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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내가 초등생이었을 적. 엄마가 보시던 잡지에서 봤던 사진과 비슷한 분위기의 광고 사진을 서른이 넘어 다시 보는 느낌이란? 기억 저편에 숨어 있던 유년기의 추억이 하나 둘 씩 떠오른다. 그 당시 내 옷가지며 빨간 바탕에 흰 격자무늬가 그려진 간식 접시며, 파스텔톤으로 아이들이 그려진 한참 유행하던 플라스틱 도시락 같은 사소한 것들마저. 『생활의 디자인』을 읽으며 되찾게 된 기억들이다. 이 책은 네이버 케스트에 ‘매일의 디자인’이란 꼭지로 연재된 것을 정리한 모음집이다. 1930년대 이전부터 2010년까지, 그 시대를 대표하는 생활 속의 디자인을 소개했는데,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특히나 유년기부터 써왔거나 보아왔던 물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 친구들보다는 30대 이상 기성세대가 보다 흥미로워할 만한 내용이다. 여기에 소개되어진 36개의 생활 속 디자인은 철가방이나 붕어빵, 칠성 사이다와 모나미 153볼펜부터 안상수체, 롯데월드 캐릭터 로티, 솥뚜껑 불판 등 전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더 반갑고 재미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어감이 그다지 좋지 않은 ‘시발택시’의 ‘시발’이 ‘첫 출발’을 의미하는 한자어라는 것을, 모나미 볼펜에 쓰여 있는 153의 뜻이 ‘베드로가 예수님의 지시대로 그물을 던졌더니 153마리의 물고기가 잡혔다’는 신약성서 요한복음 21장 11절의 내용에서 착안해 붙인 숫자라는 것도 몰랐을 게다. 늘 사용하는 것들이라 특별히 ‘디자인’이라는 생각을 갖지 못했던 물건들이 재조명된 『생활의 디자인』은 감동을 주거나 큰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역할은 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지낸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부모님과 함께 읽으면, 이야깃거리가 생겨 더더욱 좋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