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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당대의 주류와 다른 삶을 산 조선의 문제적 선비 9인을 다루고 있다. 사실 당대의 주류로 갔어도 괜찮았을 뛰어난 선비들이고 학자들이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이 세상을 노력하며 살아갔다. 생육신으로 유명한 천재지만 '광인'의 삶을 살았던 매월당 김시습, ‘비범한 보통인’으로 전우치전에도 나오는 기이한 삶을 살다간 화담 서경덕, ‘반주자학자’로 사문난적으로 몰렸지만 다양한 유학을 연구하고 기울어져 가는 조선에 다양성을 이야기하던 박세당, 과 양명학자의 대표주자 정제두, '성호 사설'로 유명한 실학자 이익, 노론 명문가 출신이지만 서학에 관심을 가지고 ‘과학기기'와 실학을 연구하던 사상가 홍대용, ‘천주교인’으로 그 뜻을 미쳐 펴보지 못하고 사라져간 이벽, 우서의 저자인 조선 최고의 실학자 유수원, 구한말 경험주의자 최한기가 이 책에서 말하는 불온한 선비들이다.
매월당 김시습 같은 인물이야 워낙 유명하고 그의 기이한 행동, 지조 등이 유명하다. 실학자들도 역사책에서 흔히들 조금씩 접해봤다. 나는 박세당 같은 선비에 주목한다. 박세당의 개혁론은 그보다 100여 년 전인 1574년에 서인의 거두 율곡 이이가 선조에게 올린 만언봉사(萬言封事)의 내용과 비슷한 점이 있다. 율곡은 왕이나 신하들 모두 실제의 폐단을 고치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민생은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개혁을 요구했다. 그보다 30여 년 전인 1541년에, 명종(明宗)대 명재상으로 유명한 영의정을 지낸 동고 이준경(李浚慶,1499~1572) 등이 중종에게 올린 세칭 ‘1강9목소(一綱九目疏)’와도 내용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군자를 들어 쓰고, 민생을 구제하며 간언을 받아들이라는 등이 주 내용으로 박세당이 주장한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이런 선비들은 많다. 나는 왜 이 책에서 '칼을 찬 선비', 단성현감 사직소에서 보여준 그 칼날같은 상소문으로 유명한 조식이나 대동법을 주장했던 조선 중기 경세 유학가이자 명재상인 김육 등이 왜 없는가 의문이기는 하다.
또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실학자들 중에서도 유명한 북학파 박제가나 경세학파인 정약용 등보다는 조금 덜 유명한 유수원, 이익, 홍대용 등은 공통적으로 현실의 폐단을 비판하고,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 개혁과 사회의 보편적 인식 변화 등을 요구한다. 당시 성리학 유일사상과 노론 일당 독재가 강해지던 시기, 때로는 무모하게까지 보이는 이들의 관념과 주장 등을 통해 저자는 당시 조선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함께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주는 이야기다.
유수원은 양반에게 과세, 신분 차별이 없는 과거제도 실시 등을 주장했지만 서얼 차별 금지와 같은 신분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놀고먹는 양반들의 농업 종사와 노비제 폐지, 과거제 개선을 주장한 이익 등은 몰락한 남인가의 인물이었기 때문에 이런 점을 더 강력하게 주장할 수도 있었다.
이 책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알찬 내용을 담고 있다. 시대를 잘못 만나 또는 시대가 알아주지 않아서 불온한 선비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우리가 어떤 시대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책이다. 이 책에서 더 나아가 개개인의 평전같은 책을 다시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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