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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은 내가 즐겨 읽는 분야중 하나이다. 춘추전국시대 저마다 자신들의 생각을 유세하며 천하통일의 한 축이 되고자 했던 제자백가들의 저술을 읽는다는 것은 그들의 사상을 알아가는 것 외에도 수많은 인간 군상들의 생각 또는 모습을 읽고 느끼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여 현재의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그들의 언행은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깨닫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해서 가능하면 많은 사상가들의 책을 찾아서 읽으려하고 또 다양한 해설들을 접하려 하고 있다. 묵가는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들의 사상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상, 즉 유가, 법가, 도가와 함께 선진4가로 불렸다. 그럼에도 다른 사상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한나라 대에 이르러 유학이 관학으로 지정된 것 외에도 사마천이 [사기]에서 묵자를 그저 스쳐지나가듯 언급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중국의 학자인 양자오가 ‘중국고전을 읽다’ 시리즈의 하나로 쓴 책이다. 그는 중요한 고전을 찾아 그 책의 몇 단락을 추린 다음 꼼꼼하게 읽는 방식을 취하여 시리즈로 엮었다고 한다. 고전 전체의 기본 틀을 드러내고 책과 그것이 탄생한 시대의 관계를 설명한 이 시리즈를 통해 고전에 다가가는 기초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그는 말한다. 다시 말해 동양고전을 읽기에 앞서 그 고전에 대해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묵자]에 관한 책은 일전에 몇 권 읽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찾은 이유는 내가 올바로 이해했는지, 혹 다른 관점은 없는지를 알고 싶어서였다.
저자는 먼저 사상가로서의 묵자와 텍스트 [묵자]]에 대해 설명한다. 묵자의 본명은 묵적으로 그의 생몰연대는 자세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저술에 등장하는 것을 기준으로 보면 기원전 480년 전후에 태어나 기원전 400년 전후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자보다 후대 사람으로 공자가 세상을 떠났을 즈음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사마천은 묵자가 송나라 귀족이라고 했지만, 저자는 그가 송나라사람인지도 불분명하며 여러 사료에서 묵자의 출신을 확인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귀족이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묵자는 공자처럼 여러 나라를 떠돌았지만 목적과 입장은 공자와 정반대였다고 한다. 공자가 봉건질서회복에 방점을 찍고 유세했다면, 묵자는 봉건사상이 아니라 새로운 사고와 방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봉건질서에 포함된 적이 없었던 묵자는 봉건질서 바깥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봉건질서에 내재한 결점이 바로 난리의 근원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그는 봉건질서의 근본인 친친(親親) 대신 겸애(兼愛)를, 그리고 절장(節葬)과 비악(非樂) 등을 주장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텍스트로써의 [묵자]는 현재 5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나라 유향이 정리한 [묵자]는 총71편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유실되고 53편만 남았다고 한다. 또한 텍스트는 [논어]와 마찬가지로 묵자 스스로가 쓴 것이 아니라 그의 제자들과 후학이 집대성한 책이다. 묵자의 핵심사상은 8편 상현 상에서 37편 비명 하까지에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상현, 상동, 겸애, 비공, 절용, 절장, 천지, 명귀, 비악, 비명의 10개의 주제가 상중하편으로 나뉘어 30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30편중 7편은 편명으로만 전해지고 있다. 이들 30편은 뚜렷하고 통일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문법이 간결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질문의 반복과 자문자답을 함으로써 사람들의 이해를 도운 것이다. 이외에 중요한 편으로는 경 상하, 경설 상하, 대취, 소취 6편을 들 수 있는데 이를 묵변이라 부른다. 논리학과 윤리학을 다루고 있는데, 어떻게 추리하고 논변해야 가장 효과가 있을지를 탐색하고 논한 것으로 묵자의 시대보다 뒤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어서 [묵자]의 핵심사상인 겸애와 비공에 대해 설명을 한다. 그가 서문에서 말한바와 같이 몇 단락을 취하여 꼼꼼하게 읽는다. 원문과 번역, 그리고 주석 모두가 원문에서 비롯된 해석이다. 겸애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고 그에 대한 답을 역사적 실례를 들어 설명한다. 군주가 선호하고 앞장서서 제창하면 나머지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를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비공에서는 전쟁을 저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명백히 전쟁에 반대하고 엄준하게 전쟁을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묵자의 핵심사상은 모든 사람을 두루 사랑하라는 겸애와 약소국 공격을 자제하고 열국이 공히 평화를 누리자는 것으로 이것을 현대어로 바꾸면 아마 사랑과 평화가 아닐까 싶다.
묵자는 겸애와 비공을 비롯한 자신의 여러 사상을 통해 낡은 봉건 귀족문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수정을 가하고자 했다. 그가 바라본 지점에는 서민인 백성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그는 유가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하며 봉건질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부정했다. 또한 단순히 사상전파에 그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장한 것들을 실천으로 증명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묵가라 함은 묵자의 사상을 좇는 무리들이 결성한 결사체를 가리켜 부르던 이름이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행동가였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그것이 현재와 다른 시공간에서 탄생했음에도, 인간의 보편적 경험과 감상을 반영하는데 있다며 그러한 감상과 경험을 통해 우리 삶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런 고전들은 오늘날의 우리를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태어난 시대에 우리와는 매우 다른 삶을 살았던 옛사람들이 쓴 것이다. 따라서 고전이 태어났던 전혀 다른 시공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현실적 고려에 의한 단편적 취사선택이 아니라 역사를 관통하는 인류 보편의 조건과 역사 사이의 접점을 발견하면 인간의 본성과 감정에 대해 더 깊은 인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런 고전을 읽을 때는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전 원문에서 비롯된 해석인지, 아니면 후대의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현실적 요구에 따랐기에 그때는 유용했으나 고전 자체에서 멀어진 해석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고전을 처음 읽는 우리로써는 그러한 사실을 알기가 어렵다. 그렇게 볼 때 이 책은 우리가 동양고전을 읽을 때 그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150여쪽 안팎의 짧은 분량의 얇은 책인지라 제대로 된 선택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의심은 사라지고 다른 동양고전에 대한 저자의 책을 읽겠다고 마음먹는다. 당분간 ‘중국고전을 읽다’ 시리즈에 푹 빠져 지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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