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 하고 싶은 사람이 읽어도 좋고 번역과 전혀 상관 없는 사람이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번역을 하고자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제까지의 번역입문서들 보다 더 내밀한 출판계 사정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와 관계 유지하는 법 및 번역료 협상의 노하우 등등. 번역을 하지 않는 사람이어도 워낙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작가의 글발에 즐겁게 깔깔대며 책을 즐길 수 있고요.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글 잘 쓰는 사람들의 명쾌한 글은 찾기가 힘이 들어요. 이 책은 그런 소수에 해당하는 값진 책입니다. 읽는 사람이 즐겁고 편한 예의 바른 글(?)이에요. ㅎㅎㅎ 번역 이야기와 글쓴이의 삶을 솔직 담백 재미나게 풀어낸 책입니다. 이혼 후 딸을 혼자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무학인 어머니의 '꺼먼브라자' 해프닝, 계약서 다 쓰고 일해서 넘겼는데 돈 깎자는 어의 없는 출판사 등 인생사의 쓴맛, 단맛, 신맛이 맛있게 버무려져 있어요. 강력 추천합니다. |
|
번역소설을 읽으면서 어떤이는 습관적으로 번역자를 본다는데 독서계에 인문한지 얼마 안 된지라 번역자를 가리고 말고 할 처지가 아니었다. 무려 원서와 비교할 수준의 실력이라면 원서를 읽지 않겠나? 까막눈인 나는 번역서를 읽을 수 밖에 없는 거다. 번역자를 믿으면서. |
|
한달음에 읽히는 책
|
|
'네이버'를 시작한 이유는 순전히 좋아하는 몇몇 출판사의 까페나 블로그에 가입하기 위해서였다. 수시로 신간들을 확인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 개인적인 생각인데 '신간 소개'를 가장 맛깔나게 잘 하는 곳은 마음산책이다. 자기들이 만드는 책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자부심에서 나오는 자랑질이 밉지 않다. 아마 내가 귀나 눈이 조금만 더 얇았다면 마구마구 신간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대개 이런 류의 책은 저자에 대한 애정이나 호기심으로 읽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같은 경우는 '마음산책'의 책이라서 읽게 된 케이스다. 올 봄에도 이 책에 대해 어찌나 자랑질을 하는지... 책 제목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오죽하면 예스24에서 무슨 이벤트할 때 『번역에 죽고 살고』라고 잘못 쓴 걸 건의해서 수정까지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 잘 만드는 마음산책의 책답게 편집이나 구성은 짱짱하다. 읽기 전부터도 차돌 같은 묵직함이 느껴진다. 책 만드는 장인들의 솜씨다. 자랑질 할 만하다. 권남희는... 적어도 나에겐 생소한 번역가였는데, 책을 읽다 보니 '온라 리쿠'를 많이 번역한 듯하다(어머, 이런 우연이. 온다 리쿠 씨의 선물일까요? 미리 워밍업하라는? ^^).
기본적으로 나는 멋 부린 글, 어려운 글, 딱딱한 글을 싫어한다. PC통신 시절부터 요즘 블로그까지 10여 년째 온라인에 글쓰기를 즐기고 있지만, 항상 내 모토는 ‘무학자無學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쓰기’다. 부모님이 내 글을 읽으실 일은 없지만, 언제나 기준은 무학자인 그분들이다. 한국만 읽을 줄 알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쓰기. 물론 내 머릿속에 주체할 수 없이 방대한 지식이 들어 잇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지식을 드러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의 뇌 속에는 딱 세상 사는 데 필요한 만큼의 지식만 저장되어 있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쉬운 글이 나온다. 대상을 누구로 하여 글을 쓰건(78-79).
본인이 추구하는 대로 아주 쉬운 글이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아줌마' 같다. 겉멋 안 부리고 어렵지 않게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이렇게 다 까발려도 되나 싶게, 모두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은 지극히 현실적인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말은 달리 말하자면 일반 독자에겐 읽는 재미가 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용서'라는 게 원래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읽는 책이라 즐거움을 위한 독서와는 거리가 멀 수 있으니까. 어찌 보면 독자로서 가지고 있던 어떤 '환상' 같은 게 무참히 깨질 수도 있구.
번역가가 솔직하게 말하는 그 세계도... 참 팍팍하다. 번역가와 편집자와의 관계라든가 출판업계의 실정 같은 부분은... 될 수 있는 한 완곡하게 서술했지만 한 조각, 한 조각 짜맞춰 그림을 완성해보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책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착할 거라는 것도 일종의 환상인 듯. 적어도 메이저 출판사들이라도 번역료나 번역가에 대한 처우를 현실성 있게 해주면 좋을텐데... 안타까운 부분이다. 번역가의 말 대로 그나마 잘 나간다는 축에 속하는 20년 차 번역가가 한 달 내내 꼬박 일해서 400만원을 번다면 썩 좋은 대우라고는 할 수 없을 테니깐. 적자생존에서 살아남은 번역가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처한 환경이 얼마나 열악할 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원고료 500원 올리려다 짤릴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혹은 '편집자에게 밉보이면 일감 못 받을 수 있으니 최대한 관계는 좋게 유지하세요.' 이런 걸 조언이라고 해줘야 한다니... 그 세계도 참... 절망적이다. 어떻게 책 만드는 사람들이 그렇게 경직적일까? 최소한의 생존권이라도 보장해주면서 번역의 질이나 번역 문화를 운운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나저나 책 표지에 있는 저 빨간 티를 입은 남자는 무라카미 하루키다. 독자들이 못 알아볼까봐 그랬는지 친절하게 하루키라고 써주기까지 했다. 그런데 저 양반은 왜 저렇게 인상을 잔뜩 쓰고 코를 막고 있는 걸까? 저 그림은 글쓰기에 대한 하루키의 생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토대로 권남희는 번역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말하자면 직역이 좋냐, 의역이 좋냐 하는 오래된 논쟁에 대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어떤 번역이 좋은 번역인가에 대한.
암튼, 번역가로서 권남희 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일본어 번역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장래희망이 번역가인 어린 친구들 말고 적어도 대학생 이상으로 현실적으로 번역을 업으로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나처럼 '마음산책'이 좋은 사람이 읽을 수도 있구. |
|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마치 수다쟁이 누나가 재잘재잘 일상사를 쏟아내는 느낌인데, 아주 경쾌하고 유머러스하다. 그러다보니, 번역료를 사정하거나 떼먹히는 장면 마저도 무겁거나 처지지는 않는다. 내가 같은 일을 겪고 글을 썼다면 침울함이 그대로 묻어났을텐데... 작가의 내공을 새삼 느꼈다. 외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번역되어 우리손에 들어오는지, 해석과 번역, 직역과 의역 등 번역의 세계를 전반적으로 알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
|
요즘의 난 백수모드의 나날을 살고 있다. |
|
번역가. 언어를 웬만큼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꿈꿔 보는 직업이 아닐까 싶다. 꿈꾼다는 것은 얼마간 환상을 품고 있다는 말과 같다.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우아한 삶,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소위 ‘있어 보이는’ 직업. 자, 그럼 실제 번역가들의 삶은 어떨까? 그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줄 책이 바로 번역가 권남희가 쓴《번역에 살고 죽고》이다. 이 책은 20년차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가 번역의 세계에 발을 담근 후, 유명 번역가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고군분투해온 생생한 에피소드가 담긴 에세이다. 번역에 살짝 관심이 있는 사람, 번역가를 지망하는 사람, 일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 혹은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번역에 살고 죽고’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을 보고 집어 들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제목 그대로 죽기 살기로 번역에만 매달려 20년을 살아온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이 책 속에 가감 없이 펼쳐진다. 초짜 번역가라서 어쩔 수 없이 대리번역의 비애를 맛보고, 계약서의 개념이 없어서 번역료를 떼이고, 너무 앞서나가는(?) 기획으로 출판사에 수없이 퇴짜를 당하고… 현장에서 발로 뛰며 직접 부딪쳐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이런 진짜배기 경험담에서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노하우를 얻을 것이다. 희망과 기대를 품고 이 책을 펼쳐들었을 수많은 번역가 지망생들을 위해 저자는 애정 어린 조언도 아낌없이 풀어놓는다. ‘다 잘 될 거예요.’라는 식의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그야말로 현실적인 조언들이 곳곳에 가득하다.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 그냥 취직을 하라고 권한다. 최소한 대졸인 사람들이 연수입 1000만 원으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51p) “일이 없을 때는 무조건 읽고, 쓰고, 공부하기. 아무 생각 없이 읽은 책들, 긁적거린 글들이 쌓여서 분명 다음 번역을 반짝거리게 할 것이다.”(136p) 저자는 번역가로서의 삶이 우아하거나 낭만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이야기한다. 마감에 쫓겨 드라마 한 편 볼 마음의 여유가 없고, 밥 먹듯 밤을 새고, 아픈 몸을 이끌고 일하다가 번역死할 뻔한 경험도 털어놓는다. 그렇게 항상 일에 쫓기며 살고 있지만, 일하는 것이 재미있고 즐거운 ‘취미생활’이란다. 번역이라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따뜻하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궁합이 잘 맞는 책을 만나면 마치 자신이 쓴 글을 옮기듯 문장이 손끝에 착착 감기는 느낌을 받는다는 저자의 감성, 새로운 책을 맡으면 밤샘도 불사하는 힘이 팡팡 샘솟는다는 저자의 열정이 생생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저자는 번역 인생의 8할은 ‘운발’이라고 고백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 운발이 그저 요행으로만 따라온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노력이라는 공든 탑을 20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올린 저자에게 우리의 머릿속에 각인된 ‘일본문학 번역가 권남희’라는 타이틀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번역소설이라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유연하고 매끄러운 저자의 역서를 읽어 보면 이 말에 더더욱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부푼 꿈을 안고 이 책을 읽었던 독자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것 같다. 이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현실을 알고 좌절하거나 마음이 한층 깊고 단단해져 더 큰 희망을 품거나. 환상으로 드리워진 커튼을 열어젖혔으니 이제 선택과 전진만이 남았다.
|
|
|
|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내 도서 리스트를 |
|
나를 비롯한 -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이들이라면 책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일터. 그렇다면 한번쯤은 작가라는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글을 읽고 쓰면서 평생 살면 얼마나 운치있을까 등등 글쟁이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보았을 법하다. - 나는 아직도 그런 생각에 가슴이 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