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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우아한 추리소설 (회귀천 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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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아한 추리소설은 정말 처음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X의 헌신'이 심장이 오그라드는 격정과 기막힌 반전, 섬세한 인물묘사와 아름다운 사랑으로 추리소설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 되었지만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쟝르문학의 특징이 주로 미스테리한 살인과 그 해결과정을 다루다 보니 다소 서정성(抒情性)에는 취약한 면이 있음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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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아한 추리소설은 정말 처음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X의 헌신'이 심장이 오그라드는 격정과 기막힌 반전, 섬세한 인물묘사와 아름다운 사랑으로 추리소설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 되었지만 흠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쟝르문학의 특징이 주로 미스테리한 살인과 그 해결과정을 다루다 보니 다소 서정성(抒情性)에는 취약한 면이 있음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렌조 미키히코의 이 <회귀천 정사 り川心中는 참으로 격을 달리하는 추리소설이다. 비록 섬찟한 살인의 기록은 없을지라도 전반에 흐르는 잔잔한 색채감과 죽음 자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우아함에 나도모르게 그만 탄성을 자아낸다. "일본 미스테리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우아한 명화"라는 표현이 참으로 적절하다 하겠다.

이 책은 핵심이 '살인의 해석'인지 그림자처럼 죽음의 미학을 품고있는 '꽃'인지 모를 정도로, 꽃은 죽음의 메시지이기도 하고 트릭이기도 하며 복선과 암시로 사건을 감싸안는 모티브가 된다. 이 책에는 다섯 편의 단편(등나무 향기, 도라지꽃 피는 집, 오동나무 관(棺), 흰 연꽃 사찰, 회귀천 정사)이 실려있는데, 이는 '화장(花葬 : 꽃으로 장사 지내다.)시리즈' 라고 불리는 연작의 일부라고 한다.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살인사건에 한송이 피어있는 꽃을 이입시켰을까? 꽃의 연약한 듯하면서도 질긴 생명력 속에 인간의 나약함과 욕망의 원죄를 청초한 아름다움으로 씻어내려한 것은 아닐까? 그리하여 죽음 그 자체에 얽힐 수 밖에 없는 인간성을 연민으로 받아들이게 하고자하는 것은 아닐까? 책을 읽는 동안 잠깐씩 스치는 이런 저런 의문은 작가가 직접 <화장 시리즈에 대하여> 썼다고 하는 글에서 그 실마리를 집어낸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꽃입니다."
지지 않고 남은 꽃, 피기 전에 버려진 꽃, 진흙탕 속에서 짓이겨진 꽃, 피로 그린 꽃, 사람 피부에 스며든 먹물 빛의 꽃……. 그리고 쓰고 싶었던 세계는 탐정물이므로 트릭으로서의 꽃, 복선에 사용된 꽃, 죽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꽃, 흉기가 된 꽃…….
……선택한 꽃들은 지금은 잊힌, 조금은 시대착오적인 것들뿐입니다. 배경도 제가 태어나기 전인 상상 속에서만 아는 시대뿐입니다.
글자로만 배운 역사라는 어두운 세계에 한 포기 또는 한 송이 피어 있는 꽃들을 각각의 살인 사건을 빌어 흩뜨리려고 합니다.(책 뒷표지 및 365쪽)...

점층적 추리로 죽음에 접근. 작가가 살인의 동기에 다가가거나 범인을 추적해가는 방법이 마치 높은 산을 올라가는 듯하다. 하늘과 맞닿은 고개를 올라가면 마치 새로운 고개가 또 있는 것 처럼 이것인가 싶으면 다시 새로운 의문과 반전이 나타나고, 이제 실체에 접근하는가 싶으면 여지없이 또다른 의심을 풀어 유추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얼개가 유연하기 짝이 없다. 죽음이 주요 소재가 되기에 약간 하드보일드한 느낌을 유지하는 추리장르에서 달빛처럼 은은히 그 죽임과 죽음을 받아들여지는 소설이라면, 본격이니 사회파니 하는 추리계보와는 또다른 품격으로 새로운 매니아층이 형성될 것 같다. 살인과 죽음에 대한 원초적 공포와 갈증을 한송이 꽃잎으로 은밀스럽게 감추어버리는 매력을 발견한다면 이 작가의 추리는 참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사람의 목숨이, 그 한송이 꽃을 묻기 위한 의식이라면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뒷모습으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스치는 것이라면, 대필가와 오누이가 말 없는 뒷모습으로 저승의 어둠 속으로 가져가려 했던 그 진상을 저 역시 뒷모습으로 배웅하고 싶습니다. (등나무향기 마지막부분...54쪽)

홍등가 등에 흔들리며 한송이 등나무 꽃 그림자가 하얀 등불처럼 흔들리는 「등나무 향기」.
흰색 도라지꽃을 꼭 쥔 채 유곽(사창가) 근처에서 발견된 시체. 그 꽃이 사내의 눈에는 현실이라기보다 환상으로 보였을 것이고, 유곽의 소녀에겐 유일한 희망이었으리라. "그늘 속의 꽃은 한 장 남은 꽃잎만은 더렵혀지지 않았네. 새하얀색 그대로 남자의 마음에 남긴 채, 단 며칠도 안 되는 짧은 생을 마감한 거야."라며 절망의 바닥에서 사랑으로 타오르는 「도라지꽃 피는 집」.
기녀의 몸 위에 뿌려진 보라빛 오동나무꽃잎은 점점히 파란 멍자국처럼 남는다. 인간의 감성이 얼마나 섬세하며 나약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혈흔같은 파란 멍은 맺어지지 못해 슬픈 사랑은 오동나무 꽃 향기로 남는 것일까?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화장을 하면서 시체를 위해 관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관을 위해 시체가 불타는 「오동나무 관(棺)」참 대단한 작품이다.
끝까지 읽기전에는 섣부른 결론을 내릴수 없는 「흰 연꽃 사찰」. 어머니가 죽인 남자는 누구일까? 기억 저편에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읽은 후 다시 한번 더 읽으면 보이지 않던 암시가 눈에 들어온다. 아하~ 그랬구나... 기억의 늪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 여자의 죽음이 계절로 기억되는 이유는 한 장의 벚꽃잎과 흐드러진 수련꽃 때문이다. 비참한 죽음이 아름다운 꽃의 형태로 각인된 어머니가 수련꽃을 땅속에 파묻은 또 하나의 의미는 무얼까? 읽을수록 그 어머니의 행위가 밉지도 않고, 마치 일본의 상징처럼 붉고도 하얀 색조가 잔잔하게 여운을 준다. 다섯 단편 중 회귀천 정사보다 이 작품이 더 마음에 든다.
「회귀천 정사」! 아마도 일본인에게는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들었으리라. 일본 근대가 낳은 천재가인(歌人) 소노다의 두번에 걸친 정사(情事) 미수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면서, 그가 남긴 두권의 가집(정가, 소생)에 실린 시구가 숨기고 있는 진실의 그림자를 추적해 나간다. "희미한 불꽃에 비친 강물은, 여러 겹으로 겹쳐진 상복 소맷자락을 질질 끌고 가듯 작은 물결을 일으키며 수면 위를 기어갔다. 그 저편으로 꽃창포가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밤은 그 부분만을 흰색과 보라색 두 가지 색으로 물들였다. 밤바람에 잎이 흔들리는 가운데 꽃의 색깔만이 미동도 않고 멈추어 있었다(304쪽)." 죽음에서 살아난 소노다가 여관에서 눈을 떳을 때 시들어있던 꽃창포가 활짝 피기 시작한다... 강물에 흘러가는 창포꽃에서 죽어간 여인들의 생명이, 소노다와 하룻밤 정을 나눈 홍등가 여인들의 생명이, 아름다운 꽃의 색깔로 구원의 어둠 속에 떠 있기를 기도하는 그 처절한 허무를 찬미하지 않을 수 없다. 감각적 시구가 보여주는 풍경의 숨은 의미는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으로 몰입하게하며, 밤바다에 흐르는 서정적 향기와 대담하면서도 세련된 트릭에 취하노라면 이 작품이 문학적으로 가장 뛰어난 소설임을 인정하게 된다. 
 
일본의 추리문학이 대단하다는건 알지만 서정적인 추리도 가능하다는걸 느낀 책이었다. 꽃을 소재로 한 8편의 '화장(花葬) 시리즈' 단편은 그 하나하나가 꽃의 색감이 주는 시각적, 후각적 은은함을 사건 전반에 흐르게 함으로써 잔잔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도록 짜여있다. 죽음과 죽임에 그려있는 두려움과 원죄를 꽃잎처럼 감쌌다가 흩트림으로써 인간의 연약함을 자연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플롯이 큰 매력으로 다가선다. 이 중 '회귀천 정사'는 제3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았다고 한다. 긴박감 도는 스릴러나 전율이 흐르는 서스펜스는 없지만 독백하듯이 풀어내는 인간의 내면과 죽음의 그림자가 상당히 아름답게 자리잡는다. 특A급 추리는 아니더라도 확실히 읽어볼만한 책이다.


☆ 교정봐야 할 곳.
10쪽 : 불씨처럼처럼 --> 처럼 중복
143쪽 : 큰 그림자가의 --> 큰 그림자가
320쪽 : 벗어나자마나 --> 나자마자

리뷰 총점 종이책
얼마나 사랑했기에 함께 죽으려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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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렌조 미키히코 <회귀천 정사> 젊은 남녀가 동반자살을 했다. 그럴경우 십중팔구는 사랑하는 남녀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해서 함께 자살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요즘에는 자살관련사이트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것이 없던 과거라면 젊은 남녀의 동반자살은 '정사(情死)'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서로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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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렌조 미키히코 <회귀천 정사>


젊은 남녀가 동반자살을 했다. 그럴경우 십중팔구는 사랑하는 남녀가 그 뜻을 이루지 못해서 함께 자살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요즘에는 자살관련사이트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것이 없던 과거라면 젊은 남녀의 동반자살은 '정사(情死)'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서로에 대한 애정이다. 현실에서는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그 사랑을 이룰 방법이 없고 그렇다고 서로를 잊고 살 수도 없다.


유일하게 잊을 수 있는 방법은 죽음뿐이니, 죽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심정으로 사랑하는 연인과 같이 저 세상으로 떠나는 것이다. '사의 찬미'로 유명한 성악가 윤심덕이 애인 김우진과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진 것처럼.


가인(歌人)이 벌이는 두 차례의 동반자살


렌조 미키히코의 2006년 작품집 <회귀천 정사>에는 기이한 죽음 또는 살인사건을 다룬 단편 5편이 실려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이 단편들 중에서 백미는 마지막에 실린 <회귀천 정사>다. 여기에서도 서로 사랑하는 두 남녀가 동반자살을 시도한다. 그것도 두 차례나.


동반자살의 주인공인 소노다 카쿠요는 일본에서 천재 가인(歌人)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1926년 34살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무려 오천 수가 넘는 노래를 지었다. 그는 오로지 가인으로서 34년을 살았던 것이다. 천재라고 불리며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을 소노다가 왜 자살했을까.


소노다의 첫번째 동반자살 상대는 후미오라는 젊은 여인이었다. 후미오는 소노다를 사랑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소노다를 만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그러자 소노다와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하지만 미수에 그치고 둘 다 목숨을 건진다. 이 사건으로 후미오는 집안에 감금되는 상태가 된다.


그 다음해, 소노다는 찻집 여종업원 아야코와 다시 동반자살을 시도한다. 강에 돛단배를 띄우고 그 안에서 약을 마셨다. 아야코는 그 자리에서 죽지만 소노다는 이번에도 살아난다. 그렇지만 사흘 후에 머물던 여관방 안에서 스스로 목을 그어서 생을 마감한다.


몇 년 뒤에 소노다의 절친한 친구였던 한 남자가 소노다의 생애를 소설로 쓰면서 이 두 차례의 동반자살을 조사한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노다의 죽음 이면에는 누구도 모르는, 알아서는 안되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 아닐까?


죽음과 꽃이 등장하는 다섯 편의 단편


하긴 모든 죽음의 현장에는 미스터리가 있는 법이니 소노다의 죽음에 의심을 품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은 각각 등장인물도 다르고 배경도 다르다. 공통점이 있다면 기이한 죽음을 추적한다는 점이다.


<등나무 향기>에서는 가슴을 칼로 찌르고 얼굴을 짓이겨놓는 연속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도라지 꽃 피는 집>에서는 유곽에서 벌어진 연속살인, <오동나무 관>에서는 조직폭력배들 사이의 청부살인을 다루고 있다. <흰 연꽃 사찰>에서는 주인공의 기억에 남아있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누군가를 죽이던 그 장면의 비밀을 찾아간다.


단편들 사이의 또다른 공통점은 꽃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한 사내는 죽어가면서 도라지꽃을 손에 쥐고 있고, 과거를 추적하던 인물은 '어머니가 왜 수련꽃을 땅에 파묻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다. 이런 꽃들은 모두 복선과 반전의 실마리를 제공하면서 마지막이 되어서야 그 정체를 드러낸다.


소노다가 벌인 동반자살의 진실도 꽃을 매개로 해서 밝혀진다. 피범벅이 된 살인사건 현장의 잔인함이 몇 송이 꽃으로 중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화려하게 피어오르지만 곧 허무하게 지고마는 꽃. 작품들 속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운명도 꽃과 비슷하다. 그렇게 본다면 살인사건과 꽃은 의외로 잘 어울리는 건지도 모른다.

t****o 2011.04.04.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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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운 추리소설..
"정말 아름다운 추리소설.." 내용보기
정말 별5개가 아깝지않다.. 추리소설를 아름답다라고 표현할수가있을까 하고 의문스런맘으로 책을 펼쳤다.하지만 정말 반전이였다..일본어를 배워서 원책을 사고싶을정도다.. 물론 우리말로 번역된 이책과 다를바없겠지만말이다..5편에 단편들에 공통점은 꽃이다... 꽃에 관련된야기라서 아름다울수도 물론있겠지만 읽어보면 그게 다가 아니다.. 스토리에 자체에서 풍기는 그 무언가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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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별5개가 아깝지않다.. 추리소설를 아름답다라고 표현할수가있을까 하고 의문스런맘으로 책을 펼쳤다.하지만 정말 반전이였다..일본어를 배워서 원책을 사고싶을정도다.. 물론 우리말로 번역된 이책과 다를바없겠지만말이다..5편에 단편들에 공통점은 꽃이다... 꽃에 관련된야기라서 아름다울수도 물론있겠지만 읽어보면 그게 다가 아니다.. 스토리에 자체에서 풍기는 그 무언가가 있다..다읽고 책을 덮는순간..추리소설도 이렇게 아름다울수있는지 님들도 느낄것이다...

r*****0 2011.04.2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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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당신에게는 어떤 향기로…?!
"『회귀천 정사』- 당신에게는 어떤 향기로…?!" 내용보기
어둠이 스민 거리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걷고 있다. 그곳은 갑자기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습한 느낌의 거리이다. 아니, 어쩌면 나를 어둠으로 안내하는 그 무엇인가는 벌써 펼쳐져 있었던 듯하다. 그로 인해 나의 마음이 조마조마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습하게만 느껴졌던 거리가 젼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어느덧 나는 이름 모를 어떤 꽃의 향기에 취한 채, 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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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이 스민 거리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걷고 있다. 그곳은 갑자기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습한 느낌의 거리이다. 아니, 어쩌면 나를 어둠으로 안내하는 그 무엇인가는 벌써 펼쳐져 있었던 듯하다. 그로 인해 나의 마음이 조마조마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습하게만 느껴졌던 거리가 젼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어느덧 나는 이름 모를 어떤 꽃의 향기에 취한 채, 낯선 거리를 나풀나풀 걷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누군가 다가와-전혀 놀라지 않는다- 조용히 속삭인다. 이 거리와 이 거리에 닿아있는 마을에 얽힌, 그리고 앞에서 펼쳐져 있었던 그 조마조마함에 대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그 순간, 내뿜는 숨결 하나하나에 어느 꽃의 향기가 스며있다. 마냥 행복해지는 그런 향기는 아니다. 뭔지 모를 슬픔이 담겨있는, 그래서 더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그런 향기이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그 향기에 취해만 간다. 『회귀천 정사』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읽어나가는 그 모든 순간들이 나에겐 이런 느낌의 반복이었다.

 

 『회귀천 정사』(혹시, 정사라고 해서 19금의 그 정사를 떠올리는가?! 그렇다면 미안한데 어쩌나. 여기서의 정사(情死)‘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의 동반 자살’을 이르는 말인데 말이다. 하긴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제목에 ‘정사’라는 단어가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검색 시 성인 인증을 해야 했다고 하니 충분히 그럴 수도…)에는 표제작인 《회귀천 정사》를 비롯해 《등나무 향기》, 《도라지꽃 피는 집》, 《오동나무 관(棺)》, 《흰 연꽃 사찰》까지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모두화장(花葬, 꽃으로 장사 지내다) 시리즈라고 불리는 시리즈의 일부이다. 시리즈라고 하지만 그 내용은 각기 다르다. 단지, 사랑이 담긴 미스터리한 이야기라는 것과 꽃이 그 주인공이라는 정도의 공통점이 있을 뿐이다. 아, 그리고 또 하나. 『회귀천 정사』에 있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전체적인 큰 틀은 비슷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어떤 의문 가득한 사건이 터지게 되고, 그 사건을 하나씩 풀어헤쳐나가는 과정 속에서 그 의문에 대한 해답 이상의 뭔가를 찾아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걷을 수밖에 없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것은 어떤 경험일수도 있고,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희미한 느낌일수도 있고, 누군가의 노래 속 내용일 수도 있다. 그런 이야기들이 해결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모습의 꽃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꽃’이라는 -이제는 너무나도 흔하게만 생각되는- 하나의 단어가, 생명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꽃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던지는 사랑의 꽃이 되기도 하며, 사랑이었지만 피어날 수 없었던 꽃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누군가의 기억-그것이 좋든, 나쁘든-으로 새겨진 꽃으로, 혹은 죽었다가 다시 소생하는 꽃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그저 아름답게만 느껴지는 단편적인 꽃이 아닌 다양한 순간과 다양한 트릭 속에서 피고 지는 꽃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각각의 이야기들은 꽃을 통해서 조마조마한 마음을 아름답지만 슬픈 향기로 채워놓는다.

 

 형사가 주인공인 《도라지꽃 피는 집》을 보면… 사창가 뒷골목에서 시체가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시체가 된 사내의 꼭 쥔 주먹에는 새하얀 모습의 도라지꽃이 남아있다. 이 사내는 왜 이 곳에서 죽었으며, 도라지꽃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 것이기에 그렇게 꼭 쥔 채로 죽어있을까, 라는 의문도 잠시, 또 하나의 비슷한 사건-또 누군가가 도라지꽃을 손에 꼭 쥔 채로 죽어있는…-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작품에서 자주 표현되는- ‘붉은 등불이 스며든 피부’를 가진 여자들과 얽혀 도라지꽃과 살인 사건에 대한 보다 큰 궁금증을 유발하게끔 한다. 이야기는 해결을 향해 점점 다가가고, 결국에는 해결을 하게 되지만, 그 이면에 남겨진 사연은 이 이야기를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사랑이 담긴, 그래서 단순히 누군가를 비난할 수도 없는 그런 이야기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한 줄로 정의한다는 것이 머쓱하지만- 한편의 슬픔이 담겨있는, 그래서 더 아름답다고 느껴지는-그럼에도 분명 인간으로써 경계해야 할 사항들이 담긴- 그런 이야기들로 태어나는 것이다.

 



한번 말라 시들어버린 꽃은

그저 모든 것이 시들어 떨어질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P85

 

 저자는 말한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꽃’이라고. 주인공이 꽃이라고 그저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꽃에게도 그저 아름답게 피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시드는 순간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 피고 지는 각각의 순간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이긴 하겠지만, 특히나 꽃이 그저 시들기만을 조용히 바랄 수밖에 없는 순간들을 과연 아름답다고만 할 수 있을까?! 당연하게도, 『회귀천 정사』에서는 꽃을 통해 인간의 어둠-앞서 경계해야 할 사항이라고 표현한-을 그대로 나타내고, 그에 대한 냉소적인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전체적으로 보면 희미한 느낌이 깔려있는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간직하고 싶고 지켜내고픈 한 송이의 꽃을 저마다의 가슴에 품고 살아가기 때문일까, 꽃이라는 것이 때때로는 그 자신의 선명함을 숨기지 않는다. 다시 시들기 위해-그것이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피는 꽃과 같이 세상의 모든 생이 사를 향해 달려가지만, 결국에는 우리 가슴속에 여전히 살아 숨쉬는, 저마다 꿈꾸는 한 송이 꽃이 있기에, 혹은 그런 추억과 기억이 있기에 우리는 지금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 생과 사에서 우리가 간직하고, 또 지켜내고픈 꽃은 어떤 꽃이며, 그 꽃은 어떤 향기의 간직하면서 우리의 가슴속에서 피고 지는 것일까?!

 

어떤 작품에 대해 장르를 구분 짓는 것이 그리 현명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작품은 미스터리라는 장르로도, 그냥 일본 문학이라는 장르로도, 혹은 연애 소설이라는 장르로도, 그 어느 곳에 구분해서 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다양한 빛깔을 내고 있다. 아니, 그냥 아무 빛깔도 없는 흰색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저마다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느끼는 그대로의 빛깔을 나타나는 하얀 색의 작품 말이다. 당신에게는 과연 어떤 빛깔, 어떤 향기의 작품일까?! 궁금하다면 역시 직접 만나볼 수밖에…

 

 ‘화장(花葬) 시리즈’는 모두 8편이 있고, 그 중 5편이 이 책, 『회귀천 정사』에 실려 있다. 그리고 남은 3작품은 『저녁 싸리 정사』라는 이름의 책에 실려 있다고 한다. 그 『저녁 싸리 정사』도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어떤 향기가 느껴지는 책이 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b****j 2011.03.1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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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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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 이렇게 아름답게 쓰여질 수 있다는 것을 렌조 미키히코의 '회귀천 정사'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5편의 단편 중 어느 하나 그냥 소홀히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짜임새 있는 구성에 아름다우면서도 예상 밖의 반전을 선사하는 묘미까지 갖추고 있는 소설이다.   '등나무 향기', '도라지꽃 피는 집'을 읽을때만해도 아픔 사연을 간직한 여인들이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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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 이렇게 아름답게 쓰여질 수 있다는 것을 렌조 미키히코의 '회귀천 정사'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5편의 단편 중 어느 하나 그냥 소홀히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짜임새 있는 구성에 아름다우면서도 예상 밖의 반전을 선사하는 묘미까지 갖추고 있는 소설이다.

 

'등나무 향기', '도라지꽃 피는 집'을 읽을때만해도 아픔 사연을 간직한 여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의반타의반 들어 온 유곽이란 곳을 배경으로 쓰여진 단편소설이거라 생각했지만 '오동나무 관'에서는 야쿠자, '흰연꽃 사찰'에서는 불행을 운명을 타고난 여인의 삶을 '회귀천 정사'에서는 뛰어난 가인으로서의 삶이 중요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책을 읽는 독자로하여금 책 속에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나같이 잔잔하면서도 슬프고 아련하게 다가오는 내용은 책 속의 나온 사람들이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조차 헷갈리게 한다. 병든 남편을 위해 몸을 파는 여인, 딸을 유곽에 팔았지만 여전히 아버지를 위해 돈을 부치는 딸, 별다른 생각없이 베푼 작은 행동이 한 여인에게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고 그로인해 살인까지 서슴치 않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 무서운 야쿠자의 삶보다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이 더 깊고 중요했던 한 남자의 인생과 그를 사랑한 여자, 불행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란 꼬리표를 달고 살면서 자신이 진정 사랑한 한 남자와 그의 자식을 위해 철저히 악인의 삶을 살고자 했던 한 여인과 천재 가인이란 소릴 듣는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많은 여자들과의 애증 속에 교묘하게 감추어진 남자의 야망... 어느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으며 마지막에 풀어내는 진실 또한 흥미로운 결말이라 재밌게 읽었다.

 

스토리의 시대상이 저자 렌조 미키히코가 태어나기 전인 1900년대 쇼와 초기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 역사도 아니고 일본의 역사까지는 알 수 없지만 일본의 어렵고 암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점은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시기가 있었기에 분위기를 이해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일본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명화(名花)로 불리는 연작단편집이란 평을 갖고 있는 '회귀천 정사' 원래 8편의 단편 중 5편 만이 책 속에 담고 있다고 하는데 나머지 3편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지고 책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렌조 미키히코의 책을 여태까지 한 권 밖에 읽지 못했었다. 이전에 읽은 책보다 '회귀천 정사'를 읽으며 렌조 미키히코란 작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으며 그의 다른 작품들을 도서관에 가서 찾아볼 생각이다. 아름다운 꽃 속에 감추어진 슬픈 진실은 한동안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q******5 2012.10.05.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꽃들이 품고 있는 아름답고도 슬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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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情死)는 동반자살을 의미하지만 요즘 뉴스에서 종종 듣는 동반자살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요즘의 동반자살은 경제사정을 비관한 일가족 동반자살이나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끼리끼리 모여 자살하는 집단자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사는 사랑하는 남녀가 현세에서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여 내세에서 사랑을 이루자는 의미로 함께 죽는 동반자살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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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情死)는 동반자살을 의미하지만 요즘 뉴스에서 종종 듣는 동반자살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요즘의 동반자살은 경제사정을 비관한 일가족 동반자살이나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끼리끼리 모여 자살하는 집단자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사는 사랑하는 남녀가 현세에서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여 내세에서 사랑을 이루자는 의미로 함께 죽는 동반자살을 의미한다. 요즘은 정사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들을 수 없다. 사랑을 이루지 못해 함께 죽을 일이 별로 없거니와 다른 문제가 앞서 고작 사랑 따위의 문제로 함께 죽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정사란 이야기를 들으면 근대의 로망이 담긴 유산쯤으로 여기곤 한다. 그런 시대였기에 가능했던 로망이랄까.
 
한편으로 난 일본인들은 정사를 좋아한다는 그런 생각도 하곤 한다. 이 작품집에도 정사를 다룬 작품이 수록되어 있지만, 다자이 오사무의『인간실격』, 와타나베 준이치의『실락원』도 정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무라카미 하루키의『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도 정사를 시도하는 부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 속에서는 정사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또한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심심찮게 정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소설뿐만 아니라 시대물 만화책같은 것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은 일본의 독특한 문화 - 솔직히 문화라고 하기엔 거부감이 들지만 적당한 용어가 없다 - 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면 작가는 왜 자신이 살아 보지 못한 근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썼을까. 다이쇼 시대에서 쇼와 시대 초기는 일본 역사에 있어서 무척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던 시기이기도 하다. 일본의 1차 세계대전 참전, 쌀값 폭등으로 인해 일어난 주민들의 폭동, 관동대지진, 경제 공황 등이 이 시기에 일어났던 큼직큼직한 사건들이다. 또한 이 시대는 계층간의 눈에 보이는 차별도 남아 있었던 시기이다. 이런 시대를 살다 보니 사람들의 생활이나 마음은 피폐해졌을 것이고, 그렇다 보니 내세를 약속하며 정사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도 많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이 작품집의 제목은『회귀천 정사』이지만, 사실 모든 작품이 정사를 다루는 것은 아니다. 정사를 소재로 한 이야기도 있지만,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 그리고 사랑과 증오, 겉으로 보이는 사연 속에 감춰진 진짜 사연들은 때론 정사란 행위보다 더 아프고 슬픈 사연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첫번째 이야기인 <등나무 향기>는 유곽이 늘어선 조야자카 고개에서 일어난 연속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야자카 고개의 유곽에 있는 여성들은 본가가 너무 가난해서 팔려온 경우도 있고, 오누이처럼 본가에 돈을 보내기 위해 유곽으로 들어온 여성들도 많았다.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가난 속에서 살던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몸파는 일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화자와 함께 사는 오누이는 시골에 있는 남편의 약값을 벌기 위해 여인숙에 취직한 경우로 남편 약값을 보내는 것에 등골이 휠 지경이다. 이는 유곽에 있는 다른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근처에 사는 대필가는 유곽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집으로 보내는 편지를 대필해주는 사람으로 과묵하지만, 가난한 유곽 여자들을 위해 무료로 대필을 해주기도 한다. 비록 팔려오긴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가족이라며 꼬박꼬박 돈을 부치고 편지를 보내는 여성들의 사연을 전부 알고 있던 대필가는 이 여자들의 짐을 덜어주기로 했다. 대필을 하면서 편지 내용을 바꿔 이 여자들이 힘들게 번 돈을 집에서 편안히 받아 챙기는 술주정뱅이 아버지, 도박에 빠진 오빠, 병치레로 평생을 병상에서 보내는 남편 등을 자신의 손으로 없애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폐병으로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버리고서라도 그녀들 중에 몇명의 인생이라도 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두번째 이야기인 <도라지꽃 피는 집> 역시 유곽을 배경으로 한다. 법적으로는 열여덟 살이 되어야 유곽에서 일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드물었다. 스즈에 역시 원래 나이는 열여섯이지만 열여덟이라 속이고 일하고 있다. 또래 소녀의 소녀다움이 짙은 화장과 나른한 표정 속에 묻혀 버린 스즈에는 근방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수사하러 온 형사와 만나게 된다. 뭔가를 알고 있는 듯 보여도 입을 꼭 다문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스즈에는 형사와의 몇 번의 만남 끝에 진실을 이야기하지만, 그날 밤 목을 매고 자살한다. 살해당한 자들의 손에 쥐어져 있던 도라지꽃과 같은 도라지꽃을 손에 쥐고 죽은 스즈에의 자살은 두번째 피해자인 인형사와의 정사를 결행한 것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그후 이 사건을 함께 수사한 다른 형사의 편지를 통해 스즈에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풀리게 된다. 그녀가 형사에게 도라지꽃을 던졌던 이유, 그녀가 도라지꽃을 쥐고 죽었던 이유가.

세번째 이야기인 <오동나무 관(棺)>은 야쿠자와 야쿠자의 여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여인을 사랑해 그녀의 남편이자 자신이 형님으로 모시던 남자들 죽인 누키타와 누키타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는 여인 기와 사이에 끼게 된 쓰기오. 누키타는 기와를 안고 싶으면서도 차마 그리할 수 없어 쓰기오가 그녀를 안게 한 후 쓰기오를 안는 남자다. 누키타와 기와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데 그것은 쓰기오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키타는 쓰기오에게 자신들이 속해 있는 조직의 두목을 죽이라는 명을 내린다. 이미 누키타에 길들여져 누키타의 명을 따르게 된 쓰기오는 결국 두목을 죽이고 만다. 누키타는 왜 두목을 죽이기를 원했을까. 기와의 말에 따르자면 기와를 죽이는 것이 맞는 일일텐데. 하지만 이 일에 대한 의문이 풀리기도 전에 쓰기오는 전쟁에 동원된다. 그곳에서 겨우 살아온 쓰기오는 그동안 기와가 누키타를 죽이고 감옥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제서야 쓰기오는 기와와 누키타 사이에 있었던 일, 그리고 누키타가 두목을 살해하도록 한 명령을 내린 이유를 알게 된다. 누키타와 기와가 했던 둘만의 주사위 놀이의 의미도.

네번째 이야기인 <흰 연꽃 사찰>은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혼란을 겪는 시로의 기억 속에 숨겨진 어머니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로의 어머니는 불행한 별 밑에서 태어난 아이라 손가락질 받으며 성장한 불운한 인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로의 어머니가 태어나자마자 사람들이 줄줄이 죽어나갔고, 어머니가 네살되던 무렵에는 아무 이유없이 한 여자가 자살한 일도 있기 때문이다. 마을에서 배척의 대상이었던 시로의 어머니는 세이렌지라는 절의 주지에게 시집을 갔고, 시로를 낳았다. 하지만 그후 절에 불이나 아버지는 죽고, 시로와 시로의 어머니는 절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살게 된 것이다. 시로는 때때로 어린 시절의 꿈을 꾼다. 어머니가 한 남자를 죽이는 꿈을. 또한 절이 불에 타는 것을 지켜보는 꿈도 꾼다. 그리고 어머니가 연꽃을 파묻던 장면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꿈이나 기억에 대해 어머니는 침묵을 지킬 뿐이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시로는 어머니의 비밀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고, 그 결과 엄청난 비밀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깊은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다섯번째 이야기이자 표제작인 <회귀천 정사>는 다이쇼 시대의 천재 가인 소노다 가쿠요의 삶과 그가 남긴 작품에 관한 비밀에 관한 이야기이다. 각각 가쓰와라기 정가(情歌)와 소생(蘇生)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에 담긴 비극적인 이야기는 여기에 실린 다섯작품의 정점을 찍는 작품이다. 두 번의 정사 미수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쿠요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인의 정체가 드러나고, 이 작품이 씌어진 의도가 드러나는 순간 경악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진실을 알고도 가쿠요와 정사를 실행하려 했던 여인들의 사랑이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온다.<회귀천 정사>는 예전에 미스터리 앤솔로지에서 읽은 적이 있지만 다시 읽어도 박수를 보내고 싶을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

<회귀천 정사>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다자이 오사무가 떠오르게 된다. 그 역시 두 번의 정사 미수 후 세번째 정사로 죽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한 부분은 미시마 유키오를 떠올리게도 한다. 미시마 유키오의 쿠데타 해프닝 - 마지막 작품 <천인오쇠>를 출판사에 넘긴후 자위대 본부에 난입, 쿠데타 촉구 연설후 할복 자살 - 은 그가 오랫동안 동경해 왔던 죽음이란 의식을 치루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의견도 있는데 이 작품 속의 가쿠요 또한 자신의 작품을 위해 누군가를 사랑하고 정사를 일으켰다고 나오기 때문이다.   

렌조 미키히코의 화장(花葬)시리즈 여덟편 중 다섯편을 한데 묶은『회귀천 정사』의 각 작품에는 꽃이 등장한다. 등나무꽃, 도라지꽃, 오동나무꽃, 연꽃, 창포꽃이 바로 그것인데, 이들 꽃은 각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작가의 말을 빌자면 꽃이 주인공인 셈이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남성 화자가 등장한다는 것이며, 이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다이쇼 시대에서 쇼와시대 초기가 된다. 즉, 일본사에서 근대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그런 이유로 작품에 등장하는 공간이나 물건들에서는 옛것의 향기가 물씬물씬 배어나오지만 스토리 자체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y*****5 2011.05.23. 신고 공감 2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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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귀천 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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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도 생명이요, 죽지 못하는 것도 생명임을 알게 해 준 소설이 [회귀천 정사]였다. 렌조 미키히코의 글은 처음 접해보게 되었는데, 다소 자극적이라 생각했던 제목과 달리 담긴 사연의 주인공들은 어딘지모르게 쓸쓸함이 덧입혀진 모습들이었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내겐 꽃보다는 죽일 수 밖에 없었고 죽을 수 밖에 없었으며 살아있게 된 사람들의 쓸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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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도 생명이요, 죽지 못하는 것도 생명임을 알게 해 준 소설이 [회귀천 정사]였다. 
렌조 미키히코의 글은 처음 접해보게 되었는데, 다소 자극적이라 생각했던 제목과 달리 담긴 사연의 주인공들은 어딘지모르게 쓸쓸함이 덧입혀진 모습들이었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내겐 꽃보다는 죽일 수 밖에 없었고 죽을 수 밖에 없었으며 살아있게 된 사람들의 쓸쓸함이 먼저 눈에 들어와버렸다. 어딘지 모르게 우울함의 가면을 쓰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들의 삶엔 밝음이란 태어나는 순간부터 없었는지, 아니면 그들이 살았던 다이쇼 시대 말기가 그토록 우울함을 이끌고 있던 시대였는지 살아보지 않아 알 순 없지만 1920년대의 일본을 나름대로 상상하게 만들어 버리는 소설의 힘에 눌려 내겐 다이쇼 시대에 대한 편견이 생겨버린 듯 싶어졌다. 

제 34회 일본추리 작가 협회상 단편부문 수상을 비롯해 많은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단편들이 실려 있는 이 소설은 사실 꽃을 모티브로 한 "화장 시리즈" 중 5편이 수록되어 있고 각각의 단편은 도덕적 관념을 떠나 강한 향수나 향취 강한 꽃의 향을 맡듯 도취되어 글을 읽게 만든다.  우울한 날씨가 펼쳐진 날의 오후쯤 햇살없는 대청마루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가 무언가 강한 향을 맡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읽어나가다보면 사람도 보이고 사건도 보이지만 슬프거나 잔인하거나 배신감이 들기보다는 그저 그들의 이갸기를 조용히 듣게 되고 마는 형국이랄까. 

다섯편의 이야기중 유독 기억에 남은 이야기는 두 편이었는데 과거 어머니가 살인을 저질렀던 것이 아닐까 라는 의구심에서 출발하여 추리해나가다가 자신이 누군지 발견하게 된 [흰연꽃 사찰]이나 연속살인의 살인범인 대필가 사내가 미국 드라마인 [덱스터]처럼 읽지도 쓰지도 못한 채 가족을 위해 몸을 던진 여인들의 미래를 위해 그 가족들을 살해한 이야기가 단긴 [등나무 향기]. 이렇게 두편이 강한 잔향을 남기며 기억속에 새겨졌다. 

시대가 이어져 있다는 것 외에도 두 편은 묘한 공통점을 지니는데, 누군가의 삶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앗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 를 고민하게 만들고 딜레마에 빠지게 만드는 이야기라는 동일점을 갖는 소설이었다. 

죽는 것도 생명이요, 죽지 못하는 것도 생명이라, 소설을 읽는 내내 이례적으로 메모하기보다는 느끼면서 이해해나가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이것도 다 읽고 나서야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i*****i 2011.03.3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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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첫인상, 그보다 더 아름다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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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나 예쁜 미스터리 한 권과 만난다. 언제부터인지 책과의 첫인상인, 표지가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은 꼭 만나야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작품 <회귀천정사> 역시 표지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작품이다. 요즘 한창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빠져있기도 하지만, 독특한 제목과 더불어 '일본 미스터리' 구나 라는 느낌이 진하게 풍기는, 단아하면서도 매력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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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나 예쁜 미스터리 한 권과 만난다. 언제부터인지 책과의 첫인상인, 표지가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은 꼭 만나야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작품 <회귀천정사> 역시 표지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작품이다. 요즘 한창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빠져있기도 하지만, 독특한 제목과 더불어 '일본 미스터리' 구나 라는 느낌이 진하게 풍기는, 단아하면서도 매력적인 작품에 손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회귀천정사>라는 말에는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을까? 하나하나 궁금하면서도 기존의 일본 미스터리와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기도 하고 너무나 기대된다.

 

작은 항구도시, 색바랜 느낌이 풍기는 홍등가를 사람들은 조야자카 고개라고 불렀다. 이야기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나'는 조야자카 고개 아래에 있던 연립주택에 '오누이'라는 여자는 첩으로 두고 산다. 오누이는 고향의 병든 남편의 약값을 벌기 위해 이 고개에서 일을 한다. 여인숙에서 손님들을 챙기는 점원으로 말이다. '나'의 아내가 죽고 오누이와 살림을 합친지 얼마되지 않아 이 조야카자 고개 주변에서 연달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범인은 오누이를 비롯해 홍등가 주변 여성들 사이에서 대필가로 통하던 '이가와 규베이'라는 사내다. 하지만 유치장에 갇힌 날, 사내는 자신의 죄를 모두 인정한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게 된다. 얼굴이 짓이겨져 형체를 알 수 없는 참혹한 시체들...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은 정말 '이가와 규베이'일까? 아니면 또 다른 사건의 실체가 존재하는 것일까?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꽃입니다!'

모두 다섯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작품 <회귀천정사>는 '화장(花葬)시리즈'라 불리는 연작중 몇편을 모아놓은 작품이다. 바로 '꽃'과 연관된 이들 작품은 시리즈라고 하지만 각각 다른 등장인물과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위에서 언급한 작품은 다섯 단편중 맨 처음 작품인 '등나무 향기'의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속에 담겨져 있는 다섯편 모두 '등나무 향기'와 비슷한 이야기 구조를 갖는다. 각각의 단편속에는 화자가 등장하고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과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앞서 언급했듯 작품속에 '꽃'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물론 전작품 모두에서는 아니지만...) 작가 렌조 미키히코는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 다름아닌 '꽃'이라고 말한다. 왜??

 

이 작품의 제목에서 보여지는 '정사(情死)'라는 의미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의 동반 자살'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하는 사랑, 죽음조차 초월한 안타까운 사랑, 죽음속에 감추어진 사랑의 이야기들이 투명한 꽃잎처럼 한들한들 거린다. '일본 미스터리사상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불리는 <회귀천정사>는 겹겹이 감싸안은 꽃잎처럼, 사랑을, 사람을, 가슴속에 더 큰 따스함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바로 꽃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처럼 꽃으로 이야기하고, 꽃의 향기처럼 이야기가 전해진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작품이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특성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미스터리 장르와는 또 다른 재미와 즐거움이 <회귀천정사>속에 있다. 긴박하고 치밀한 미스터리를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조금은 밋밋하다는 느낌이 전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 밋밋함을 넘어서는 색다름이 그 속에 숨겨져 있다. 미스터리를 즐겨 만나는 독자들이라면 범인이 누구인지 정도는 쉽게 드러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야기속에 드리워진 작은 복선들로 인해 반전은 조금 작은 비트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미스터리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던 섬세하고 감각적인 작가의 펜끝이 독자들의 오감을 쉴 새 없이 자극하고 문학적 향기로 코 끝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이 작품을 두고 '렌조 미키히코의 마법'이라 부른다. 대중문학과 순문학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드는 렌조 미키히코, 그가 미스터리라는 장르속에 담아낸 인간의 내면과 사랑의 향기가 물씬 피어나는 이야기들은 꽃이라는 이름과 함께 또 다른 색과 향을 품고 독자들을 찾아온다. 이 작품은 19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이를 두고 '지금은 잊힌, 조금은 시대 착오적인...'이라고 표현하지만 오히려 그 시대를 담고 있어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맛이 배가되기도 하고, 꽃과 연결된 사랑이란 소재가 더욱 심미적으로 표현될 수 있어 멋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것도 사실이다.

 

아마존 재팬에서는 <회귀천정사>를 '수수께끼의 초점을 물리적인 것에서 인간의 마음으로 바꾸어 새로운 타입의 미스터리를 제시한 걸작 단편집'이라 평가한다. 전혀 새로운 타입의 미스터리라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한 편의 서정적 소설을 만나는 듯한 착각을 갖게 만든다. 잠시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잊고 그와 그녀의 사랑, 인간의 내면이 품고 있는 그늘지고 서늘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꽃의 향기를 품은, 문학이 향기로 가득한, 무엇보다 첫인상이 너무 예쁜, 기존 미스터리를 떠나 조금은 독특하고 색깔있는 작품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작품 <회귀천정사>를 추천하고 싶다.



e****e 2011.03.2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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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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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는 읽어 내려가는 동안, 읽는 순간, 순간 가슴이 아릿해진다. 긴 여운이 한숨으로 내쉬어지고 시선이 저절로 이곳이 아닌 저 먼 곳을 향하게 된다. 피지도 못했던 그녀의 작은 웃음이 서글퍼서 한 방울 눈물이 흐르고 한 많은 이야기들을 가득 담은 꽃무더기가 슬퍼서 멈칫하게 한다. 꽃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지고, 시들고, 버려지는 꽃의 이면을 서글픈 이야기 속에,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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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는 읽어 내려가는 동안, 읽는 순간, 순간 가슴이 아릿해진다. 긴 여운이 한숨으로 내쉬어지고 시선이 저절로 이곳이 아닌 저 먼 곳을 향하게 된다. 피지도 못했던 그녀의 작은 웃음이 서글퍼서 한 방울 눈물이 흐르고 한 많은 이야기들을 가득 담은 꽃무더기가 슬퍼서 멈칫하게 한다. 꽃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지고, 시들고, 버려지는 꽃의 이면을 서글픈 이야기 속에, 인간이 지닌 어둠에 잊혀지지 않을 향기와 함께 각인 시킨다.

 회귀천 정사'는 다이쇼(1912~1926)라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데, 그 시기는 군주제가 흔들리고 혼란스러웠던 시기로 메이지 시대와 쇼와 시대를 연결하는 짧은 시기에 천왕의 권위가 위협받고 간토 대지진이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구세계에서 신세계로 변해가는 시대를 혼란스러웠던 일본인들의 불안한 심리와 함께 소설 속에 잘 표현하고 있으면 중요한 배경역할을 한다. 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 어김없이 등장하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꽃은 각각의 이야기를 잊혀 지지 않을 향기와 아름답고 슬픈 이미지로 인간의 어두운 면을 목격한 서글픈 목격자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야기 전체를 이끌고 있다. 한을 넘어서는 체념과 같은 일상을 사는 그들은 보여 지고 기억되는 사건 이면의 진실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들의 진실을 찾아 꽃의 향기와 이미지에 가려진 살인 사건의 이면을 찾아내어 진실 찾기를 한다. 꽃은 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서 트릭으로서의 꽃으로, 복선의 꽃으로, 죽음의 메시지를 전하는 꽃으로 흉기가 된 꽃으로, 사랑의 꽃으로 배신의 꽃으로 허무하게 피었다가 지는 역할을 반복하고 있다.

'회귀천 정사'는 나에게는 슬픈 한숨으로 기억될 책이고 아련하고 아릿해서 멈칫하게 만드는 소설로 기억될 책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소설 속 이야기를 한 편, 한 편 전하면서도 사건의 슬픈 이면을, 장면을 기억하며 한숨을 짓게 만들 이야기들이며 그러면서도 꼭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피지 못한 그녀들의 삶이 한스러워서 전하고 싶고, 자신의 작품에 천재의 광기를 기교로 남겨야만 했던 그의 삶이 서글퍼서도 전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꽃을 이야기하고 싶다. 화려한 뒤에 올 시듦의 운명을 가진 꽃에 대해서, 우리의 삶에 대해서, 나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또한 나에게 등나무 꽃, 도라지꽃, 오동나무 꽃, 연꽃, 청포 꽃은 '회귀천 정사'의 다섯 편 이야기와 함께 각인되었으며 시각, 청각, 후각의 세계를 한 곳에 불러들인 소설로 기억될 것이다. 아름답지만 서글픈 이야기들과 함께.......

r*****0 2011.04.2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회귀천 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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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만... 회귀천 정사(情死) :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의 동반 자살을 이루는 말 이라는 거였다. 궁금이 먼저라기 보다 이상한 생각이 먼저였다는 점 인정하겠다 ㅋㅋㅋ   총 다섯편의 작품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다 꽃이 주인공이다. 꽃의 아름다움보다는 읽다보니 하나같이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가득한 내용이었다. 등나무 꽃, 도라지 꽃, 오동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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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슨 뜻인가 했더니만...

회귀천 정사(情死) :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의 동반 자살을 이루는 말

이라는 거였다. 궁금이 먼저라기 보다 이상한 생각이 먼저였다는 점 인정하겠다 ㅋㅋㅋ

 

총 다섯편의 작품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다 꽃이 주인공이다.

꽃의 아름다움보다는 읽다보니 하나같이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가득한 내용이었다.

등나무 꽃, 도라지 꽃, 오동나무 꽃, 연꽃. 마지막에 나오는 회귀천 정사에는 창포꽃이 나온다.

여기서 보지못한꽃은 오동나무 꽃뿐이다. 생김새는 대충 상상이 가는데(찾아보면 나오겠지만) 실제로도 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꽃은 등나무 꽃. 등나무 꽃 그늘아래 앉아있으면 꽃 향기가 그렇게 좋을수가 없다. 고등학교에도 있었고, 대학교에도 있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었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화장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였다. 국내에는 <미녀>라는 작품이 한권 더 있었지만

이건 번역이 좀 이상하다는 얘기가 있어 읽어보려다 말았다. 작품의 느낌을 전하는데는 번역도 한몫하는데 말이다.

그것말고는 읽어본 사람들 대부분이 찬사가 한가득이었다.

 

제일 좋았던 작품은 마지막장에 있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회귀천 정사>였다.

1920년대 일본, 천재 가인 소노다 가쿠요는 두 번에 걸친 정사(情死) 미수 사건으로, 두 명의 여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 여정을 두 권의 가집으로 남기고는, 목을 그어 서른넷 짧은 생을 마쳤다. 찬란한 명성을 얻은 두 권의 가집. 그 시구를 되짚어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

과연 그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자리하고 있을까?

 

두명의 여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마저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인 소노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의 친구로 소노다의 생애를 소설로 만들어 잡지에 연재한 작가이다. <잔등>이라는 작품으로 세상에 나온 책은 완결되지 않은채로 끝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여주인공 가쓰라기 후미오의 집안에서 항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거짓말이고 작가는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세상에 알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에 그쯤에서 선을 그은것이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연재하려고 했으나 항의도 있었고 발표도 미뤄뒀을 무렵, 소노다의 스승을 찾아갔으나 이름을 담고 싶지도 않은 말을 듣고 나왔으나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음을 알고, 여러가지 정황을 살피던 중 소노다가 스승과 결별한 시기와 스승이 아내와 이혼한 시기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길로 스승의 아내인 고토에를 찾아갔으나 이미 출가. 어렵게 만났지만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 그리고 그 무렵 이상한 물건이 손에 들어왔다며 그것을 읽어보는 순간 뭔가 이야기가 더 있음을 알고 진실을 찾아나서는데...

 

단순히 연애소설인줄 알았더니 추리소설에 버금간다. 꽃을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슴 떨리거나, 시린 사랑이야기를 만든줄 알았다.

더 읽어보니 사랑이야기는 맞지만 한사람의 환상에 지나지 않은 사랑이었다. 자신의 예술적 기교를 위해, 더 승화시키기 위해 자신을 어떤 인물에 비추어

그런 일을 만들어냈던거였다. 죽은 두 여인은 이러한 사실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길을 택한거였다.

앞에 나온 이야기들은 안쓰러웠다면, 이건 깜짝 놀랬다. 얘기를 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쓰지는 못하겠지만 여기까지 읽어보고 궁금한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근간에 화장시리즈가 또 나올것이라 하니 그것마저도 궁금하다. 이 이후에는 연애소설도 있고, 서스페스 작도 있다하니, 이 작가도 역시

하나의 작풍을 갖고 있는건 아닌것 같다. 특이하게 불가에 귀의했지만 최근에는 다른 화장시리즈를 쓰고 있다고 한다.

좀 더 많은 작품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y******0 2011.04.2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