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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가족사진을 찍고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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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다른 사람의 온기가 있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한다. 나를 반겨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랄까. 아이들이 커 가면서 점점 밖으로 돈다. 내가 십대시절부터 온통 친구들에게 시간을 바쳤던 것처럼 아이들도 주말이 되기전에 약속을 잡고 주말아침엔 친구들 만날 생각에 부산스럽다. 나도 예전에 집보다는 친구가 좋았으면서 자꾸 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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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다른 사람의 온기가 있으면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한다.

나를 반겨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랄까. 아이들이 커 가면서 점점 밖으로 돈다. 내가 십대시절부터 온통 친구들에게 시간을 바쳤던 것처럼 아이들도 주말이 되기전에 약속을 잡고 주말아침엔 친구들 만날 생각에 부산스럽다. 나도 예전에 집보다는 친구가 좋았으면서 자꾸 까먹는다. 오늘,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사람의 인기척이 있다. 몇일전에 대장암 판정을 받으신 시아버님 때문에 시어머니랑 같이 올라오셨다. 번호키를 누르고 집에 들어오자 시어머니께서 부엌에 계신다. "다녀왔어요." 하고 크게 인사를 했다. 같이 저녁준비를 하고 시부모님과 나란히 앉아 저녁을 먹었다. 혼자 먹는 밥보다 가족과 함께 밥을 먹으니 밥맛이 좋다. 다이어트 해야 되는데 말이지. 조금은 불편한 것도 있지만 퇴근후 반겨주는 가족때문에 시어머니가 꼭 우리 엄마 같았다. 저녁을 먹은후 뒷정리를 하고 쇼파에 앉아 시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같이 농담도 하고 편한 웃음을 지어본다. 그리고 보통날처럼 방에 들어가 보던 책을 몇장 읽는다.

 

어쩌면 평범하고, 어쩌면 아주 독특한 가족이야기.

 

다른 가족들을 보면 '저 집은 좀 이상하지 않아?' 하고 할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 사는게 다 비슷비슷한것 같다. 가족이 많으면 많은 대로 각자 다른 삶을 사는것 같고 이해할수 없는 것도 같지만,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거나 무언가를 기념하고자 할때는 모두 한 마음을 같게 된다. 특히 가족중 어느 하나에게 좋지 않는 일이 생겼을때 가족만큼 똘똘 뭉쳐 헤쳐 나가고 자기 편인 경우도 없을 것이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너무 소란한 가족인데 그들의 잔잔한 일상이다. 생일에 함께 모이는 것. 엄마를 제외한 다른 사람의 생일날엔 당사자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고, 엄마의 생일엔 다함께 나가 외식을 하기도 하는 것. 특별한 이유도 말하지 않으면서 이혼한다고 해도 소요언니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 남의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시마코 언니의 생각에도 찬성을 하고 인형때문에 학교에서 정학을 당한 막내 리쓰의 편을 들어주는 것. 고등학교 졸업후 대학도 취직도 하지 않으면서 빈둥거려도 누구하나 싫은말 하는 사람이 없다. 어쩌면 무관심한 것 같지만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었다. 문화적인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극성스러운 우리나라 부모와는 좀 다른 부모의 모습이었다.      

 

때로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시간에 대해, 그동안에 생기는 일과 생기지 않는 일에 대해, 갈 장소와 가지 않을 장소에 대해 그리고 지금 있는 장소에 대해.  (188페이지 중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약간은 심심해 보였던 다른 글보다는 좀더 따뜻한 글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하는 가족에 대해 말하고 있다. 편안함을 느끼는 곳,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곳. 서로에게 힘이 되는 가족. 고토코네 가족이 누군가가 학교에 입학할때마다 가족사진을 찍어 기념으로 남겼던 것처럼 나도 몇년만에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 다시는 오지 않을 현재의 우리. 지금 이 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놓고 싶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2.03.29. 신고 공감 13 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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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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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참으로 맞는 말이지요. 그러고 보면 [소란한 보통날]이란 제목이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보통 모든 가정이 그러하잖아요. 안으로 들어가 보면 시끌시끌 소란하고 비밀도 많지만 멀리 떨어져보면 너무나 평온하고 아름다운 가정 같아 보이는 경우가 말입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 『반짝반짝 빛나는』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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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참으로 맞는 말이지요. 그러고 보면 [소란한 보통날]이란 제목이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보통 모든 가정이 그러하잖아요. 안으로 들어가 보면 시끌시끌 소란하고 비밀도 많지만 멀리 떨어져보면 너무나 평온하고 아름다운 가정 같아 보이는 경우가 말입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 『반짝반짝 빛나는』의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이번에는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이유를 주는 가족 이야기를 했어요. 『소란한 보통날』(원제: 싱크대 아래 뼈)은 아빠와 엄마, 딸 셋과 아들 하나로 구성된, 언뜻 보기엔 평범하지만 조금 특이해 보이기도 하는 미야자카가(家)의 일상을 담은 유쾌하고도 따뜻한 가족 소설이지요. 「소란한 보통날」을 읽는 내내 만약 드라마 작가 김수현 선생이라면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꾸미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가족사 이야기가 그만큼 우리와 가까운 소재이니까 말입니다.

 

미국 드라마 중에서 ‘위기의 주부들’이 크게 히트를 치면서 ‘평온해 보이는 일상’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데요. 그렇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면서도 지루하지가 않은 건 아마 ‘훔쳐보기’라는 인간의 욕망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은 옛날부터 자기의 불행보다는 남의 불행에 힘을 얻곤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자기가 아무리 곳간에 곡식을 쌓아두고 있어도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법이니 말이죠.

 

미야자카가를 살짝 훔쳐보면, 가족들의 얼굴이 다 보이지 않는다며 카운터 자리를 꺼려하는 아빠가 보이네요. 늘 무뚝뚝하고 원리 원칙만 따지는 분이시라서 가족들과의 사사로운 정은 조금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진정 ‘소녀’같은 엄마도 보이네요.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정말 동화같이 사는 분이세요. 딸들에게 늘 멋지고 좋은 엄마로 보이고 싶어 하죠. 그리고 언제나 조화롭고 친절한 큰 딸이 시집간 지 일 년이 안 되어 집으로 다시 돌아왔네요. 사람들이 수근거려요. 결혼한 딸이 남편도 없이 친정에 와서 사니까요. 음 이집 둘째 딸도 흠담할 것이 많아요.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했고요 좋아한다고 데리고 오는 남자들도 하나 같이 이혼남에다가 볼품도 없어요. 근데 이번에는 여자를 데리고 집에 들어가더라고요. 분명 소중한 사람이라고 인사시킨다고 했는데, 아이고 다들 또 엄청 뒷담화를 하겠어요. 그나마 이 집에서 가장 정상적인 셋째 딸인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놀고 있지요. 대학을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 이냥 저냥, 밤 산책을 즐기면서 남자친구도 사귀면서 지내고 있어요. 그리고 막내는 음 그러니까 이상한 걸 만들어서 학교에서 정학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이상한 집안이고 말 많은 집안이에요.

   

라고 사람들은 수군거리겠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이런 수군거림은 이들 가족에게 그 어떤 의미도 없음을 알게 되죠. 다른 여타의 가족처럼 미야자카家 사람들도 그들만의 규칙을 지키며 소박하게 매일을 살아가고 있거든요. 이렇게 여섯 식구는 설날이나 생일 등 거의 매달 있는 가족 행사에는 꼬박꼬박 모일 정도로 화목한 집안이라는 걸, 서로에게는 따뜻하고 걱정하고 보다듬어 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결코 남은 알지 못하죠.

 

“가족이 다시 모였다는 것은 순수한 기쁨이며 행복한 온기 같은 것.” 이라는 작가의 말에 곰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돌아보면 나의 가족도, 내가 아는 다른 사람들의 가족도, 각기 다른 버릇과 성격을 가진 ‘그들’이 어울려 살아가면서 소소하거나 때로는 거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죠. 그것이 버거움일 수도 있고 그것이 행복일 수도 있는 ‘가족’의 이면에 대해 ‘에쿠니 가오리’다운 문장력과 표현력과 묘사력으로 소란스러울 법한 이야기를 보통의 평온한 날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서는 맞아요, 우리 가족에 대해서 한 번 뒤돌아보게 되는군요. 이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이지요. ‘홀로’ 그렇게 앞서거나 뒤처지지 말라는…….



l*****2 2011.04.26. 신고 공감 11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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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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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컷이나 광고효과가 대단히 뛰어났다거나 예고편이 재밌을 거 같은 영화를 보고 그리 만족해 본적이 없는 나다..그래선지 이 책은 내게 광고효과가 대단히 뛰어난 작품으로 기억된다.      책을 읽으면서 딱..일본 시나리오 한편을 본 기분이 들었다. 인물들 간의 대화, 해설, 지문 으로 나름 장면 상상도 잘 되었다. 그렇지만..정말 ..딱 일본 영화다..      일본에 대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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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컷이나 광고효과가 대단히 뛰어났다거나 예고편이 재밌을 거 같은 영화를 보고 그리 만족해 본적이 없는 나다..그래선지 이 책은 내게 광고효과가 대단히 뛰어난 작품으로 기억된다.

 

 

 책을 읽으면서 딱..일본 시나리오 한편을 본 기분이 들었다. 인물들 간의 대화, 해설, 지문 으로 나름 장면 상상도 잘 되었다. 그렇지만..정말 ..딱 일본 영화다..

 

 

 일본에 대해 일본인에 대해 정말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딱 일본 영화란 표현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바로 겉과 속이 다른..

 

 

 작가는 가족의 소중함..가족 간엔 무엇이든 다 감싸주는 가족애를 다루면서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그러는 것처럼 쓰고 있다. 하지만 일본인은 평생 타인의 집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일 정도다..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책을 통해 접하는 일본과 실재 일본인들의 삶은 무척이나 다르다.. 우선 그런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한 큰딸의 이혼에 대해 큰 언급이 없이 끝나는 것, 자녀들이 네 살, 초등저학년 일 때 사랑하는 사람과 성에 대해 약간 위험한 발언을 한 엄마, 리쯔의 정학문제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는 작가..어쨌든 이런 자녀의 잘못된 선택, 바르지 못한 방향성, 도덕성 개념 상실을 놓고 무조건 옹호하는 게 가족애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모든 게 이 가족 구성원의 시각으로만 표현돼 안타까웠다.. 가장 주된 인물인 ‘나’가 타인과 세계의 조금 더 보편적인 시각을 보였더라면 균형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작가가 조금 더 디테일하게 상황을 묘사 했더라면 독자가 뒷이야기를 조금 더 짜임새 있게 상상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고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올바른 가닥을 잡아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e*****7 2011.04.25.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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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나의 “보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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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집 안을 들여다보면 재미납니다. 그 독자성, 그 폐쇄성. 가령 바로 옆집이라도 타인의 집은 외국보다 멉니다. 다른 공기가 흐릅니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룰, 그 사람들만의 진실, 소설의 소재로 ‘가족’이란 복잡기괴한 숲만큼이나 매력적입니다. -작가의 말 中」   가족의 울타리는 생각보다 견고하다. 자신에게는 매일의 일상인 것이 남들이 보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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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집 안을 들여다보면 재미납니다.

그 독자성, 그 폐쇄성.

가령 바로 옆집이라도 타인의 집은 외국보다 멉니다. 다른 공기가 흐릅니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룰, 그 사람들만의 진실, 소설의 소재로 ‘가족’이란 복잡기괴한 숲만큼이나 매력적입니다.

-작가의 말 中」

 

가족의 울타리는 생각보다 견고하다. 자신에게는 매일의 일상인 것이 남들이 보기엔 꽤나 우스운 일일 수도 있고, 자신에게는 무겁고 버거워 보이는 짐이라도 다른 가족의 눈에는 가겹디 가벼운 이야깃거리로 맥주 안주도 안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그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있다. 그것이 작가가 말하는 독자성, 폐쇄성이 아닐까. 그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통용되는 그들만의 언어, 대화의 기술, 배려. 그것은 그 가족이 되어야만 알 수 있는 견고한 유대일 것이다. 그 유대를 찾아 한 가족을 찾아가본다. 가벼운 터치의 일상적 이야기이면서도 무겁게 가슴을 찌르는 상처를 헤집기도 하고, 심드렁하게 내뱉는 인사말 같으면서도 쉬이 흘려버릴 수 없게 하는 무언가가 이 가족에게 있다.

 

‘나’는 이 기괴한 ‘가족’이라는 깊은 숲의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우리에게 대표로 전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좀 더 우리 편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철저히 가족의 편에 서서 우린 그렇게 이상한 가족이 아니다. 우리 가족의 버릇이 이렇고, 어떨 때엔 저렇게 행동하고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좋다는 식이다. 전혀 친절하지 않은 이 화자와의 첫 대면이 신선하다. 가족의 비밀을, 이야기 보따리를 ‘얼마나’ ‘어떻게’ 풀어 놓아 줄 건지 기대가 된다.

 

아기를 갖고 싶은 불쌍한 남자들의 영원한 애인 시마코 언니는 매일같이 자신의 사랑을 기다리는 착한(그렇지만 너무 불쌍한) 남자들과의 서러운 연애를 되풀이하며 살아간다. 사랑이 왔다가 떠나갈 때에 조용히 그녀를 지키는 가족이 있어 그래도 그녀는 일어설 수 있다. 그녀의 울음과 슬픔을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그녀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그렇다해도 다시 착하지만 불쌍한 남자를 만나게 되겠지만) 힘을 주게 되는 것이다.

 

「 울 때면 시마코 언니는 정말 고통스럽게 운다. 이를 악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울음을 멈추려고 억누른 오열이 흑, 흐흑, 큭, 크큭, 하고 고조되는 모습은 압권이다. 베개 옆에 투명한 액체가 조금 남은 유리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달짝지근한 냄새는 그곳에서 나는 듯하다. 라벨에 살구 그림과 VODKA란 글자가 보인다. -본문 96쪽 」

 

울면서 소리를 참는 것은 시마코 나름의 가족을 배려하는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그 울음의 정체와 울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 모두가 안다. 알면서 모른 척 해주고, 알면서 슬픔을 숨기는 척 하는 가족만의 무언의 배려와 약속인 셈이다. 그렇게 슬픔의 극복을 서로 모른 척 해주며 자연스럽게 위기를 넘어간달까. 그런 끈끈한 유대가 이 가족에겐 있다. 그와 같은 경우는 큰 언니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엄마는 우리와 생각이 달라서, 하필이면 이렇게 미묘한 시기에 가느냐, 쓰게 서방이 있는 토요일에 굳이 갈 거 없지 않느냐, 소요도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거다, 너희들은 대체 몇 살이 되어야 철이 들 거냐며 잔소리를 늘어놓았지만, 동시에 소요언니에게 보낼 꾸러미를 두 개나-누가 보내준 자몽과 건어물 등을-순식간에 꾸렸다. -본문 206쪽」

 

큰 언니 소요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지내왔던 겉으로 봤을 때 큰 무리없고 별 사건 사고 없는 결혼생활을 정리하려고 한다. 게다가 그런 언니는 임신까지 했다. 그 사실을 이혼절차를 밟고 소요가 집을 나와 친정집으로 들어갈 때까지도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결국 소요 혼자 감내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니, 아니다. 소요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라, 소요가 돌아간 ‘가족’이 함께 감내하고자 한다. 집안이 난리가 날 그런 일도 어찌되었던 가족이 함께 하기 때문에 그 일은 ‘가족’ 모두의 일이 되고 자연스러운 강물의 흐름처럼 가족의 일상 속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그 신비한 소란스러움, 그 대단한 보통날의 힘.

 

그런 일은 중학교 졸업반 리쓰에게도 일어나고, 대학 진학도 사회진출도 하지 않은 상태로 가족의 품에서 시간을 유예하고 있는 ‘나’에게도 일어난다. 아르바이트를 금지하고 있는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지적받고 곧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졸업식을 참석하지 못하게 되는 정학처리를 받게 되지만 리쓰를 나무라는 가족 ‘구성원’은 아무도 없다.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몰상식한 사람들로 학교 관계자를 매도하고 가족은 그냥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리쓰의 불퉁해진 마음을 풀어주려고 노력할 뿐이다. 당분간 신분을 유예하고 가족의 보통의 나날 속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는 ‘나’, 고토코에게도 가족들은 조바심내지 않고, 그녀를 내몰지 않는다.

 

그렇다. 엄마, 아빠, 큰언니, 작은언니, 나, 리쓰. 그리고 심지어 애완용 햄스터까지도 그들은 아무도 내몰지 않는다. 그것이 막다른 코너이든, 무시무시한 사회 현실이든, 자기를 직시한 현실 반성이든 간에 어디론가 내몰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 가족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정학 처분을 당해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입학식을 위해 작은 추억갈피 하나를 접으러 나가는 ‘소란스러운’ 가족들의 모습 뒤로 그날의 입학식 기념 가족 사진이 떠오른다. 한 장, 한 장, 뭉게구름처럼 사진이 피어나고 떠오르고 사라졌다가 다른 사진이 떠오르는 식이다. 가족의 역사는 반복되고 아무도 소외되지 않고 아무도 내몰리지 않은 채로 가족은 그 가족인 채로 행복하고 즐겁다.

 

「1층으로 내려가니 아빠와 소요 언니는 벌써 구두를 신고 현관에 서 있었다. 우리는 앞을 다투어 구두를 신고서 차례차례 밖으로 나간다. 4월의 하늘은 상큼하고 화창하고, 부는 바람에서는 향내가 났다. 문을 잠그는 것은 리쓰의 몫이다. -본문 276쪽」

 

혼자서 가족을 만들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든 단란한 울타리 속에 성격도 취미도 가지가지인 다양한 아이들과 함께 가족을 만들게 된다. 가족의 삶에 대해 평가할 필요도 없다. 내가 그 가족의 구성원임을, 나로 인해 그 가족이 완성됨을 알면 그만이다. 그렇게 ‘소란한 보통날’이 가고 내일은 더 ‘소란스러운 보통날’이 시작될 터이다.

 

h*******5 2015.09.16. 신고 공감 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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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집 안을 들여다보면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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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비 오는 날은 쓸쓸하다.왜인지는 모른다. 아니, 나는 그것이 진짜 쓸쓸함인지조차 잘 모른다처음 시작은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였다. 수업 중이었다. 내 자리에서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뚝 떨어져나간 듯한 느낌, 아랫도리가 텅 빈 것처럼 허전하고, 한없이 허무한 느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은 '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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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
비 오는 날은 쓸쓸하다.
왜인지는 모른다. 아니, 나는 그것이 진짜 쓸쓸함인지조차 잘 모른다
처음 시작은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였다. 수업 중이었다. 내 자리에서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뚝 떨어져나간 듯한 느낌, 아랫도리가 텅 빈 것처럼 허전하고, 한없이 허무한 느낌.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은 '싸했다'였다.

p.103
이런 장소에서 시간은 언제나 졸린 것처럼 고요하게 흐른다. 목욕물이 소리 없이 느릿느릿 끓듯이. 우리는 각자가 산 도넛(나는 세 개, 후카마치 나오토는 두 개>과 커피를 같이 먹으면서 두서없는 대화를  한껏 나누고, 미소를 머금고 서로를 바라보고, 때로 창밖을 바라보고 때로 침묵하며 지냈다. 후카마치 나오토와 있을 때의 멀고도 가까운 느낌이 좋았다.

p.146
설날.
2일 밤에는 모두 모여 '새해맞이 글쓰기'를 했다. 우리 집 연례행사 중 하나다. 올해는 각자 이런 말을 썼다.
한가롭던 봄날의 하루도 어언 기울어 - 나
상서로운 빛이 봄을 머금었네 - 소요 언니
음양의 기운이 조화로워 천지에 봄이 오니 - 시마코 언니
복숭아꽃 살구꽃에 봄바람 부니 그 향기 온 동산에 가득하여라 - 엄마
버들은 갓 잠에서 깨어난 듯하고 늙수그레한 매화는 볼만하구나 - 아빠
비에 씻긴 청산은 맑기만 하여라 - 리쓰

p.159
나는 시마코 언니에게도 후카마치 나오토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맑은 날, 오후의 공원에 나란히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남자가 있으면 좋을 텐데. 한동안 못 만나다 만나면, 키가 조금 큰 것처럼 보이는 남자. 따뜻하고 든든한 차림에 오랜만이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고, 주머니에서 딱딱하고 달콤한 과자를 꺼내 주는 남자.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읽다 보면.. 각각의 책에 한두 번씩은 꼭 나오는 등장 인물의 특유의 말투가 있다.
그러니.
이 말을 하는 등장 인물은 특유의 미소를 머금으면서 높지도 낮지도 않게 고요하고 감정의 변화가 없다.
이상한 건 내가 그 말이 나올 때마다 어이없게도 안심을 한다는 것..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격하게 감정의 변화를 느끼면서 읽은 적은 거의 없었지만, 그녀의 책에 나오는 한 등장 인물이 "그러니." 할 때 나는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나도 같이 미소를 짓게 된다. 그리곤 따라서 읽는다.
그러니.


YES마니아 : 로얄 j*******7 2011.04.17. 신고 공감 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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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 소란한 보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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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두번째인, 그녀의 책 에쿠니 가오리의 '소란한 보통날'. 나에게 쥐어진 첫번째 책은 그녀의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이라는 에세이집이였다. 표지만큼 달달한 이야기들이 가득할것 같은 기대감과 설레임이 컸던 탓인지, 그녀의 에세이집은 너무 평범했고, 루즈했고, 진부함이 느껴졌을뿐, 아무런 감흥을 일어내지 못했다. 그녀의 어린시절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랄까?
"서평_. 소란한 보통날" 내용보기




나에게는 두번째인, 그녀의 책 에쿠니 가오리의 '소란한 보통날'. 나에게 쥐어진 첫번째 책은 그녀의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이라는 에세이집이였다. 표지만큼 달달한 이야기들이 가득할것 같은 기대감과 설레임이 컸던 탓인지, 그녀의 에세이집은 너무 평범했고, 루즈했고, 진부함이 느껴졌을뿐, 아무런 감흥을 일어내지 못했다. 그녀의 어린시절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이랄까? 별 특별할것 없는 , 소소한 이야기들만 가득했을뿐이다. 그 이후 왠지 그녀의 책에는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첫번째 책의 느낌이 너무 강렬하게 부정적이게 남아있었기에, 다른 책들도 다 비슷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들이 내 머리속을 지배했다.

 

그렇게 그녀의 이야기를 강한 거부감으로 멀리하던 어느날, 내게는 처음 접하는 그녀의 소설 한권이 손에 쥐어졌다. 그녀의 독특한 느낌이 가득담긴 달콤한 느낌의 표지와 함께. 큰 기대감이 없기도 했고, 어떠한 내용일까 궁금함도 없을뿐더러, 제목만큼의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있겠구나, 라는 느낌에 가볍게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네 형제의 셋째인 고토코가 화자가 되어 조근조근 속삭이듯 시작한다. 보수적이고 정도(正道)를 우선시 하는 아빠, 왠지 감수성이 풍부하고, 감정이 깊은 엄마, 그리고 결혼한 큰언니 소요, 여러번의 연애를 하지만 왠지 독특한 연애방식의 둘째언니 시마코,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후 공부, 취업 어느것도 방향을 잡지못한채 무료한듯한 일상을 보내는 고토코, 막내 남동생 리쓰 여섯이라는 적지 않은 가족이야기가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제목에서 알수있듯이 보통의 나날,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지만, 그  일상 속에 자그마한 소란과 혼란, 그리고 웃음, 사랑, 모든 감정과 다툼, 이해등의 부딪침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유없이 남편과 이혼하려하는 첫째딸 소요, 그리고 남의 자식을 기르겠다는 둘째 시마코, 조용하고 말수없는 막내이지만 학교에서 부모님 호출을 받게되는 리쓰, 이런 일들로만 본다면 어느 집이건 차가운 공기와 소란스런 소음이 가득하겠지. 하지만 이 고토코의 가족은 무언가 조금 특별하다. 어찌 보면 참 애틋한 가족애라고 생각해야 할까? 가족들의 생일을 늘 챙기고, 선물을 사며, 가족들 누구 한명 소원하게 대하지 않는다. 가족모임이 잦은듯하면서도 꼬박꼬박 가족사진을 찍고, 형제간의 우애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에쿠니 가오리만의 특유한 문체인지, 표현 방식인지, 참 소소하고 담백하고, 달콤한 표현들로 그들의 일상들을 조근조근 이야기 해주는듯하다. 어쩌면 일본과 우리 나라의 가족문화, 생활방식이 약간의 차이가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들 가족의 대화는 왠지 평범한 느낌보다는 몽상적인, 감성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듯하다. 읽는동안 '어떻게 이렇지?' 라며 갸웃거리기도 했고, 이혼한 첫째 '소요'를 맞이하는 그들의 방식과 감정 표현이 참 생소하다. 그럼에도 긴 시간, 이 책을 쥐고서 읽었음에는 아마 번역도 한몫 톡톡히 한게 아닐까? 사실, 나는 어느 책을 읽든 번역자가 누구인지, 전혀 관심이 없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문체의 표현이나 번역 자체가 맘에들거나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때는 한번쯤 번역이 누구인지, 표지를 보게 된다. (어차피 한번 보고 또 잊을것을!) 이 소설 역시 번역이 참 마음에 들었다. 세세하고 감성적인 표현이, 그리고 외국소설이 아닌 우리나라 소설인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외국소설이지만, 우리 가족에게도, 또는 어느 가족에게서도 늘 일어나는 소란한 보통날들의 일상이다. 고토코의 시선에서, 생각에서, 읽어나가고 생각해야 했기에, 그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모두 알수는 없다. 하지만 고토코의 조용한 이야기는 약간의 내게는 낯선 다른 한 가족의 이야기였고, 어떠한 부분에서는 부러움의 마음이 들기도 한 이야기였다. 소소한 일상에 작은 일에도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신경질적인 내 모습과는 달리 그들의 일상은 늘 조용했고, 슬며시 미소 지어지고, 어떠한 좋지않은 소식에도 그들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지혜롭게(?) 풀어나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이야기로 서평을 써야할지 난해함과 난감함이 가득했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강한 느낌의 강한 스토리를 즐겨 읽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소란한 보통날>은 그냥 ' 참.. 잔잔하다' 라는 느낌일뿐 어떠한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뿐 아니라 어느 한부분 뇌리에 콕 박히는 문구도 없다. 그냥 세밀한 표현과, 정감어린 가족 이야기에 건조스럽게 읽었던게 전부, 

 

사실, 이 책을 읽은후에도 또다시 에쿠니 가오리님의 책에 대해 생각이 바뀌진 않았다. 다만, 왠지 한번쯤 읽고 싶었던 <냉정과 열정사이>는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꽤 많은 호평이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츠지 히토나리와 함께 했던 책이기도 하니, 두 사람의 각각의 감정과 감성, 이야기를 어찌 풀어냈을지 꽤 궁금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에쿠니 가오리에게 매료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그리고 나의 책 읽기의 패턴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그래도 그녀의 이런 잔잔한 이야기에 적지않은 팬들이 있으니,  그만큼 그녀의 이야기가 매력적이란 이야기겠지, <소란한 보통날>은 왠지 지금의 봄날과 잘 어울리는 느낌의 소설이었다.



 



l*****7 2011.05.08. 신고 공감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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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소란한 보통날-에쿠니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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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알았다. 별볼일 없는 한국 소설보다는 조금 이름있는 일본소설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 사실 일본소설이 너무 밋밋해서 재미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모든 소설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이름있는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좋아한다. 이 작가가 쓴 글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에 나온 책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이다. 제목이 소란한 보통날...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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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알았다. 별볼일 없는 한국 소설보다는 조금 이름있는 일본소설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 사실 일본소설이 너무 밋밋해서 재미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모든 소설을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이름있는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좋아한다. 이 작가가 쓴 글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에 나온 책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는 중이다. 제목이 소란한 보통날... 약간의 모순된 의미의 두 낱말이 합쳐져 있다. 보통날은 그냥 일반적인 날이고 소란하다 하면 특별한 날을 생각하게 되는데 그 두개의 상반된 단어를 붙여 제목으로 삼다니 그것조차도 기발하다.

이 책은 전체가 가족이야기이다. 한국의 가족이야기 하면 어딘가 모자라고 뒤틀리고 문제가 있는 그런 가족의 이야기가 일반적인데 반해 이 책의 가족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어디에서나 볼수 있는 그런 일반적인 가족들이다. 주인공인 나는 위로 언니가 두명 그리고 밑으로 남동생이 한명 있는 4남매이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큰언니는 결혼을 했고 둘째언니는 직장인이며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고 막내는 중학교졸업반이다. 정말 평범한  이 가족들이 살아가는 별난 이야기. 그러나 세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크게 별나지도 않은 우리 가족에게도 충분히 일어날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잘 사는 것 같았던 큰 언니는 이혼을 하겠다고 집으로 돌아오고 월급날마다 꼭 가족들 선물을 사는 둘째언니는 좋아하는 사람으로 임신한 여자를 데려오고 가장 모범적일거 같았던 막내는 조립식 인형을 만들어 판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한다. 일반적이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큰 일인거 같으면서도 큰일이 아닌 그러한 소소함이 실생활과 가깝게 느껴져 이 가족들이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가도 하게 만든다.

나는 어렸을때 삼남매였다. 우리때는 다들 남매밖에 없었는데 우리만 왜 세명이냐고 차탈때도 뒷자리에 세명타면 불편하다고 맨날 누가 가운데 탈래 하고 싸우는게 여사였다. 그러나 그러한 다툼들도 시간이 지나고 다들 커버려 자주 만날일이 없는 요즈음에는 좋은 기억들로 재미있는 기억들로 남아있다. 지금 우리는 삼남매가 아니라 남매다. 지금의 내 상황을 막내가 봤다면 뭐라 했을까. 남동생처럼 내 편을 들어줬을까 아니면 나보고 뭐라 했을까. 내가 모델 하겠다고 오디션을 보러 다닐때도 막내는 한소리 했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될게 아니면 시작 하지 말라고. 나는 내가 키가 모델치고는 작은편이기 때문에 그 말에 시작도 하지 않고 붙은 오디션조차도 그만두었다. 그 이후 나와 키가 비슷하고 나이가 동년배인 모델이 잘 나가는 것을 보고 후회했다. 적어도 나는 그 모델보다 얼굴도 더 작았는데 더 잘할수 있었는데 내 길을 이게 아니었는데 하고 말이다.

아뭏든 나는 소란한 보통날을 읽으며 우리 가족을 다시 보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조용한 날이란 없다. 무언가 끊임없이 일이 벌어지고 그 일은 좋던 싫던 마무리가 되어 간다. 우리에게 있어 하루하루는 매일이 소란한 보통날이고 그런 소란한 보통날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b***8 2011.06.13. 신고 공감 2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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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가족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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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3대 여류 작가 중 한 명인 에쿠니 가오리가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 『소란한 보통날』. 아빠와 엄마, 딸 셋과 아들 하나로 구성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어느 가족의 일상을 그린 따뜻한 가족 소설이다. 화목하고 평범한 중산층 가정인 미야자카 집안. 어느 날 둘째딸 시마코가 저녁식사 자리에 소중한 사람을 데려오겠다고 선언하고, 가족들은 남자친구를 기대한다. 하지만 나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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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3대 여류 작가 중 한 명인 에쿠니 가오리가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 『소란한 보통날』. 아빠와 엄마, 딸 셋과 아들 하나로 구성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어느 가족의 일상을 그린 따뜻한 가족 소설이다. 화목하고 평범한 중산층 가정인 미야자카 집안. 어느 날 둘째딸 시마코가 저녁식사 자리에 소중한 사람을 데려오겠다고 선언하고, 가족들은 남자친구를 기대한다. 하지만 나타난 손님은 같은 회사에 다니는 여직원이었고, 시마코는 그 여자가 임신한 아이를 자신이 입양하고 싶다고 말한다. 한편, 시집가서 잘 사는 줄로만 알았던 큰딸 소요는 갑자기 짐을 싸들고 친정으로 돌아오는데….

미야자카 집안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셋째딸 고토코의 시점에서 소설이 전개된다. 마야자카 집안 사람들은 여러 가지 구체적인 규칙들을 정해놓고 가족 모두가 철저하게 지키는데, 그것이 평범한 그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그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비일상적인 이벤트들은 일상 속에서 인물들 각각의 사연과 엮이며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작가는 부드러운 눈길로 그들의 집 안을 들여다보며 가볍고 유쾌하고 잔잔한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잊고 있었던 가족에 대한 추억을 환기시키는 이 소설은 가족이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이유를 주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밤에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사방이 깜깜하지만 멀리서부터 어렴풋이 집이 보이기 시작하고 현관과 계단 창문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면 마음이 놓인다. 반대쪽에 있어서 보이진 않지만 동생의 방도 환할 것이며 부모님이 있는 안방에도 아직 불이 켜져 있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깨서 화장실에 갈 때 서재에 불이 켜져 있으면 안심이 되고, 언니가 이혼을 하고 돌아왔음에도 그저 언니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에 축하 파티를 열고 가족 전부가 모였다는 것에 모두 순수하게 기뻐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엄마나 아빠, 형제자매의 모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족, 혹은 나 자신의 가족과 비슷한 모습일 수도,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지만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행복, 돌아갈 수 있는 곳의 존재에서 느껴지는 안도감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설명 없이 이혼을 하고, 다른 여자의 아이를 입양한다고 해도, 대학을 가지 않아도, 정학을 당하더라도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곳, 내 마음이 있는 바로 그 장소, 집.
사람들은 저마다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랑받고 상처받는가 하면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한다. 나쁜 일이나 좋은 일, 고통스럽거나 즐거운 일, 서글프거나 후련한 일도 모두 안에 품고서 일상이라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이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이유를 주는 건 바로 가족이 아닐까.



YES마니아 : 골드 s****8 2011.08.05. 신고 공감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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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소란한 보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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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있는 장소는 당신의 마음이 있는 곳인가요?         에쿠니 가오리라는 사람.  나에게는 저만치 멀게만 느껴지는 작가이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녀가 이루어 놓은 글솜씨를 눈곱만치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청아한 문체를 자랑하는 그녀. 무미건조한 듯 툭툭 내뱉는 말이 뇌리에 박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반복될 때면 쉽사리 내가 헤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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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이 있는 장소는

당신의 마음이 있는 곳인가요?

 

 

 

  에쿠니 가오리라는 사람. 

나에게는 저만치 멀게만 느껴지는 작가이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녀가 이루어 놓은 글솜씨를 눈곱만치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청아한 문체를 자랑하는 그녀. 무미건조한 듯 툭툭 내뱉는 말이 뇌리에 박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반복될 때면 쉽사리 내가 헤어나올 수 없는 커다란 무언가를 만드는 힘, 사람을 끄는 힘이 그녀에게는 있다, 하는 생각에 실로 부러워지기도 한다. 쉽게 던져지는 말인 것 같은데 실제로는 무수히 많은 생각을 거쳐 청아하게 변화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다가가고 싶은 그녀, 에쿠니 가오리.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책 제목 이벤트에도 참여했었기 때문에 조금은 특별한 사연이 있는 책이 되었다. 내가 추천한 제목은 '특별하지만 평범한'이었다. 이 전에 나온 책들을 보면 이렇게 모호한 - 끝맺어지지 않은 느낌의 - 제목이 꽤 있어서 그것자체가 에쿠니 가오리를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고른 제목이었다. 예를 들어, 「차가운 밤에」「반짝반짝 빛나는」「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등이 있다. 나열한 책들과 이번 책과의 다른 점이라고 하면, 실제 원제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 「소란한 보통날」의 원제는 「싱크대 아래 뼈」인데,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하기에는 갸웃거려졌기에 투표를 한 것이겠지. 제목으로 「소란한 보통날」이 되고, 책을 읽고 나서는 역시 특별하지만 평범한보다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까지 그랬다면 더 평범한 책이 될 뻔했으니까.



 

 

  봄이라서 그런가 겉표지를 벗겨낸 모습은 상큼하게 되어 있었다.

겉표지의 자수느낌도 꼭 책의 느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었는데

겉표지는 정말 자수를 놓은 것처럼 만져진다. 꼭 벽에 걸려진 예쁜 자수그림을 보는 기분이 난다.

아니면, 바느질을 하고 있는 엄마의 포근한 느낌이랄까.

 

 

 

 

 

  다른 집의 일상을 훔쳐본다는 것. 그것은 생각외로 재미있었다. 친구네 집에가도 우리집과는 다른 공기의 흐름을 맛보면 괜스레 집에 와서 생각이 나는 것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식탁에서의 분위기라던가 - 밥을 먹을 때 TV를 보거나, 보지 않거나 물을 함께 마시거나, 식후에 물을 마시거나 - 혹은 수건을 개는방법이나, 속옷, 양말을 개는 방법 등이 다를 때 묘한 공기의 차이를 느낀다. 우리집에서는 이렇게 하는데 이 집에서는 저렇게 하는거니까. 어디에나 정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꽤 흥미롭다. 집집마다 특별하고 대수롭지 않고의 차이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은 신기하고도 재미나다.

 

  미야자카가에도 규칙이 있다. 아침에 먹는 식단이라든지, 12월 첫째 토요일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고, 가족 중 누군가의 입학식이 되면 가족사진을 찍는다던지 하는 그 집 고유의 전통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룰이 있는 집에 살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한번쯤은 해보고 싶은 놀이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얼마전「달콤한 작은 거짓말」을 읽었을 때, 에쿠니 특유의 쓸쓸하고 청아하고, 조금은 고독한 느낌이 익숙하지만 조금 낯설게 다가왔던 야릇함이 있었는데 지금 「소란한 보통날」을 읽고 보니 그 낯섬이 어디서 오는지를 알 것 같다. 번역되어지는 글은 번역가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와닿는데, 도입부에 들어서면서도 굉장히 통통 튀는 느낌이 들었었다. 엇, 조금 다르다. 하고 생각하고 번역가를 보니  「달콤한 작은 거짓말」과 「소란한 보통날」의 번역가가 달랐던것이다. 고전도 번역에 따라 책 전체의 분위기가 좌우 되는데 하물며 현대라고 다르랴. 나는 김난주표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좋아한다. 「달콤한 작은 거짓말」은 뭔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었지만 특유의 그 고독함이 좋아 그냥 넘어갔었는데, 이 책의 통통 튀는 문체들을 보니 괜스레 이 책에 더 정이 가면서 반가웠다. 주제자체가 밝은 점도 물론 한 몫 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역시 에쿠니가 주로 다루는 느낌의 주제는 아니라서인지 그저 두리뭉실 구름흘러가듯 평화로운 느낌이다. 물론, 사건사고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그것마저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유유히 흘러간다. 그래서 소란하지만 보통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있는 장소는 당신의 마음이 있는 곳인가요? 라는 문구가 참 마음에 들었었다. 가족이야기라는 것에 조금은 섭섭했다. 내가 보기에 저 문구만 봐서는 애정이라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조금은 다른 고독감과 상실감을 맛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다. 하지만 그녀가 보여주고자 했던 마음이 있는 장소가 '집'이라는 점에서 그 상실감을 위로 받는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가족이라면 내 편이 되어 줄테니까. 밖에서의 힘듦을 따뜻하게 바꾸어 줄 수 있는 장소. 이놈의 집구석,이 아닌 따뜻한나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는 장소가 가족이 있는 집이 되어야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그 집만의 룰이 있는 집 - 통금시간 등이 엄격한 - 보다는 아이 위주로 생활하고 있는 집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는 시간도 거의 없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 맞벌이 하는 가정이 대다수라, 미야자카가처럼 식탁을 차리기 위해 돌을 줍는다던지, 가족들끼리 할 일을 서로 분담한다던지 아이들끼리 서로 놀이를 하고 교감을 한다던지 하는 일이 거의 없다. 하하호호 웃으며 그 날 있었던 일을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함께 차도 나누어 마시고, 생일에는 꼭 함께 맞으며 선물을 교환하고. 어쩌면 이토록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바뀐 생활로 인해 특별하게 비춰지고 있는 모습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너무 먼곳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지는 않았을까. 알고보면 행복은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오늘 저녁만큼은 시간을 내어 가족끼리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셔보는 것은 어떨까?

평범하지만 특별한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y***********3 2011.04.1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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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보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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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클라이막스가 없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가족의 일상이 궁금해서 내내 들여다 보게 되고 끝부분에서는 왠지 뭔가 더 있을 것 같아 책장을 넘겨보게 되는 그런 내용이다. 딸셋,아들하나를 둔 평범한 일본가정의 일상인데 고토코(셋째딸)가 보는 소요, 시마코, 리쓰의 일상들과 한 가정의 보통날들이  어찌보면 사건이다 싶기도 하고 어찌보면 그냥 그렇게 스쳐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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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클라이막스가 없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가족의 일상이 궁금해서 내내 들여다 보게 되고

끝부분에서는 왠지 뭔가 더 있을 것 같아 책장을 넘겨보게 되는

그런 내용이다.

딸셋,아들하나를 둔 평범한 일본가정의 일상인데

고토코(셋째딸)가 보는 소요, 시마코, 리쓰의 일상들과 한 가정의 보통날들이

 어찌보면 사건이다 싶기도 하고

어찌보면 그냥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단순한 일 같기도 하다.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남편과 이혼한 소요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와 결혼을 하겠다는 시마코

오로지 인형을 만드는게 좋아 인형을 만든다는 이유로 졸업식 일주일 전에 정학 맞은 리쓰.

갓 스무살이 된 백수 고토코 (끝에선 입시공부를 다시 시작함)
그리고 근엄한 아버지와 로맨티스트 엄마.

 

어찌보면 정말 이런 가족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같은 아시아권에 속한 나라여서인지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않기도 하며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끈끈한 사랑과 애정으로 뭉친 집단에서만 발휘되는 신뢰와 지지가 감동이 되었다.

 

항상 하루하루가 역동적이고 뭔가 재밌는 일이나 사건이 터졌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는데

어쩌면 아무일이 벌어지지 않고 지나는 보통의 오늘도

그 속에 조용한 사건이 잠재되어 있을 수도 있고

이런 날들이 모여서 하나의 사건이 될 수도 있고.

또 그런 보통의 오늘도 나의 일상의 일부이므로 사랑해 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어떤 가족의 모습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그 모든게

나를 참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좋은 소설.

y*****5 2011.07.1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