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5)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33%
  • 리뷰 총점8 60%
  • 리뷰 총점6 7%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6.0
  • 40대 8.0
  • 50대 8.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프로방스에서는 나도 플라느리가 되고 싶다
"프로방스에서는 나도 플라느리가 되고 싶다" 내용보기
세상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그 속이 치밀해지다보면 넘치는 일과 관계에 휩싸여 자신을 잃고 헤매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외부적으로 두드러지는 많음, 넘침, 풍족함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그 내면의 바닥은 갈증과 허기로 채워진다. 사람들은 그 목마름과 배고픔을 삭히기 위해 더러는 일상을 떠나려고 하고 거창하게 여행까지는 아니어도 잠시 머리를 식히고 일상을 잠시 팽개치
"프로방스에서는 나도 플라느리가 되고 싶다" 내용보기

세상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그 속이 치밀해지다보면 넘치는 일과 관계에 휩싸여 자신을 잃고 헤매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외부적으로 두드러지는 많음, 넘침, 풍족함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그 내면의 바닥은 갈증과 허기로 채워진다. 사람들은 그 목마름과 배고픔을 삭히기 위해 더러는 일상을 떠나려고 하고 거창하게 여행까지는 아니어도 잠시 머리를 식히고 일상을 잠시 팽개치고 싶은 욕망에 이끌리게 마련이다. 떠남이란 그 무엇도 챙기지 않고 홀연히 흘러가는 것인데도 차마 버리지 못하는 일상의 좀스러운 사정들을 기어이 끄집어 내어 내 어깨에 짊어지려 하는 것은 오래도록 도시의 압력에 이끌려 살아온 탓이리라.
사회학자이자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에 순응하고 싶지 않은 지식인의 한 사람인 저자 정수복은 지구상에서 서울과 파리 다음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해 오래도록 살아온 남불 프로방스에서의 일상을 일기형식으로 남긴 작품이다. 일기라고 하면 단순한 일상과 특이한 볼거리를 제공하겠지만 그러기엔 저자의 시선과 관심이 조금 특별하다. 알베르 카뮈가 교통사고로 죽기 전 한가로운 생활을 보냈던 루르마랭과 "프랑스속의 작은 로마" 또는 "예술과 역사의 도시"라고 불리우는 곳, 바로 아를에서의 빈센트 반 고흐와의 끝없는 대화가 펼쳐지는 책이다. 일상을 던지고 감상에 젖어 폼만 잡는 그런 책은 절대 아님을 미리 알려둔다.

이번 여름여행은 유럽 남쪽의 뜨거운 햇살을 찾아 떠나려고 한다. 여행기간은 20여일이 채 못되지만 최선을 다해 움직일 생각인데 그 여행의 중심에 남불, 현지인들이 미디라고 부르는 프로방스가 자리잡고 있다. 태양이 언제나 정오에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풍부한 햇살이 주어진 평화롭고 아득하고 정감있는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중간에 위치한 중세와 목가적인 서정미를 갖춘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가 시간이 주어지는 한 걸어다니며 주변의 경치와 남불의 바람인 미스트랄이 불어준다면 기꺼이 몸을 맡기고 싶다. 여행계획이 대충 짜여지는 동안에 만난 책이라서 그런지 무척 깊이있게 들여다보며 읽어보려 했다. 천천히 읽었지만 남겨진 페이지가 아쉬울 정도로 품위와 기품을 겸비한 묵직한 인문에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행서라는 느낌은 거의 없다. 저자가 보낸 그런 일상을 여행이라는 관점에서 보기엔 무리가 있어서이다. 한국에 가면 정이 많아 정감있고 좋지만 동시에 답답하고 프랑스에 가면 냉냉하지만 동시에 자유롭다는 말이 저자의 속내를 드러내는 말일지도 모른다. 한국인은 좀더 이성적일 필요가 있고 프랑스인은 덜 합리적이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해석을 하니 말이다.

여름 휴가철이면 파리는 텅 빈다. 파리지앵과 파리지엔느가 모두 한적하고 조용한 휴양지를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한여름 파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미술관, 박물관, 샹제리제 명품거리에는 관광객 인파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이렇게 양면의 이질적인 풍경들이 자리를 잡고 끝없이 밀려들어오고 나가는 곳이 파리이다. 정든 장소이지만 답답한 도시분위기에 못이겨 프로방스에 자그마한 집을 얻어 살아가는 저자의 프랑스 친구들의 인생담도 그려져 있고 그들과의 편안하고 잔잔한 관계짓기가 내심 미소로 응답하게 한다.
언어를 학습하는 일은 다른 삶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또다른 방법이 된다는 저자의 언급에 내 관심도와 공감도를 잡아내는 한 줄기를 찾아낸 것 같아 찌는 더위에 만나 소나기처럼 반가웠다.
햇볕을 사랑한 알제리의 작가 알베르 카뮈가 보낸 루르마랭에서의 마지막 나날들, 아무도 찾지 않지만 그토록 풍부한 햇살이 내리쬐는 자리에 안장된 카뮈의 묘지와 묘비명이 보랏빛 라방드(라벤더)의 향내를 맡으며 조용히 침묵하는 사진, 아! 나는 카뮈가 거닐었던  루르마랭의 광장과 좁디 좁은 골목들을 헤매며 프로방스의 플라느리(한가하게 걷는 사람)가 되고프다.

빈센트 반 고흐가 죽기 전 70여일을 보낸 곳, 오베르 쉬르 루아즈에서 반 고흐는 77점의 그림을 남겼다고 한다. 책에서는 69일을 보내고 70여점을 남겼다고 하는데 아무튼 정신이 미쳐가고 정신이 돌아오는 그 시점에 살아가는 날보다 혹은 더 많은 작품을 남긴 그를 어찌 모른 체 할 수 있을까.
점점 공업화되어가는 아를의 풍경과 노을을 배경으로 황금빛 넘치는 밀밭의 풍성한 자연에 취하고 마는 글과 그림들, 빈센트와 테오의 영혼을 나눈 편지이상으로 저자의 반 고흐에 대한 사색과 고찰은 고색창연한 지식 풍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광기와 창조성을 무기로 짧은 생애를 마쳤던 반 고흐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들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오베르 쉬르 루아즈에 있는 빈센트와 테오의 묘지에 그가 사랑했던  아이리스와 해바라기를 안고 한참동안 한 자리에 서 있고 싶다.

시인 김 승희는 "생 레미 요양원'이라는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을 넣었다.
 
나에게는 친구도 없다,
폴 고갱같은 잔인한 족속도 더러 있었지만
한그루의 해바라기와 불꽃처럼 타오르는 측백나무
이글거리는 황토빛 보리밭과 까마귀,
별이 빛나는 밤이 있을 뿐이다.

이 얼마나 함축적인가!  단방에 한 편의 글을 정리해주니 말이다.






b*******e 2011.06.29. 신고 공감 13 댓글 20
리뷰 총점 종이책
[11-20] Provence에서 Province를 만나다.
"[11-20] Provence에서 Province를 만나다." 내용보기
저자는 인생이 아름다운 까닭은 축제가 있기 때문이다.1)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축제가 아니라 여행이 있기에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일상에 지쳤을 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그런 곳으로 훌쩍 떠날 수 있기에 삶이 여전히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그 어떤 이유에서든 누군가로부터 배신을 당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한
"[11-20] Provence에서 Province를 만나다." 내용보기

자는 인생이 아름다운 까닭은 축제가 있기 때문이다.1)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축제가 아니라 여행이 있기에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일상에 지쳤을 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그런 곳으로 훌쩍 떠날 수 있기에 삶이 여전히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그 어떤 이유에서든 누군가로부터 배신을 당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면 비록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음의 상처가 아물어간다 해도 그의 인생은 무지갯빛이기는 힘들 것이다.

생각해보라. 사소한 오해로 연인과 헤어진 사람이 얼마 전 그 혹은 그녀에게 감미로운 사랑의 말을 속삭였던 곳을 지나가야 한다면, 그 곳은 더 이상 마음을 설레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쓰라린 신물만 나오지 않을까?

여행이 그 모든 것을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여행하는 순간만이라도 망각의 축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여행은 만남이기 때문이다.

 

든 만남은 상호간의 교감에 의해 이루어지는 이고, 그 교감의 내용은 한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어느 지역의 특징이 그 지역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과 사이에 들리지 않는 대화보이지 않는 교감이 일어나야 그 지역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대화와 교감은 그냥 스쳐 지나감을 만남으로 전환한다.2)

물론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여행을 한다면 이런 만남이 생기지 않는다. 단지 여기에 왔다는 것을 증명할 사진 몇 장을 통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렇다면 진정한 만남을 위해서는 무엇을, 아니 어떤 여행을 해야 할까?

시간에 쫓기는 여행에서는 어느 지역과도 깊고 진하게 만날 수 없다. 적어도 한 지역에 며칠을 머무르면서 그 도시의 장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 지역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과 시장과 카페와 식당을 가보고, 이곳 저곳을 할 일 없이 걸어 다니며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아야 그 지역을 느낄 수 있다.

프로방스는 유학시절 한 번 지나간 적이 있지만 주마간산(走馬看山)의 관광여행에서 큰 영감을 받지 못했다. 그저 한 번 가보아야 할 곳을 다녀왔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프로방스를 나의프로방스로 만나게 된 것은 1996년 여름의 일이다. 파리에서 자동차를 빌려 타고 남쪽 방향으로 차를 몰아 퐁텐-보클뤼즈(Fontaine-de-Vaucluse)에 있는 친구 미셸의 별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일주일가량 머무르면서 보니외(Bonnieux), 고르드(Gordes), 카바용(Cavaillon), 압트(Apt), 메네르브(Ménerbes) 등 그 근처의 작은 마을들을 순례한 다음 내친 김에 지중해의 코르스(Corse)까지 차를 몰아 여행했던 기억은 지금도 빛 바래지 않은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렇게 해서 그냥 거기 있던 프로방스가 나의 프로방스가 되었다.3)

 

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프로방스(Provence)는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저자는 프로방스(Provence)에 대해 프로방스는 그런 조급증을 치료하는 요양의 장소가 될 수 있다. 그곳에서 일정 기간을 지내다 보면 무엇이든 깊이 느끼고 음미하고 교감할 줄 아는 능력을 회복하게 된다.

세속의 허영을 뒤로하고 느리게 살려는 사람들이라야 숨어있는 프로방스의 진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방스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 잡힌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 사는 곳이다.4)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삶이라면 굳이 멀리 프랑스까지 갈 필요도 없을 것이다. 돈에 쪼들리지 않는 상태에서의 귀농이라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삶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프로방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시골[Province],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삶의 현장이 아니라 휴식의 공간으로서의 시골로서.

 

렇게 프로방스를 향한 여행은 구체적인 장소라기 보다는 우리가 꿈꾸고 장식한 휴식의 공간에로의 즐거운 달음박질이다. 그리고 어떤 여행이건, 그 여행 하나하나가 김춘수의 의 한 구절처럼 하나의 몸짓에 이름을 불러주어 꽃을 만드는 과정이고,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길들여지는 과정이다.

어쩌면 나는, 아니 우리는 여행을 통해 이름을 지어주고, 불러주며 햇빛 찬란한, 인생의 어느 날을 꿈꾸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외칠 것이다. 순간아 멈추어라, 정말 아름답구나!”5)라고 말한 파우스트 박사처럼.



1) 정수복,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문학동네, 2011), p. 32

2) 정수복, 앞의 , pp. 20~21

3) 정수복, 앞의 , p. 21

4) 정수복, 앞의 , p. 45

5) 요한 볼프강 괴테, <파우스트>, 김인순 옮김, (열린책들, 2009), p. 454

w******f 2011.04.16. 신고 공감 8 댓글 12
리뷰 총점 종이책
머무는 여행이 주는 휴식 같은 삶을 찾고 싶어!
"머무는 여행이 주는 휴식 같은 삶을 찾고 싶어!" 내용보기
머무는 여행,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곳이 아닌 전혀 모르는 어느 곳에 머물면서 그곳을 알아가는 재미. 여행의 묘미는 바로 그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지금 당장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떠난다면 그곳에 오래오래 머물면서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천천히 느긋하게 하릴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시간. 멍, 하니 햇빛을 쬐며 눈부신 하늘을 쳐다보고 있어도, 담벼락 그늘 아래 앉아 지나가는
"머무는 여행이 주는 휴식 같은 삶을 찾고 싶어!" 내용보기

머무는 여행,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곳이 아닌 전혀 모르는 어느 곳에 머물면서 그곳을 알아가는 재미. 여행의 묘미는 바로 그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지금 당장 떠나지 못하는 이유도, 떠난다면 그곳에 오래오래 머물면서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천천히 느긋하게 하릴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시간. 멍, 하니 햇빛을 쬐며 눈부신 하늘을 쳐다보고 있어도, 담벼락 그늘 아래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하루를 보내도 누구하나 간섭하지 않는 자유. 분명 여행이 주는 휴식 같은 시간일 것이다. 그 자유를 만끽한 사람, 정수복.

 

사람이 살면서 어느 한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빠져든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아직까지 내겐 그런 경험이 없다. 그저 여행을 간 곳에서 주는 단순한 편안함 때문에 이곳에서 살아도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봤을 뿐이지 오래도록 그곳을 그리워하고 결국에는 그곳에 가서 살아보겠다고 마음먹는 일은 쉬운 선택이 아닐 것이다. 한데 그는 그랬다. 프랑스에 머물면서 몇 번의 프로방스 여행에서도 '그'만의 프로방스를 만나지 못했던 그가 '그의' 프로방스를 만난 것은 십 년도 더 전에 자동차를 빌려 남쪽으로 여행을 하면서부터다. 친구 미셸의 별장에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그는 '그' 만의 프로방스를 만나게 된다. 그후로 삶이 지루하거나 피로해지면 프로방스를 찾게 되었단다. 문득 생각해보니 내게도 그런 곳이 있긴 했었다. 외국에 나가 오래 있었던 적이 별로 없으니 외국의 어느 곳일리는 없고, 이곳 우리나라에서였다. 바로 경주.

 

경주는 프로방스만큼의 햇빛은 없었지만 도시의 햇빛보다는 빛났다. 미스트랄과 같은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소금기 먹은 바닷바람은 불었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내륙에서 유일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향지의 느낌이 나는 곳이 바로 경주였다. 그래서 마음에 맞는 친구와 매년 그곳을 찾아 휴가를 보낸 적이 있었다. 오래 머물지는 못했지만 그곳에 있는 동안은 모든 시름을 다 잊었다. 늦게 일어날 자유, 유유자적 돌아다닐 자유, 바닷가에서 오래오래 앉아 있어도 좋을 자유. 어쩌면 한 번의 그 자유가 친구와 나를 매년 그곳으로 불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지 않은 걸로 봐서는 간절할 만큼의 편안함을 준 것은 아닌 듯하다. 그가 경험한 묘지에서의 느낌처럼.

 

그로부터 14년 뒤 1998년 여름 아를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때 나는 돌로 만든 석관묘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로마 시대의 유적 알리스캉의 바윗돌 위에 앉아 있었다. 오후 3시경이라 기온은 30도를 웃돌았을 것이다. 더운 날이라 나 말고눈 아무도 없었다. 알리스캉의 끝자락에 위치한 생-토노레St. Honore 성당 앞에 발굴 현장처럼 여러 크기의 돌들이 무질서하게 늘어선. 움푹 파인 사각형 가장자리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는데 산들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자 햇빛을 받으며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이 미스트랄 바람에 유유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불의 흰 구름이 더가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과 나무가 주고받는 들리지 않는 대화가 내 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간간이 푸른 하늘에 희고 긴 꼬리를 남기며 비행기가 지나가기도 했다. 큰 나뭇가지가 흔들리면서 작은 가지도 흔들리고 나뭇잎까지 전해지는 그 바람의 파동을 바라보면서 나는 점차 내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를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가끔 나무와 바람이 나누는 대화를 호기심을 가지고 엿듣곤 한다.

글을 읽으면서 그가 아를에서 느꼈던 일상의 시간과는 다른, 시공간을 초월한 무언가 영원한 것과 연결되어 있는 듯한 이 느낌을 언젠가 어느 곳에서 받게 된다면 나도  '나'만의 '프로방스' 같은 곳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책을 읽는 동안 '전문적인' 산책자라 스스로 말하고 있는 작가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남불, 프로방스라 일컫는 곳의 곳곳을 볼 수 있었다. 사회학자답게 조금은 지루하고 어려웠지만 그렇게 천천히 산책하듯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어쩌면 이건 그가 바라는 독서의 한 방법인 게 아닌가 싶었다. 가 보지 않은 곳에 대해 궁금은 하지만 이토록 세세하게 알려주는 것은 낯설은 지명과 거리에서 오는 알 수 없는 불편함과 지루함을 산책하듯이 그를 따라 천천히 매일매일 그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즐기면서 잊게 하기 위한(훗, 역시 책을 읽는 방법에 있어서도 각자의 자유로움이 존재하는 구나!).

 

아무튼,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을 통해 진정한 휴식을 알게 되었다. 작가가 한 달 동안 누렸던 '프로방스에서의 자유로움, 신선함, 고요함, 장엄함'이  언젠가 나도 그와 같은 경험으로 '나'만의 '프로방스'를 꼭 찾아 누려보리라는 마음을 먹게 하였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삶과 여행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j****o 2011.04.19.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프로방스라는 곳, 어떻기에?
"프로방스라는 곳, 어떻기에?" 내용보기
완전한 휴식이라는 말에 죽음을 떠올렸다면 너무 니힐한가? 살아 있는 한 약간의 이완은 가능할지라도 완전히 휴식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그간의 내 삶을 피곤하게 만들어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도대체 어디 가면 나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하며 궁리만 하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많은 분들이 프로방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검색창에 프로방스를 치면 다다다다 하고 이런저런 프
"프로방스라는 곳, 어떻기에?" 내용보기

완전한 휴식이라는 말에 죽음을 떠올렸다면 너무 니힐한가? 살아 있는 한 약간의 이완은 가능할지라도 완전히 휴식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그간의 내 삶을 피곤하게 만들어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도대체 어디 가면 나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 하며 궁리만 하다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

많은 분들이 프로방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검색창에 프로방스를 치면 다다다다 하고 이런저런 프로방스의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 중엔 어린 날 내 감성을 뒤흔들었던 알퐁스 도데의 '별'도 있다.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뭉클했던 '나무를 심은 사람'도 있다. 도대체 거기가 얼마나 아름답고, 평화롭고, 나른하고, 느긋하기에 그토록 많이들 프로방스를 말할까. 김영주 씨가 쓴 '프로방스'는 작가와의 만남에 친구 따라 가서 '어느 멋진 순간'이란 싱그런 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시간도 누렸던 기억이 있다. 영화에서 검색하면 내 인생에서 가장 야한 영화로 각인돼 있는 '연인'도 프로방스와 연관 되어 뜬다. 처음 읽고는 '너무 멀리 갔어'라며 기함했던 소설 '향수'의 영화도 뜬다. 이래저래 산타페에 이어 프로방스는 다녀온 것이, 살아 본 것이 남들한테 속닥속닥 들려주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곳인가 보다.

이 책, 인문학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프로방스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군데군데 그런 시각이 녹아 있어 다른 프로방스 책과 차별된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은 '프로방스의 작가'라 할 카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곁들인 사르트르와의 논쟁 부문이다.

 

  르트르와 까뮈는 나치와 싸웠고, 독재자와 싸웠고, 위선과 불평등에 맞섰다. 사르트르는 공산당이 되지는 않았지만 "마르크시즘은 20세기의 넘어설 수 없는 지평이다"라고 말하면서 국내외적으로 확실한 좌파의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카뮈는 개인의 판단을 집단의 판단에 종속시키고 숭고한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할 수 있다는 좌파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중략...) 사르트르가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서문을 통해 불의의 폭력은 거부해야 하지만 정당한 폭력은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때 카뮈는 침묵을 택했다. 그는 자기 어머니가 탄 버스에 알제리 독립을 위해 던져진 폭탄 사고로 어머니가 죽는 상황을 그리면서 그렇게 얻어진 독립보다는 어머니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p.110~111)

 

  나는 어느 쪽인가 하면 카뮈 쪽이다. 정의와 부정이 거의 명확한 상황에서도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를 망설이는 편이다. 그런 사람들은 좀 외롭다. 우유부단으로 비추어지기 십상이다. 카뮈도 그랬구나...했다. 그는 마음에 드는 장소에 집 한 채가 있고 주위에 이야기가 통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의 조건이 갖추어진 셈이라고 말하곤 했(p.61)단다. 그 또한 내 타입이다. 카뮈의 재발견...내지 첫 발견. 그러고보니 나는 카뮈를 몰랐구나. 그저 실존주의 작가의 한 명으로만 대충 이해하고 있었구나. 그가 프로방스에서 죽었다면, 가볼 만하겠다 싶다. 나의 해외여행은 동남아에 국한되어 있었고, 유럽은 뭔가 꿈처럼 멀기만 한데, 가게 되면 이곳을 찜해야겠다.

  진짜 프로방스에 가 보기 전이라면, 그 동안 내게 프로방스는, 휴식의 장소는 어디였을까. 낮잠이 죽을 만큼 감미로운 그곳은 어디였을까.... 없다. 나는 집에서 나서는 순간 나를 휘두르는 외부의 힘에 두려움을 지니고 있는 편이라 제일 좋아하는 휴식은 아무도 없는 나의 집에서만 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밖 어디선가 휴식을 발견하는 건 나의 오랜 로망이다. 더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나의 프로방스를 발견하고 싶다. 떠날까? 일단?

p****1 2011.04.18.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 정수복 : 아를로 떠나보자 (아래 글은 상상기행문입니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 정수복 : 아를로 떠나보자 (아래 글은 상상기행문입니다)" 내용보기
초록색 책을 받았습니다. 제목만 보아도 설렙니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이제 저는 프로방스로 떠납니다. 그 중에서도 글쓴이 정수복씨가 자신의 '제 3의 도시'로 꼽은 아를로 말이죠. 남프랑스의 빛나는 햇살과 여유로운 시간 속으로.  프랑스어를 전혀 몰라 슬슬 걱정이 되네요. 불어 잘하는 친구라도 데려올걸. 하지만 굳이 많은 말이 필요 없을 여행이 될테니 그런 걱정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 정수복 : 아를로 떠나보자 (아래 글은 상상기행문입니다)" 내용보기

  초록색 책을 받았습니다. 제목만 보아도 설렙니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이제 저는 프로방스로 떠납니다. 그 중에서도 글쓴이 정수복씨가 자신의 '제 3의 도시'로 꼽은 아를로 말이죠. 남프랑스의 빛나는 햇살과 여유로운 시간 속으로.


  프랑스어를 전혀 몰라 슬슬 걱정이 되네요. 불어 잘하는 친구라도 데려올걸. 하지만 굳이 많은 말이 필요 없을 여행이 될테니 그런 걱정은 잠시 커다란 짐가방 속에 묻어두려고 합니다. 짐이 왜이리 거대하냐구요? 이게 다 완전한 휴식을 취하기 위한 사전 준비랍니다. 가방을 열고 떠나기 전 쓸어담아놓은 책 무더기를 보니 마음이 꽉 차네요. 여행지를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도 좋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도 좋지만 제게 있어 진정한 휴식은 다른 아무 걱정 없이 늘어져 책을 읽는 것이니까요.


  아를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저를 반기는 것은 라벤더 빛의 바람입니다. 흐드러지게 연보랏빛 라벤더가 피어 그 향이 미스트랄을 타고 번집니다. 미스트랄은 남프랑스 특유의 거센 바람이에요. 모자와 옷자락이 펄럭거리는 소리를 냅니다. 이게 책에서만 보던 '더위를 날리는 바람'이로군요. 더위만 날리는 게 아니라 사람도 여럿 날리겠어요.


  관광객들이 아를을 여행 경로에 넣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반 고흐 때문이겠죠? 미술이나 그림은 잘 몰라도 반 고흐는 워-낙에 유명하다보니 반 고흐 카페나 반 고흐 센터(Espace Van Gogh) 등이 포함된 반 고흐 코스가 따로 마련되어있기까지 하네요. 책의 저자인 정수복씨도 고흐에 대한 열정을 책에 고스란히 담아놓으셨었죠. 하지만 저는 원래 고흐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도 아니니 그 코스를 그대로 답습하는 건 패스. 대신 그 분위기에 젖어 한 두권 쯤은 반 고흐에 대한 책을 골라 반 고흐 카페 맞은편에 자리잡고 느긋하게 독서를 즐길지도 모를 일입니다.


  고흐 다음으로 아를에서 유명한 것은 고대 로마의 유적들입니다. 아를은 프랑스의 작은 로마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요. 로마의 원형경기장과 아를의 원형경기장은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관광객이 많을 시간을 피해 아무도 없는 원형경기장에서 노래를 불러보고 글도 써보고, 계단 위에 앉아 내일은 어딜 가볼지 휘 둘러보기도 하고 그러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지리도 익힐 겸 거리로 나섭니다. 아까 아를에 도착하자마자 반겨준 라벤더 - 글쓴이는 라방드(라벤더의 프랑스식 표현)라고 했지만 - 가 집집마다 창틀 위에서 빛나고 있네요. 예술가들이 탐내던 아를의 풍부한 햇살이 라벤더를 더 향기롭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런 햇살 아래서는 무슨 꽃이든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겠지요. 기념품점에 잠시 들러 숙소에 걸어놓을 라벤더 포푸리와 샤워할 때 쓸 라벤더 비누를 챙깁니다.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면 더욱 좋았을테지만 그건 다움 기회로 미뤄두도록 하죠(그런 체험이 가능할 지 어떨지 모르니 말예요).


  한 두 시간 정도 정처없이 걸었을까요? 라벤더, 햇살 다음으로 저를 사로잡는 것은 개성있는 창문과 문입니다. 큰 틀은 비슷하면서도 저마다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집 주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듯 합니다. 모두 사진에 담고 싶어도 너무 많아서 다 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워 우두커니 그 자리에 서서 하나 하나 눈 속에 담아둡니다. 서울에 있는 집들도 이런 센스가 있다면 숨통이 트일 텐데.


  걸어온 길과 다른 길로 삥 돌아 다시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여기서 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곳이라면 잠깐만 쉬더라도 완전한 휴식이 될 수밖에 없겠네요. 정수복씨의 책에서는 워낙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아 미처 들여다볼 수 없었던 아를의 풍경을 기대하며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 김수정 지음'이라고 쓰인 책의 첫 장을 펼칩니다. 책과 풍경 그리고 프로방스라는 제목의 머릿말에는 제가 처음으로 프로방스라는 곳을 접하게 된 정수복씨의 책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이야기가 적혀있을 겁니다. 그러면 이제, 함께 해보실까요?



s*******2 2011.04.18. 신고 공감 3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내용보기
일상의 치열한 생존의 장을 벗어나 영혼의 쉼터를 찾아 사람과 사물,음식과 풍경과의 만남은 가깝게는 일에 대한 재충전의 시간이 될 것이고 길게 볼 때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보다 풍요로운 행복의 밀알이 될 것이다.여행도 자신에게 맞는 곳이 있을 것이고 마음 속에 그리는 여행지는 자주 찾고 다녀도 질리지 않다.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거 같고 반겨 주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내용보기

 


 일상의 치열한 생존의 장을 벗어나 영혼의 쉼터를 찾아 사람과 사물,음식과 풍경과의 만남은 가깝게는 일에 대한 재충전의 시간이 될 것이고 길게 볼 때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보다 풍요로운 행복의 밀알이 될 것이다.여행도 자신에게 맞는 곳이 있을 것이고 마음 속에 그리는 여행지는 자주 찾고 다녀도 질리지 않다.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거 같고 반겨 주는 친구 덕분에 밀 린 이야기는 밤이 새도록 하여도 끝이 없는 우정의 나눔이기 때문이다.

 전문 산책자인 정수복작가의 프로방스 여행은 풍경,역사,인물,에피소드등이 한데 어울려 읽는 내내 유익함을 선사했고 잘 보존된 산과 숲,예술가와 작가들의 체취와 향기가 물씬 묻어 남을 느낄 수가 있었으며 예술과 문학을 사랑하는 프랑스인들만의 자부심과 애정도 함께 읽을 수가 있었다.북적대고 치열한 일상이 아닌 프로방스만의 자연 경관은 알퐁스 도데의 별이 빛나는 밤과 함께 까뮈의 생의 후반기의 사색과 창작의 산실,화가 반 고흐가 평생을 몸바쳐 그림 그리기에 열정을 쏟아 붇던 곳이라는 점에서 프로방스는 독자들에게 한층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거 같다.또한 작가는 프로방스 체험기를 날짜별로 기록해 놓고 있어 작가의 프로방스 견학문이 오롯이 전해져 온다.

 북적대는 도회지의 찌든 환경을 벗어나 신선한 자연의 내음과 느리게 흘러가는 태고의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쪽 지방에 위치하고 해양성 기후 덕분에 대서양에서 불어 오는 바람으로 그들이 자랑하는 포도와 곡물들은 탱탱하면서도 알차게 익어 간다.프로방스인들은 점심을 먹고 새차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앉아 있는 곳에서 오수의 달콤함을 만끽한다.또한 그곳은 고대 로마제국의 지배와 영향권에 있어서인지 원형경기장등이 남아 있고 영화의 메카가 할리우드가 아닌 프로방스가 영화의 발상지임도 새롭게 알았다.그만큼 역사와 문화,자연의 숨결을 잘 보존하고 간직하고 있기에 세계인들의 애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의 후반부는 불운한 삶을 살다 간 화가 반 고흐의 삶의 여정이 잘 나타나 있다.고갱과의 불화와 의견 불일치로 자신의 귀를 자른 고흐는 정신병자로 몰리고 정신병동에 격리 수용 생활을 하게 되는데,생전엔 빛을 발휘하지 못하던 그림이 사후엔 영광을 누리게 된다.그의 그림은 자연스럽게 강렬한 임택트를 주기 때문에 그림 애호가들을 사로잡는거 같다.또한 그는 돈이 되지 않는 그림을 창작열과 광기의 정신으로 몰입한 결과가 오늘의 그를 만들지 않았나 싶다.생전에는 생활비가 궁해서 동생 테오 고흐에게 받아 궁색한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형제애가 누구보다도 돈독하지 않았나 한다.그의 묘 옆에는 동생 테오 고흐가 나란히 서 있어 죽어서도 영혼의 우정을 과시하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산(뤼베롱)과 강이 교차되고 역사가 유구하며 카뮈와 반 고흐,고갱과 같은 문호,예술가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프로방스는 이지러진 삶을 올바르게 세워줄 줄 알고 이곳에서 거장들이 꿈을 꾸고 작품을 구상하며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매력만점이라는 생각이 든다.그곳에는 또 자유로움과 신선함,고요함과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예술혼이 살아 있음도 감지하게 되었는데,나 또한 프로방스와 함께 생각과 감정,영혼이 맑게 침전되고 그곳에 태고의 신비함이 자리잡고 있음을 느꼈다
.







j******6 2011.05.25.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저자와 함께 프로방스 이곳저곳을 거닐다 온 느낌이다
"저자와 함께 프로방스 이곳저곳을 거닐다 온 느낌이다" 내용보기
집 근처에 허브농원이 있다. 잘 꾸며놓은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맛과 상큼한 향이 좋아 종종 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허브차를 마시면 돌아갈 때 작은 화분을 하나 준다. 작년 봄엔가 여럿이 가서 차를 마시고 가져온 라벤다가 이제 막 꽃을 피우려 한다. 작년에 꽃을 피우지 않아 속상했는데 알고 보니 꽃은 봄에 피우는가 보다. 그런 걸 가을에 꽃이 피지 않는다고 속상해 했으니
"저자와 함께 프로방스 이곳저곳을 거닐다 온 느낌이다" 내용보기

 집 근처에 허브농원이 있다. 잘 꾸며놓은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맛과 상큼한 향이 좋아 종종 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허브차를 마시면 돌아갈 때 작은 화분을 하나 준다. 작년 봄엔가 여럿이 가서 차를 마시고 가져온 라벤다가 이제 막 꽃을 피우려 한다. 작년에 꽃을 피우지 않아 속상했는데 알고 보니 꽃은 봄에 피우는가 보다. 그런 걸 가을에 꽃이 피지 않는다고 속상해 했으니 괜한 오해를 한 셈이다. 이 책을 읽는데 라방드 포푸리를 베개에 넣으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거나 보라색꽃이 아름답고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무척 좋다기에 도대체 무슨 꽃일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바로 라벤더였다. 안 그래도 카뮈의 묘소 사진을 보며 혹시나 했다. 프로방스에서는 라벤더를 밖에서 키워도 되는가 보다. 우리는 겨울에는 실내에 들여놓아야 하는데. 그게 바로 지중해 기후의 장점인가.

 이 책을 읽고 언젠가는 프로방스를 꼭 가겠다고 결심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프로방스라는 지명은 알퐁스 도데의 <별> 때문에 모두 익숙할 것이다. 그게 중학교였는지 고등학교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여하튼 교과서에 실렸으니 웬만큼 기억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사실 알퐁스 도데의 소설을 읽으면서는 그냥 아름다운 장면이겠구나만 생각했지 그곳의 자연은 어떨까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추가되었다.

 우리나라 여름은 온도가 높고 습도까지 높아서 끈적끈적하고 기분 나쁜 느낌인데 프로방스는 강렬한 햇빛은 있지만 건조하다니 우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일 것이다. 습도가 낮아서 햇빛이 더욱 강렬하고 모두 감탄하는 그런 풍경이 연출되는 것이겠지. 거기다가 바람이 불면, 정말 시원하겠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에서의 바람을 생각했을 때 얘기란다. 저자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바람을 왜 싫어하는지 몰랐다고 하니, 역시 환경은 사람의 생각을 규정짓는다. 햇살은 강렬하고 건조한데 갑자기 세찬 바람이 불어온다면 나뭇잎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겠지. 특히 커다란 사이프러스나무에 바람이 분다면 어떨까. 아마 고흐가 이런 모습을 보고 그림으로 남겼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저자는 아를에서 고흐의 흔적을 찾아다니며(프랑스의 지명이 익숙하지 않아서 당췌 저자가 이야기하는 지명이 어느 부분인지 감이 없다. 그저 대충 짐작할 뿐이다.) 그와 내면의 대화를 할 때 사이프러스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리라 기대했는데 웬걸, 한 마디도 없다. 고흐의 그림에서 사이프러스나무가 워낙 강렬한 인상을 줬기에 그 맛을 느끼고 싶었는데 아쉽다. 생 레미 병원이며 고흐가 그린 방, 카페 등등을 돌아다닌 이야기를 읽다 보니 고흐의 그림들이 지나간다. 비록 고흐의 그림을 모두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찌보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일기 형식의 글인데도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여행 이야기보다 푹 빠져, 마치 저자와 함께 그곳을 거닐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그리워하고 원하는 모든 것이 갖춰져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고요함, 햇살, 느긋함 그리고 자연. 이런 것들이 내가 그리워하는 것들이다. 때로는 분주한 여행이 좋을 수도 있지만 워낙 번거로운 걸 싫어하는 관계로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골라다니는데 프로방스가 딱 그런 곳이다. 

 문득 난 왜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것일까라는데 생각이 미친다. 상당한 귀차니스트여서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구는 것도 무척 좋아하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자연의 모습,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것을 접하는 경이로움과 그런 곳에서는 '나'를 좀 더 자유롭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알지 못하고 나를 알지 못하는 곳에서 마주치는 '나'는 지금까지 규정지어진 '나'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전혀 다르게 행동할 주변머리도 없다. 그러나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들은 확실히 다르다. 어쩌면 그러한 변화가 나를 자꾸 어딘가로 떠나고 싶게끔 하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그곳에서 온전히 자신을 만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완전한 휴식을 취하고 왔듯이 말이다.



l*****8 2011.04.17.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진정한 휴식, 그곳에서 얻기
"진정한 휴식, 그곳에서 얻기" 내용보기
프로방스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 가진 무언가인 것 같다. 특히 예술가라면 아마 그것이 로망의 수준을 넘어 '갈망'의 수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프랑스에 그다지 호감을 가지지 않은 나로서는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 정도의 수준이었다.수많은 사람들이 로맨틱하다고 예찬하는 불어가 내 귀에는 꽥꽥 거슬리기만 하고 거만하고 이기적인 프랑스
"진정한 휴식, 그곳에서 얻기" 내용보기

프로방스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 가진 무언가인 것 같다. 특히 예술가라면 아마 그것이 로망의 수준을 넘어 '갈망'의 수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프랑스에 그다지 호감을 가지지 않은 나로서는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 정도의 수준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로맨틱하다고 예찬하는 불어가 내 귀에는 꽥꽥 거슬리기만 하고 거만하고 이기적인 프랑스 여행자들을 마주칠 때마다 몸서리를 쳤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마주했을 때도 나의 태도는 매우 삐딱했다.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이라고? 흥, 그런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나는 나름대로 날카롭게 날이 선 도끼눈을 준비하고 책장을 펼쳤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행간을 훑기 시작한 나의 도끼눈은 스르르 녹이 슬어가기 시작하더니 조금 뒤에는 이미 풍화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오히려 반짝거리며 그가 풀어놓은 이야기를 갈구하는 애독자의 눈으로 변신. 역시 깊은 내공의 소유자가 풀어놓는 썰은 그 맛부터가 달랐다. 그리고 이 점에 있어서는 그가 한국인이고 프랑스에서 25년간 체류하면서 온갖 풍파를 겪어낸 뒤에 풀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본다. 나는 정수복이라는 사람의 25년이라는 필터에 제대로 걸러진 물을 음미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그게 무슨 소린가 하면.....이 책은 단순하게 프로방스를 여행한 이야기가 아니다. 프로방스라는 지역을 관통하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방대한 분량의 무언가를 정수복이라는 사람의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여진 것을 그가 썰로 풀어낸 것이라는 이야기. 그러니까 독자들은 책장을 펼치기만 하면 직접 그곳에 가지 않아도 혹은 수많은 책을 다 읽어내지 않아도 그곳을 거니는 느낌을 가지면서 다녀올 수 있다. 물론 그 맛이 직접 그곳에 가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여러 사정에 의해 갈 수 없다면 이 책을 통해서 충분한 대리만족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곳을 이미 이렇게 알뜰하고 똑똑하게 답사했으므로 언젠가 프로방스에 직접 가게 된다면 무방비 상태로 그곳에 도착한 사람들에 비해서 느끼는 감정의 깊이가 다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난생 처음으로 프로방스를 염원하게 됐다.
(앞에도 언급했지만 전부터 어쩔 수 없이 프랑스에 가야 한다면 프로방스에 가볼까...뭐 이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 투명하고 아름다운 햇살을 맞으며 그곳을 천천히 거닐고 싶다.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다니고 싶다.
프로방스에서 느리게 살아도 괜찮다고 위로받고 싶다.

기다려라, 프로방스!

s******y 2011.04.25.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내용보기
프랑스를 생각하면서 '첫인상'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나라인것 같습니다. 여러나라를 여행하면서 '파리'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곳도 없었던것 같아요. 멋진 건물과 유쾌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 감탄스러운 미술품들...'파리'에서의 좋은 추억 탓에 언젠가 신랑과 함께 '파리'외에도 프랑스의 다른 지역도 여행하면 좋겠다라는 꿈을 함께 꾸곤했습니다. 그래서 '프로방스에서의 완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 내용보기




프랑스를 생각하면서 '첫인상'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나라인것 같습니다. 여러나라를 여행하면서 '파리'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곳도 없었던것 같아요. 멋진 건물과 유쾌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 감탄스러운 미술품들...

'파리'에서의 좋은 추억 탓에 언젠가 신랑과 함께 '파리'외에도 프랑스의 다른 지역도 여행하면 좋겠다라는 꿈을 함께 꾸곤했습니다. 그래서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이 눈길을 끌었던것 같습니다.

바쁜 도시속 생활이 아닌 여유로움을 품고 있는 시골마을로의 여행은 누구나 꿈꾸는 여행이 아닌가 싶어요. 게다가 그 장소가 '프로방스(프랑스 남동부의 옛 지방명)라면 금상첨화겠지요.




[이 책이 더 마음에 드는것은 바로 사진 때문인것 같습니다. 그냥 사진만봐도 마음이 정화가 되는 느낌이랄까요.^^ 특히 제가 가장 부러운것은 바로 카페 문화입니다. 갇혀있는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에서 자연과 함께 여유를 즐길수 있는 마음이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날리는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프로방스의 뜨거운 태양에 눈이 멀 지경이었습니다. 그 느낌이 지치다기보다는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새삼 한국의 하늘이 얼마나 탁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텍사스에서나 프라하에서 지인들이 오시면 무척 맑은 하늘에 감탄하시곤 했는데, 지금 왜 그렇게 그분들이 하늘을 보고 탄성을 지르셨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그분들의 심정이 되어 책을 읽는 매순간 감탄하고 설레이며 읽었답니다.



[담벼락에 화분을 만든것도 아이디어가 좋은것 같아요. 자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아를에서 자드킨이 만든 빈센트와 테오의 청동 작품. 프로방스의 작은 마을이라도 중요한 역사를 간직하지 않은 곳이 없는것 같습니다. 다양한 예술들의 발전이 너무 부러운 순간입니다.]

저자와 함께 프로방스의 발자취를 따라 느림의 미학을 배워, 책도 야금 야금 읽었답니다. 저자가 사회학자이다보니 단순히 프로방스의 아름다움에마 취한 여행이 아닌, 다양한 지식도 함께 배울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저자가 '활자중독자'라고 자청하듯이, 여행장소에서 만나는 유명작가와 관련된 책(루르마랭에서는 카뮈를 퐁텐에서는 페트라르카, 아를에서는 고흐의 편지를 읽는 저자)을 읽으며 당시의 시대상도 함께 배우게 되었는데, 저 역시 책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 가는 여행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리 여행때 이곳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들리고 싶었는데, 갑작스러운 일정으로 이곳을 가지 못한것이 가장 아쉬워요.]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은 마음과 안구과 정화되었던 책이었어요. 이 책의 저자인 정수복씨가 '파리'에 관한 또 다른 여행에세이집을 출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기회가 되면 그 책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게 만든 책이었습니다.

b*****e 2011.04.16.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나도 프로방스를 걷고 싶다
"나도 프로방스를 걷고 싶다" 내용보기
그러니까 엊그제, 나는 친구와 함께 두 번째로 부암동엘 갔었다.  비록 처음 갔을 때만큼의 감동은 아니었지만, 겨울이 보여주는 그곳과, 봄이 보여주는 그곳이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역시 좀 더 화사해졌다고나 할까? 같이 간 친구도, 서울에 이런 숨은 곳이 있는 줄 랐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바로 이것이 부암동을 가면 첫번째 느끼는 것이고, 두번째로 느끼는 건 프랑스의 어느 마을
"나도 프로방스를 걷고 싶다" 내용보기

그러니까 엊그제, 나는 친구와 함께 두 번째로 부암동엘 갔었다. 

비록 처음 갔을 때만큼의 감동은 아니었지만, 겨울이 보여주는 그곳과, 봄이 보여주는 그곳이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역시 좀 더 화사해졌다고나 할까? 같이 간 친구도, 서울에 이런 숨은 곳이 있는 줄 랐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바로 이것이 부암동을 가면 첫번째 느끼는 것이고, 두번째로 느끼는 건 프랑스의 어느 마을이 꼭 이렇지는 않을까? 하는 착각이다.  

마침 그때 나는, 이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다. 이쯤되면 상상을 더 확대 해, 프로방스와 부암동을 함께 생각해 본다. 말하자면, 부암동은 한국의 프로방스. 프로방스는 한국의 부암동쯤은 되지 않을까? 시쳇말로, 상상하는데 세금 내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프랑스, 그것도 프로방스를 아직 한번도 가 보지 않은 나는 어찌보면 부암동에서 그곳을 대리만족을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난 느낌은, 실제로 프로방스에 가 보면 더 많이 감탄하게 될 것 같다는 것이다. 물론 당연한 말처럼 들릴수도 있겠는데, 사실 사진이나 책만 보고 그곳엘 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거니와, 이 책이 굳이 단점이라면 단점은, 사진은 저리 예쁘고 낭만적인데 비해 저자의 글이 (때론 지나치리만큼) 차분하고 사색적여서 하는 말이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학위를 받고 귀국을 했지만, 우리나라의 숨막히게 돌아가는 라이프 스타일이 맞지 않아 프랑스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런 저자의 선택을 나는 충분히 이해하며 공감한다. 아마 나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저자를 프랑스로 다시 돌아가게 만들었을까? 프로방스의 풍광과 정취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상당 부분 고흐를 반복적으로 언급한 것을 보면, 어쩌면 고흐를 잊지 못해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짐작도 해 보게 된다. 그만큼 프로방스 아를은 고흐가 살았던 동네고, 뒤에 가면 아예 <반 고흐의 '장소'들을 찾아서>란 쳅터를 따로 할애할 정도로, 저자는 반 고흐 애호가고, 또는 '고흐니스트'라 불러 줄만했다.  

책을 읽으면서, 고흐는 과연 그가 누구이길래 이토록 지식인에서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영혼을 흔들어 놓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만큼 저자와 프로방스, 반 고흐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나도 전염이라도 된듯 예전에 읽었던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리고 이 우울하고 을씨년스러운 반 고흐의 그림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고흐의 그림은 뭔가의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한때는 우울하고 을씨년스러운 것이 싫어 외면했던 그림을 나이 들어서야 점점 좋아지고 있다. 그것은 또 어쩌면 고흐의 그림 자체보단 그의 그림을 칭송해마지않는 사람들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글과 말을 통해 고흐를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하긴, 꼭 고흐가 아니어도 우리 나이 정도가 되면 뭐 하나에는 정통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난 이 얘기를 들으면 이게 솔깃하고, 저 얘기를 들으면 저것이 솔깃한, 아직도 사춘기적 감수성에서 크게 벗어난 것 같지가 않다.  

저자는 프로방스가 시간이 정지된 곳 같다고 했다. 그래서 빨리빨리를 외치는 보통의 한국 사람이 정서라면 꽤 따분하고 심심한 곳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글쎄... 사람 사는 것은 어디든 같지 않을까? 30대 때까지는 도시가 좋다가도 40이 넘어가면 그런 시간이 정지된 듯한 고요한 곳이 좋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내가 부암동에 매료된 것도  알고 보면 저자가 프로방스를 두고 얘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 때문인 것 같다. 재밌는 건, 저자가 자신의 일상을 써 놓은 대목이 있어 소개해 볼까 한다. 

미란이 8월1일 아침에 발목을 다친 지 벌써 6일째다. 요즘음 나의 일상생활은 일하는 주부의 처지를 생각하게 한다. 아침 8시경에 일어나서 식사를 준비해 미란과 함께 먹고 난 다음 12시경까지 글을 쓰다가 다시 점심식사를 준비해서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나서 아를 시내의 유적과 박물관을 다니다가 (중략) 돌아와 샤워를 한 다음, 저녁식사를 준비해 먹고 치우고, ...... 텔레비전을 조금보다가 저녁 산책을 나갔다 들어온 다음, 라디오를 듣거나 책을 읽다가 잠자리에 든다. 살림을 하는 주부이면서 동시에 글을 쓰는 작가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집안일과 직장일이라는 이중의 노동에 시달리는 취업주부들의 처지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211p)  


뭐 저자가 아내가 발목을 다친 후 비로소 취업주부를 이해하게 됐다니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 정도 가지고도 그것을 깨달았다면, 서울에서 취업주부를 이해하려면 이것의 두 배, 세 배는 더 해야 체험이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오히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자가 참 목가적으로 산다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우리가 추구하고 싶은 삶이 이런 거 아닌가? 배우자가 다친 건 차치하고라도, 밥 먹고, 글 쓰고, 박물관 나들이나 산책 다녀오고, 다시 오붓하게 둘만의 저녁을 만들어 먹고 책 읽다 자는 것. 이 얘기가 프로방스니까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림없다.  

읽으면서 느꼈던 건, 선진국의 조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진국에 진입하려고 하는 나라는 그것에 진입하지 못해 휴식도 반납하고 안달복달하면서 산다. 하지만 선진국일수록 산책로가 발달이 되어있다. 그 길을 산책하면서 많은 것들을 사색하고 힘을 키웠다. 우리도 좀 그래야 하지 않을까?  

책이 참 지적이란 생각을 했다. 읽으면서,  반 고흐는 물론이고, 까뮈와 페트라르카를 알게 되고, 크리스티앙 가이란 작가도 알게 된 건 의외의 수확이었다. 나는 이런 지적인 에세이가 좋다.    

            


m****9 2011.04.19.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