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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이래도 되는 거냐!: 창간 15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 유일의 문화지 또는 향정신성 월간지의 생존 스토리 한 소설의 제목에서 차용해, 각 챕터에 '...이래도 되는 거냐!'의 형식을 갖춘 이 책. 역시 PAPER를 만든 사람들이 만든 책답다. PAPER를 만들면서 15년간 울고 웃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오롯이 읽고나니, 나도 PAPER의 식구로 받아들여진 느낌이다.
내가 처음 PAPER를 알게 된 건 1999년 고1 때 손재주와 센스가 좋아 글씨를 잘 쓰는 친구 덕분이었다. 이런 멋있는 세계가 있다니 놀라면서도 아직은 왠지 20, 30대의 영역인 것 같아 아주 가끔씩만 훔쳐 보았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면서 매달은 아니어도 자주 구입해보게 되었고, 발령 나고 나서는 학급문고에 비치해두고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그러는 동안 책과 영화, 공연과 음악을 고르는 안목에도 영향을 받은 것 같고, 여행에도 은연 중에 관심이 생긴 것 같다. 매달 27일 쯤이 되면 yes24에서 PAPER를 주문한다. 다음날 도착한 PAPER를 들고 맨 먼저 이달의 별자리 운세를 확인한 후, 양수일기를 읽고, 히로유키의 허둥지둥 한국 여행기와 권진선의 광고낙서, 두령님의 이달에 쓰는 편지를 읽는다. 그 후에는 이상하게도 에디터's PAPER부터 시작해 뒤부터 앞으로 관심가는 기사부터 읽어나온다.
PAPER는 낭만주의다. 창간 15주년을 맞아 나온 이 책에서 PAPER의 과거와 현재를 보고 있노라면 낭만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꾸준히 무엇인가를 하면 이런 과정과 결과가 나타나는구나 싶다. 자본주의와 무한경쟁체제에 찌든 이 사회에서 무가지로 시작해 원치 않는 광고는 받지 않고 독자의 후원금을 받아가며 잡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니. 기획과 기사 기사 마다 기상천외하고 참신한 발상에 매번 놀란다. "놀고 마시면서 일하자"는 모토는 그들의 낭만주의를 대변하는 듯 하다. 적어도 우리가 재미있는 것을 해야 읽는 사람들도 재미있으리라는 생각이 그들을 생존하게 했을 것이다. 물론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었던 순간 순간의 어려움들이 있었을 것이다. 견뎌주고 꾸준히 그 자리에 있어주었으며 앞으로도 있어 줄 PAPER가 고맙다. 한 달에 커피 한 잔 값 들여 그들의 아름다운 꿈을 공유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PAPER는 휴머니즘이다. 글을 읽으면 누가 썼겠구나 짐작이 되거나 꼭 이름을 확인하게 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그들을 안다는 생각이 든다. 매달 꼬박꼬박 그들의 글을 만났기 때문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글 색깔도 관심사도 참 또렷하다. 그들 자신도 끈끈하게 소통하고 있음이 전해져온다. PAPER라는 잡지 자체가 처음부터 소통을 지향했다는 점도 PAPER에 사람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팩스와 손편지, PC통신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우리는 이제 PAPERda.com과 트위터를 통해 이야기하며 잡지를 함께 만들어간다. 언젠가는 바자회나 페스티벌에 참가해 그들을 멀찌감치에서나마 구경할 수 있으려나?? 앞으로 PAPER는 또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와 소통을 시도할지 궁금해진다.
요즘 나와 가장 잘 맞는 필진은 원대한군. PAPER에서 고정적으로 글을 쓰고 있거나 잠시 필진으로 거쳐간 사람들의 글 중에 요즘 가장 재미있게 읽히는 글은 원대한의 글이다. 세대가 비슷해서일까, 너무 몽환적이진 않게 경험을 기반으로 했기에 현실성을 잃지 않았으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어리버리하면서도 아름다운 글이 좋다. 그의 글에는 음악과 커피와 자전거와 그림이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15년지기 친구들을 잃지 않도록 PAPER만의 색깔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필진들이 글 쓸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종종 대학생리포터들을 활용하는 등 새로운 세대들과 공감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 방법과 비율을 얼마나 잘 정했는지가 PAPER의 변화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PAPER를 통해 꿈꾸고 싶은 사람들에게 PAPER가 어떤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사람에 따라 단기기억상실, 언어장애, X-MEN 같은 초능력, 웃음 못 멈추는 병, 길 가다가 눈물 흘리는 병, 한없이 꿈꾸는 병까지, 다양한 바이러스를 슬그머니 옮긴다고만 전해지고 있다. 궁금하다면, PAPER를 탐닉하면 된다.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오래된 PAPER를 펴서 슬쩍 읽어보거나, 오래된 종이 냄새를 맡아보거나, 꼭 안아보거나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새 당신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새로운 당신이 되어 있을지도, 아름다운 꿈만 꾸는 병에 걸릴지도 모르니 살짝 주의할 것. p. 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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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상당히 독특한 잡지이기도 하기에 나도 PAPER 를 많이 읽고 공감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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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페이퍼가 무려 창세되었던 그해, 나는 무얼 하고 있었더라. 초등학교와는 완전 딴판인 중학교라는 신세계를 탐험하던 좀만한 꼬꼬마였구나. 그땐 왜 내 긴머리를 싹둑 자르고 팔자에도 없는 (없어야 했다!) 단발머리를 하고 학교를 다녀야 했는지가 내 인생 최대의 미스테리였다. 뭐 결국 풀지못한 숙제로 남았지. 때론 시험지에도 답없는 문제가 나오는 게 인생 아닌가.
어쨌거나 그때, 대학가에는 세상에 없던 잡지 페이퍼가 쇠사슬도 없이 풀려나와 '좀 당분간 아무생각 없이 살고 싶다'고 되뇌이는 청춘들의 면전으로 뽀얀 얼굴을 들이댔던 것이다. 밀레니엄을 당한 청춘들의 영과 혼을 위무하며 순식간에 정신적 지주로 부상한 전설같은 잡지의 창간 15주년을 기념하는 책 [PAPER 이래도 되는거냐!]를 읽고나서야 비로소 나는 페이퍼의 창간호가 하얗고 알록달록하고 순진했단 것을 알았다.
사실 페이퍼와의 인연은 잡지가 직접 정면으로 맞닦드리면서 시작되었다기 보다 두령님의 [에세이 좋은 건 사라지지 않아요]를 읽으면서부터 였으니 나하고 좀 안 친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 20대를 혹은 30대를 몽땅 페이퍼에게 저당잡혀 [페이퍼, 이래도 되는거냐!]를 외치는 페이퍼 식구들이 이토록 많은데 친한 척 한다는 것도 참 후안무치한 일이다. 그치만 수저 하나 더 얹고 싶은 마음에 이따위 리뷰를 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데이트조차 없는 명절(비루하다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주말 내내 사무실에서 일하며 맞은 새해는 얼마나 값지냐. 하지만 일지를 적으며 푹푹 한숨을 쉬었다. 어쨌건 데이트조차 없어 명절 연휴를 고스란히 일하는데 쏟아부은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잖아.)의 동반자로 나는 채송화색 표지와 도발적인 켈리를 장착한 [페이퍼, 이래도 되는거냐!]를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잘 읽었다. 가끔 졸아가며 자주 웃어가며. 이제 새벽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무엇'에 관해 할 이야기가 많은 것이 좋은 기획이다. 보기에는 그럴 듯해도 막상 이야기를 진전시켜보면 다들 입을 꾹 다물게 되는 기획도 있다. 그럴 때는 미련 없이 버린다. 어떤 테마를 고르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요리하는 방법이다. 요리과정에서 줗은 재료가 맛을 잃기도 하고 평범한 재료가 특별한 맛을 얻기도 한다. 페이지 71-73 네번째 이야기 엉망진창 횡설수설이어도 되는거냐! 중에서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다. 시도는 명랑상쾌하더라도 그것이 용두사미가 된다면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신선함이 더할수록, 그 신선함을 신선하게 유지하지 못한다면 별볼일 없게 되기 십상이다.
페이퍼의 가치는 신선함이 계속 신선할 수 있도록 이 잡지를 펴내 온 진지한 책임감이라고 감히 이야기해 본다.
잡지 내용이 신선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잡지니까 일단 인쇄가 되어 나와야 하고 하는 그런 오만잡다한 것을 다 싸잡아서 어쩄거나 이 잡지가 어느날 하염없는 안녕을 고하는 대신 계속 얼굴을 디밀고 나오고 있다. 2013년 2월호가 인터넷서점에서도 판매중이다. 이게 책임감이다.
한 번의 발칙함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그 발칙함을 날마다의 영역으로 끌어오면서도 일상에 함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고수의 경지. 페이퍼는 발칙하고 재미나게, 신선하고 진지하게 매월 발행 중이다.
뭐 결론은 재밌다는 거다. 페이퍼 창가 15주년을 기념하며 나온 페이퍼의 자서전인 이 책은 참 재미있다. 페이퍼의 적당한 기사들을 수록해주어서가 아니라 이 한 권의 잡지를 15년이나 발행해 온 사람들의 술냄새나는 뒷이야기들이 적나라하게 들어있어서 재미있다. 얼마나 신나게 그리고 얼마나 치열하고 꼼꼼하고 야무지게 매달려야만 했는지 알려주어서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