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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이라는 어렵고 조금은 생소하기도 한 학문의 성장과정을 밝히고 있는 책으로서, 고대 철학의 태동부터 마르크스주의 철학까지의 기나긴 철학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철학개론서이다.
다른 철학사를 서술한 책에 비해 유물론 대 관념론이라는 대립구도를 어느정도 견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잇으며, 따라서 마르크스주의 철학을 긴 철학사의 한 정점으로 파악하는 관점이 엿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관점은 이 책의 단점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마르크스 주의 이후의 철학이나 마르크스 주의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입문서로서 최고봉의 위치에 자리해야 한다는 나의 주장에 이견을 갖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대학강사인 저자들은 철학의 커다란 흐름을 젊은 철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다는 것은 '머뭇거림'이나 '주저함'의 반대말 일지도 모른다. 저자들은 그것의 성과와 결합되지 못하는 철학 이해의 무용성을 이야기하며 철학에 대한 역사적/체계적 이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들의 삶의 문제와 관련시키지 못하는 철학은 진정한 '철학'이 아닌 것이다.
직업적 철학자인 저자들의 배경 탓에 각 시대의 철학적 흐름이나 철학자의 사상에 대해서 될 수 있는 한 명확한 개념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 책을 조금은 딱딱하게 만드는 단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냉철하고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1991년에 출판되었다. 그러하기에 앞서 지적한 한계는 너무나도 당연한 시대적 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 1991년은 에릭 홉스봄이 그의 저서 {극단의 시대}의 상한으로 삼은 것처럼 한 시대의 막바지였고, 마르크스주의(혹은 마르크스 레닌주의) 대 비마르크스주의의 대립구도를 벗어나는 사고가 힘들었던 시기였으며, 1991년 직후 우리 사회에 도입되면서 아직까지도 유행하는 포스트 류의 사상들은 아직 도입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이 책은 시대적 '한계' 안에서 정당함을 지닌다. 따라서 저자들에게 이 책의 후속편을 요구하고픈 나의 욕구는 정당하다. 만약 저자들이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다면 치열하고 급진적으로(마르크스의 표현대로라면 '근원적/근본적'으로) 서술하기를 기원한다. [인상깊은구절] 마르크스주의 철학에서 철학과 실천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이는 프롤레타리아트의 변혁적 실천과 철학의 유기적 결합이란 명제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철학의 모든 문제는 실천으로부터 발생하며, 따라서 철학적 문제 의식 혹은 철학함은 바로 현실의 실천적 요구와 분리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실천은 철학적 문제 의식이 성립하는 근본 조건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말해, 철학은 인간의 실천적 활동을 전제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으며, 이러한 사정은 개별 과학에도 마찬가지이다. 철학 전체와 마찬가지로 철학의 근본 문제 또한 인간의 실천적 삶의 과정에서 발생한다. 철학의 근본 문제는 철학적 이론 체계의 출발점을 이룬다. |
| 철학에 입문하는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철학자들의 사상과 각 철학 사조에 대해 역사적으로 접근해 나가는 것을 들 수 있다. '철학사적 이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러한 의도에 충실하게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각 철학 사상과 사조를 살펴보는데 있어서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충실히 소개해놓았다는데 있다. 모든 철학적 견해에 대해 그러한 논의가 나오게 된 사회적 맥락을 비판적으로 고찰해 놓았다. 이 책은 철학이 역사나 정치와 동떨어진 환상의 세계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의 특징 중에 더 두드러진 것은 다른 철학사 서적과는 달리 근세 과학혁명의 전개에 대해서 비중 있게 다루었다는 점과, 헤겔 이후의 철학에 대해 마르크스주의만을 소개해 놓았다는 점이다. 근세 과학 혁명이 근현대 철학의 발전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좋은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헤겔 이후의 철학에 대해 마르크스주의만을 소개해 놓은 것은 의아하다. 이 책은 근대이전의 철학에 대해서도 마르크스주의적 평가를 일관되고 충실하게 견지하고 있다. 어떤 철학사든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철학사라는 것은 있기 힘들 것이다. 철학자와 철학 사조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식으로든 저자의 철학적 취향이 가미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객관적인 철학사의 소개라는 것은 무미건조한 사료의 나열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철학적 신념과는 별도로, 다른 철학적 견해에 대해 배타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헤겔 이후의 철학에 마르크스주의만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을 읽은 일반인들이 철학의 일반사를 놓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떤 특정한 철학사조만을 소개해 놓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러한 책이라면 제목이라든지 서문에서 그 내용을 밝혔어야 옳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의 철학사적 이해'라는 제목으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서양철학에 대해, 서구에서 '서양철학사'라는 제목의 책이 최초로 나온 것은 20세기에 들어 러셀에 의해서이다. 그 이전에는 '철학사'만 있었다. 러셀 이전의 철학사가들에게 동양철학은 철학으로 비춰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이제 우리는 누구나 안다. 이 책에 그와 같은 식의 억견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