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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 하나를 구입하고 나면 배달된 후 바로 보거나 묵히거나 시기를 놓치면 보지도 못하고 내버려 두는데 볼쇼이의 파리의 불꽃은 출시되자 마자 구입해서 바로 잠도 안자고 보고 최근에도 우울할 때마다 꺼내보게 된다. 안드레아 셰니에처럼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입맛에 맞고 어지간한 발레리노 못지 않은 탄성의 발레리나 나탈리아 오시포바와 그녀의 돌쇠 짝지 이반 바실리예프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춤 솜씨 덕에 에너지를 얻는 것 같기도 하다.
파리의 불꽃은 바이노넨의 안무로 1932년 초연된 소비에트 연방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당시에는 최고의 작품으로 추앙받았지만 소련 붕괴 후 점차 사라졌다가 2008년 볼쇼의 예술감독 알렉세이 라트만스키에 의해 복원되었다. 이 작품이 잊혀지면서도 살아남은 바스크 춤이나 그랑파드되는 거의 그대로 살려 놓아 고전 발레스타일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라트만스키 특유의 안무 습관대로 마임을 거의 배제하고 춤의 향연을 펼친 것이 독특하다.
본래 바이노넨은 키로프(현재 마린스키)의 캐릭터 댄서 출신다.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려 이 작품에는 사라방드, 미뉴엣 춤부터 팔랑돌 군무, 바스크 댄스까지 다양한 민속춤이 나온다. 그랑 파드되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운 부분이 바로 이들 군무다.
바스크 댄스
오페라 리날도와 아르미다를 알고 보자!
2막은 18세기 궁정발레를 그대로 재현했다. 귀족들이 추는 우아한 춤 미뉴엣이 지나고 나면 그들의 유희로 발레 작품 리날도와 아르미다가 나온다. 오페라와는 결말이 다르고 큐피드가 들어가는 것이 다르지만 십자군 시대 이슬람 마법사인 아르미다는 배에 타고 온 용사 리날도를 해치려 하지만 오히려 첫눈에 반하여 구애를 하게 되고 아르간테를 질투한다는 기본 뼈대는 똑같다.
아르미다와 리날도의 그랑 파드되는 바이노넨 버전을 그대로 살렸는데 음악에 맞춘 안무도 좋고 리날도의 루슬란 스크보르소프와 아르미다의 안나 안토니체바의 춤도 꽤 좋다.
리날도와 아르미다
이 두 사람을 빼 놓고는 프랑스 혁명 이야기를 할 수 없겠지.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웃어대는 마리 앙투아네트, 작달막하고 소심해 보이는 루이 16세의 모습이 꽤 사실적으로 재현되었다. 귀족들의 사교춤이던 발레 원형의 모습도 살짝 보인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혹자는 서커스같다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이 두 사람의 테크닉은 정말 사람의 혼을 빼 놓는다. 영상물 구입 전에 유튜브에 떠도는 그랑 파드되를 봤고 지난 가을 볼쇼이-마린스키 합동 갈라에서 실연을 보았지만 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나온다. 둘 다 신체 조건이 우월하지는 않은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무시무시한 테크닉으로 약점은 보이지도 않는다. 회전, 체공 시간, 순발력, 남들은 하기에도 바쁜 테크닉에 온갖 기량을 다 섞은 바리에이션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팔팔할 때 영상물 많이 내거라.
나탈리아 오시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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