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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냐의 수학카페’를 읽고
집어 들자마자 단숨에 읽어나갔다. 수와 수학을 이야기로 풀어나가다니 흥미로웠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어린왕자와 모모가 나오고, 망치의 철학자 니체와 매일 정확한 시간에 산책을 나갔던 철학계의 코페르니쿠스 전환을 가져온 칸트, 그리고 <빠빠라기>를 쓴 ‘투이아비’란 원주민, 등등 등장인물이 화려하다. 이들을 불러 모아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수와 수학에 대한 오해들과 편견들을 버리고 수와 수학이 우리의 삶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수와 수학을 공부한다는 것이 지금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무엇보다도 수와 수학을 이야기로 접근하고 이야기로 풀어나가려는 저자의 시도가 신선하고 흥미롭다. 기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유클리드’와 철학계의 이단아라고 불리는 니체의 법정 대결 구도. 그 둘의 수에 대한 입장을 변호해줄 모모와 어린왕자와 투이아비, 그리고 갈릴레이와 판화가 에셔의 등장. 이 등장인물들은 모두 수와 수학에 대한 사람들의 가지고 있는 생각들의 단면들을 펼쳐낸다.
때론 동화적 형식으로, 때로는 철학적 개념으로, 또 때로는 미술이라는 예술로. 이들을 법정에 모두 불러내어 각자의 입장과 생각을 풀어내게 하고, 철학자 칸트를 재판관으로 세운다. 수에게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 죄가 있다’는 니체의 고소는 어떤 판결을 받게 될까?
이야기는 법정 편에서 ‘학당 편’으로 이어진다. 수는 어떤 이유로 생겨난 것일까? 인류가 수를 만들어 사용하게 된 배경과 이유들이 ‘학당 편’에서 재미있게 펼쳐진다. ‘학당 편’은 수학의 한 부분인 ‘수와 수의 역사’를 다루는데 이야기 형식이라 그런지 거부감 없이 술술 읽힌다. 그렇다고 내용이 쉬운 것은 아니다. 자연수에서부터 허수를 거쳐 수의 완성된 체계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복소수’에 이르기 까지 수의 발전과정이 총 망라된다. 따로 다른 정보를 통해 ‘수와 수의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아, 이런 식으로 수와 수학을 배웠더라면 어쩌면 나는 수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수학에 대한 흥미는 ‘수’에 대한 흥미로부터 생길 것 같다. 그 수가 우리에겐 ‘계산의 도구’로만 여겨져 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되었을까? 질문을 가지고 계속 책을 읽어 나간다. 수에 담겨진 의미와 철학적 사고들이 인류의 인식의 발전에 따라 전개되는 것을 읽어나가는 재미가 컸다. 또한 틈틈이 등장하는 그림들이 품어내는 포스가 무척 인상적이다. 그림 즉 미술 이라는 분야와 철학이라는 분야, 그리고 수학이라는 분야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한 곳에서 만난다는 것을 저자가 특별히 준비한 그림이라는 장치를 통해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 에셔의 기하학적이고 철학적인 판화는 수와 수학이 어떻게 미술에 녹아들어 있는지 이 책을 읽는 나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책을 통해 만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결국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향연’을 베풀자고 제안한다. 삶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모두 파티를 열어 음악과 미술과 시로 상징되는 예술과 수와 수학으로 상징되는 학문과 인생과 대상의 의미들을 캐고 의미를 부여하는 학문인 철학으로 농축적으로 신나게 살아보자고 제안하는 것 같다.
그래서 “Let's party!" 라는 마지막 마무리에는 많은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Let' party, let' play"
수와 수학 그리고 철학과 예술로 한바탕 질펀하게 놀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물론 수와 수학을 재미있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강추다.
인도의 산스크리트어로 “텅 비어 있음, 공, 영(Zero)”을 뜻하는 '수냐(sunya)의 수학 카페'가 시리즈로 기획되었다고 하니 다음 편이 기대된다. 또 어떤 이야기들이 재미있으면서도 깊이 있게 펼쳐질까? 호기심 가득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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