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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벗어난 계절이 지긋이 나이를 먹는 동안 초록의 숲도 갈색으로 변해갑니다. 길었던 연휴 내내 아침 산행도 거른 채 마음껏 게으름을 키웠던 나는 오늘 아침 길어진 어둠의 끝자락을 밟으며 어렵게 산을 올랐습니다. 등산로에 깔린 낙엽과 이따금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도토리. 시나브로 만추로 접어드는 가을 풍광에 한해가 다 간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깨에 내려앉는 하루의 무게가 새삼스레 느껴지던 아침. 분주했던 하루가 차분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언제나 끝이 있게 마련이지만 유난히 길었던 추석연휴의 여운이 오후의 가을 햇살 속으로 가볍게 흩어졌습니다.
기타가와 에미의 <주식회사 히어로즈>를 읽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에 이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인 <주식회사 히어로즈>는 평범한 주인공 다나카 슈지를 전면에 내세운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이름에서도 얼굴에서도 아무런 특징이 없어 오히려 그리기 어렵다는 다나카 슈지이지만 소설 속에서 그는 마음만은 지극히 선하고 성실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일상이라는 무대에 평범한 인물을 등장시켜 이 시대 평범한 이들을 위로하고자 한다는 이 소설은 평범한 우리 모두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특별한 히어로일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스토리 전개가 빠른 이 소설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금융회사에 취직했던 다나카 슈지는 그의 성실한 근무 태도로 인해 사내에서도 인정을 받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습니다. 사내에 귀여운 애인도 있었고 비교적 순탄한 회사 생활을 하던 그는 어느 날 출근길에 같은 버스를 탔던 한 여고생으로 인해 180도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여고생은 그녀의 옆에 서 있었던 다나카 슈지를 치한으로 몰았고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던 그는 꼼짝없이 치한으로 몰리게 됩니다. 사회 경험이 없었던 그는 자신의 상황을 회사에 알렸고, 회사에서는 합의를 종용했습니다. 합의를 함으로써 고소는 취하되었지만 그는 결국 모든 걸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범이 잡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회사에서도, 믿었던 애인으로부터도 버려진 상태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그때의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버스만 타면 호흡이 가빠지는 트라우마를 앓게 됩니다. 직장도 잃고 애인도 잃은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사교성이 좋은 사사키 다쿠로부터 주식회사 히어로즈를 소개받게 됩니다. 주식회사 히어로즈는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의 성공을 돕는, 그야말로 히어로 메이킹 서포터즈들의 집합체였습니다. 단기 알바생 신분이었던 다나카 슈지가 처음 만난 인물은 인기 만화가 도조 하야토였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마다 몹시 괴로워하는 도조 하야토를 안정시키는 일이 그의 임무였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나카 슈지는 주식회사 히어로즈의 정식 직원이 됩니다. 그의 성실성과 선한 성격이 회사로부터 큰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었죠. 도조 하야토의 호출을 받고 직장 동료 미야비와 함께 급하게 달려가야만 했던 그는 버스 안에서 쓰러지고 맙니다. 그는 자신의 지난 경험과 트라우마를 밝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으로 인해 회사에 폐를 끼쳤다는 자책도 있었지요.
"한참 말이 없던 미야비가 입을 열었다. "슈지 씨가 신용 받지 못한 것이 아니에요. 슈지 씨 주변 사람들은 다들 생각하기를 포기한 거예요. 인간은 휩쓸리는 동물이죠.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의견이 많은 쪽으로 흘러가요. 그러는 편이 편하니까요. 슈지 씨의 예전 애인도 상사도 다들 휩쓸린 거예요. 인간은……." 미야비는 뭔가 삼키듯이 말을 끊더니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들고 나를 보았다. "인간은 생각하기를 포기한 순간, 인간이 아니게 됩니다." 그 눈빛에 나는 철렁했다. 다른 사람 같은 미야비가 그곳에 있었다." (p.140)
도조 하야토 이후 다나카 슈지가 만난 의뢰인은 인기 여배우 다사키 마이였습니다. 언젠가 자신도 인기를 잃고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다사키 마이를 돕기 위해 슈지는 미야비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그로 인해 미야비는 다사키 마이의 스토커로부터 공격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기도 합니다. 슈지는 미야비로부터 그의 지난 삶을 듣기도 하고, 노숙자에서 주식회사 히어로즈에 입사하여 슈지의 상사가 된 미치노베의 삶도 듣게 됩니다.
금융회사에서 해고되었다는 사실을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다나카 슈지는 오랜만에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그는 어렸을 적 자신에게 매미를 잡아주던 할아버지가 그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이자 존경하는 히어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스토리가 재미를 위해 과장되었거나 작위적이다라는 인상을 받는 건 이 책을 읽는 독자 대부분의 생각일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을 '라이트 노벨' 작가라고 밝히는 기타가와 에미에게 라이트 노벨이란 '아무튼 재미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주장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소설은 시종일관 재미를 향해 집중되고 있습니다. 마치 만화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지요.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현실이 더 허구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마~'하던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일지언정 어느 누군가의 눈에는 더없이 위대한 히어로로 비쳐질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말이지요. 만일 그렇다면 우리를 영웅으로 믿는 단 한 사람의 그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요. 연휴 후유증이 어깨를 짓누를지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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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 있다가 치한으로 몰렸습니까? 내일 마감인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더 젊고 예쁜 애들이 치고 올라올까 불안합니까? 꼬일 대로 꼬인 인생 어떻게 해도 구제 불능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주식회사 히어로즈를 찾아주십시오 최고를 넘어 누군가의 히어로로 만들어드립니다
만약에 진짜로 이런 회사가 있다면 매일매일가서 도와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어딘지 모르게 진지함 보다는 코믹함이 묻어나는 책으로 보였다 가벼워 보이는 제목때문에 그냥 단순한 장르인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고 점점 주인공들의 감정에 빠져들게 든다 읽으면서 인간답게 살기 힘든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게 하기 위해 도와주는 회사가 아닐까 한다 재미와 감동을 한꺼번에 안겨준다
몇 번을 들어도 기억에 안 남는 이름이 있다. 여러 번 대화를 나눠도 길에서 만나면 모르고 지나치게 되는 얼굴이 있다. 모난 부분 하나 없이 너무 평범한 사람들. 그런 이들이 과연 어딘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의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주변을 잘 살펴보면 이런 히어로 한명쯤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힘든 세상에서 평범하게 사는 것도 전력을 다해야 하는 마당에 지금의 현재 우리가 히어로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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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히어로’가 전하는 마음 치유법 - 기타가와 에미, 『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의 『주식회사 히어로즈』(놀, 2017)는 히어로를 만드는 특이한 회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 회사는 히어로를 만들기보다 히어로를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미 히어로가 된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해 준다는 말이다. 히어로를 목표로 했던 사람들은 왜 ‘히어로’가 되어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일까? 초심(初心)을 자꾸만 잃어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인기 있는 만화 작가인 도조 하야토는 이야기가 막히면 호텔의 한 방에서 괴성을 질러댄다. 겉으로 대중들에게 드러내는 점잖은 모습과는 아주 딴판인 도조 하야토의 이런 모습은 히어로가 되기도 어렵지만, 히어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어려운 일임을 에둘러 드러낸다.
도조 하야토는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그렸다. 자신이 그린 만화를 보고 친구들이 재미있어 하면 그는 자신이 마치 히어로가 된 것처럼 느꼈다. 이때의 마음으로 만화를 그려서 그랬는지 만화가로 데뷔한 이후에도 그는 한동안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판매 부수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숫자에 대한 강박 관념이 생기면서, 그토록 즐거운 일이었던 만화 그리기가 하나의 의무로 느껴졌다. 만화 그리기를 의무로 생각하는 이 상황이 고통스러울 때마다 그는 호텔 방에서 괴성을 지르며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괴성을 질러대면 순간순간 그리고 싶은 만화 내용이 생각나기도 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마음을 안고 그는 스스로는 재미없는 만화를 그려온 셈이다.
도조 하야토의 경우가 암시하는바, 이 소설에 나오는 히어로들은 불안한 마음을 제어할 수 없어 ‘주식회사 히어로즈’를 찾는다. 곧 히어로즈는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다나카 슈지가 히어로즈와 이어지는 지점도 바로 이러한 불안한 마음 상태에서 비롯된다. 금융회사에 다니던 그는 어느 날 버스에서 여고생을 성추행한 치한으로 몰린 후 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진범이 잡히기 전 그는 회사의 제안대로 합의금을 내고 문제를 해결했는데, 그 일이 벌어진 바로 다음 날 그는 회사에서 해고 통고를 받았다. 합의금을 주는 순간 그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는 ‘진범’이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지?”(136쪽)라고 슈지는 말한다. 얼마 후 진범이 밝혀졌지만 이미 떠난 여자 친구는 돌아오지 않았고, 회사 또한 복직이 되지 않았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이튿날 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타자 승객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시간대에 버스를 탄 적은 없다. 다들 나를 모른다. 그렇게 스스로를 타일러도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된 듯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사도 흘끔 흘끔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나는 버스 좌석에 앉아 얼굴을 감추려고 고개를 숙이고 몸을 작게 웅크렸다. 다음 순간, 버스 안 공기가 희박해지는 듯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숨을 들이마시려고 입을 열어도 금붕어처럼 뻐끔뻐끔거리기만 할 뿐 몸속에 산소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괴롭다……. 도움을 요청하려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다음 정류장에서 버스가 멈추자 나는 거의 굴러 떨어지듯이 내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쓰러졌다. 버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대로 떠나갔다. (136~7쪽)
이제 슈지는 버스를 타면 가슴이 답답하다. 승객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잘못이 없는데도 무언가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을 떨쳐낼 수 없다. 갑자기 버스 안 공기가 희박해진다. 숨을 쉴 수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슈지는 다음 정류장에 멈춘 버스에서 굴러 떨어지듯 내렸다. “버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대로 떠나갔다.” 슈지 혼자만 외롭게 남은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슈지는 지하철은 타면 괜찮다. 회사에서 내쫓긴 슈지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당연히 삶에 의욕이 있을 리 없다. 주말이 돼도 가족들을 찾아갈 생각을 않는다. 사람들과 깊은 정을 나누지 않고 적당히 거리를 두며 그는 살아간다. 그러다가 편의점에서 히어로즈 직원인 다쿠를 만난다. 그의 소개로 그는 히어로즈와 인연을 맺는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버스 트라우마가 있는 슈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내보이는 삶의 아픔들을 그려내고 있다. 이름도, 외모도, 성격도 평범한 슈지만 아픈 게 아니다. 이미 히어로가 된 도조 하야토나 다사키 마이도 살아가면서 정신적 아픔을 느끼고, 히어로즈 직원들인 미야비나 미치네베 또한 아픔에서 예외일 수 없다. 도조 하야토는 만화를 처음 그리던 때의 초심을 하염없이 그리워한다. 만화 그리기가 의무로 변하는 순간 만화는 그를 옥죄는 족쇄가 되어버린다. 청순한 여배우 이미지로 인기를 끄는 다사키 마이는 “나도 아직 누군가의 ‘대타’일지도 모른다”(169쪽)는 불안감에 빠져 있다. 그녀는 자신이 누군가의 자리를 차지한 것과 같이 또 다른 누군가가 그녀의 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가 불안하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히어로에 오른 사람들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애를 태우고 있는 셈이다.
작가는 이런 히어로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존재로 평범한 인물인 슈지를 내세우고 있다. 슈지는 겉으로 보기에 다른 히어로즈 직원들보다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 그는 미야비처럼 사람을 즐겁게 하는 능력도 없고, 미치노베처럼 멋스러운 풍모를 지니고 있지도 않다. 그런 그가 도조 하야토의 만화 인생에 영향을 주고, 까칠한 다사키 마이의 본심을 무리 없이 이끌어내는 능력을 발휘한다. 히어로가 아닌 인물이 어떻게 히어로들의 삶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었을까?
“정말로 내 만화를 좋아해주는 사람은 눈을 보면 알 수 있지. 숨길 수 없거든. 자네가 내 이야기를 들을 때의 눈은 늘 반짝거렸어.” (263쪽)
도조 하야토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슈지의 눈빛-태도에 감동한다. “정말로 내 만화를 좋아해주는 사람은 눈을 보면 알 수 있지.”라는 말에 드러나는 대로, 슈지는 상대가 하는 말을 편견 없이 들어주는 남다른 재주가 있다. 미치노베의 말대로 “이야기를 듣는 것도 훌륭한 일”(98쪽)이 될 수 있다. 자기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에게 그 누가 마음을 열지 않겠는가? 도조 하야토의 마음을 연 비결은 바로 ‘진심어린 눈’에 있었던 셈이다. 다사키 마이도 사실 슈지의 이 진심을 알고 마음을 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녀는 슈지에게 “다정함 하나는 장점”(209쪽)이라고 이야기한다. 미야비처럼 그녀를 즐겁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슈지는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슈지는 상대를 향한 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대한다. 히어로가 아닌 사람이 히어로를 관리하는 비결은 바로 이 진심에서 비롯되고 있는 셈이다.
이 소설은 슈지의 할아버지가 무심결에 내뱉은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30쪽)라는 말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구순(九旬)의 할아버지는 왜 손자 앞에서 이런 말을 했을까? 소설 말미에서 할아버지는 이 말을 다시 한 번 반복한다. 하지만 앞에서와 달리 뒷말이 있다. “정말로 행복한 인생이었어.”(295쪽)라는 말을 덧붙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할아버지는 슈지가 사온 쿠키와 사과를 먹고 있다. ‘정말로 행복한 인생’은 슈지가 사온 쿠키와 과자를 먹는 이 순간을 가리킨다. 아무런 재미가 없는 인생이 정말로 행복한 인생으로 바뀌는 밑바탕에는 손주를 향한 할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이 숨어 있다. 병원에서 슈지는 할아버지에게 “내 인생 첫 히어로는 맨손으로도 매미를 잡는 할아버지였는지도 몰라.”(296쪽)라고 고백한다. 슈지의 다정한 마음이 또 한 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다사키 마이의 말마따나 그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고 하겠다.
작가는 히어로즈 직원인 미치노베의 입을 빌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 바로 삶이라는 걸 무엇보다 강조한다.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한숨을 쉬는 슈지를 앞에 두고 미치노베는 사는 건 아주 쉬운 일이라고 말한다.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뱉으면 우리는 살아 있는 걸 느낀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다. 살아 있다. 성추행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버스에서는 숨도 쉬지 못한 슈지는 이렇게 주식회사 히어로즈를 만나면서, 정확히 말하면 수많은 아픔에 노출된 사람들을 만나면서 비로소 제대로 된 숨을 쉬기 시작한다.
숨을 내쉬기만 하면 우리는 살기 힘들다. 숨을 들이마시기만 해도 우리는 살 수 없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을 통해 작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힘주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히어로는 어쩌면 슈지처럼 아주 평범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일지도 모른다. 다정함을 무기로 진심을 말하는 ‘그 눈’으로 슈지는 상대를 그윽이 바라본다. 상대가 하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듣는 슈지의 모습에서 ‘진짜’ 히어로들은 희열을 느낀다. ‘평범한 히어로’ 슈지가 (진짜) 히어로들을 관리하는 특급 마음 치유사가 된 것은 바로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는 이 마음에서 뻗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은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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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는 우리들 중 누구일까?
슈지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다. 그런데 요즘 이상한 꿈을 꾼다. 너무 생생해서 기분 나쁜 꿈이다. 하지만 꿈만 생각할 수 없다. 하루하루 살아야하니까.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일하는 다쿠에게 다른 곳의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인류는 모두 형제'란 분위기의 회사라는 곳...그런데 방문한 회사는 생각했던 것과 다른 조금은 이상하고 오묘한 곳이었다. 과연 슈지는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걸까?
이번 소설의 장르는 라이트노벨이란다. '라이트노벨' 가끔 들어보긴 했지만 즐겨 읽는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것인지 우선 찾아봤다. 라이트노벨 : 일본의 서브컬처에서 태어난 소설 종류의 하나이다. 펄프매거지과 같이 몇몇 커버의 그림이 나오는 소설보다는 가벼운 소설이다.(출처-위키백과) 소설보다 가볍다곤 하지만 소설이 항상 무거울 필요는 없으니 그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소설의 뚜껑을 열어 보니 '과연 이 소설이 가볍기만 한 소설일까?'란 의문이 들었다. 물론 재미있고 약간은 엉뚱한 이야기가 담겨 있긴 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속울림은 전혀 가볍지 않다. 주인공 슈지는 평범해서 미안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런데 평범한 게 미안한걸까? 세상을 둘러보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종종 나타난다. 그래서 그들처럼 나도 평범하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물론 좋은 쪽으로의 평범하지 않음이다. 그런데 평범하지 않은 그들은 또 말한다. 평범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그래. 소설은 평범함 속에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히어로를 말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싶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을 바라보며 느꼈던 자랑스러움에서... 때론 선생님에게서 느꼈던 고마움에서... 우린 평범하지만 놀라운 이야기들을 만난다. 그것이 살아가는 힘이 되고 또 활력이 되어 더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슈지처럼 평범하진 않다. 하지만 평범한 슈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세상 속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한다. 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과 사람들... 그가 만난 비범하지만 기이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하나씩 비어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평범한 행복을 누리고 싶은 사람들에 대비되어 더 부각되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을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잊고 지내게 되는 것들이 많아진다. 평범해서 생각지 못했던 즐거움을... 주인공은 그것들을 더 알차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생각지도 못했던 친절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남들의 눈을 통해 알았던 것처럼...(p271) 슈지를 통해 더 많은 히어로가 탄생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좀 더 행복하게 될 사회를 만들 것이라 생각된다. 나도 그런 일원으로 살아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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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직장을 출근하거나 자기 일을 시작할 때는 누구나 열정이 넘친다. 그러나 일을 하고 사람과 부딪히다 보면 점점 그 열정들이 사라지고, 마지못해 하는 일을 하게 된다. 그렇게 돈을 벌고, 그렇게 가정을 꾸리고, 그렇게 자녀들을 키운다. 때로는 이런 삶에 회의를 느끼지만 다른 길을 생각할 수는 없다. 오로지 그 길만이 내가 사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도 즐겁게 할 수는 없을까. 조직의 시스템에 끼어 맞춰진 삶이 아닌, 스스로 기쁨과 즐거움 때문에 일을 할 수는 없을까. 이제 이런 생각들을 허황된 생각이라고 말할 정도로 나이가 들었지만, 가끔은 아직도 이런 삶들을 꿈꿔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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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하면 히어로 제작소 [주식회사 히어로즈]
독특한 일본 책의 제목이 얼마간 내 눈을 사로잡았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든지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등등.. 이 책들은 특이한 제목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서인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10월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계속되는 야근과 상사가 주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어느날, 지하철에서 쓰러지는데 선로로 떨어질 뻔한 주인공을 누군가 구해준다. 초등학교 동창이라고 소개한 그 누군가는 그 이후 급속도로 친해지고 우정을 쌓으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그런데 그 친구는 이미 3년 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 이 기이하면서도 관심 가는 이야기는 바로 [주식회사 히어로즈] 저자의 전작이다. 컨텐츠 하나가 성공하면 애니메이션이든 책이든 영화든 그 분야를 가리지 않고 뻗어나가는 게 일본 문화의 추세이다 보니 책을 읽어도 만화 같고 만화에서 본 것 같은 내용이 바로 영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참 소소한 이야기지만 소소한 일상들이 한 끗 다른 상상력을 만나 새롭게 연결되는 것이 신기하다. [주식회사 히어로즈]의 내용도, 처음엔 잔잔하게 시작하다가 어느샌가 스펙터클해지고 커다랗게 뻗어나가는가 했는데 다시 인생의 한 굽이를 돌아나가고 있는 주인공에게 집중하게 되는 식이다.
다나카 슈지는 사정이 있어 회사를 관두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길거리 전광판에서는 자신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만화가로 데뷔한 도조 하야토가 <톤 온 톤> 이라는 작품을 히트시키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걸 보고 "완전히 나 혼자 제자리걸음이구나....."하고 중얼거리는 다나카. 엄마의 부탁으로 찾아간 할아버지는 다나카의 뇌리를 떠돌게 되는 말을 남긴다.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 어린 시절 뜻밖에 깊은 정을 나누었던 할아버지는 위중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서는 짜증나는 녀석이 한심한 부탁을 하기나 한다. 그런데 그 녀석 대신 하기로 한 아르바이트가 꽤 수상하다. '히어로 제작'을 돕는 간단한 일이라나... 일주일 간의 아르바이트 대타 후, 성실함 하나만은 누가 봐도 인정하는 다나카. 진정성 하나로 그 자격을 부여받은 다나카는 히어로 제작소의 정직원으로 일하기로 한다. 합격률 3퍼센트의 높은 장벽을 뚫고...^^
재미없고 활력 없던 다나카의 인생은 그 날로 달라졌다. 넓기만 한 사무실에 첫 출근한 날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 했다.
수많은 컴퓨터와 낯선 실험 기구, 신기한 기계들에 둘러싸인 곳에서는 사방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목소리와 전자음이 들렸다. "HEROES, bonjour." 그 소리를 신호로 사무실 안에 있는 직원들이 다시 일을 시작하는 곳. 이 곳에서 다나카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유명 만화가 도조 하야토의 스트레스를 담당하여 도조가 멋진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대개는 그가 말하는 걸 들어주고 스트레스가 심해 발광할 때는 온몸을 붙들어매주기도 한다. 즉, 의뢰인을 히어로로 만드는 것이다. 인기 연예인이 평범한 감각을 얻기 위해 평범한 생활을 경험하고 싶다고 하면 그것도 도와준다. 남의 인생을 의뢰받아 중간에 쓰윽 개입하는 일은 쉬워보이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만은 아니다. 인간관계에 치여 본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당면한 자신의 일-자세히 말하자면 잘나가는 회사에서 승승장구 하던 중 버스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치한으로 몰리고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되어버린 일- 만으로 허우적거리기도 바쁜데 어떻게 남의 일에까지 신경을 쓸 수 있을까?
몇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은 대체 뭐였을까. 현실 같기도 하고, 꿈꾸는 듯도 한 신비한 기분이다.-299
명랑한 청춘물이라 치부해 버리기엔 말랑함 속에 단단한 알맹이가 들어 있다. 누군가의 인생을 히어로의 인생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조력자의 일이지만 여전히 이어져 있는 인간관계들로 인해, 나를 포함한 모두가 히어로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덮어놓고 재미있는 남의 인생 응원 스토리! 딱 맞는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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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누군가를 나의 히어로 삼기도 하고 내가 누군가의 히어로가 되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일어난 사건 사고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거나 자신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냥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을 방송을 통해 보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을 '히어로'라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을 '히어로'라 말한다. '히어로' - 영웅(처럼 존경받는 사람) 나는 '히어로'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릴 적 보았던 슈퍼맨이 생각난다. 위기의 순간에는 어김이 나타나는 빨간 망토의 사나이... 차가 막히거나 건물이 붕괴되거나 위기에 빠졌을 때 슈퍼맨이 와서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해주거라는 지금 떠올려보면 웃음이 나오는 엉뚱한 상상을 많이 했다. 기타가와 에미가 쓴 「주식회사 히어로즈」 이 책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도대체 이 회사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일까?"라는 생각하며 이런 제목을 쓴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하는 궁금증에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었다. 이 소설은 간단하고 가벼우며 쉽게 읽을 수 있는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읽혀 나가면서 재미와 감동이 함께 있는 가독성이 최고인 소설이였다. 저에게 라이트노벨이란 '아무튼 재미있는 것' 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은 당연히 어느 작품이고 재미있지만, 라이트노벨은 특히 '재미'에 특화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맞아요, 그야말로 만화를 글자로 만든 것처럼요. 뭐든 가능하고 다소 비현실적이고, 하지만 왠지 즐거워! 그런 것을 제 안의 '라이트노벨'이라 설정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311p ) 다양한 장르를 선택해서 책을 읽고자 하나 사실 한쪽으로 편중되어 읽을 때가 많다. 소설의 경우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좋아하여 라이트노벨쪽은 거의 읽지 않았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난 뒤 생각이 달라지면서 라이트노벨의 다른 작품들을 찾기 시작했다. 어느 날 출근길 버스안에서 치한으로 오인받아서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편의점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는 성실한 청년 다나카 슈즈, 그에게 함께 일하는 다쿠가 다른 아르바이트를 소개시켜 주는데 '히어로즈(주)'라는 곳으로 홈페이지를 조사하니 상세 설명란에는 '히어로 제작을 돕는 간단한 일입니다.'라고 적혀있고, 방문객용 설명에는 '히어로가 되고 싶은 분 도와드립니다.'라고만 되어있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전혀 감조차 잡히지 않는 수상쩍은 곳이다. 히어로즈에 찾아가 처음으로 맡은 아르바이트는 유명만화가 도조 하야토를 '히어로로 만드는 일' 근데 그 일이 좀 이상하다. 괴상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그를 옆에서 다치지 않게 지켜보는 일이라는데... "저.... 이 회사는 그러니까, 만화나 히어로물 같은 걸 취급하는 회사....인 건가요?" "만화 뿐 아니라 뭐든 다룹니다. 저희 회사가 취급하는 기준은 단 한가지 '인간'이라는 점 뿐입니다." - 58p 그렇다. '주식회사 히어로즈'에서 인간이면 뭐든 그가 요구하는대로 히어로를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 슈즈는 이곳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캐릭터의 사람들을 만나고 이상한 업무를 하며 '대체 히어로 제작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미야비에게 묻자 그는 '다들 업무의 내용이 제각각으로 각자 특기 분야를 살려 세상에 히어로를 만드는 거'라 말한다. "그러니까, 슈즈 씨가 생각하는 진짜 히어로를 만들면 돼요..." - 97p 슈즈는 히어로즈에 일하면서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몇몇의 입사하게 된 사연을 듣게 되는데 그들 하나 하나의 사연들도 소설의 감동을 배가 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의뢰인들의 히어로가 되고 싶은 이유, 자신은 까맣게 잊고 지낸 어린 시절의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부분 등 소설은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고 그 속에서 감동을 주고 어떠한 인생이 '정말로 행복한 인생인지' 생각해보게 하였다. 누구의 인생이든, 평생에 히어로 한 명쯤은 존재한다. 한 번도 '나에게 있어 히어로는 누굴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히어로는 우리 가족을 위해 묵묵히 열심히 생활해 준 '아빠'가 아닐까 싶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아빠'를 떠올리며 이겨내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올 수 있었던 것같다. 나의 히어로인 '아빠' 아버지라는 말보다 '아빠'라는 단어가 더 좋은 당신이 오늘 더 보고싶습니다.... |
셔츠 차림의 남자가 한 손에 넥타이를 잡고 풀어 제치며 한마디 한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자칫 자기계발서쯤으로 보이는 제목이지만 꽤 재미나게 읽혔던 작가의 전작이다. 제목만으로 판단했더라면 아쉬웠을 작품. '라이트노벨이란 아무튼 재미있는 것이다'라는 것을 추구하는 작가의 작품답게 이번 작품 또한 재미나다. 쉽게 쉽게 읽히면서 재미와 감동을 덤으로 준다. 역시 라이트노벨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다나카. 성격을 보면 회사생활도 잘하고 적응도 잘할 것 같은 그런 사람인데 어찌된 게 지금은 이모냥이다. 그런 그에게 매일 조금씩 늦는 지각생 다쿠가 부탁을 한다. "당신도 히어로가 될 수 있다!" 는커다란 글자가 박혀있는 종이. 일손이 부족하니 잠시만 도와달라는 그의 부탁을 받고 나는 회사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무슨 일을 하게 될까. 그나마 신경써서 입고 간 양복. 첫날부터 머리를 마구 박는 작가를 진정시키는 일을 맡았다. 스트레스가 있을때마다 격한 발작을 일으킨다는 그 작가는 알고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작가다. 그가 작품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를 관리하는 일을 맡았다. 복장도 편하고 좋아하는 작가를 볼수 있으니 좋고 이래저래 손해볼 것 없는 나는 즐거움으로 일했다. 짧은 일정이 끝난후 나는 다시 이 회사에 오게 된다. 필연이었을까 이 곳에 오게 된 것은. 남들은 다들 면접이라고 정장을 입고 왔는데 나는 편한 차림으로 털레털레 왔다. 이런 곳에 내가 들어가게 될까. 내 걱정과는 다르게 좁은 입사의 문을 거쳐서 들어왔다. 자신이 좋아했던 만화작가는 다시 볼 수 있을까. 또 다르게 맡게 될 일은 무엇일까.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히어로 주식회사.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히어로임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전작이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많이 주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좀더 범위를 넓혔다. 누가 봐도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는 표현들이 너무나도 많다. 산다는 것은 숨을 한번 쉬고 내뱉으면 살아있다는 것, 힘든 일상에 지친 사회인들에게 다시 한번 해주고 싶은 일종의 화이팅이 아닐까. "당신은 지금, 살아있습니다."(109p)
누구나 다 똑같이 빈손으로 태어나는 법이다. 얼마만큼의 노력이 있느냐에 따라서 삶은 또다른 모습으로 당신에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재능'이라는 건 '노력'이라는 말과 비례하는 것이 아닐까. 때때로 노력하는 인간에게 뿌려주는 영감을 주는 마법의 가루(105p). 결국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재능이라는 것도 생기는 법이다. 할아버지는 그랬다.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33p) 단 한번뿐인 인생. 아무런 재미도 없이 그저 그렇게 살다가 죽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야나' 라고 외치며 내가 히어로가 되어보면 어떠한가.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지름길은 멀리 돌아가는 것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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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카와 에미의 두번째 소설책을 읽었다. 첫번째 책인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이었고, 이번 책은 중간 중간 만화가 나오기에 어떤 컨셉인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라이트노벨이란다. 라이트노벨이란 일본 소설의 한 종류로 몇몇 커버의 그림이 삽입되어 있는 소설보다 더 가벼운 소설이라는 뜻의 경소설이라고 표기되기도 한단다.(위키피디아 참조) 그래서 만화가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때마다 나온 것이다.
주식회사 히어로즈는 첫번째 소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의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70만 부나 팔리면서 초대형 신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기타가와 에미가 후속작품으로 심혈을 기울이며 썼을 것이란 예측이 된다.
제목이 특이했다. '주식회사 히어로즈' 영웅이 주식회사와 영 어울리지 않기에 그 내용이 상당히 궁금했다. 주인공 슈지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잘 다니던 회사를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그만 두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이였다. 그가 편의점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니 성실하고 솔직하며 정직하기까지 하다. 그런 그가 왜 멀쩡한 회사를 관둔 것일까? 책을 읽다가 나온 이유에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너무나 황당한 사건에 휘말려 누명을 쓴 그의 인생이 가여웠고 기막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동료인 다쿠의 제안으로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이 소설은 극적인 순간을 맞이한다. 주식회사 히어로즈라는 소설 제목은 말 그대로 회사의 이름이었다. 그곳은 우리가 알고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형식이 아닌, 독특하면서도 기발한 일들을 의뢰인을 위해 제공하는 곳이었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주식회사 히어로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조차도 의뢰인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다. 내가 하는 일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히어로로 만들어주는 일을 하기에 더욱 더 마음이 쏠렸다. 슈지는 그곳에서 첫번째 일의 의뢰인인 유명한 만화가 도조 선생을 만난다. 아르바이트 기간이 끝나고 슈지는 역시나 정직원으로 채용되었고, 그곳에서 그만의 특성에 맞게 일을 하게 된다.
소설은
주식회사 히어로즈에서 일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의뢰인들의 이야기와 그 안에서 임무를 완수하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슈지의 엄마와 할아버지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할아버지의 손자에 대한 각별한 사랑, 엄마와 아들간의 투박하지만 절대적인
사랑, 그리고 슈지가 깨닫게 되는 그의 인생의 히어로! 그것은 바로 할아버지였다.
'살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슈지는 어느새 자신이 많이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소설은 매우 훈훈하게 끝을 맺는다. 감동적이라고 할까? 라이트노벨이라고 감동도 라이트하지는 않다. 기타가와 에미의 소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일본소설의 특징을 따르지 않아 마음에 든다.
누구의 인생이든 히어로 한 명은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누군가의 히어로가 되어줘도 좋고 또 누군가가 나의 히어로가 되어 주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간절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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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이, 하지만 매우 성실하게 살아가는 주인공 슈지. 그는 어떤 꿈을 마치 트라우마처럼 되풀이합니다. 그리고 그는 사실 실제로 어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어느날 편찮으신 외할아버지의 문병을 좀 다녀갔으면 한다는 엄마의 연락을 받습니다. 그래서 간 병문안에서 할아버지는 슈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 할아버지의 이런 말에 슈지는 슈지대로 어떤 충격을 받았겠지만, 독자인 저는 또 저대로 적잖이 뜨끔했습니다. 왠지 할아버지의 그 말에 노인도 아닌데 공감할 뻔했거든요.
사실 슈지는 성실하긴 하지만 상당히 재미없고 심심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일하게 되는 회사 주식회사 히어로즈.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곳은 누군가를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곳이었습니다. 또한 영웅을 영웅으로 계속 머무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곳이었습니다. 즉, 남의 인생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것이죠. 때문에 슈지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곳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슈지는 이곳에서 각성하고, 발전하고, 생의 활력을 찾고, 심지어 트라우마까지 극복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말 그대로 상당히 '라이트'하게 전개되어 순식간에 책장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작품이 전하는 주제는 결코 '라이트'하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인생이든 평생에 히어로 한 명쯤은 존재한다는 것. 나에게도 히어로가 있었고, 나 또한 그 누군가의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것. 즉 히어로는 그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결국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 상당히 따뜻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슈지와 할아버지와의 과거 추억들이 감동적이었습니다. 20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났거든요. 저는 시골 깡촌 출신이라 집에서 소를 키웠는데, 할아버지는 매일 소꼴을 베러 다니셨습니다. 그렇게 지게에 소꼴을 한 짐 지고 오신 할아버지가 저와 동생에게 늘 건네던 것이 있었는데, 빈 담배갑에 가득 따 담은 산딸기와,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방아깨비가 그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소꼴을 베시는 와중에도 손주들 간식과 장난감(?)을 챙기셨던 거죠. 담배 냄새는 죽도록 싫어하는 저인데, 할아버지가 건네주던 담배 냄새가 살짝 밴 그 산딸기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간식이었습니다. 저에겐 상당히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기억입니다. 아마 저 역시 인생 첫 히어로는 할아버지였나 봅니다. 문득 할아버지와 산딸기가 그리워지는 밤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