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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이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라는 책을 통해 감정이야말로 인간의 도덕 본능과 선한 마음의 토대를 이룬다면서 인간의 감정이 보편적일 뿐만 아니라 그 보편성의 뿌리가 다른 동물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리고 인류학자 폴 에크만이 뉴기니 정글 속에 살고 있는 원주민의 감정 표현 연구를 통해 감정의 보편성을 주장한 다윈의 주장을 입증했다는 사실도 새삼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오랜 진화를 거쳐 자신과 다른 사람 안에 들어 있는 감정을 온전히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간 우리 인류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특히 다른 사람 안에 들어 있는 선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온 힘을 다할 때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 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이 자기이익을 추구하고, 경쟁하고,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솔깃하게 만들어졌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특히 이를 위해 감정의 구성주의적 접근 방식과 진화론적 접근 방식의 차이점을 밝히고 있다. 구성주의적 접근 방식은 감정의 기원이 가치나 직관, 또는 사회적 믿음에 있으며 따라서 감정은 보편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와는 반대로 진화론적 접근방식은 감정은 보편적이며 자연선택에 기원을 둔다는 주장이다. 다윈은 우리의 감정 표현이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정제된 형태로 나타낸 상징이라고 주장했는데, 에크만은 다윈의 주장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얼굴 근육이 만들어낼 수 있는 수천 가지 모습 중 몇 가지만 개인의 감정을 보여주는 믿을 만한 단서가 된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에크만은 감정과 관련 있는 얼굴 근육이 움직이면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내는데 기여했다고 한다. 결국 수천 세대에 걸쳐 인간의 사회적 진화가 이루어지는 동안 도덕 직관이 날카롭게 발달되어 연민, 감사, 당혹감, 경외감 등과 같이 몸으로 나타나는 감정 형태를 띠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선 초기 인류 사회생활에서는 일상적으로 협력이 요구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초기인류는 환경의 요구에 따라 정확성, 유연성, 반응성, 대역폭의 측면에서 다른 동물과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게 되었는데, 다른 영장류와 달리 인간의 얼굴은 표정을 애매하게 가리는 털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이 덕분에 얼굴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표지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영장류에 비해, 특히 눈 주변에 얼굴 근육이 다양하게 발달하여 얼굴 표정이 풍부한 어휘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서 이 책에서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감정에 대해 하나씩 설명하고 있다. 우선 당혹감에 대해서는 윤리적 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멍이라 언급하고 있다. 당혹감은 우리가 다른 사람을 존중한다는 표시이자 도덕적, 사회적 질서를 지키려는 진심을 보여주는 표시이며, 다른 사람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또한 당혹감은 화해의 표시이며, 거리감이 있거나 공격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을 한데 묶어주는 감정 표시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소는 친화와 협력의 마음으로 다가가고자 할 때 이를 촉진하기 위해 생겨나게 되었고, 웃음은 놀이와 가벼움을 촉진하기 위해 생겨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른바 뒤셴 미소를 지으면 심혈관 자극 수준이 안정된 기준선까지 빠르게 내려간다면서 이것은 숨을 강하게 내뱉기 때문에 스트레스와 관련된 생리현상이 진정되는 것으로 판단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사람이 뒤셴 미소를 짓는 동안 전두엽의 왼쪽 영역, 즉 보상과 관련된 정보를 처리하고 목적 지향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영역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웃음은 집단생활에 필수적인 협력적 유대를 쌓는데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특히 옆구리 찌르기, 볼 꼬집기, 혀 내밀기와 같이 뚜렷한 기록으로 남지 않는 장난스런 표시와 함께 의도적으로 도발하는 행위인 놀려대기를 언급하고 있는데, 재미있게 놀려대는 것은 사회적 백신과도 같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상대의 감정 체계를 자극하여 상대가 갖는 사회적 관계의 진정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좋은 분위기에서 놀려대기를 하면 갈등이 내재된 관계를 재미있고 원만하게 풀어나가기 위한 토대가 마련되는데, 이 때 생산적인 놀려대기와 상처를 입히는 놀려대기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해로운 놀려대기는 신체적으로 고통을 주며, 개인 정체성에서 취약한 부분을 대상으로 삼는 반면 장난스런 놀려대기는 신체적으로 고통을 주지 않고 배려심을 보이면서 상대의 정체성에서 그리 심각하지 않은 부분을 건드리는 것이라 언급한다. 그 밖에 여러 흥미로운 언급들이 많은데, 신체 접촉은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선한 의지를 전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매체로서 상대의 몸 속에 생화학 반응을 일으켜 개인 간에 신뢰와 선한 의지를 촉진시킨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이런 소통이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여자가 남자에게 손길을 내밀어 분노를 전달하려 할 경우 잘 되지 않고, 남자가 여자에게 신체적 접촉을 통해 동정심을 전달할 경우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우리의 영장류 조상은 어린 아이가 음식물을 소화시킬 수 있게 음식물을 미리 씹어서 부드럽게 만든 뒤 입맞춤을 통해 아이에게 먹였는데, 이렇게 부모와 자식 간에 음식물을 나눠 먹는 것이 애초 키스가 생기게 된 진화적 배경이라 설명한다. 그리고 영역 경계 없이 큰 집단을 이루며 양성이 함께 살아가는 종 중에서 초기 인류를 제외하고는 일부일처제 성향이 한 번도 관찰된 적이 없다면서 우리 인류가 일부일처제적 성관계를 통해 남자는 자기 자식이 누구인지 알고 이들에게 자원과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고 언급한다. 특히 고환 크기가 꽤 작은 것으로 미루어볼 때 인간은 남녀 한 쌍을 이루는 종 가운데서도 이를 더욱 철저하게 유지하는 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군데군데 제시하고 있는 얼굴 사진과 그에 맞는 감정을 연상하는 것이 나에게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사회적 상호관계의 흐름에서 얼굴 표정이 생길 때, 이를 프레임 별로 분석하여 눈에 보이는 모든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해부학 지식을 바탕으로 구별하기 위해 100시간 정도 공부해야 한다니 꽤나 힘들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