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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간 직장을 그만두고 칩거중일때, 중학교때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당당히 내 것으로 접수해버린 책이 바로 <철학 이야기>이다. 친구의 말이, 고등학교때 선생님이 이 책을 읽어보라 하여 샀는데 도무지 뭔 말인지 이해하지도 못하겠고 잠만 오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순순히 책을 내게 반납(?)했다. 자기는 가져봤지 읽지도 않는다고... 이것이 책이 내게로 오게 된 경위이다.
흔히 철학이라 하면 대륙철학이라 불리는 유럽철학을 떠올리는게 우리에겐 익숙하다. 그도 그럴것이 철학의 발상지인 그리스를 필두로 독일, 프랑스, 영국같은 위대한 철학가를 배출한 나라들도 다들 유럽권이기 때문이다. 헌데 이 책은 미국인이 썼다. <윌 듀란트>란 미국 철학자, 집필준비만 11년이 걸린 이 유명한 책이 미국 철학자에게 쓰여졌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이 아니면 안된다는 우리의 아킬레스건, 이를 파괴하는 아우라, 편견을 깨부수는 폭풍우를 이 책으로 비유한다면 지나친 비약인가...
저자는 일반인들이 쉽게 철학자들의 사상과 인생관을 알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철학사상을 대표하는 위해한 철학자 9명과 현대 유럽과 미국의 철학자들을 간략히 덧붙여 소개하고 있다. 확실히 유럽권에서 쓰여진 철학서적에 비해 재미있고 이해도 쉬웠으며 그만큼 속도감도 있었다. 완벽한 이해를 전제하지 않더라도 철학책 150여 페이지를 두시간만에 읽었다면 꽤나 괜찮은 수확이 아니겠는가.
8천원 정도에 좋은 철학책 한권을 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망설임도 필요없을 것이다. 여성 번역가라 그런지 번역도 부담스럽지 않고 부드럽다.
인터넷 서점들의 리뷰란을 독식하는 것은 죄다 베스트셀러라 일컬어지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대중들의 편향성을 한눈에 확인하는 대목이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마치 메이저 출판사의 책들 띄워주기 대회장같다. 이 책이 이렇다할 출판사 리뷰나 독자리뷰도 없어 의아했다. 진정 양서를 구별하는 눈이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은지 조용히 숙고해볼 일이다. [인상깊은구절] 우리들은 대부분 철학이 사실 플라톤이 말한대로 이른바 '소중한 즐거움'이었던 청년이라는 인생의 황금기를 경험해 왔다. 그것은 알쏭달쏭한, '진리'에 대한 사랑이, 육신의 쾌락이나 세상의 하찮은 일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으리만큼 빛나게 느껴지던 나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