음에는 별스럽지 않게 생각했는데 의궤 등의 뉴스와 맞물리면서 책을 덮고서도 생략된 그 의미가 무언지 한참을 더듬어본다. 이 책의 첫 글 <청나라 무영전 판각본>은 중국 역대 서적 판본 가운데 가장 고급스러우며 가장 정교한 궁정선본(宮廷善本)에 대한 글인데, 무영전에서 발간한 서책들의 뛰어난 미적 감각을 보면서 우리의 의궤와 이미지가 겹쳐진다.
또한 <가죽나무 아래에서 책을 논하다>편을 보면 '책을 아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독서 수량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안다는 것일 수 있지만, '책을 사랑하는 자'들은 책의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한다(56쪽). 이 책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 책과 독서가 어떻게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지 다각적 시선으로 조명하고 있다. 엮은이가 중국예술연구원 창작연구센터에 근무하고 있느니만큼 그 내용은 중국고서, 판각본, 화첩, 판화, 화전, 장서표, 표지, 책 읽기의 자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책의 장정과 북디자인, 책과 독서를 소재로 한 현대미술 등 책과 관련한 참으로 많은 볼거리가 눈을 즐겁게 한다.


중국 특유의 문화적 입장에서 쓴 책인지라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양장본의 품격을 이야기 하는 부분과, <책 읽기의 열두 가지 자세>는 그 창의적 발상과 분석에 크게 흥미가 일었다. 독서의 상황을 반영하는 예술작품, 특히 그림 속에 등장하는 책을 통하여 그 시대를 간접체험하고 책의 내용을 추측함으로써 그림들의 의미와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게 한다. 폼페이 벽화, 베이던의 책읽는 마리아 막달레나, 진홍수의 기문공상, 안토넬로 다메시나의 서재의 성 예로니모, 브론치노의 로라 배티페리, 부셰의 퐁파두르 부인, 작자미상의 연침이정, 반 고흐의 아를의 여인 마담 지누,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책읽는 소녀, 오브리 비어즐리의 어린이들의 책, 조르조 데 키리코의 어린아이의 머리, 발튀스의 책읽는 카티아 등등 그들의 손에 들린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읽어내는 저자의 지적 탐구가 제법 재미있게 읽혀진다. 이 외에도 한글의 우수성을 인식하게 되는 번체자와 간체자의 이야기(111쪽), 책과 관련한 여러 인터뷰, 빵상 아줌마를 떠올린 쉬빙의 책, 환상적 도서관을 보여주는 공공장소에서의 독서,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주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상을 받은 서적, 옛날 예쁜 편지지라고 할 수 있는 화전(花箋), 서적의 소유를 명시하기 위해 책이 붙이는 장서표(藏書票)도 매우 관심있는 읽을꺼리였다.





 

책의 다양한 면을 다룬 책이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책들이 여러 있다. 제일 먼저 떠올린 책은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과 '조선 최고의 명저들', '책이 되어버린 남자' 등등이다. <책, 예술을 넘기다>의 원제는 <熱讀的姿勢>인데, 이광주 선생이 그의 저서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에서 인용한 말라르메의 시 한귀절 "결국 세계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에 이르기 위해 만들어졌다(23쪽)."는 말과 참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이 되어버릴 정도로 수불석권(手不釋卷)의 독서를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얼까? 아직 이런 깨달음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안철수 교수의 말로 대신하면, "첫 번째 의미는 책을 읽음으로써 이미 알고 있던 것이라 해도 다시 한번 스스로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고, 두번째 의미는 내가 모르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고 얼핏 느끼고 있다. 학창시절 독서를 강조하신 은사께서 항상 인용하신 앙드레 지드의 말에 의하면 "나는 한권의 책을 책꽂이에서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 놓았다. 그러나 이미 나는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책은 우리의 영혼에 투영되어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강력한 힘이며 멘토이자 희망의 나침반이 되기에 책을 사랑하며 느끼는 경지에 까지 이르는게 아니겠는가...


이왕 책으로 얻을 수 있는 걸 꺼냈으니 하고픈 말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책 읽을 때 뿐이라는 분에게 격몽요결 독서장(讀書章) 한 귀절를 공유하고 싶다. 율곡은 "무릇 책을 읽는 사람은 단정하고 바르게 앉아서 존중하는 마음으로 책을 대하여 뜻한 바 이루기 위해 마음을 오로지 하고, 깊이 생각하고 두루 살펴 그 뜻을 깊이 헤아리고, 매 구절마다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봐야 한다. 만약 입으로만 읽고 마음으로 깨닫지 못해 실행하지 않는다면,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 일 것이니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라며 실천적 시각에서 책읽기를 이해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주자 朱子의 "배우는 사람은 들은 것이 있으면 모름지기 바로 행해야 한다. 만약 한 권의 책을 얻으면 모름지기 곧바로 읽고, 곧바로 생각하고, 곧바로 행해야 한다."는  말씀과 일치한다. 무릇 실천이 책읽기의 근본인 것이다. (이렇게 적는 내 자신도 부끄럽기만 하다)
어쨌거나... 예술 속에 반영된 책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취를 따라가면서  "사람은 누구나 예술 속에서 살아간다!"는 걸 라고 자각하게 해 준 책이다. 중국 중심의 내용은 여전히 와닿지 않지만, 책를 통하여 시대를 엿보는 다양한 볼거리가 이런 불평을 덮고도 남는다. 이 시리즈는 아마도 이런 특징(그림을 텍스트에 절묘하게 사용한)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오타 : 106쪽 중국의 무화문명 ==> 문화혁명 아닐까?



리뷰 총점 종이책
한 권의 책에는 예술이 담겨 있다.
"한 권의 책에는 예술이 담겨 있다." 내용보기
시스마북스에서 펴낸 "예술과 생활"시리즈인 <몸, 예술로 말하다>, <집, 예술에 머물다>, <맛, 예술로 버무리다>에 이어서 <비행, 예술을 꿈꾸다>, <마법, 예술을 탐하다>그리고 <책, 예술을 넘기다>가 나왔다. 이 6 권의 "에술과 생활"시리즈 중에 내가 가장 먼저 손에 잡은 책은 <책, 예술을 넘기다>이다.내가 책을 사랑하고 책과 함께 살다보니, '책과 예술을 어떻게
"한 권의 책에는 예술이 담겨 있다." 내용보기

시스마북스에서 펴낸 "예술과 생활"시리즈인
<몸, 예술로 말하다>, <집, 예술에 머물다>, <맛, 예술로 버무리다>에 이어서
<비행, 예술을 꿈꾸다>, <마법, 예술을 탐하다>그리고 <책, 예술을 넘기다>가 나왔다.


이 6 권의 "에술과 생활"시리즈 중에 내가 가장 먼저 손에 잡은 책은 <책, 예술을 넘기다>이다.
내가 책을 사랑하고 책과 함께 살다보니, '책과 예술을 어떻게 풀어 나갔을까'하는 것에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예술과 생활" 시리즈들은  책의 주제와 관련된 글들을 '쉬레이'가 편저한 것이다.
편저자인 '쉬레이' 예술가이자 인문학자이다. 그래서 "그의 글들은 치밀하고 섬세한 철학과 우아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며, 현대 예술계에 새로운 인문주의적 가치를 선보이는 것이다. "(책 속 표지 저자 소개의 글 중에서 발췌)
또한, 저자는 '책을 펴내며'를 통해서 "이 책 속에 소개된 작품은 독자들에게 영혼의 만남과 소통을 경험하게 해 준다. 이런 경험을 통해 삶에 대한 성찰과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책을 펴내며의 내용 중)라고 적고 있다.
이런 사전 지식을 가지고 접하게 된 <책, 예술을 넘기다>는 이제까지 내가 알지 못했거나, 미처 생각하지도 않았거나, 그냥 지나쳐 버렸던 책에 대한 모든 것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물론, 책과 예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동안 우리들은 책 속에서 책을 많이 만나왔다. 어떤 주제에 따른 리뷰 형식으로도 만나왔고, 여행을 떠난 곳에서 그곳을 무대로 한 책을 소개하고, 그 감동을 전하기도 했고, 예술의 바탕인 된 책을 만나기도 했고....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책 속에서 책을 만났다.
그런데, 그것들은 "책을 아는 것의 진정한 의미인 책의 내용을 짚어 주는 형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책은 그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명확하게 말해 주는 것이다.

언젠가  고대의 성서들의 모습과 보관함 등을 보여 주던 내용을 읽을 적이 있다. 요즘의 책과는 많이 다른 작은 책 속에 성화와 함께 책표지에는 은박과 금박이 박히기도 하고, 또 그 책을 잘  짠 책 보관함에 간직해 두는 그런책들을 책 속에서 만난 적이 있다.
이렇게 책은 시대적으로 아주 화려하고 고급스럽고 판각이 정교하기도 했던 것이다. 바로 청나라 때 무영전에서 인쇄한 서적들에서도 이런 책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서상기>의  책 속 삽화들은 채색 판화 작품들인데, 삽화의 해석을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으며, 그것은 중국의 전통 회화를 엿 볼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쓰니, 도대체 <책, 예술을 넘기다>가 어떤 책인가 궁금해 질 것이다.
위에 적은 것처럼 이 책은 책의 내용이 아닌, 책의 모든 것을 예술적으로 풀어 주는 것이다.
책의 페이지 수, 책의 크기, 책 속의 글자, 그림, 책 표지, 장정 까지도 이 책에서 다루어 주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도 소장하고 있는 오래된 책들을 펼쳐 보면 글자체의 낯설음, 글자체의 크기의 작음, 책표지의 진부함 등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근래의 책들은 도서 인쇄에서도 '거품'이 유행을 하고 있어서, 판면을 최대한 줄이기도 하고, 줄 간격을 최대한 늘리기도 하면서 페이지 수는 많으나 글자 수는 적게 만들 기도 하는  책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책 에 삽화가 많이 들어가고 있는 추세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책 표지의 디자인들이 세련되어 가고 있는 것도 느꼈을 것이다.
"도서의 아름다움은 가장 우선적으로 그 내용에 달렸지만, 책의 모양 또한 중요하다.
책의 외적인 면이 너무 엉망이라면 그 책을 읽고 싶은 욕구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좋은 장정, 좋은 디자인이란 독서에 도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 (p76)
쉬레이가 쓴
"책 읽기의 열 두 가지 자세"는 그림 속의 책, 독서를 통해서 책(독서)를 말한다.
부셰의 <퐁파두르 부인>의 "책은 '품위'를 나타내는 소품이자 사치를 대표하는 꽃단당,로코코 시대를 조각하는 깃발에 불과했"음을...

그리고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책읽는 소녀>에서 책은 "책과 가구와 복장처럼 사회적 지위를 자랑하는 상징이기도 했"(p98)음을....

그밖에도 책을 창작의 주제로 삼아 화폭에, 사진 속에, 조각 속에 담아 냈던 작품 들을 통해 책을 말한다.
중국의 현대 미술가로 책을 주제로 창작 활동를 했던 쉬빙 경우는
"쉬빙에게 책은 자신만의 특별한 생활 경험이자 책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들의 이면에는 본질적인 개념과 문화적 의의가 숨겨져 있다. " (p147)


우리들은 그동안 "예술"이라고 하면  문화의 한 분야로 고상하고 고급스러워서 우리의 실생활과는 동떨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져 보았고, 때론 예술을 접하기 위해서는 전시회나, 공연 등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으나, "예술"은 우리가 읽는 책 속에서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책표지, 책 속의 삽화, 장정, 도서관에 책들을 꽂아 놓은 모습들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나는 오늘도 책을 통해서 예술을 넘기고 있다.
      그래서 하루가 행복하다. ♡



n******5 2011.03.23. 신고 공감 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책과 예술의 밀접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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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생활’이라는 빨간 시리즈를 기획해서 엮은 중국 사람 쉬레이에 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치밀하고 섬세한 철학과 우아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으며 현대 예술계에 새로운 인문주의적 가치를 선보인 예술가이자 인문학자”라는 소개글에 먼저 마음이 이끌렸다. 인문적인 깊이를 더한 예술서라면 한번 믿고 읽어봐도 속된 말로 밑지는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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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생활’이라는 빨간 시리즈를 기획해서 엮은 중국 사람 쉬레이에 관해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치밀하고 섬세한 철학과 우아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으며 현대 예술계에 새로운 인문주의적 가치를 선보인 예술가이자 인문학자”라는 소개글에 먼저 마음이 이끌렸다. 인문적인 깊이를 더한 예술서라면 한번 믿고 읽어봐도 속된 말로 밑지는 장사는 아니니까. 게다가 ‘책, 예술을 넘기다’라는 멋진 제목으로 ‘책’과 ‘예술’이라는 먹음직스러운 밑밥을 두 개나 한꺼번에 던져두었으니 어찌 기웃거리지 않을 수 있을까?

사실 ‘여자가 책을 지나치게 많이 읽을 때 생기는 위험에 관해서’라는 제목이 달린 엘케 하이덴라이히의 짧은 글이 반짝이는 외에는 대단히 흥미로운 주제에 비해 아쉽기 그지없었던 슈테판 볼만의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에 대한 보상 심리도 있었다. 책 읽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담은 그림 이야기에서는 아름다운 도판들로 사로잡았지만, 책과 여자가 얽힌 위험한 독서사 내지는 책 때문에 위험에 처하고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불굴의 여자나 여자가 책을 읽어 위험에 빠진 가련한 남자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여자의 독서사와 미술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있기를 바랐던 책에서 그림만 남은 것은 작가의 인문적인 깊이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쉬레이가 엮고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떤 정보도 제공되지 않은) 여러 중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책, 예술을 넘기다』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책’을 주제로 한 예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책 자체를 예술로 바라보고 책의 모든 것을 조명하면서 책이 예술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다. 이쯤에서 ‘책은 예술이다’라는 명제에 나는 과연 동의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책 안에 무엇이 담기느냐에 따라 예술이 될 수도 있고 쥐뿔도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 안에 예술이 담겨 있으면 그 책은 예술이지만, 책 안에 똥 덩어리가 담겨 있으면 그 책은 쓰레기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니까 정작 예술은 책의 내용이고 책은 그 예술을 담는 최고의 그릇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책, 예술을 넘기다』는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것을 담는 책의 외형도 예술이어야 책은 진정한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못하겠다.

책의 외형까지 예술을 위한 예술로 거듭나는 순간, 책의 내용도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하도록 그 책이 얼마나 불편해지는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를 콕 집어내기는 그렇지만,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특별판의 경우 여러 디자인 분야의 최고 디자이너들에게 책의 장정을 의뢰하여 그들이 영감을 받은 대로 어떤 제한도 없이 마음껏 자신의 예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하여 뒹굴뒹굴 마음 내키는 대로 읽기에는 더없이 불편하지만 한 권씩 따로 떼어놓아 보기에는 좋은 책이 탄생했다. 온갖 실험 정신을 제약 없이 발휘한 만큼 제작 비용은 높아졌을 테고, 그 비용은 그대로 책의 가격에 반영되어 독자의 부담으로 남았다. 그 터무니없이 비싸진 책에 밑줄을 긋고 책장의 모서리도 접으며 메모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커피를 마시면서 그 책을 읽다가 얼룩이라도 남으면 큰일이다. 책의 크기도 제각각이라 책장에 꽂아 넣기도 곤란하다. 신줏단지 모시듯 해야 하니 출판사에서 이번에는 예술성을 전혀 발휘하지 않고 제작한 어설픈 박스 그대로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

책은 읽어야 그 존재 가치가 가장 빛난다. 책의 내용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의 외형을 감상하는 데 그칠 요량이라면 서점에서 책을 살 게 아니라 갤러리에서 책을 주제로 새롭게 창조한 작품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책의 외형은 책의 내용이 가장 돋보일 수 있도록 도와주어 독자의 마음이 책의 내용에까지 가닿을 수 있다면 그로써 충분하다. 책은 예술을 가장 적절하게 담을 수 있는 실용적인 그릇일 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까?

중국은 종이와 인쇄의 역사가 유구한 만큼 『책, 예술을 넘기다』에는 중국의 책 이야기가 많아서 다소 낯설었지만 흥미로운 꼭지들도 있었다. 「청나라 무영전 판각본」을 읽으면서는 판본을 가리키는 이름들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하여 끊임없이 헷갈렸는데, 황제가 오늘날 출판사의 편집장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책을 발행할지에 대한 최종 결정부터 책의 중요도에 따라 황제가 직접 제목을 정하고 서문이나 발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발행이 결정된 책의 초본을 만들어 황제의 심사를 받아야 했고, 그 후 황제의 명령대로 수정해야 했다. 게다가 황제는 인쇄 부수뿐만 아니라 본문에 쓰일 종이, 표지와 덮개, 면지로 쓰일 비단의 색깔, 책을 묶을 실의 종류, 활자체 등 책을 만드는 데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관여했다. 지금처럼 책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는 시대였으니 책을 한 권 만드는 공력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고작 책 한 권으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만큼 책이 귀하게 대접받은 것이다.

「빛을 발하는 화전」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화전(花箋)은 옛 선비와 묵객 들이 시나 편지를 썼던 아름다운 종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종이에 꽃이나 나비 같은 그림을 그려서 비망록이나 편지지처럼 팔았던 것이다. 다양한 그림들이 다채롭게 그려진 종이들 중에서 자기 마음에 드는 종이를 골라 사랑하는 연인에게 연서를 보냈다고 상상하니까, 어두운 밤 어슴푸레한 촛불 아래 남몰래 그 종이를 마주했을 이의 설렘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현재 화전은 실용적인 기능을 거의 잃고 순수한 심미의 대상인 화첩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그 외에 동서양의 장서표와 일본 북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에 관한 이야기, 고개를 갸웃거리긴 했지만 책의 장정과 디자인에 까다로웠던 루쉰의 안목 부분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책의 만듦새에 대한 고민은 중국도 똑같구나 새삼 깨달았다.

z***e 2011.03.30. 신고 공감 1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