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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 이른바 패스트패션의 시대라는 건 누구나 실감할 수 있습니다. 도심 부심을 가리지 않고 웬만하면 어느 구석에서나 발견되는 유니클로만 봐도, 그리고 그 매장들이 얼마나 성황리에 영업을 벌이는 중인지만 봐도 새삼 느낌이 옵니다. 고가의 브랜드를 구입해서, 어머니가 입은 걸 딸에게 물려 주고... 이런 식(20세기 초만 해도 서양에서는 상류층일수록 이랬다고 하네요)의 낡은 풍토는 사라진 지 오래. 어차피 조금 입고 금방 싫증 날 것, 내구성 떨어지고 피부에 좋지 않은 합성 소재로 된 옷을 빠르게 ?∞“? 빠르게 치워 버리는 방식이 이제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1995년 샤론 스톤이 시상식장에서 명품 브랜드와 저가 의류를 교묘히 섞어 걸치고 모습을 드러낸 게, 이런 "혁명"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상류층이나 유명인들도 더 이상 非명품 브랜드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패션 전략의 일환으로 블렌딩을 서슴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라의 예에서 보듯, 어떤 패스트패션은 명품 못지 않은 브랜드파워를 자랑?F니다. 구치나 베르사체 쪽에서도, 자라의 영업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스파잉을 시도한다고 하니, 과거와 같은 현격한 신분 차별은 최소한 의류 분야에서는 상당히 퇴조했습니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의류는 사실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고 합니다. 그럼 업체들은 어디서 수익을 얻는가. 빽, 구두, 기타 액세서리라고 하는군요. 이들 품목에서 업체가 거두는 마진폭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의류는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일까요? 아무리 대량 생산 시스템의 산물이라고 해도, 옷이라면 그것은 재봉사의 수작업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인건비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옷이 1000달러가 넘을 수 있죠?" "인건비, 재료비, 기타 등등... 벌써 670달러인데요?"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는 겁니다. 공장도가격이 이렇다면, 도매가는 그 두 배, 소매가는 2.25배가 되는 구조죠. 이러면 벌써, 아무리 대단찮게 보이는 옷도 2800달러에 육박합니다. 대량 생산 시스템 도입, 그리고 상위 메이커의 마케팅 증진 차원에서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기에, 저렴한 원단을 사용해도 비쌀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옷을, 그나마 1000달러에 소비자가 손에 넣을 수나 있다는 설명,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비자 잉여, 규모의 경제, 그리고 경영학 마케팅 이론의 마법이 동원되는 대목입니다. 이렇게 보면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갑"의 위치에서 소비자를 뜯어 먹는 구조는 아닙니다. 하지만 패스트패션의 병폐는 이 점만으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일단 이런 옷은, 기본적으로 명품이 아니면서 겉모습만 명품처럼 보이게 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심리 그 허점을 노린 상품이라는 말이죠. 명품의 대체재라고만 생각하지만, 사실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둘은 공생 관계라는 겁니다. H&M과 라거펠트, 미소니와 타깃의 콜라보 같은 이벤트가, 그저 일시적인 행사만은 아니었죠. 타깃용 미소니는 이미 미소니라고 할 수도 없지만, 소비자들은 개의치 않습니다. 한편, 명품의 터무니없는 가격을 보고서야, 소비자들은 "저렇게 예쁜 디자인의 옷을 불과 이 가격에!"를 외치며, 따지고 보면 만만찮은 낭비가 될 수 있는 옷, 오래 입지도 못 하고, 고쳐 입지도 못 하는 옷을 일회용품처럼 사고 버린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상당수의 여성들이 스스로 재단 솜씨를 갖추고 있었기에, 옷이라는 상품을 반드시 시장에서 상품으로 구입, 획득하지는 않았습니다. 상류층은 물론 최고의 디자이너가 고안하고 최상의 기술자가 만든 옷을 입었지만, 이건 그들만의 문제였죠. 하지만 지금은, 아주 비싼 명품 아니면 다 패스트패션이고, 그 중간 지대가 없습니다. 옷의 품질이나 기능이 아닌, 오로지 디자인만을 보고 판단하는 시대라는 겁니다. 원가는 낮춰야 하는데, 디자이너에게 지불하는 폴션이 만만찮다 보니, 외양을 위해 품질을 희생하는 게 관행이자 원칙이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손해는 누구에게 올까요? 환경 파괴나 자원 낭비 역시 중대한 이슈이고요. 저자는 명품 찬양론자가 아닙니다. 인생의 어느 시절에도 그런 취향과 능력을 가진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대안 없이 패스트패션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건전한 소비, 지난 수천 년 간 인류가 상식으로 지켜 온 의복에 대한 관행, 습성을 복원하자는 주장입니다. 구구절절 하나도 틀린 말이 없습니다. 허영이 아닌 옷을 입자는 게 결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