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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철학'이 홀대받는 시절이 있었을까? 전 세계사를 통틀어 지금 시대처럼 '철학'에 대해 무관심하고 '철학'이 주는 의미와 영향을 중요시 여기지 않는 시대는 없었다. 포스트모던 시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전세계 경제를 휘몰아치면서 철학사조와 문화사조까지 아귀처럼 삼켜버린 듯 하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오면서 '야!! 먹고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철학은 철학이야!! 배부른 소리하고 앉아있네!!'라는 무의식적 합의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만 해도 1주일에 한번뿐이라도 철학수업이 있었다. 그래서 개괄적으로나마 철학사조와 굵직한 철학자들의 이름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것이 전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제 나라 역사마저도 선택과목으로 폄훼해 버리는 골때리는 나라이니 철학이야 오죽하랴?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철학과 역사가 죽으면 정체성이 흔들리고 영혼이 황폐해진다고 하는데 사실 20세기 말부터 시작해서 일어난 많은 잔인무도한 흉악범죄와 사이코패스, 히키코모리 등의 사회병리적 현상의 원인은 '인강성의 상실'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성의 상실'은 단기간의 특정한 사건이나 영향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의식교육과 그것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체득의 결핍에서 온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이나 역사와 같이 이러한 '인간성의 상실'을 상쇄할 수 있는 것의 교육은 역사가 존재하는 한 계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사회병리적 현상의 병폐를 막는 것의 일환으로만 '철학'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철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창하게 '철학한다'라고 하지 않아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관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부모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하나의 개별자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 않을지라도 그 세계관과 정체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의 행동과 의지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그것이 '철학한다'는 것이 아닐까?
무엇이 내 삶에 더욱 옳고 그르며 어떤길이 내 삶을 더욱 풍요롭고 안락하게 해줄까? 고민하는 행위와 의지자체가 '철학'이라 생각한다. 그렇기때문에 지금의 '철학'의 홀대는 더욱 아쉽다. 자신의 세계관과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너무나도 중요한 청소년 시절, 정말 자신에게 큰 깨달음을 주는 철학책 한권 만난다면 그의 인생이 얼마나 윤택해지고 혼자서 모든걸 확립해야 하는 억겁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텐데 말이다.
몇해 전 아마 다른 책의 각주에서 소개된 것을 보고 이 책을 구입했다. 새해를 맞아 큰 결심을 하고 한달 동안 고등학교 참고서 풀 듯 줄을 긋고 메모해가며 읽었다. 플라톤 부터 존 듀이까지 소개된 책은 철학 입문서나 개괄서 정도의 무게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듯 하다.
'철학'이라 하면 어렵고 난해한 똑똑하고 생각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하는 문외한들에게 이책은 유용할 것 같다. 그렇다고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철학자의 간략한 생애와 주요작품 소개 마지막 비평까지 삼단논법같은 글의 구성은 읽는이로 하여금 재미있는 철학 수업을 듣는 것처럼 리듬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피노자의 <에티카>(p.188)와 하버트 스펜서의 <제1원리>(p.385), 몇 번을 시도하다 포기한 니체의 <짜라투스는 이렇게 말했다>(p.433>에 대한 개괄이 가장 흥미로웠다.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번역과 편집인데, 워낙 오래전(1995년)에 중판되어 그런지 집중해서 보기 너무 불편한 글자체였고 번역은 한글을 마냥 더 어렵고 있어보이게 번역한 듯했다. 같은 단어도 좀 더 쉽게 번역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텐데 왜 굳이 어려운 단어를 썼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끝가지 읽는데에는 그렇게 큰 어려움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려 상품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절판이 되어있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였다.
이런 철학입문서조차 절판되는 현실이 못내 씁쓸하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한 마지막 독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