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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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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완장이고 지체나 명예도 말짱 다 완장이여."그런 것들도 틀림없는 완장의 한 종류였다. 남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것, 남들을 큰소리로 부리고 남들 앞에서 마냥 뻐겨댈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다 완장이었다. (p148) 198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다. '완장'이란 말은 지금은 잘 사용 하지 않는다. 그보다 '갑질'이란 말을 더 많이 쓴다.  '완장=갑질=권력' 완장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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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완장이고 지체나 명예도 말짱 다 완장이여."
그런 것들도 틀림없는 완장의 한 종류였다. 남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것, 남들을 큰소리로 부리고 남들 앞에서 마냥 뻐겨댈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다 완장이었다. (p148)

 

198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다.

'완장'이란 말은 지금은 잘 사용 하지 않는다. 그보다 '갑질'이란 말을 더 많이 쓴다.

 

'완장=갑질=권력'

 

완장이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이고, 작든 크든 나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면 누구나 그 완장을 놓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여러개의 다양한 완장을 가진 사람이 있고, 한 개도 취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주인공 임종술은 놀고 먹는 백수다. 폭력 전과가 있는 양아치에 트러블 메이커다. 어릴적 완장을 찬 반장에게 얻어 맞은 기억, 단속반에 시달리며 도망다니던 기억이 있다. 그에게 완장이란 더 이상 서럽지 않을 힘이었고, 폭력을 정당화 시켜주는 권력이었고, 이전보다 나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근사한 것이었다.

 

화려하고 눈에 띄게 멋 부린 완장, 종술로서는 처음 손에 쥔 권력이었다

'저수지 감시원'

비록 한 마을, 그것도 저수지 에서만 통하는 작은 임무지만, 저수지 뿐 아니라 어디서도 통용될 거라 착각한다. 말보다 주먹이 가까운, 과잉 폭력을 휘두르는 종술에게 완장은 패악질을 눈감아 주는 면죄부였다.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볼일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 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권력 중에서도 아무 실속없이 넘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줏어먹는 핫질 중에 핫질이 바로 완장인 게여! 진수성찬은 말짱 다 뒷전에 숨어서 눈에 뵈지도 않는 완장들 차지란 말여!" (p314)

 

눈에 보이는 완장을 찬 하빠리들은 빈수레처럼 요란하다. 진짜 권력은 뒤에 숨어서 좋은 얼굴을 하고 알짜배기 잇속을 챙긴다. 악역을 담당한 앞잡이들은 '빛 좋은 개살구'처럼 온갖 욕은 다 먹고 작은 부스러기에 만족하며 미움 받는 일을 기꺼이 도맡는다. 완장 뒤에 숨겨진 진짜 권력이 자기 것인양 큰 착각을 한다.

 

"본시 우리 나라는 완장이란 게 없었느니라. 예로부터 우리가 팔에다 차는 게 있었다면 그것은 삼베로 맨든 상장 정도가 다였느니라. (...)죄인이라는 증거다. 집안 어르신을 돌아가시게 맨든 죄를 만천하에 자복허는 뜻으로다가 사람들은 상장을 둘렀다. 죄인이 부정을 멀리허고 매사에 근신허게코롬 상장을 둘리워서 일반인들허고 확연허니 구분을 지었다. 본시 우리가 조상님네로부터 물려받은 완장은 이렇게 미풍양속에서 시작된 것이니라. (...) 완장도 완장 나름인 벱인디, 니가 시방 차고앉었는 그것은 말허자면 왜놈들 찌끄레기니라." (p276)

 

이용 당하며 사는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 또 그런 힘 없는 사람을 알아보고 이용하는 사람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진짜 권력과 가짜권력. 진짜와 가짜의 보이지 않는 관계.

소설이 쓰여진 30년전과 지금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정도에 차이만 있지 지금도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리얼한 사투리가 가독성을 높인다. 사투리 사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글로 읽는 사투리는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간혹 무슨 말인지 해석이 불가한 단어가 있었다. 사투리인지, 고어나 사어 인지는 잘 모르겠다.

 

s***r 2019.02.14. 신고 공감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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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완장 - 윤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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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집에 오랫동안 모셔만 놓고 읽지 않고 있는 책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순간의 충동구매나 책 소개글에 현혹되어 들여놓기는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읽지 않고 방치해놓은 책들이 많다. 그런데 일단 읽어야 소장가치가 있는지 그냥 다른 곳으로 보내도 좋은 지 판단을 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책장 속 저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에 걸려있던 <완장>을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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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집에 오랫동안 모셔만 놓고 읽지 않고 있는 책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순간의 충동구매나 책 소개글에 현혹되어 들여놓기는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읽지 않고 방치해놓은 책들이 많다. 그런데 일단 읽어야 소장가치가 있는지 그냥 다른 곳으로 보내도 좋은 지 판단을 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책장 속 저 깊은 곳에서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에 걸려있던 <완장>을 꺼내 들었다.

 

   배경은 일제 강점기와 6.25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살아있는 그 어느 때, 이곡리라는 시골 마을이다. 마을에 있는 판금 저수지는 어종이 풍부해서 마을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혹은 오락을 위해 낚시를 하는 그런 곳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마을 출신의 한 사업가가 그 저수지에서 낚시터를 운영하는 사업허가권을 얻었다면서 마을 사람들이 더 이상 낚시를 하지 못하도록 감시원을 두려고 한다. 그런데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사람을 부리려고 하니 선뜻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고 사업가 최씨의 조카인 마을 이장은 동네에서 마냥 할일없고 행패만 부리고 다니는 종술에게 '완장'을 채워주겠다며 자존심을 슬슬 부추기면서 감시원 역할을 맡게 만든다. 완장이라고는 했지만 저수지에서 몰래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저지하는 것일 뿐 그 어떤 법률적 구속이나 권력과 하등 상관없음에도 종술은 완장을 차고서는 의기양양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폼새를 내며 마을 사람들의 빈축과 두려움을 동시에 산다. 종술이가 평소 짝사랑으로 애태우던 술집 여자 부월이만이 종술이의 완장 허세에 굴복하지 않다니 참 아이러니다. 종술이가 완장으로 얻으려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바로 부월이의 마음일 것인데 말이다.

 

   저자는 종술의 국민학교 적 담임 선생님의 입을 빌어 완장이라는 것이 '왜놈들 찌끄레기'임을 폭로한다. 우리나라에 완장 비스무레한 것이 있었다면 그저 상중에 팔에 두르던 상장이라는 것인데, 이는 집안 어르신을 돌아가시게 만든 죄를 자복하고 매사에 근신한다는 의미로 일반인과 구분을 짓기 위해 팔에 둘렀던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종술이 팔에 두르고 무슨 큰 권력을 얻은 것처럼 나불대는 그 완장은 일본에 우리에게 남겨 준 '침 뱉어 마땅한 유산'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완장을 두르고 목을 뻣뻣이 세우고 잘난 척 하는 무리들과 매일 마주친다.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너 따위가..내가 가만 두나 봐라..소위 그런 완장들이 '갑질'이라는 형태로 드러난다. 저자는 종술이와 부월이를 통해 '완장'의 허세를 쫓는 인간 부류에게 일침을 놓는다. 위의 내용으로만 보면 어쩐지 어둡고 암울할 것 같지만 저자의 해학 덕분에 책은 예상외로 유머와 감동 코드가 있고 재치있는 문장들에 깜짝깜짝 놀라게된다. 이런 문장은 줄 쳐놓아야해 하면서 표시해놓았던 문장들 몇개를 인용해본다. <완장>은 소장용 책으로 낙찰!

 

종술은 밥에 섞인 모래알 모양으로 빠드득 씹히는 옛날 일 한도막을 문득 어금니 사이에서 찾아내었다. (p60)

 

좋은 생각이 떠오르라고 그는 누운 채로 담배 한 대를 피워 물었다. 그 담배가 다 타기 전에 그는 어제 먹다가 시렁 위에 얹어둔 좋은 생각 한 도막을 얼핏 찾아냈다. (p124)

 

종술은 발자국 소리를 호주머니 안에다 깊숙이 감춘 채로 살금살금 감시소까지 다가가서 다짜고짜 문을 열어젓혔다. (p155)

 

최사장이 당한 망신은 익삼씨의 안중에 별로 없었다. 그것은 아저씨의 몫이었다. 그는 자기 몫으로 자기가 당한 망신만을 소중스레 따로 챙겨 지니고 있었다. (p210)

 

실비주점이 적선이라도 하듯이 길바닥에 덜어주는 옹색한 불빛 속으로 (p264)

 

관상대의 예보가 들어맞아 모처럼만에 비가 내렸다. 관상대는 구름 또는 우산 표시뿐만 아니라 실로 오랜만에 내리는 그 비가 농사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까지 신통하게 알아맞힘으로써 오히려 농민들의 원성을 샀다. (p278)

 

메칠새 도라꾸를 두 대 저수지로 보내주셔야 되겄구만요.

왜, 저수지가 호남 고속도로를 타고 이사라도 가고 잡다냐? (p285)

 

실비주점을 방문하기엔 너무 이른 시각이었다. 벌건 대낮을 피하자면 호박씨만큼이나 자잘하게 깔린 시간의 낱알들을 어디서 일삼아 까먹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래서 마을 안 구석구석을 하릴없이 기웃거리고 돌아다니는 참이었다. (p288)

 

 

 

 

l********d 2019.03.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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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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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제목:완장 작가:윤흥길 분류:한국 소설 출판년도:2020년 출판사:황소자리 출판사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인간의 욕망 ??윤흥길 작가는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되며 등단했다.윤흥길 작가의 작품은 절도 있는 문체로 왜곡된 역사현실과 삶의 부조리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묘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특한 리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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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제목:완장
작가:윤흥길
분류:한국 소설
출판년도:2020년
출판사:황소자리 출판사

권력을 휘두르고 싶은 인간의 욕망

??윤흥길 작가는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회색 면류관의 계절>이 당선되며 등단했다.윤흥길 작가의 작품은 절도 있는 문체로 왜곡된 역사현실과 삶의 부조리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묘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특한 리얼리즘 기법에 의해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고 ,한국현대사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보여주었으며,산업화와 소외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잘 보여주었다.1977년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로 제 4회 한국문학작가상을 1983년 <완장>으로 제28회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완장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신분이나 지위 따위를 나타내기 위하여 팔에 두르는 표장'이다.그렇다면 완장은 그 신분이나 지위에 맞는 책임감과 의무감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식이라고 할 수 있다.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그 완장을 찬 사람들은 주어진 의무와 책임보다는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이 소설의 주인공 종술도 저수지를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권력의 단맛에 길들여진다.저수지는 종술에게 일터였지만 완장을 차게 된 종술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갑질을 하게 된다.완장은 인간이 가지고 싶어하는 권력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권력을 갖게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풍자한다.

??이 소설은 전체가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배경은 일제 강점기와 6.25에 대한 기억이 여전히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 살아있는 그 어느 때,이곡리 시골 마을이다. 전라도 남도 방언의 걸죽한 입담과 해학적인 묘사는 작가 특유의 문체를 맛보게 한다.마을에 있는 판금 저수지는 어종이 풍부해서 마을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혹은 오락을 위해 낚시를 하는 그런 곳이다.그런데 어느날 그 마을 출신의 한 사업가가 그 저수지에서 낚시터를 운영하는 사업허가권을 얻었다면서 마을 사람들이 더이상 낚시를 하지 못하도록 감시원을 두면서 시작된다. 마을의 형편없는 인물인 종술이 완장을 차면서 허세를 부리고 권력을 남용하기 시작한다.

??61쪽,그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도 완장은 있었다.완장을 찬 반장은 아이들 세계에서 거의 담임선생하고도 맞먹을 정도로 세도가 당당했다.

??148쪽,“돈도 완장이고 지체나 명예도 말짱 다 완장이여" 그런 것들도 틀림없이 완장의 한 종류였다.남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것,남들을 큰소리로 부리고 남들 앞에서 마냥 뻐겨댈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다 완장이었다.

??274쪽,“완장이 유죄로다,완장이 유죄여! 무신 살판 났다고, 그 알량한 표 딱지가 멧 푼어치나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저마다들 그것만 보면은 사죽을 못 쓰는지"

??평론가 김병익 씨는 “완장은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처럼 현실의 분명한 알레고리"를 가진 작품이라고 평하면서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던 정치 상황을 가늠하는 잣대로 “제식훈련"을 차용했던 작가가 “현대인의 권력의식을 진단하는 도구" 완장을 차용하고 있다고 말했다.<동물 농장>에서 나폴레옹과 돼지들을 통해서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끝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다. 이 소설 역시 권력에 취한 주인공 종술을 풍자하며 암울했던 한국전쟁 이후의 우리 사회의 팽배했던 정치권력의 폭력성을 드러낸다.종술이 부리는 횡포를 통해서 권력의 폭력성을 드러내고 더한 힘을 가진 권력 앞에 쉽게 무너지는 완장의 모습을 통해 권력의 허구성을 보여준다.우리가 권력을 갖고 싶은 욕망이 얼마나 큰지, 권력을 가졌을 때 어떻게 권력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묻는 소설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작은 권력이라도 잡게되면 권력을 휘두르며 갑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j**********8 2023.01.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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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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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조형기씨가 주연한 '완장'이 생각났다. 기억난 김에 한 권사서 읽는다. 진찌 주인과 심부름꾼인 완장을 토속어로 잘버무려서 권력구조의 속성을 잘보여주고 있다. 시대상도 잘 그려냈다. 권력 있는 놈과 권력 없는 놈을 구분해주는 완장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익살과 해학도 잘곁드렸다. 특히, 익삼이의 중간 관리자역이 재미있다. 부월이에 대한 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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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조형기씨가 주연한 '완장'이 생각났다.

기억난 김에 한 권사서 읽는다.

진찌 주인과 심부름꾼인 완장을 토속어로 잘버무려서 권력구조의 속성을 잘보여주고 있다.

시대상도 잘 그려냈다.

권력 있는 놈과 권력 없는 놈을 구분해주는 완장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익살과 해학도 잘곁드렸다.

특히, 익삼이의 중간 관리자역이 재미있다.

부월이에 대한 혹평 좀 과한신 것 같다.

(조금다른 아이들 조금다른 이야기,길 하나 건너면 벼랑끝) 읽어보십시오 88

YES마니아 : 플래티넘 s*****6 2022.06.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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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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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다른 집단과 개인들의 현재 또는 미래의 행동을 지시하거나 막을 수 있는 능력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권력은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여 그들이 하려던 것이 아닌 방식으로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모이제스 나임,「권력의 종말」중 p50, 책읽는수요일, 2015.우리가 살아가고/내고 있는 인간 사회란 것이 어쩔 수 없이 여러 (권력) 관계의 얽힘으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사실이,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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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다른 집단과 개인들의 현재 또는 미래의 행동을 지시하거나 막을 수 있는 능력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권력은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여 그들이 하려던 것이 아닌 방식으로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 모이제스 나임,「권력의 종말」중 p50, 책읽는수요일, 2015.


우리가 살아가고/내고 있는 인간 사회란 것이 어쩔 수 없이 여러 (권력) 관계의 얽힘으로 구성되어 있다라는 사실이, '권력'에 관한 이야기 - 권력의 시작과 종말 - 를 풀어내고 있는 '완장'이라는 제목의, 꽤나 오랫만에 접해본 문학 작품이었던 이 책을 그저 '한 권의 소설'로만 한정지어 이해하게 해주지 않습니다.  


"인간적 본질은 각각의 개인들에 내재하는 추상이 아니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사회적 관계들의 총체이다."

- 류동민,「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중 p33, 위즈덤하우스, 2012.

   

……………………………………………………………………………


"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의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규정하는 것이다."


- 류동민, 위의 책 p109.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사상적 업적에 대해 감탄을 금할 수 없게되는) 칼 마르크스가 쓴「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의 서문 중 한 구절인 위 문장이 이 소설의 핵심 줄거리를 단적으로 요약해주고 있습니다. --- 이곡리 마을의 한량이었던 임종술이란 인물이, 널금 저수지의 감시원이 되고, '감시원'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권력의 행사'라는 달콤한 '그 무엇'이 임종술의 생각과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기본적인 줄거리로 하는 이 소설에서, 작가는 도대체 '그 무엇'이 어떠한 것인지를 독자들에게 생각해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위대함이라 불리는 그 무엇에 홀려 기고만장해지고 …"

- 에티엔 드 라 보에시,「자발적 복종」중 p64, 생각정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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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의 소유 】 


"권력은 네 개의 서로 다른 통로, 즉 어떤 일을 강제로 하게 하는 완력, 윤리적 의무감을 부여하는 규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선전,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보상을 통해서 작동한다. 이 가운데 완력과 보상은 사람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게 하려고 유인책을 바꾸고 상황을 새롭게 만든다. 반면에 선전과 규범은 유인책을 바꾸는 일 없이, 상황에 대한 평가를 바꾼다. 권력의 장벽은 완력, 규범, 선전, 보상이 효과를 발휘하는 한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 모이제스 나임, 위의 책 p150.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권력의 구조'는 ①널금 저수지의 주인(최사장)과 주인의 대리인(최익삼)으로부터 주인공 임종술에게 작동하는 권력과, 임종술이 마을 사람들에게 행하는 권력의 두 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우리는 (당연히) ①번의 권력 구조에 보다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 ②번의 권력 구조가 어찌 보면 훨씬 더 넓은 범위에서 보여진다 하여도, 그 권력 구조의 근원은 결국 ①번으로부터 파생된 것이기 때문이지요.  


최사장/최익삼이 임종술에게 부여한 '감시원'의 권력에, 임종술이 빠져버리게 된 것은 (다른 요인들도 어느 정도는 작동하였으나) 단연코 '선전'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완장 때문에 녹아나는 건 늘 제 쪽이었다. 제각각 색깔 다르고 글씨도 다른 그 숱한 완장들에 그간 얼마나 많은 한을 품어왔던가.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완장들을 얼마나 또 많이 선망해 왔던가.(p20)


종술 자신의 과거에서 '완장'이라는 하나의 물건으로부터 받아왔던 수많은 피해들을, 본인이 그 '완장'의 주인이 됨으로써 보상받으려 했던 것이지요.


종술은 저녁 햇살을 온몸에 담뿍 받아가며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당당한 자세로 걷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 위에 그는 군림하기 시작했다. 마치 시장 경비원이 수많은 목판 장수와 포장마차 집과 노점상들 위해 군림하듯이, 또한 방범대원이 도로교통법과 통금 위반자들 위에 군림하듯이 이번에는 그가 판금 저수지에 딸린 모든 것들에게 무조건의 복종을 요구할 차례였다.(p35) …… 마치 그것 하나만 차고 있으면 널금 저수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의 사생활까지고 무소불통으로 간섭할 권한이 생긴다는 듯이 당당한 태도였다.(p249)

 

종술은 자신의 왼팔에 차여져 있는 '완장'을, '자신이 갖지 못한 모든 미덕을 완전하게 갖춘 존재'로서 기능하는 일종의 '물신(fetish)1이라 믿고 있습니다. '완장'이 있기에 자신은 권력을 갖고 있다고, 더 나아가 그 '완장'의 소유자가 본인이기에 권력 또한 자신의 소유물이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지요.2 이 지점에서 독자는, 


"권력을 갖는 자는 실상은 다른 사람들이 그의 권력을 인정해 주기 때문에 비로소 권력을 갖는 것입니다. … 그러나 권력의 인정이 일상화하면, 권력을 가진 자는 자신의 권력이 스스로의 내적 특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 류동민, 위의 책 p69.


주인공 임종술이 '완장'과 본인의 존재를 동일시하는3 모습, 더 나아가 임종술이 완장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완장이 임종술을 조종하고 있는 모습까지도 목격하게 됩니다.4 


"화폐가 화폐인 것은 원래부터 화폐로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너도 나도 상품을 그것과 바꾸려 욕망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물신이 되어 버린 돈은 이제 사람들을 지배합니다. 필요로 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손에 얻기 위한 수단이었던 돈이 그 자체로써 가장 중요한 목적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pp67-68) …… 화폐와 교환되었으므로, 즉 팔렸으므로 그것은 가치를 갖는 것으로 믿게 됩니다. 가치를 갖기 때문에 팔리는 것이 아니라 팔렸기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지요."(pp131-132)


- 류동민, 위의 책



【 권력의 근원 】 


"어떤 사람이 왕인 것은 오직 다른 사람들이 그를 받들어 신하로서 복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반대로 그가 왕이기 때문에 자기들은 신하라고 생각한다."5


- 류동민, 위의 책 p67.


내 주머니 속에 있는 자동차키 때문에, 내가 차에 다가가면 차문이 자동적으로 열립니다. 물론 그 차와 차에 딸려있는 자동차키는 나의 소유이고, 실제 그 차문을 열게 하는 것은 자동차키입니다만, 나의 아이는 '우리 아빠가 차에 다가갔기에 차가 열렸으니, 우리 아빠가 차 문을 연 것이다'라 생각하게 됩니다. --- 자동차의 소유주인 아빠는 자동차의 문을 열고 닫을 (일종의) 권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권력의 원천은 아빠가 돈을 지불하고 그 자동차를 구입하였기 때문이죠. 그리고 자동차의 구입과 함께 '딸려온' 자동차키는 그저 차의 문을 열고 시동을 켜는 것에 국한된 기능만을 부여받았을 뿐입니다. 물건인 자동차키는 단순히 자신이 부여받은 기능에 충실할 뿐이지만, 


"우리 저수지를 더럽히는 놈은 누구든지 가만 안 놔둘라요!" 저도 모르게 종술은 우리 저수지라는 말을 쓰고 있었다. … '앞으로는 내 저수지 꾸정거리는 놈은 누구든지 가만 안 둘 작정이요!"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내 저수지라는 말을 사용해버렸다.(p65)  


'사회적 관계들의 총체'로 규정되는 인간인 임종술은, 타인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본인 스스로에게서 생겨난 권한으로 착각하게 되고 맙니다. 작가는 이를 설명함에 있어 임종술의 과거사 하나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못해 매번 나머지 공부를 해야했던 임종술은 구구단을 끝내 외우지 못해 반장에게 매를 맞곤 했었죠. 


말 안 듣는 놈은 때려도 좋다는 허락과 함께 녀석은 담임으로부터 선생의 권한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처지였다. (p61)


선생의 권력이란 그가 '선생임'이라는 그 자격으로부터 발생되는 것이기에, 그 '선생의 권력'은 선생이 아닌 다른 자에게는 이양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임종술의 과거는 그같은 권력의 이양이 일종의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게 했던 것입니다. 바로 이 점이 --- 작가가 이 소설을 "80년대 군부독재 시절에 태생부터 잘못된 권력을 야유할 속셈"(pp5~6)으로 집필하였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부분입니다. (사실 이건 '대의제'에 내포되어 있는 태생적 한계라 생각됩니다. 각 개인의 의사를 '투표'라는 제도를 통해 특정 집단/특정인에게 이양하는 과정에서 '취사선택'이란 있을 수 없으니까요.)



【 권력의 하수인  


완장은 원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만석꾼의 권력을 쥔 진짜 주인은 언제나 완장 뒤편 안전한 곳에 숨어 있었다. … 중간에 마름을 세우거나 머슴을 부리는 형식이었다. 완장은 대개 머슴 푼수이거나 기껏 높아봤자 마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완장은 제가 무슨 하늘같은 벼슬이나 딴 줄 알고 살판이 나서 신이야 넋이야 휘젓고다니기 버릇했다. 마냥 휘젓고다니는 데 일단 재미를 붙이고 나면 완장은 대개 뒷전에 숨은 만석꾼의 권세가 원래부터 제 것이었던 양, 바로 만석꾼 본인인 양 얼토당토 않은 착각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소작인을 다루는 마름의 태도가 정작 지주보다도 오히려 더 혹독하고, 똑같은 머슴처지였으면서도 완장만 팔에 둘렀다 하면 다른 머슴들을 사정없이 구박하게 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바로 그 때문이었다.(pp105~106) 


이 소설의 가장 핵심적인 문단이라 생각합니다. 작가가 꼬집고자 했던 80년대의 상황에서, 진짜 권력을 쥔 자들은 그들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으나, 그들에게서 일정 부분의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당시의 안기부, 검찰, 경찰 등)은 기꺼이 권력자들을 위해 본인들의 손에 피묻히기를 주저하지 않았죠.6 칼 마르크스가 설파했던 "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의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규정하는 것"이라는 주장, 어쩌면 인류의 역사에서 내내 이러져 왔던 인간 본성과도 같은 악습이, 아주 생생하게 1980년대의 대한민국에서도 또한 보여졌던 겁니다. 


"궁사, 경호원, 창기병들도 이따금 군주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 그들이 이 상황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이 받은 모멸을 누군가에게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인데, 불행하게도 그들은 자신들에게 불행을 초래한 군주를 향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처럼 불행을 참고 견디며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는 약한 존재들에게 악습을 그대로 반복한다." 


-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위의 책 pp113-114.


……………………………………………………………………………


임종술의 삶은, 적어도 소설 속에서 보여지는 부분에서만큼은 불행한 결말을 맞고 있습니다. '완장'으로 인해 자신에게 허여되었던 권력이 그 생명을 다하자, 술집 작부인 부월과 함께 마을을 떠난 후의 삶이 어떠한 모습으로 진행될지에 대해 작가는 전혀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만,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볼일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 권력 중에서도 아무 실속없는 넘들이 흘린 뿌시레기나 줏어먹는 핫질 중에 핫질이 바로 완장인 게여! 진수성찬은 말짱 다 뒷전에 숨어서 눈에 뵈지도 않는 완장들 차지란 말여! 우리 둘이서 힘만 합친다면 자기는 앞으로 진짜배기 완장도 찰 수가 있단 말여!(p314)


임종술과 부월의 소설 밖 삶이 '진짜배기 완장'을 차기 위해 노력으로 점철될 것이라는 짐작을 어렵지 않게 하게 됩니다. 문학 작품에 대한 저의 어렴풋한 이해로는 어쩌면! --- 정말로 작가가 비판하고자 했던 부분이, 1980년대의 상황 그 자체가 아닌, 그러한 상황이 자아낼 이후의 역사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자식 세대한테까지 못난 조상처럼 살게 할 수는 없다던, 그래서 도둑질을 해서라도 큰자식을 가르쳐서 기필고 그 손에 붓대를 쥐어주고 싶었노라던 김준환의 그 울부짖음을 어금니 사이에 넣고 껌처럼 질겅질겅 씹다가 종술은 느닷없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 "완장이구나, 완장!" 그렇다. 그것은 완장이었다. 준환이놈은 그때 다름아닌 그 완장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 팔에다 차는 것만이 완장의 전부는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도둑질도 서슴지 않으면서까지 김준환이 필사적으로 손아귀에 넣고자 하는 것 또한 완장의 하나였던 것이다. "권력 한 가지가 다는 아니여" 이 세상에는 빛깔 다르고 소리와 냄새도 아른 수많은 완장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 땅도 완장이었다. … 남들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것, 남들을 큰소리로 부리고 남들 앞에서 마냥 뻐겨댈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완장이었다.(pp147~148)


본인의 경험, 거기에 더해지는 그 경험과 동일한 타인의 현실을 목격할 때 우리는 그 상황을 별 저항 없이 일반화시켜버리게 됩니다. 본인 임종술의 과거에서 완장들로부터 받았던 고통들, 본인이 그 완장을 차고 휘두르는 권력, 그리고 그 권력에 고통받는 친구 준환의 모습을 보며 --- 현재 자신의 쥐고 있는 그 한 줌의 권력에의 집착이 더더욱 강해지며, 이후의 삶에서도 더 커다란 권력을 탐하는 것이 (일견) 정당화되어버리죠. 


"현 세대에서의 소득 격차가 다음 세대에서의 기회의 격차가 된다면, 경제적 불평등은 영속적인 계급 격차로 고착된다.(p27) … 철학자 클레어 챔버스가 말했듯이 '각각에서의 결과는 그 다음에서의 기회'다. … 좋은 고등학교에 가면 좋은 대학에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일자리를 잡기 위한 경쟁에 더 잘 준비할 수 있다.(p124) … 계급이 인위적인 형태의 상속을 통해서가 아니라 시장에서 인정받는 능력을 통해 재생산될 때, 승리자들은 그 결과로 발생하는 모든 불평등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확신하기 쉽니다. 패배자들에게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하게 느껴진다. 자신이 공명정대하게 승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p123)


- 리처드 리브스,「20 VS 80의 사회」중, 민음사, 2019.


'완장'의 역사가 일제 치하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주장의 진위와 관계 없이, 1980년대의 권력 구조가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지금에도 일종의 계급 격차라는 유산을 통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 그가 똑똑해서 서울 법대 교수가 된 것인지, 혹은 그가 그의 자녀에게 안겨 준 살뜰한 '배려들'을 그 역시 그의 부모로부터 받았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라는 의구심까지를 자아낸, (그럼에도 불구하여 여전히!) 본인을 사회주의자라 자칭하는 사이비 진보 인사의 예에서 여실히 보여졌었듯, 


(이 사회에서 '만석꾼의 권력을 쥔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에 상관없이) 보이지 않는 '완장'을 차고 이 대한민국 사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이들의 속내란 것이, 16세기 초 프랑스의 한 청춘이 지적했던 '궁사, 경호원, 창기병'들의 수준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목수정이 칼날처럼 지적했던 바, "기회주의가 가장 현명한 삶의 해법임을, 힘 있는 자 밑에 엎드려 마름 노릇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생존의 전략임"7은, 비단 1980년대의 군부 정권 시절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2020년에도 여하히 부인할 수는 없네요. 


오로지 '소설'로만 보자면, 읽어내는 재미가 있었다라는 점을 빼고는 크게 좋은 평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야기의 시종(始終)이 애초의 예상과 큰 오차없이 그려지는 점도 그렇고, 인물의 내면에 대한 묘사도 그다지 세밀하지는 않았다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덜 양심적이고 덜 진지한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는 잘못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가 속한 이 세상에서 틀렸다고 느끼면서도 더 이상 싸우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누군가는 먹고 살기 바빠서, 누군가는 더 잘 먹고 더 잘 살기 위해서. 다만 지켜보고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사회뿐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도 아무런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게 되고 그냥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가기를 바라게 되고 만다.(pp45~46) ……  문제가 있을 때는 시비를 걸어야 하는데 그들은 그 방법을 모른다. 아예 싸울 줄 모를뿐더러 비록 이번에는 싸워서 승리하지는 못해도 승리에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상하지 못한다.(p164)"


- 박주영,「고요한 밤의 눈」중, 다산책방, 2016.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참으로 진부한 표현이기는 합니다만,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의미에서의) '희망찬'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예의 이 작품을 '한 권의 소설'로만 이해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이 지구를 들쥐와 바퀴벌레들이 지배하는 날이8 오기 전 언젠가 반드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은 소설이다. 지금은 소설이 아닌 그 무엇처럼 보일지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소설이다."


- 박주영, 위의 책 p322.


작가 윤흥길 역시 가졌었을, 이러한 바람(願)이 이루어질 날이 올거라, 우리 모두 믿고 있으니까요. 




※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주제들 :마르크스가 내게 아프냐고 물었다」,「자발적 복종」,「권력의 종말」,「20 VS 80의 사회 




  1. "사람은 나면서부터 유한한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갖지 못한 모든 미덕을 완전하게 갖춘 존재를 갈망하며 상상했습니다.…… 신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믿음만으로는 충분한 위안이 되지 못합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돌이나 나무를 쪼아 신의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물건으로 만들어진 신, 즉 물신=페티시fetish입니다." - 류동민, 위의 책 pp65-66
  2. "널금 저수지와 거기에 딸린 모든 부속물 하나하나를 그는 마치 자기 소유인 양, 제 살점이나 다름없이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다."(p208)
  3. "그는 자신의 더렵혀진 자존심을 닦았다. 그는 자신의 망그러진 권위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완장을 원상으로 회복시키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자신의 인생도 끝이라는 비장한 결심이었다."(p57)
  4. "익삼 씨는 운이 좋았다. 완장 덕분에 종술은 가까스로 참을 수가 있었다. 제발 고정하시라고, 자기 체면을 봐서 요번 한 번만 용서해주라고 매달리는 완장의 속삭임을 종술은 빤히 듣고 있었다."(p55)
  5. 「자본론」 1권 중.
  6. 주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어쩌면 그러한 상황을 즐기기까지 했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7. -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위의 책 <역자 서문>중 pp 8~9.
  8. "자연은 파괴되지 않는다. 6,500만년 전, 소행성이 공룡을 쓸어버렸지만, 그럼으로써 포유류가 번성할 길이 열렸다. 오늘날 인류는 많은 종을 멸종으로 몰아넣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조차 멸종시킬지 모른다. 하지만 매우 잘 버티고 있는 생물들도 있다. 가령 들쥐와 바퀴벌레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 끈질긴 생명체들은 아마도 핵무기로 인한 아마겟돈의 폐허의 바닥을 헤치고 기어 나올 공산이 크다. 자신들의 유전자를 퍼뜨릴 능력과 준비를 갖춘 상태로. 어쩌면 지금부터 6,500만 년 후 지능 높은 쥐들은 인류가 일으킨 대량 살해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이켜볼지도 모른다." - 유발 하라리,「사피엔스」중 p497, 김영사, 2015.
k******k 2020.03.0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권위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을 담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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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군사정치 시대에 씌여진 책이다. 뭐 그렇다면 예상이 가겠지만 군사정치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는 살면서 평소에는 힘도 없다가도 조그마한 권력을 쥐어주면 사람이 180도 돌변해서 횡포를 부리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이 소설은 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간단히 말하자면 루저다. 직업은 없고 자존심만 엄청 세고 힘이 장사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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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군사정치 시대에 씌여진 책이다. 뭐 그렇다면 예상이 가겠지만 군사정치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는 살면서 평소에는 힘도 없다가도 조그마한 권력을 쥐어주면 사람이 180도 돌변해서 횡포를 부리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 이 소설은 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간단히 말하자면 루저다. 직업은 없고 자존심만 엄청 세고 힘이 장사인 인물이다. 이 인물은 평소에 저수지에서 몰래 낚시를 즐겨하고 관리인이 하지 말라고 하면 관리인을 저수지에다가 꼴아박는 그런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저수지 주인이 주인공에게 저수지를 관리하는 일을 제안한다. 하지만 월급이 너무 저렴했던 탓에 주인공은 거절한다. 그러자 저수지 주인은 완장을 채워주겠다고 설득하고 주인공은 여기에 홀랑 넘어간다. 주인공은 여태까지 완장에 의해 억압을 받아오던 소시민이다. 초등학교때에도 완장을 찬 반장이 자신을 마구 때렸던 기억이 있고 항상 완장을 찬 사람들이 법을 운운하며 나설 땐 기가 죽어 슬슬 기던 인물이다. 그러던 그에게 완장을 태워준다고 하자 그는 솔깃한 것이다. 그는 일을 할때 뿐만아니라 평상시에도 쥐꼬리 만큼의 월급을 자랑하는 완장을 차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조성했다. 하지만 사람은 참 순진하고 여자한테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데 사창가의 한 여자에게만 매달린다. 결국 그의 완장 노릇은 얼마 가지 못한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주인공을 비난하고 가뭄이 들어 물을 모두 빼야할듯 상황이 오자 그는 사창가의 부원이야 딸을 데리고 도망을 간다.
소설은 대략 이런 내용을 하고 있는데 결국은 권위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아니 아마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그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본디 권력과 명예를 좋아하고 자신보다 강한 사람 앞에서는 설설 기기만 잘하지 자신이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지만 자신보다 약한 사람은 괴롭히려 하고 약한 사람에게 윽박을 지르는 일이 종종 있다. 결국 작가는 모든 권력을 지닌 직책이나 명예를 한낱 완장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듯 하다. 그러니 인간다운 모습을 포기하지 말고 권력에 기대어 사는 삶을 버려버리라고 작가는 독자에게 이런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정말 잘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t******9 2015.08.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흥미진진한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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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단편으로 쓴 소설을 출판사의 권유에 따라 중편을 거쳐 결국 장편으로 거듭 태어난 소설이다.억지로 늘렸다고 할 수 있는 소설이지만 순간순간 위기를 반전이라면 반전으로 잘도 극복하고 이야기가 연결된다. 그 절묘한 상황의 전개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잘 연결되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아쉬움이 드는 결말로 마무리 된다.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로 단막극과 드라마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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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단편으로 쓴 소설을 출판사의 권유에 따라 중편을 거쳐 결국 장편으로 거듭 태어난 소설이다.

억지로 늘렸다고 할 수 있는 소설이지만 순간순간 위기를 반전이라면 반전으로 잘도 극복하고 이야기가 연결된다. 그 절묘한 상황의 전개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잘 연결되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아쉬움이 드는 결말로 마무리 된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로 단막극과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m*******3 2018.03.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