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면극에 흔히 등장하는 노장은 고승인데 후에 소무 또는 각시에게 유혹되어 파계한다. 그래서 세상에 환속한 재미를 보려다가 다시 망신을 당한다. 목승과 취발이는 양주별산대와 봉산탈춤에 나타나는 세속적인 인물이다. 특히 취발이는 상인의 전형이다. 야유와 오광대에서는 여러 추악하고 병신인 양반이 다수 등장하여 스스로 치부를 보인다. 양반을 골탕먹인 하인 말뚝이는 야유·오광대·산대놀이·해서 탈춤에 나오는데 겉으로 형식적인 복종을 하지만 속으로 실질적인 항거를 한다. 영감과 할미가 난리에 헤어져서 오랫동안 그리며 찾다가 정작 반갑게 만나 후 싸우고 할미는 죽는다.
이러한 예를 들어보면 신성한 불교의 타락을 비난하고 조선시대 지배층으로 권위가 있는 양반을 비판하며 상층에 대한 하층의 풍자, 남존여비의 현실에서 남편의 횡포를 지적하는 비판정신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일상 생활의 재현이기도 하다. 그런데 크게 보면 이것은 극중 사연이요, 풍자와 비판을 하는 한편, 웃음을 주는 극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극을 한다고 사회가 당장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비난받는 노장, 양반과 영감이 되지 말라는 과오를 제시한 호소와 충고이다. 취발이, 말뚝이, 먹중이 같은 계층이 또한 신분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잠시 본디 양반은 하강하고 본디 말뚝이는 상승하는 극중 반전장면이 일어난다. 이리하여서 진정 재미와 교훈과 후련함을 주므로 가면극에는 비판정신과 동시에 화해정신도 있다고 하겠다. 이 책은 이런 가면극의 정신을 잘 드러내주는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승되어 온 탈춤은 그 의미가 많이 바랬지만 지역 단위의 명절놀이로 이어져왔다. 일년 가운데 날잡은 날, 사회적으로 약속된 날인 명절의 세시풍속은 생활상의 반성과 전망, 곧 되돌아봄과 내다봄을 조망하여 맺고 풀어 어르는 계기가 된다. 그러한 통로를 통해 밋밋한 삶은 출렁이게 되고 살맛이 나면서 자연적, 개인적, 사회적 맺힘을 풀고 유희적 안정성을 회복한다. 마을 단위로 집단적 신명 세계의 돌입도 이래서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