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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S가 우리나라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게 불과 2년
좀 지났다. 이 MERS는 낙타를 보유숙주로 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 경험을 통해서 적지 않은 것을 배웠지만(물론 배우지 못한 이들도
많고, 애써 무시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인수공통감염병의 무서움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이란 말 그대로 한다면 동물과 사람이 함께 감염되는 질병이라는
뜻이지만, 좀더 분명하게 얘기하자면 동물을 보유숙주로 하면서 사람에게 옮겨 감염되는 질병을 의미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예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절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위험하고, 따라서 사망률도 높다.
데이비드 콰먼은 전세계의 도시와 오지를 돌며 바로 이 인수공통감염병을 추적했다.
말에서부터 온 헨드라(Hendra) 바이러스에서 시작해서(조금만
더 읽으면 알 수 있지만 아주 부드럽게 시작한 셈이다), 고릴라에서부터 온 것으로 추정되었던, 그러나 지금은 박쥐가 보유숙주로 알려진 에볼라(Ebola) 바이러스(갑자기 흉악해지는 느낌!), 모기에서부터 오는 말라리아, 사향고양이, 혹은 박쥐로부터 와서 호텔을 오염시키고, 비행기를 타고 전세계로 퍼져나갔던 사스(SARS), ‘사슴과 앵무새와
옆집 아이’라는 낭만적인 장(chapter)의 제목이지만
역시 무시무시한 Q열, 앵무새열, 라임병, 마찬가지로 박쥐가 문제인 니파 바이러스, 그리고 에이즈까지. 일반인에게는 낯선 것도 없지는 않겠지만, 감염학이나 바이러스학, 세균학을 포함하는 미생물학에서는 너무나도
흔하고, 무시무시한 질병들이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이
인수공통감염병이 제목 대로 ‘모든’ 감염병인 것은 아니지만, 특히 현대로 오면서 더욱 심각한 질병이 되고, 더 큰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목록만 봐도 알 수 있다(우리가 그토록 벌벌 떨었던
MERS는 콰먼의 목록에는 없다).
콰먼은 이러한 질병들을 추적하는 데 자신을 모두 던지는 느낌이다. 문헌을
조사하고, 연구자를 직접 찾아가 얘기를 나눠 질병의 근원과 특징들을 조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현장을 답사한다. 답사라는 게 말이 그렇지, 정글을 헤집고 다니고, 바이러스를 보유했을 지도 모르는 박쥐를 만지고
다니고, 에이즈에 감염되었을 지도 모르는 침팬지를 찾아 다니는 일이다.
그래서 콰먼의 책은 그냥 단순한 과학교양서라기보다는 거의 전공서를 방불케하는 탄탄한 근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흥미진진한 탐험서처럼도
읽히기도 한다. 생물학과 의학은 물론, 생태학적 관점에서
진화의 측면을 간과하지 않고(아니 인수공통감염병을 이해하는 데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수학까지도 동원하면서 인수공통감염병이 어떤 것인지 알리는 데 힘을 다하고 있다.
위험하고도 다양한 인수공통감염병을 다루고 난 교훈은 단순하다.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로 그 질병원을 향해 돌진하는 형국이다. 에볼라나 에이즈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은 근절할 수 없지만(천연두나 소아마비와는 성질이 다르다), 그것이 우리에게 전파되는 양상과 우리 사이의 전파속도는 분명히 조절 가능하다. 그 많은 사망자와 그 많은 연구자들이 덤벼들어 낸 결론이 겨우 이 당연한 말인가 싶지만, 이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다. 이 두터운 책으로도 모든 인수공통감염병을 다루지 못한 이유가 그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렵다고 손을 놓을 순 없다. 이 책에서 다루지도 않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는 미약한 영향을 가진 MERS에도 온 나라가 휘청거렸듯이 인수공통감염병은 위험하다. 그 위험이 어디서 올지, 얼마나 강력할지 알 수 없기에 더욱 두렵다. 두렵다고 포기할 수 없다. 여전히 할 수 있는 말은 “모든 게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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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예시들 ( q열, 헨드라바이러스, 마르부르크병, 사스, 에볼라) 등을 거쳐 마지막에는 아직도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 를 언급함으로써 이런 생물공통감염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들에 대해 경종을 알리고, 나아가 이 세계에서 모든 종들이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 호모 사피엔스'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뭐 평범한 리뷰일테고
쾀멘의 작품들이 정말 굉장한 이유는 작가 본인이 직접 전 세계를 뛰어다니며 현장에서 보고 조사하고 인터뷰 한 내용들을 뛰어난 글솜씨로 펼쳐내는데 있다. 이미 '도도의 노래'에서 보았듯이 생물, 과학적인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쾀멘은 놀랍도록 흥미진진하게 이끌어낸다. 이번작도 550페이지에 달하지만 단 한곳도 지루할 부분이 없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과학적인 글쓰기의 대가는 '스티븐 제이 굴드' 와 '데이비드 쾀멘' 2명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 굴드는 자신의 지식을 현란하게 풀어내는것이 마치 '과학계의 움베르트 에코'같은 느낌이 들어 잘난체 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쾀멘은 그런것없이 사실을 사실대로 담백하게, 자신의 글솜씨에 버무려 낸다.
작가의 신작이 발표되면 알림을 받는 서비스를 해놓고 몇년동안 잠잠해서 때때로 아쉬워했는데 문자로 연락온것 확인하고 소름이 돋았다. 그만큼 쾀멘의 작품은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