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설은 현상학의 창시자라는 철학사적 위치를 차지하는 한편으로, 기구한 시대를 살다간 한 인간의 면모로서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이 책은 어두운 시대배경을 바탕으로 말년에 겪었을 그의 고통과 시대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옅볼 수 있는 그의 최고 저작 가운데 하나이다. 그의 아끼는 제자 대부분이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는가 하면, 또 한 사람의 애제자였던 하이데거마저 나치의 권력에 힘입어 그를 외면하고 비참한 말년을 맞는데 동조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노철학자는 그런 사사로운 감정조차 온통 철학함에만 쏟아부음으로써 진정한 비판적 사유로서의 철학을 정립하고자 혼신을 다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비판의식이 절정에 달해 나타난 것이 바로 말년의 이 책,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은 그의 현상학적 논의의 결정판이라 할 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는 가치 뿐 아니라 서문에서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놓지 않고 끊임없이 제기하는 물음, 즉 '위기'라고 하는 시대적 학문적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더욱 큰 의의를 갖는다 하겠다. 그의 현상학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서 읽는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하더라도, 인문학의 '위기'가 다시 한번 울려퍼지고 있는 지금의 학문적 현실에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에 공감하며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디테일한 하나하나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노철학자의 진지함과 치열한 고민 속에 저절로 고개숙여지는 책이다.유럽학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