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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감옥에서]: 내셔널리즘과 식민지주의의 폭력, 그리고 재일조선인의 숙명
"[언어의 감옥에서]: 내셔널리즘과 식민지주의의 폭력, 그리고 재일조선인의 숙명" 내용보기
몇 년 전, 테사 모리스-스즈키의 <북한행 엑서더스>를 읽고 재일조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때 이후로 계속해서 재일조선인 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 나름의 연구를 해 나간 것은, 그들의 디아스포라적 입장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재일조선인 1세들이 어떻게 해서 일본으로 건너가고 정착하게 되었고, 현재 그 후손들은 일본 내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하나하나
"[언어의 감옥에서]: 내셔널리즘과 식민지주의의 폭력, 그리고 재일조선인의 숙명" 내용보기

몇 년 전, 테사 모리스-스즈키의 <북한행 엑서더스>를 읽고 재일조선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때 이후로 계속해서 재일조선인 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 나름의 연구를 해 나간 것은, 그들의 디아스포라적 입장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재일조선인 1세들이 어떻게 해서 일본으로 건너가고 정착하게 되었고, 현재 그 후손들은 일본 내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내가 그 동안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읽게 된 서경식 선생의 <디아스포라 기행>은 내게 일종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재일조선인 '코리안 디아스포라'로,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20년 가까이 옥고를 치른 서승, 서준식 선생의 동생으로, 결코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아온 그의 글은 의외로 담담했다. 무지 자체가 일종의 폭력이라는 것을 그 책을 읽으며 느끼게 되었다. 그 후 서경식 선생의 다른 책들을 하나씩 구입해 나갔고, 지금은 대부분의 책들을 갖고 있다. 얼마 전 돌베개에서 번역 출간된 <언어의 감옥에서(원제 植民地主義の暴力-「言語の檻」から)> 역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서경식 선생의 두 번째 평론집이다. 한국에서 출간한 첫 번째 평론집인 <난민과 국민 사이>에서 그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재일조선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국민주의를 비판했다. 그리고 이 책 역시 기본적으로는 <난민과 국민 사이>의 의도를 계승하고 있지만, 추가되고 심화된 내용들이 있다. 1부에서는 2006년부터 2년간 한국에 머물 당시 모어(일본어)와 모국어(조선어)의 어긋남에서 비롯된 저자의 강렬한 체험을 윤동주의 <서시>, 재일작가 이양지의 단편 <유희(由熙)>, 파울 첼란과 프리모 레비 등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문학을 전공한 나로써는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두었던 부분이다. 재일조선인으로써 일본어를 모어로 하여 일본 사회에서 사는 재일조선인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마저 일본어로 형성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식민지의 민중이 지적 자원을 가지고 싶어도 종주국의 지적 제도를 통해 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知)의 식민주의적 지배구조로 연결된다. 또한 나 역시 느꼈던 이양지 작품들의 몇몇 부자연스러웠던 점들을 저자가 지적하고 비판하는 부분들이, 약간 혹독하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참 명쾌하고 의문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발버둥치며 괴롭게 살아갔던, 이양지의 짧은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2부에서는 또 다른 각도에서 1부의 내용을 보완하고 있다. 2차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강제 수용되었다가 극적으로 생환해 잔혹한 정치폭력의 시대를 증언한 작가 프리모 레비의 이야기는 저자의 다른 책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를 통해 접한 적이 있다. 형들이 간첩으로 몰려 한국에서 옥중생활을 하고 있을 때, 저자는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고 커다란 격려를 받았다고 한다. '살아 돌아와 증언한다'라는 의지의 역할이 잘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7년, 프리모 레비는 자살했다. 그는 '증언의 불가능성'이라는 아포리아를 자살로써 우리에게 제시한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진행 중인 '기억의 투쟁' 역시, 아직 출구를 찾지 못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재일조선인 1세였던 아버지의 삶을 통해 식민지 지배와 민족분단의 역사에 대해 생각하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3부에 수록된 글들은 일본의 리버럴 지식인의 사상적 퇴락(頹落)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리버럴 세력의 사고와 행동의 문제점을 잘 이해하는 것은 식민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많은 사람들이 일본 우파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일본의 리버럴 세력에 대한 인식은 부정확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난 20년 동안 일본 사회는 우경화의 길을 걸어왔다. 리버럴 세력이 힘을 모았다면 식민주의 극복을 통해 올바른 역사의식을 공유하고 화해와 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호기였으나, 리버럴 세력의 다수는 시종 양비론에 서서 방관자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그 결과 우파가 득세하게 되었다. 우파와 싸워야 할 국면이었음에도 리버럴 세력의 다수는 오히려 '국민주의'로 퇴락해간 것이다. 국민주의는 사람들을 '국민'과 '비국민'으로 가르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부당한 차별에는 무관심하다. 또한 일본 지식인들의 온정주의적 레토릭과 자기중심적 욕망, 그리고 다수자와 소수자 사이의 단절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이는 자신들이 국민으로써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자기중심적인 면에서 비롯된다. 또한 박유하의 책 <화해를 위해서>를 통해 저자는 식민지 문제와 '화해라는 이름의 폭력'을 이야기한다. 화해라는 미명하에 피해자들에게 타협이나 굴복을 요구하는 것은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책임의 소재를 모호하게 만들고, 장기적으로 보면 문제의 해결을 멀어지게 만들며 가해자가 진상규명, 책임 승인, 사죄, 보상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피해자가 원한과 분노에서 해방될 수 있는지 그는 반문한다.  


4부는 재일조선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통일에 대한 인터뷰와 이 책의 내용에 대한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과 북이 단순히 민족통합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혈통주의를 타파하고 내부적으로 디아스포라를 많이 포용해야 하며, 이중국적이 허용된다면 일본에 있는 재일조선인들은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일본에서의 참정권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사실 상당히 희박한 국가관을 갖고 있는, 그래서 자신을 반쯤 디아스포라로 규정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러한 순혈주의와 국민주의의 타파가 참 반가운 느낌이다. 어느 나라 사람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인
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한국에서 재일조선인 문제를 일본의 차별 문제로만 보는 경향을 지적하며, 재일조선인을 포함한 해외동포들이 돌아오고 안 돌아오고는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해외동포들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만들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역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재외동포들이 대부분 귀국하지 않는 이유는, 돌아오더라도 국적 정비, 호적, 생활, 직업 등의 기반이 불확실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조선족(재중동포)들이 한국에 들어와도 대부분 저임금 비숙련 노동에 종사하게 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서경식 선생의 치밀한 논리의 구사와 글의 날카로움, 명료함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그와 대담을 가졌던 일본의 지식인들은 진땀 꽤나 흘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내가 가혹한 것이 아니라, 재일조선인이-모든 조선 민족이- 처해있는 상황이 가혹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참으로 그러하다. 재일조선인으로서의 숙명은 언제나 일종의 멍에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닌, 식민지 지배라는 외부의 요인에 의해 그러한 상황에 놓인 것이므로 더욱 그렇다. 또한 이 책의 표지에는 일본어와 한국어의 글자들이 뒤섞인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그것이 그가 느낀 모어와 모국어의 괴리를 단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서경식 선생의 사유와 성찰을 통해, 나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j******m 2011.05.13.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디아스포라'적 관점에서 사고하기
"'디아스포라'적 관점에서 사고하기" 내용보기
<언어의 감옥에서>는 재일조선인 2세 서경식 선생의 두 번째 평론집이다. 서경식의 글은 대단히 논리적이다. 명확한 개념의 구사와 논리의 향연은 사소한 반론의 빈틈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다. 이런 논리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식민주의'를 정조준하며 과거 식민지배에 대해 회피와 타협, 무지와 태만으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나아가 팔레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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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감옥에서>는 재일조선인 2세 서경식 선생의 두 번째 평론집이다. 서경식의 글은 대단히 논리적이다. 명확한 개념의 구사와 논리의 향연은 사소한 반론의 빈틈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다. 이런 논리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식민주의'를 정조준하며 과거 식민지배에 대해 회피와 타협, 무지와 태만으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 사회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나아가 팔레스타인 난민과 다를 바 없는 처지에 놓인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자기 분열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며 디아스포라적 관점에 서서 민족과 통일 담론의 재구성을 시도한다.
 
 
 

'디아스포라'까지 포괄하는 '민족'의 재구성
 
 
 
'언어'의 공통성은 '민족'을 규정하는 중요한 징표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같은 민족은 같은 언어를 쓴다'는 식의 당연할 것 같은 명제를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뒤집어 생각하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발견하게 된다. 서경식은 '모어'(mother tongue)와 '모국어'(native language)의 상극으로 인해 재일조선인들이 겪는 분열과 단절의 고통을 설명한다.

 
 
모어는 태어날때부터 몸에 각인된 언어다. 언어란 단순히 글자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어 온 의식과 정서, 문화를 담는 그릇이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태어나면서부터 일본어를 모어로, 조선어를 모국어로 사용해 온 재일조선인들의 정서적, 문화적 단절을 짐작할만하다. 모어와 모국어가 일치된 환경에서 나고 자란 대다수 한국인들은 조선어가 모국어이면서도 태어나면서부터 일본어를 내면화 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에 놓인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고통을 잘 알지 못한다. 서경식은 이 같은 상황이 '폭력적'이라고 말한다. 모어는 태어남과 동시에 주어지는 것으로 자유로운 선택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민지배와 냉전체제로 인해 전 세계에 흩어진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600만명에 달한다. 단일혈통, 단일언어, 단일문화로 상징되는 단일민족 개념은 영어, 일본어 등 다양한 언어를 모어로 사용하고 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을 포함할 경우 좀 더 폭넓게 재정의 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는 억압받는 소수자의 권리 보장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작업일 것이다. 나아가 디아스포라를 포함하는 통일의 상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다언어, 다문화 공동체를 구상하자는 주장은 저자 본인도 인정하듯이 '유토피아'적 상상에 가깝다. 사회적으로 다문화를 수용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함은 기본이거니와 정치적으로는 식민잔재의 완전한 청산, 분단상황의 극복이라는 거대한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나아가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등 모든 언어를 공용어로 지정하고 유통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은 현실불가능하다. 더구나 디아스포라적 관점에서 민족 개념의 재구성이 민족적 집단의 실체마저도 부정하는 '탈민족' 담론으로 귀결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섣부른 탈민족주의를 경계하면서도, 순혈주의에 입각한 단일민족 관념은 국외적으로는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의 권리 보장, 국내적으로는 이주 여성들의 증가와 다문화 가정의 확산이라는 현실에 걸맞게 재구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연대, 새로운 틀을 만들수 있다는 서경식의 주장은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민족이라는 관념이 완전히 무효가 되었다고 할 수도 없지만, 그것을 비판적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지향성이 없으면 그것이 오히려 방해물이 되어서 진짜 연대해야 할 대상과의 연대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p391)


 
 
'죄'를 짓지 않았다고 '책임'마저 없어지는 것인가?
 
 
 
이 책을 통해 일본이 과거 식민지배에 대해 진정한 사죄와 보상을 회피하는 원인이 일본 정계 내 군국주의 세력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전후 세대라 할 수 있는 대다수 일본인들의 정서속에 '이전 세대의 잘못까지도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개인주의가 만연하다는 것이야말로 자정능력을 상실한 일본의 현 주소를 나타낸다. 특히 비교적 진보적 성향에 속한다고 자임하는 일본의 지식인들조차 과거와 현재를 단절시키는 '의도적 태만'을 통해 자국의 국가범죄와 공범관계를 형성하는 죄를 범하고 있다.

 
 
서경식은 '과거 우파에 대한 견제세력, 제동세력으로 일정하게 기능했던 시민 리버럴파의 사상적 퇴폐가 한층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전쟁책임론은 인정하되 식민지배의 책임론은 거부하거나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되 법적 책임은 없다는 주장 등 일본의 진정한 사죄배상을 회피하는 주장들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전후에 태어난 일본인들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해 '죄'는 없지만 일본인으로서 '집단적 책임'은 면할 수 없다. 서경식은 일본 사회 내 '죄'와 '책'임 개념의 혼란을 개탄하며, '때로는 의도적인 이 혼란은 죄 없는 자에게 죄를 전가하는 방향보다도, 실제로는 죄 있는 자의 죄를 숨기는 일종의 공범관계를 고정화시키는 방향에 도움이 될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전후 세대 일본인이라도 일본 국가 범죄의 공범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는 베트남 파병을 했던 한국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한국의 한 개인이 베트남 파병의 '죄'를 짓지는 않았지만 '한국인'으로서 정치적 의미에서 '집단적 책임'은 져야 한다는 것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x******0 2012.04.07.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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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감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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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속이 시끄럽다. 최근에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과는 전혀 상관없이 온전히 타인에 의해 내 이야기가 떠돌아다니고 내가 생각해보지도 않은 일들에 대한 나의 생각과 결심, 행동들이 마구 남발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그러한 것을 끝까지 모른척했다면 그 모든 일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 되는 것일까, 를 잠시 생각해본다. 내가 하지도 않은 행동을 했다 하고, 하지도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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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속이 시끄럽다. 최근에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과는 전혀 상관없이 온전히 타인에 의해 내 이야기가 떠돌아다니고 내가 생각해보지도 않은 일들에 대한 나의 생각과 결심, 행동들이 마구 남발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그러한 것을 끝까지 모른척했다면 그 모든 일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 되는 것일까, 를 잠시 생각해본다.
내가 하지도 않은 행동을 했다 하고,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하고, 나의 자의식과 나의 결정권과는 전혀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나있었고 또한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그 결정으로 인해 또 다른 오해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되는 건 아무리 내색하지 않으려고 해도 불쾌해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개인적인 일들이 겹쳐일어나고 있는 요즘 '언어의 감옥에서'를 읽으려고 한 것이 조금은 후회스러웠을만큼 정신이 딴데 가 있어서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 사실 온전히 책에 집중을 하며 읽었다 하더라도 그리 쉬운 글이 아니지않은가. 그런데 어쩌면 또 내가 지금 이렇게 머리속이 복잡하고 나의 외적인 상황에 의해 나의 존재가 단정지어지는 듯한 느낌때문에 더욱더 소통과 단절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한 생각은 '언어의 감옥'이라는 글을 더 깊이있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실려있는 글은 2006년부터 2년간 저자가 한국에 머물던 기간에 쓴 시론과 시평을 중심으로, 주제에 따라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의 글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의 1부는 ‘식민주의’와 ‘언어 내셔널리즘’에 대한 글이다. 윤동주의 서시 번역에 대한 논쟁과 모어(일본어)와 모국어(조선어)의 어긋남에서 비롯된 재일조선인의 언어경험을 통해 식민주의와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로서는 이책에서 그나마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고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인식은 커녕 아무런 관심조차 없었다는 걸 강하게 깨닫게 되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초등학생이 될 즈음 강제추방을 당한 부모님을 따라 한국으로 들어온 친구는 주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우리말을 빨리 배우게 하기 위한 어머니의 강압으로 일본어를 쓰지 못하게 되어 모어를 까먹어버렸다. 그러한 사정을 알고 난 후에야 간혹 그 친구의 어색한 발음이나 엉뚱하게 튀어나오는 우리말 표현이 이해가 되었다. 가끔은 우리가 자주 쓰는 사투리의 어원을 유추해보다가 그 말이 사투리가 아니라 식민지시절에 흘러들어온 일본어의 찌꺼기가 아닐까,라는 이야기도 나눴었다. 그래서인지 식민주의와 언어에 대한 글은 좀 더 깊이있는 생각을 하게 한다. '오직 모어로만 진실을 말할 수 있다'며 적의 언어이지만 그 자신의 글은 독일어로 쓸 수 밖에 없었던 첼란의 이야기는 머리로는 쉽게 긍정하고 이해를 하지만, 사실 나도 서경식 선생님의 '소년의 눈물'을 읽을때도 직접 우리말로 쓰지 않고 일본어로 쓰여진 글을 번역한 책이라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는 않았었다. 재일조선인을 한국인으로 여기지는 않으면서 또 그런 경우에는 한국사람이 왜? 라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경식 선생님의 체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경험한 것과 겹쳐져 식민주의와 언어는 내게 새로운 시각과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었다.

"2부는 인간을 끌어당기고 가르는 경계선이라는 주제로, 제국주의가 그어버린 국경선으로 인해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 평론, 저자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에세이 등이 실렸다. 3부는 일본 지식인의 사상적 퇴락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일본의 우파와는 다른 의미에서 일본 리버럴 세력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식민지 지배의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양비론으로 일관했던 일본 지성계와 리버럴 세력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쉽게 이해하지 못하고 더듬거리며 겨우 읽었다. 비판과 논쟁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오로지 나의 무지함때문일뿐이다." 4부는 저자의 인터뷰와 대담 한 편씩을 묶었다. 인터뷰는 2008년 저자가 서울 체류 당시 최현덕(부산대 인문학연구소 HK교수)과 ‘새로운 통일의 꿈’이라는 주제로 이뤄진 것이다. 조선 민족의 통일을 위한 협의체 조직, 한국의 이중국적 허용 등 저자 나름의 통일에 대한 흥미로운 구상을 엿볼 수 있다. 대담은 저자와 이 책의 역자 권혁태 간에 이뤄졌다. 3부 주제를 좀더 자유롭게 풀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주의와 일본 리버럴 세력에 대한 독자들의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실렸다."

"이 책의 주된 의도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재일조선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 그리고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국민주의' 비판을 제기해 '민족'이나 '국가'라는 틀을 새로운 발상으로 다시 생각하는 게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라고 저자의 말에 밝히고 있는데 적어도 내게 있어 '재일조선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해가 좀 더 폭이 넓어지고 깊어졌다고 생각하니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지금 이 책을 읽은 의미는 있는 것이 되지 않을까 라는 위안을 가져본다.





이달의 사락 r***2 2011.06.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