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을 읽으면서 19세기 러시아 문학에 빠져들었다.. 전집을 통해 뿌쉬낀, 고골, 막심고리끼, 체호프 등등 많은 러시아 문인들의 작품을 접했는데 그 책들을 읽으면서 이 책도 메모를 해둔 것 같다... 어떤 책을 읽으며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읽어볼 요량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는데 진즉 절판이 되고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그냥 메모만 해두었는데 정말 구하고 싶은 러시아 문학이 있어서 열린책들 본사에 전화해서 그 책들을 구하면서 이 책도 문의해 보았더니 다행히 재고가 있었다..무리를 해서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러시아 문학 12권을 산후 가장 먼저 이 책을 꺼내들었다.. 독특한 제목이 흥미를 일으켰고 내가 구입한 러시아 작품들은 작품당 여러권인 반면 이 책은 한권이라 부담이 없어서이기도 했다... 이 책에는 ''개의 심장''외에 ''악마의 서사시''라는 중편도 실려 있는데 두 작품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잘 이어받은 독특한 작품... 그리고 19세기 러시아 사실주의에 입각한 작품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19세기의 러시아 작품을 몇편 읽어보면 그 시대의 러시아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그 분위기를 20세기의 작가인 불가꼬프는 20세기초의 상황에 맞게 그의 작가적 창작성을 드러낸 것이다... 19세기의 러시아 문학이 워낙 거대했으므로 무조건 그 시대를 닮아가는 문학을 기대한다는게 어리석은 생각일지 모르나 20세기의 러시아 문학을 접하면서 그런 계승이 엿보이지 않아 조금은 실망스러웠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더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찾게 되었는데.... 불가꼬프를 알게 되면서 또다른 신선함을 발견하게 되어 너무 뿌듯했다.. 19세기의 사실주의에 모티브를 더한 20세기의 문학... 그 자체만으로도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발견했을 때처럼 너무나 흥분되고 즐거웠다.. 발견이라는데서 오는 흥분과 즐거움 외에도 신선함과 재미를 더해주니 자꾸 독서의 매력에 빠져드는게 아닌가 싶다.. ''개의 심장''은 거리를 떠돌던 개 샤릭이 외과의사 쁘레오브라젠스끼에 의해 부랑자의 뇌와 생식기를 이식받음으로써 인간 샤리꼬프로 변형시켜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한마리의 개를 인간으로 변형시킨다는 비자연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수술을 볼셰비키의 혁명과 동일시 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있다고 하는데 그 시대적 배경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소설의 과정을 통해 충분히 다른 의미들을 찾을 수 있었다... 수술로 인해 개의 몸에서 서서히 인간이 되어가고는 있지만 남아있던 개의 습성 그리고 새로 이식된 부랑자였던 인간의 습성을 모두 가지므로써 문제들은 발생한다.. 불완전함이라는 전제하에 행해지는 뻔뻔함, 사회성 결여들이 이해된다고 하더라도 샤리꼬프보다는 좀더 낫다고 주장하는 우리 인간의 모습이 왠지 샤리꼬프와 닮아있었다.. 샤리꼬프의 모습뿐만이 아닌 쁘레오브라젠스끼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들 속에서 가해지는 샤리꼬프에 대한 무언의 폭력들.... 그게 우리의 다른 모습속에 감춰진 진실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제멋대로 점점 더 뻔뻔해져가며 인간행새를 하는 샤리꼬프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놓지만 작가가 의도했던 볼셰비키 혁명도.. 내가 비교했던 인간 본연의 모습도 그렇게 쉽게 되돌렸을 것 같지는 않다... 샤릭만 해도 수술의 큰 흉터가 남았는데 인간세계는 오죽하랴.. 흥미롭고 독특한 소재 안에 내제되어 있는 적나라함이 나를 몽롱하게 만들었지만 흥미거리로만 읽을 소설은 아니였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순, 파괴성, 샤리꼬프를 통한 인간형 등등 생각해볼거리가 많은 소설이였다... 결국 프롤레타리아의 저질적인 인간 본성을 고치기 위해 실험실 인간 샤리꼬프를 창조하였지만 또 다른 개인간 샤리꼬프를 만들어 냈다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또다른 중편 ''악마의 서사시''는 관료 사회를 풍자화한 소설이다.. 정상적인 생활과 사고를 지녔던 평범한 사무원 까로뜨꼬프가 결국 정신병원 옥상에서 자살하기까지의 얽히고 섥힌 모습을 보여주는데 처음의 평범하고 정상적이던 모습에서 자살로 치닫는 과정으로 가면 갈수록 혼란스럽고 난해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매우 헤메이게 만든다.. 이렇게 정상적이던 사람이 미쳐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그 당시 사회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혼란의 진실은 알 수 없더라도 혼란의 농도는 알 수 있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사고로 흘러가는 주인공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고 쉽게 생각해 버릴수도 있지만 사회나 그 외의 인간을 파괴시켜 갈 수 있는 요인들을 생각해 볼때 무서움이 느껴진다.. 나를 제어할 수 없다는 것.. 그건 존재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음이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직접적으로 내포하고 있었음인지 불가꼬프의 작품들은 그 당시에 빛을 보지 못했다.. 여러가지 핍박들로 인해 사후 오랜 시간이 지난후에 그의 작가적 영향력이 드러났지만 이제라도 이런 작품을 대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해설을 통해 작품의 의도와 내면성을 파악하게 되었지만...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이어받은 20세기의 작가 발견이라는 사실 하나가 나를 기쁘게 한다.... |
| 우리나라에서 미하일 불가꼬프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작가이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그의 "거장과 마르가리따"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나란히 놓일만큼 큰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입니다. 현재 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러시아 작가로 꼽히고 있는데 그가 이렇게 급부상하게 되는데 가장 큰 공헌을 세운이는 고르바쵸프와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의 몫인듯 합니다. 툭하면 스탈린이나 레닌을 비비꼬아 소련 정부에게 찍힐 대로 찍혀 작가는 고사하고 본업이었던 의사조차 못하게 되었는데 그 모든 제약이 다 날아가버리니 혜성처럼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그의 문학이 세계 문단에 등장해서 찬사를 받게 된 것도 그가 죽은지 40년이 지난 후라서 불가꼬프는 생전에 어떤 영광도 누려보지 못했습니다. 불가꼬프는 리얼리즘, 판타지, SF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해왔는데 중편 "개의 심장"은 그의 유일한 SF 소설입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현재의 눈으로 보면 "개의 심장"의 줄거리는 매우 심심합니다. 한 교수가 길거리를 헤메는 개를 잡아와 인간의 뇌하수체와 생식기관을 달아주자 그 개가 점점 인간으로 변해 난폭한 행동을 일삼는다는 이야기가 거의 전부니까요. 의사 출신 답게 수술 장면의 묘사는 꽤나 세밀합니다만 근래의 SF와는 달리 하드한 과학적 묘사는 생략되어 있고 문체도 개의 시점과 작가의 시점이 뒤섞여 있어 혼란스러운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거의 바뀌지 않는 배경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를 잘 따라가면 무대에서 상연되는 훌륭한 풍자극을 보는 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 소설은 각색되어 무대에 많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교수의 수술을 통해 개가 인간이 되자 난폭한 언행을 일삼는다는 이야기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서도 등장하는 거의 흡사한 구조입니다만 그 느낌은 매우 다릅니다. "개의 심장"에는 괴물을 만들어냈다는 창조주의 고뇌도 왜 나를 만들었냐는 피조물의 절규도 없습니다. 인간이 된 개 샤릭(샤리코프)을 놓고 벌이는 주변인들의 입장차와 언쟁만이 있을 뿐이죠. 교수는 인위적인 수술을 통해 순리를 벗어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볼셰비키 혁명에 대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시각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인 교수는 작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으며 소설의 말미에 교수가 샤리코프를 다시 샤릭으로 되돌리는 것처럼 작가는 볼셰비키 혁명 이후를 혁명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당시 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 들어가 있으니 이 소설이 판금되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스탈린을 개라고 하는데 그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었겠죠. 세월은 흘러 소련은 이제 구 소련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불가꼬프가 자신의 인생을 비참하게 만들면서 까지 비난했던 세력들은 이제 해체되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의 글은 공격 대상의 존재와는 무관하게 소설로서의 매력도 여전할 뿐만 아니라 풍자극으로서의 힘 또한 여전합니다. 우리의 주위에도 샤리코프와 같은 이는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