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 미술 저술가로 불리는 이주헌이나 역사 저술가인 이덕일 등은 인문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특히 "클래식은 룰을 알고 즐기는 야구 게임과 같다"고 정의한 금난새는 지휘뿐만 아니라 ‘금난새와 함께 떠나는 클래식 여행1,2’를 통해서 작가로서의 능력도 인정받았는데 역시 대중들의 눈높이를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직구, 커브, 슬라이더, 너클볼’등 투수가 던지는 공하나 하나를 배워 나가면 그만큼 야구가 재미있어 지는 것처럼 클래식도 하나씩 배워간다면 클래식이 들리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문제는 “누구한테 배우냐?”는 것이다. 나이 든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정치 성향은 보수로, 문화성향은 고전 쪽으로 옮겨진다고 생각하기에 클래식 쪽으로 전향하고 싶지만 문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 문턱을 조금 낮추어 줄 수 있는 저자를 만난다면 클래식은 조금 더 우리 주변으로 가까이 올 것이란 생각을 했는데 그런 책을 만났다. 클래식에 입문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음악가를 알면 클래식이 들린다’의 저자 신동헌은 1927년생이니까 올해 74세가 되신 어르신이다. 더군다나 글만 쓴 것이 아니라 서양 음악을 대표하는 음악가들 45인의 커리커쳐를 책속에 인상적으로 그려 넣었고 모두 합치면 160점이나 되니까 그림을 통해 음악가를 이해하는 즐거움도 있다. 이 책은 재미있다. 왜냐하면 45인이나 되는 서양 음악가의 작품에 대한 해설이 아니라 저들의 삶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와 가십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 ‘연예가 중계’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이들의 이야기는 TOP 기사로 다루어질 내용들이기에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 주요 에피소드와 가십거리들 사랑 붉은 머리의 사제였던 안토니오 비발디는 하나님 보다는 바이올린을 더 열심히 섬겼고 그의 나이 45살 무렵부터는 알토 가수 ‘안나 지로’와 사랑의 도피 행각을 했단다. (아니 신부님이 이러실 수 있어^^) 거인이었던 헨델은 런던의 한 이발소 아가씨 제니에게 홀딱 반해 잘 보이려고 <메시아> 자필 악보를 선사하기도 했는데 어느 날 헨델이 이발소에 가서 몰래 제니를 훔쳐보고 있었는데 “아버지 헨델의 악보 몇 장 더 주세요. 깍은 머리털을 싸서 버리게요” 이 소리를 듣고 제니에 대한 짝사랑은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바보 제니~ 악보 몇 장만 가지고 있으면 후손은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데^^) 24세의 풋내기 음악가였던 베를리오즈는 <햄릿>을 관람하다가 오필리어역을 맡은 ‘해리엣 스미드슨’을 보고 홀딱 반해 거의 미치게 되었다. 무대에서 그녀가 상대역 남자의 가슴에 안기기라도 하면 비명을 지르며 극장 밖으로 뛰어 나갔는데 그 아픈 사랑 때문에 대표작 <환상 교향곡>이 탄생했다고 하니 확실히 아픈 만큼 성숙해 지는 것은 맞다. 놀라운 일은 6년간 끈질기게 구애한 끝에 베를리오즈는 마침내 그녀와 결혼했다고 한다. (‘10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말은 진리다^^) 섬세하고 내성적인 기질의 쇼팽은 남장을 하고 엽연초를 피우는 6세 연상인 조르드 상드의 극진한 병간호를 9년 동안 받으며 작곡에 전념했다고 한다.(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해^^)
못된 인간성 바그너는 자신의 제자이자 친구였던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한스 폰 뷜로의 아내인 ‘코지마’(리스트)의 딸을 빼앗아 후처로 삼았다.(둘이 좋아한 것 아닌가?) 이 소식을 들은 한 친구가 바그너의 도덕성에 분개하며 “자네 양심이 있으면 말해봐” “양심 그건 벌써 악마가 빼앗아 갔는걸!” (지가 무슨 파우스트라고^^) 생상은 40세 때 21살 차이가 나는 19살의 마리 트르포와 결혼했는데 6년 만에 아내와 심하게 다투고 별안간 잠적을 했다. 마리는 프랑스에서 69년이나 더 살았지만 한 번도 남편을 다시 보지 못했다. 한번은 그의 친구가 “아무리 미워도 자네 부인인데 한번쯤은 만나주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나?” “그야 그렇지. 미운 아내까지는 참을 수 있지만 미운 조국은 어쩔 수가 없네. 어떻게 내가 프랑스로 돌아갈 마음이 나겠나” 생상은 로마 대상 경연에서 자신이 낙방된 것이 조국 프랑스 때문이라고 생각을 해서 반감이 많았다. (남자가 쫀쫀하기는^^) 독설 오펜바흐의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인 <지옥의 오르페오>는 228회나 상연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는데 단 한 사람 바그너는 오펜바흐의 음악을 ‘유럽의 돼지들이 뒹구는 거름더미’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오펜바흐는 “바그너의 음악은 굶주린 이리떼들이 며칠 밤을 계속해 울부짖는 바위동산이다”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 것이 예술인인데…….ㅋㅋ) 야회에 참석한 브람스에게 집주인이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을 한 곡 연주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자 브람스는 무뚝뚝하게 “모차르트는 당신들에게는 과분해요. 내 음악 정도라면 모를까.” 브람스 그렇게 안 봤는데 청객구리 같은 성격이라고 한다.(그렇지 않아도 모차르트에 대한 열등감이 있는데 열 받지…….ㅋㅋ) 유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브람스는 대조적이라 할 만큼 상이점이 많았다고 한다. 어느 날 브람스는 슈트라우스에게 “자네하고 나하고 다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님은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러나 한 가지 같은 점이 있지. 자네도 수염이 있고 나도 수염이 있으니…….” “아니야. 자네 수염은 내버려둔 원시림이고 내 수염은 잘 가꾸어진 정원수 아닌가?”(지금은 원시림을 더 사랑하지^^) 차이코프스키는 작곡은 그런대로 진척을 보였지만 지휘 쪽은 서광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워낙 소심하다 보니 오케스트라 앞에 서면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지휘봉이 손에서 빠져 나가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게다가 또 한 가지 이상한 버릇이 있었는데 연주곡이 절정에 오르면 그는 으레 왼손으로 자기 턱을 꽉 붙잡아서 단원이 그 이유를 묻자“그 대목에만 오면 꼭 내 머리가 목에서 빠져 나갈 것만 같아 그런다네.” (잡길 잘했지^^ 만약에 목이 빠져 나갔으면 어떻게 정경을 들을 수 있겠어…….) 이 밖에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부심과 어려움을 이기고 음악적인 승리를 이루게 된 감동적인 장면, 또 외모 때문에 열등감과 스트레스에 빠지고 표절한 것이 발각되면 유머로 넘기기도 하는 둥 음악사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45인 음악가들의 감춰진 이야기를 카툰처럼 경쾌한 유머와 쉬운 문장을 통해 독자들에게 재미있게 소개해 주고 있다.
비발디, 바하,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베버, 마이어베어, 로시니, 슈베르트, 베를리오즈, 멘델스존, 슈만, 쇼팽, 바그너, 베르디, 오펜바흐, 부르크너,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브람스, 보로딘, 생상, 비제, 차이코프스키, 드보르자크, R,리크, 림스키 코르사코프, 푸치니, 말러, 후고 볼프, 드뷔시, 시벨리우스, 프라츠 레하르, 막스 레거, 라흐마니노프, 쇤베르크, 라벨, 바르토크, 스트라빈스키, 세르게이 프로코페에프, 조지 거쉬인, 아람 하차투리안, 쇼스타코비치, 올리비에 메시앙이다.
아쉽게도 ‘음악가를 알면 클래식이 들린다’고 저자는 말했지만 음악이 들리는 것이 아니라 정상인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음악가들의 삶을 재미로 곁눈질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저들의 음악은 우리의 정서를 파고들어 순기능적인 역할을 하기에 지금까지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 오지만 45인의 음악가들과 “친구할래?”라고 누가 묻는다면 난 결단코 아니라고 거부한다. 그들의 삶이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집과 고집, 잘난 척, 자존심, 못된 인간성등 결코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던 저들이기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그러나 저들의 속마음에는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고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있었기에 지금도 저들의 음악을 흠모한다. 나하고 똑같은 성질머리를 가지고 있고, 지극히 세속적인 삶을 살았기에 저들의 음악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면 역설일까 저자가 경험되어진 것을 바탕으로 글이 써지듯이 음악도 결국은 저자의 삶의 고백이란 생각이 든다. 투수가 던진 공의 구질을 알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야구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 이다. 마찬가지로 고전파, 낭만파, 교향곡, 오페라, 관현악, 실내악 등의 음악적 용어를 알고 그 음악에 심취한다면 언젠가는 클래식이 들리겠지.^^
잘 읽은 음악 개론서 하나가 내 인생을 바꾼다는 것을 믿는다면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제공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