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사랑하는 사람, 가장 나를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배우자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맞을테고....... 사랑에 빠진 두 남녀는 시작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둘은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같은 공간에서 서로의 꿈을 이해하고 보호하며 어떠한 상황이 되어도 내 편이 되어 줄거라 굳게 믿으며 결혼생활을 시작할 것이다. 열렬했던 달콤한 감정들과 육체적 매력은 그를, 그녀를 더욱 빛나게 보이게 할 것이며 행운이 나에게 온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생활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처럼 마냥 달콤하고 열정적이지 못하고 슬슬 서로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던 장점들이 단점들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서로에 대한 복잡한 마음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신중해보였던 모습은 뚱한 성격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한없이 매력적인 웃음은 헤픈 한량처럼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이중적 감정을 상대방에게 느끼기 시작한다. 바로 애증이라는 이름의 감정을 말이다. '미스터 피넛'은 한 남자의 은밀한 상상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내를 너무 사랑하고 그래서 단 하루도 아내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남자, 데이비드는 아내 앨리스의 죽음을 매일 상상하며 다양한 아내의 죽음의 형태를 꿈꾸며 가장 극적인 순간에 자신이 등장하여 아내와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고 싶어 한다. 그 은밀한 즐거운(?) 상상은 그가 쓰기 시작한 소설로 집약되기 시작하고 소설 속 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 융합되면서 끝도 모를 미로 같은 이야기가 어지러워진 결혼 생활만큼이나 복잡다단해진다. 서로의 감정들이 겹치고 또 겹치면서 서로 모순되고 오해되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해석되어 에셔의 그림과 같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향해 달려가게 된다. 데이비드에겐 소설도 진심이고 결혼도 진심이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엔가 소설이 곧 그의 결혼을 의미하게 되었거나 그의 결혼 생활을 소모해버리기 시작하면서 현실과 상상 속에서 길을 조금씩 잃기 시작하며 모든 게 혼란스러워진다. 소설 속 인물들과 현실의 인물들이 교차하게 되고 소설 속의 데이비드와 앨리스와 현실의 데이비드와 앨리스를 구분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게 되고 소설 속 인물들의 부조리한 결혼 생활 또한 복잡 미묘해진다. 한 때 너무나 사랑했고 믿었던 존재이며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지만 빛깔이 조금씩 퇴색되고 변질되기 시작한 세 부부의 이야기는 결혼 생활에 대해, 사랑에 대해, 믿음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미스터 피넛'의 작가는 사랑했던 만큼이나 미움도 강도가 세지기 시작하면서 서로는 믿음을 상실하게 되고 체념과 무시, 인내의 과정을 겪으며 그야말로 생활을 위한 결혼생활을 유지한 채, 은밀한 상상을 하며 보내게 되는 과정들을 섬세하게 감정의 변화에 따라 묘사한 장면들과 심리묘사를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일탈을 꿈꾸고 새로운 인생, 자유를 꿈꾸었지만 결국 그 자유는 결국 그를 가장 사랑했던 배우자들의 허락 혹은 묵인 아래 행해졌고 그랬기 때문에 돌아올 수 있었던 거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의 소설 속에서 데이비드는 그와 더불어 앨리스, 두 쌍의 부부를 등장시켜 새로운 자유를 모색하고 꿈꿨지만 현실의 데이비드에게는 미워하고 증오할 청부 살인범도 그를 의심하고 살인범으로 몰고 가는 형사들도 없음을, 자신이 끝까지 살려내고자 했던 앨리스와 자신의 모습도 없음을 무기력하게 깨닫게 되는 과정은 깊은 무기력과 함께 현실의 무정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살아남은 자가 걸어가야 할 길이고 애증에서 애를 더 키우며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수많은 부부들과 커플들의 과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골똘히 하며 마지막까지 자신을 변화시켜 보려고 노력했던 앨리스에게 애정을 보낸다. |
|
|
|
날도 좋은데 주말 동안 이 책을 안고 지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곱씹게 되는 문장들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했다. 히치콕 영화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소설 전반에 흐르고 있어 그 긴장감 때문에 이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
|
미스터리에 가까운 쟝르의 소설이다. 왠지 모를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는 표지의 땅콩 껍질 속 해골은 겉과 속의 다름을 말해주는 듯하다. 동생은 이 표지를 보고 저런 무시무시한 스타일을 좋아 하냐고 물었었다. 난 평범하고 뻔한 것이 식상하다. 특히 TV 드라마 처럼 줄거리가 뻔한 소설은 별로 읽고 싶은 충동이 없다. 이 책은 시작이 조금 지루했다. 엄청 덩치가 큰 여자와 그 여자를 사랑하지만 가끔은 일상속에서 아내의 죽음을 상상하는 묘한 심성의 남자, 경찰과 아내 살인 용의자의 신분에서 벗어난 의사 세사람의 갈등을 통해 진정 사랑하는지 증오하는지 본인도 모르는 감정의 변화도 이이며 실제 아내 엘리스가 살해당하고 그 배후에 살인청부없자와 혹시 모르는 남편의 사주등 많은 의문을 주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보게 된다.
|
|
이 책을 두번 읽었다.
데이비드 페핀이 그의 아내 앨리스의 살해를 꿈꾸는것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두권짜리 책으로 이루어져있고~ 처음엔 단순하게 범인을 찾겠단 일념으로 읽었다.. 이야기를 모두 읽고난후에 읽어본 역자의 말에서 한가지 힌트를 얻은 나는 '어라!' 하는 심정으로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결국 평소보다 한배반 정도의 시간을 들여 읽게된 이 책은 처음엔 여러사건들이 서로 자기도 들여다봐달라고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조금은 정신없는 구조란 생각을했었다. 두번째로 읽을땐 이야기를 구분짓는 숨은 장치를 찾으면서 스스로 퍼즐을 푸는듯한 기분을 느껴 만족스러웠다~
주인공인 데이비드 페핀과 앨리스의 이야기.. 앨리스의 죽음.. 셰퍼드와 마릴린의 이야기.. 해스트롤과 한나의 이야기.. 이렇게 크게 네개의 가닥을 잡아낼수있는 이 책속의 이야기구조는 각각이 아내를 너무도 사랑하는~ 하지만, 아내를 죽음으로든~ 이혼으로든 버리고 자유를 만끽하고싶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있다.
책을 읽으면서 자유를 누리고픈 남자들의 심리가 이해되기도하고~ 나 자신이 한남자의 아내이기에 그들의 심리에 화가나기도했다..
거대한 몸집의 앨리스.. 그녀를 사랑한 데이비드.. 두사람만의 가정에 만족해했던 데이비드와 미스터피넛에 대한 갈망을 끊을수없었던 앨리스.. 살을 빼기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는 실패하고~ 우울증에 시달렸던 앨리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차라리 변화하지말기를 소망했던 데이비드.. 어느날, 땅콩알레르기가 있는 앨리스가 땅콩을삼키고는 퉁퉁 부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페핀을 조사하는 셰퍼드..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히트작이었던 영화 '도망자'의 실제 주인공을 옮겨놓았다고한다.. 여러면에서 '잘 나가는' 외과의사 셰퍼드의 아내 마릴린이 처참한 모습의 시신으로 발견된후 10년의 복역을하고는 무혐의로 판명되어 형사가 되었다는 설정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되새김질해주는 과정은 '해리슨포드'가 도망치는 장면만이 기억속에 남아있던 내게 영화를 다시금 떠올리게하는 기회가 되었다.
감작스레 침대생활을 시작한 한나의 변화로 인해 방황하는 해스트롤.. 나 역시 해스트롤의 마음이 되어 한나를 침대로부터 끌어내고자 수단을 강구하게된다.. '좋은 생각!' 이라고 여겼던 것이 실패할때마다 실망을 맛보지만, 아내를 사랑하기에 포기하지못하는 해스트롤이 믿음직해보였다..
앨리스가 보내온 편지에서 .. "내가 떠나있었던 9개월동안당신은 뭐했어?" 라고 묻던 마지막 모습을 나는 잊지못할거같다..
이 책속의 남자들은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이상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자기의 욕망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있고, 그렇기에 그들의 모습은 아내이자 엄마인 나의 눈에는 실망스러우면서도 증오스런 존재로까지 느껴진다..
내 남편이 결혼전 내게 물었던것이 있다..
우리가 결혼해 오랜시간을 함께 한후.. 서로에게 싫증을 내거나 매일의 일상에 대해 불만족스러움을 느끼게되면 어떻게 하면좋겠냐고~ "서로 상의해서 잘 극복해나가야지~" 란 나의 일반론적인 대답에 그는 물었었다..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서 매력을 못느끼는 상태가 된다면.. 그럴때엔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만 변하지않으면 따로 애인을 만드는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라고.. "그럴수도~!" 라고 대답하던 나는 이것이 커다란 덫일수도 있다고 느꼈다.. "아니! 그건 절대 안돼! 몸이 가면 결국엔 마음도 가게되고~ 그럼 우리결혼은 끝나버릴거야! 나랑 결혼하면 다른여자하고의 섹스는 끝났다고 생각하면돼!" 라고 말했었다~! 그리곤, 결혼을 해서 죽을때까지 나와 함께한단 생각이 아니라면 그냥 맘편하게 혼자 살라고 말해주었다..
결혼하고나서 곧 아이를 가진 나는 너무도 억울했었다.. 남편이 밖에서 일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술을 마시고~ 여가활동을 할 동안.. 나는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고~ 태교에 힘쓰며~ 유흥문화를 즐길수없단게 그러했다.. 아이를 낳은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의 밤문화는 그리 달라지지않았고.. 나는 여전히 집에 오지않는 그를 기다리며 폭발할듯한 화를 느꼈었다.. 그러다 어느날엔 차라리 남편이 술마시다가 콱 죽어버렸음 좋겠단 생각을했다.. 데이비드가 앨리스의 죽음을 꿈꾸었듯.. 나 또한 나를 너무도 힘들게 하는 남편이 돌연히 죽어버리길 꿈꾸었다.. 내 뜻대로 변하지않는 그에 대한 미움의 자리에 그에 대한 이해심을 좀더 넣고.. 나를 속박하는 존재가 아닌 걱정하는 존재로 신랑에게 나를 이해시키기까지 10년이 조금 더 걸렸다..
이 책 속의 '남편'에게 말하고싶다! "평생 홀로 자유롭게 살것인지? 한 가정의 가장이 될것인지 당신이 선택한 순간! 당신의 미래는 결정되었다!" 라고~!! |
|
처음 이 책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게 된 것은 이 특정한 문구였다. [ 아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남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매일 그녀의 죽음을 상상한다 ].....왜??왜??글쎄,,참으로 묘한 심리이다,
결혼한 지 13년째인 데이비드 페핀과 아내인 엘리스 페핀이 있다.
단순하게 미스테리 형사물을 기대했는데 이야기는 중년부부의 위기와 감정들을 다루고 있어서 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나름대로 짜임새도 있고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해서 상당히 몰입하면서 읽게 되었다,,그리고 처음에 궁금했던 ]살인자는 누구인가?라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고 왜 이들 부부들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가 궁금하게 다가온다. |
|
결혼의 어두운 측면을 가장 매혹적인 방식으로조명했다는 스키븐 킹의 평을 받은 소설. 그리고 땅콩 껍질 속 해골의 모습을 한 땅콩의 모습에서 나는 첫장을 넘기기 전에 잠시 숨을 골라야했다.
무서운 소설을 싫어하기에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기대가 되면서도 떨리기도 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서, 아내의 살해를 꿈꾸며 소설을 쓰는 데이비드 페핀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길을 가다보면 누구나 뒤돌아보게 만드는 거구의 아내, 아내의 뚱뚱함마저 사랑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해하기 힘든 그런 심리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아내의 다이어트. 다음장에 바로 이어지는 날씬한 아내의 죽음. 갑자기 뛰어넘어버린 시간의 격차에 잠깐 당황을 했다가.. 다시 소설에 몰입하게 되었다.
데뷔작이라는 이 소설은 그렇게 놀라움을 주면서 시작하였다. 이야기가 채 진행되기도 전인 것 같은데.. 결말같은 이야기를 던져준다. 그리고 사실 어느 것도 결말이라고 단정짓기 힘들다. 누가 범인인지도 나중에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이야기가 소설인지 사실인지도 헷갈리는 부분도 여럿 있었다. 바쁜 와중에 읽어 짬짬히 보게 되었음에도 너무나 뇌리에 남을 듯한 소설.
기이하게도 결혼은 시간을 납작하게 압축해 세월의 흐름을 감추는 재주가 있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은 서로 뒤얽혀 가까운 풍경은 먼 풍경이 되고 먼 풍경은 더욱 멀어져 이윽고 새로운 것도 오래된 것이나 다름없어지며 과거는 어처구니없이 새롭고 낯설게 느껴졌다. 165p
분명 사랑하지만, 서로 평행선을 이어 나가는 관계가 되어버린 남자와 여자. 작가의 재주에 휘말려 내가 여자임을 망각하고 남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다가 여자의 심리를 잊어버리는 경지까지 이르기도 했다. 정말 그 주인공에게 그때그때 빠르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물론 부정적으로 몰입이 절대 안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짜증만 내는 앨리스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토록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는 남자가 뭐 어떻다고 그러는 것일까? 싶었는데.. 책을 정신없이 읽어나가다보면... 앨리스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아름다웠던 몸매가 망가지게 되고, 그녀의 정신적인 피폐가 일어난 원인이 무엇인지 제목과 연관되어 설명이 된다. 그리고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도 그녀가 남편을 용서할 수 없었음에 동의하게 된다.
어떻게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지워버릴 수가 있는지 그는 의아했다. 유일하게 남은 건 침대에 누운 한나 뿐이었다. .. 한나는 용하게도 두 사람이 함께하는 인생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138.139p
앨리스가 죽은 후 남편을 용의자로 모는 두 명의 형사, 그들 중 해스트롤의 이야기이다. 앨리스와 데이비드의 사건을 보면서 그는 그와 아내 한나의 이야기를 되돌아본다. 무엇이 그녀를 스스로 침대 안에 격리하게 만들었을까? 같은 여자임에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던 한나의 심리상태. 그저 우울증이 극에 달한것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남편을 몰아세운다는 느낌이었다. 굳이 말로하지 않아도 힘든 그런 상황.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이 소설 속에서는 보이지가 않는다. 한때 눈부시게 사랑했던 연인들이었고, 부부가 된 이들이지만, 이제는 서로 날카롭게 부딪히고 이해하지 못하는 선상에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듯 걸어가고 있다.
직장일에 바쁜 신랑 탓에 가끔 집안일에도 좀 신경을 써달라고 투정 아닌투정을 부려보기는 했지만, 극단적인 생각까지는 가져본적이 없었다. 이 책의 세 부부는 정말 결혼생활의 파국을 보여주는 듯 하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결혼에 대해 꽤 깊이있게 통찰하는 그의 서술들은 유난히 귓가에 남는다. 부부간의 문제는 절대 밖에서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이라 하였다. 그들만의 문제들, 마치 살아본듯한 아니 어쩌면 아주 일부분은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을지 모르는 그런 상처를 줄 수 있는 말들. 사랑하면 사랑하는대로 아내에게 남편에게 충실하면 될것을 그러지 못하는 이들의 배회가 자꾸만 가슴아프게 느껴져 책을 덮고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
|
요즘 인터넷이 뜨겁습니다. 신문도 텔레비전도 사람들의 대화도 온통 한 가지 뿐이지요. 신비주의로 일관하던 두 유명 연예인의 비밀결혼과 이혼. 그 사실을 꿈에도 몰랐던 또 한 명의 연인. 연속극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비련의 주인공들이 현실에 나타난 셈인데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소식이 터져 나오는 걸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아름다웠을 그들의 결혼은 왜 지켜지지 못했을까?” ‘결혼은 진정 무덤으로 향하는 길인가?’ ‘한 사람만을 믿고 신뢰하며 사랑하겠노라는 맹세는 정녕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가?’ 이 명제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던 책이 있습니다. ‘데이비드 페핀이 처음 아내 살해를 꿈꾸었을 때’로 시작하는 소설 <미스터 피넛>입니다. 여기 세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 설계자이자 사장인 데이비드 페핀, 형사 헤스트롤, 전직 의사였던 형사 셰퍼드. 그들에겐 커다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아내의 죽음을 꿈꾼다는 것. 아니, 아내가 죽길 바란다고? 아내를 사랑하지 않나?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모두 아내를 사랑합니다. 결혼생활도 만족합니다. 그런데도 아내가 죽길 바란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들은 그렇습니다. 일상 속에서 아내를 죽이고 살해하고 싶은 충동이 불쑥 불쑥 치밀어 갖가지 끔찍한 상상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 직접 아내에게 위해를 가하질 않습니다. 그저 어쩌다 우연히 아내가 불행한 사고를 당해 죽길 바랍니다. 그런 어느 날 결혼 13년 차인 데이비드의 아내 앨리스가 갑자기 목숨을 잃습니다. 한때 체중이 130킬로그램이나 됐지만 힘겨운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날씬한 몸매와 아름다운 미모를 되찾은 앨리스. 그런 그녀가 땅콩 알레르기로 인해 죽고 맙니다. 그녀의 남편인 데이비드는 아내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받아 조사를 받는데요. 그때 데이비드를 심문한 형사가 바로 침대만 누워 있는 아내 때문에 쌓인 분노가 폭발 직전에 이른 헤스트롤과 예전에 아내를 죽였지만 무죄 선고를 받은 전직 외과의사 출산의 형사 셰퍼드입니다. 아내를 죽인 용의자 데이비드와 아내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극에 달한 헤스틀롤, 아내를 죽인 전력을 가진 셰퍼드. 이 세 남자가 앨리스의 죽음으로 인해 한자리에 모이게 되는데요. 그 만남으로 인해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앨리스의 죽음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있을까요?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죽음을 꿈꾸는 남자의 이야기가 초반엔 미스터리적인 요소로 다가왔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신혼의 단꿈에서 깨어나 결혼생활의 무력함과 매너리즘에 빠진 중년 부부에게 닥친 위기와 갈등,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을 이야기합니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는 한때 연인이었던 여인 이영애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예전에 영화를 볼 때는 그 대사가 사랑이 식어버린 연인에게 건네는 아쉬움, 질책의 의미라고 생각했는데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다른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이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변하지...? 어떻게 변할까요... 반쯤 벗겨진 껍질 속의 땅콩에 그려진 해골 모습마냥 왠지 섬뜩해지는데요. ‘미스터 피넛’이란 제목에 담겨진 의미와 함께 결혼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책 <미스터 피넛>입니다.
|
|
사회 통념상 결혼적령기라고 생각하는 나이를 훌쩍 넘었음에도 아직 미혼인 나에게, 이미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는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결혼이란 내가 낳은 아이와 다 큰 아이 한 명을 동시에 키우는 일’이라고들 말한다. 연애할 때 멋지고 예쁜 모습만 보던 것과 달리 결혼은 현실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볼꼴, 못 볼꼴 등등 별꼴을 다보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들어가는 게 결혼이라고도 한다. 죽도록 밉다가도 죽도록 사랑스러운, 그런 이상야릇한 감정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게 결혼생활이 아닐까 싶다. 신혼을 보내는 부부의 모습을 묘사한 단어 중에 ‘알콩달콩’이란 단어가 있다. 신혼부부의 사랑을 이보다 더 질투가 나도록 표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결혼이란 제도에 입장하지 않은 내가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결혼생활은 불행보다는 행복에 더 가깝다. 그런데 이 책 《미스터 피넛 1,2권(2011.3.21. 현대문학)》을 읽으면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모르는 결혼생활의 진면목은 행복보다 불행에 가까운 게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설마 세상의 모든 유부남들이 자신의 아내를 죽이는 꿈을 꾸겠느냐 만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데이비드 페핀이 처음 아내 살해를 꿈꾸었을 때 그것은 자기 손으로 해치우는 식은 아니었다(p9)로 시작하는 《미스터 피넛(1,2권)》은 세 명의 남자를 등장시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세 명의 주인공은 고도비만으로 다이어트의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는 아내 앨리스가 죽기를 꿈꾸는 페핀, 어떤 방법을 써도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는 아내 때문에 생활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형사 해스트롤, 전직 의사인 형사 셰퍼드는 아내의 살해 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사건의 중심은 아내의 죽음을 꿈꾸는 페핀의 상상이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앨리스가 땅콩을 먹다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과연 앨리스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를 밝혀내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그리고 타살이라면 남편인 페핀이 살해 용의자인지도 함께 밝혀낼 의문점이다. 연애 시절에는 ‘사랑’ 때문에 다투기 바쁜 연인들이 결혼 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더 무뎌져가는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추리소설인가 싶으면 미스터리 소설인 것 같고, 미스터리 소설인가 싶으면 추리소설인 것 같은, 한 마디로 흥미로운 소설이다. 초콜릿에서 단맛만 나는 게 아닌 것과 같이 사랑도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란 진실은 안다. 그러나 결혼생활이 사랑이란 감정을 증오, 무관심에 이르기까지 한다는 건 너무 잔인한 발상인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
|
햇살이 좋은 5월, 제 주위에서만 세 커플이 결혼을 합니다! 바야흐로 결혼시즌이 도래한 것이죠. 제가 있는 곳에서는 여자분들은 한 분 빼고 다 결혼을 안 하고, 남자분들은 한 분 빼고 다 결혼을 하셨는데요, 여자분들은 햇살 좋은 바깥을 내다보며 '악! 우리도 빨리 결혼을 해야 하는데!'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 저희를 보며 한 남자 분은 '연애만 하고 결혼은 하지마!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결혼은 무덤이야!'라며 반쯤 진심이 담긴 어조로 충고하시곤 합니다. 그럼 또 우리는 '그건 가진 자의 여유잖아요! '하며 대항(?)하죠. 아직 저의 마음은 소녀인지, 결혼하면 좋을 것 같은 일들만 떠오르고 나쁠 것 같은 일들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주변에 잘 사시는 분들을 보면, '함께여서 참 좋겠다' 는 생각도 들고 이제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살짜쿵 조바심도 나고 그렇거든요. 그런데. 결혼은 정말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무덤인 걸까요?
이 책에는 아내의 죽음을 원하거나 혹은 이혼을 원하는 세 명의 남자가 등장합니다. 한 때는 아내와의 사랑에서 '기쁨'을 느꼈던 그들이, 언제부턴가 그녀들을 향해 분노와 절망의 아우라를 뿜어내게 돼요. 저는 여자와 남자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고,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가끔 제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 어렵고,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가족과도 분쟁은 생기는 거니까요. 그런데 몇 십년을 다른 환경에서 살다 만난 남녀가 단 몇 년 연애하고 결혼한다고 해서, 우리는 사랑이 전제되어 있으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서로를 온전히 보듬어 안기란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서로를 자신에게 맞추려고 하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울며 소리치는 데이비드의 아내 앨리스를 보며 (물론 아이를 잃은 아픔이 있기는 하지만) 왜 자신은 하지 못할 일을 데이비드에게 강요하려 하는 지 의아했습니다. 해스트롤 형사의 아내 한나의 경우도, 저는 그녀가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답답했답니다.
데이비드의 아내 앨리스가 시신으로 발견된 도입부만 봐도 이 작품은 약간의 미스터리한 면을 갖추고 있는데요, 저는 스릴이나 오싹함을 느끼기보다 많이 슬프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내와의 이혼을 원했던 세 번째 남자 샘 셰퍼드와 그의 아내 마릴린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어째서 결혼을 한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이토록 비극적으로 그려져야 하는가에 대해서요. 서로에게 느꼈던 사랑은 온 데 간 데 없고, 아내의 부재를 이용해 바람을 피우고, 한 순간 욕망에 빠져 아내를 버릴 생각까지 하게 만든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인지, 결혼을 안 한 저로서는 도통 알 수가 없네요. 게다가 아내의 존재에 대해 진정한 기쁨을 누리게 된 그 때 그들이 헤어지게 된 것을 보면, 어째서 좀 더 빨리, 그리고 꾸준히 그들의 사랑을 가꿀 노력을 하지 않았었는 지 안타까웠어요.
결혼의 어두운 측면, 함께면서도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세 커플의 사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1권은 조금 지루했지만, 2권에서는 문장이 술술 뚫리는 느낌이 들고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었어요. 마치 제가 마릴린이 된 것처럼, 내가 마릴린이라면 내 남편 샘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었을 지, 그를 끝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능할 지. 결혼이 어쩌면 무서운(?)일이 될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