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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오래 되었지만 일본 교토 나라 오사카를 다녀온 후 이런저런 이유로 매년 1-2회 바깥 나들이를 한다. 휴가기간이 많지않아 아직 중남미나 아프리카는 가보질 못했지만 멀지않아 그곳에도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마추픽추와 우유니사막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여행방법도 초기에는 패키지 여행을 하였지만 호텔팩과 단체배낭의 단계를 거쳐 도미토리를 이용하는 자유여행의 경지에 이제서야 발을 내딛고 있다. 누가 뭐래도 자유여행이 가장 여유롭다. 나의 마음이 가는대로 느낌이 오는대로 시간에 구애받지않는 배낭여행이 최고로 기억에 남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이국인들과 통하지 않는 언어로 한잔의 맥주를 나누다보면 꽉쪼여진 넥타이에 질식해 가던 가슴이 트여지고 호흡이 자연스러워진다. 그런데 아직 홀로가는 해외여행은 한번도 생각조차 못해봤다. 짧은 영어 실력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위험부담의 두려움도 마음에 있기 때문이리라. (학부시절엔 무던히 홀로 기차여행을 즐기기도 하였는데 언제부터인가 혼자 떠나면 그 허허로움을 감내하지 못한다.) 어느 글쟁이의 생계형 배낭여행을 다루었다는 <사바이 인도차이나> 책 소식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때의 느낌은 '이분 여행글로 먹고사는가 보다' 싶었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네 나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하니 급! 호감이 갔다. 젊었을 때는 먼 나라를 나이가 들면 가까운 나라를 여행하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나는 유럽보다는 인근 아시아 국가들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은 이미 다녀왔고, 미얀마와 라오스를 갈려고 몇번을 계획했다가 자유배낭여행에 대한 동료들의 염려(?)로 포기하였던지라 더더욱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반공교육이 훈습(薰習)되어있는 세대들은 아무래도 사회주의국가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 책에는 변변한 지도나 교통편, 유명 관광지 정보, 여행 계획 같은 것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나는 이 책을 매우 흥미롭고 유익하게 읽었다. 나는 왠만하면 동료들에게 내가 보는 책 추천하지 않는다. 개성이 워낙 다양하고 자신의 영역을 고수하는 분들이라 그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굳이 먼저 말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어제 정기산행에서 이 책의 내용을 잠시 말했더니 빌려달라는 말보다는 다수가 한권 사봐야겠다는 말을 듣고 잠시 놀랬다. 생각해보니 우리 나이엔 해외관광지 중심의 여행은 이제 어느 정도 식상하다는거다. 자유배낭여행이 주는 그 넉넉한 여유가 젊은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져오기 때문인지 의외로 이런 비정형화된 여행기에서 대리만족의 코드를 읽어내는지도 모르겠다. 참 대단한 글빨(문체)이다. 그동안 많은 여행기 서적을 읽었지만 이 분만큼 자연스럽게 순간의 느낌을 맛깔스럽게 풀어내는 책은 보질 못했다.(이 말에 동료들이 호감을 가졌을 거다.^^). "히피들의 느긋한 에너지가 가득한 태국 빠이, 저녁 6시면 칠흑 같은 어둠에 묻히는 라오스 씨판돈, 로컬버스 속에서 현지인들의 구경거리가 된 캄보디아 라따나끼리 등 기대를 품었던 글쟁이의 여름 낭만 대신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가득하다."는 출판사의 말처럼, 무대책, 무규칙 여행의 진수가 어떤건지 이 책을 통하여 정말 제대로 느꼈다. 아.마.도. 아마도 이번 여름엔 로마 보다는 미얀마 라오스를 택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가슴에만 품어온 이 지역의 배낭여행 씨앗을 발아시킬 준비가 된 것같다. 어떻게 흙을뚫고 고개를 내밀지 아직 생각할 단계는 아니지만 여름휴가 때까지 준비하면 될터이다. 동료들과의 여행이 안되면 홀로의 여행도 가늠해 볼 생각이다. '사바이'는 태국어, 라오스어로 "평안"이란 뜻이란다. 전에 방콕에서 3박4일을 보낼 때 카오산 로드에서 '다시 이 거리에서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기원했다. 아.마.도. 그 거리에서 내 마음의 평안을 발견했기 때문이리라. 이 책을 통해 그 때의 느낌을 다시 건져 올리면서 새로운 여정에 대한 설레임과 충만함으로 마음이 즐겁다. 구체적 여행정보가 없는 책에서 앞으로의 여행계획을 가다듬게 하는 이상하고 희한한 매력을 가진 책이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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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의 스타일은 여행자마다 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와 여행 방법이 각각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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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통러, 우기, 서른다섯 살, 이 세 지점을 잇는 어느 선상을 걷고 있었다. 앞으로 이 점은 계속 그 좌표를 이동할 것이다.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나는 어떤 좌표 이동을 하고,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이대로 마흔을 맞을 수 없다.'던 한 인생 선배가 답을 찾기 위해서 왔던 이곳, 방콕, 태국, 인도차이나. 이곳에서 나는 어떤 여행을 하고, 어떤 답을 얻어갈 수 있을까. (p37~38)
![]() ![]() " 내 눈에 방비엥이라는 곳은 라오스의 아름다운 자연과 싼 물가를 이용해 서양 여행자들의 입맛과 비위에 맞는 놀이장소를 꾸며 놓은, 어딘가 기형적인 공간으로 보였다. 순수한 자연, 소박한 인심, 도시 문명에 찌든 인류가 잃어버린 인간성의 마지막 보루. 이러한 라오스의 모습은 적어도 방비엥의 여행자거리 일대에서는 이미 끝을 맺고, 다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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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 필요한 정도로만 손을 댔을 뿐, 원초 그대로의 자연인 듯한 공간에서 사람들은 제 나름의 흐름과 요령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었다. " (p203) 문명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다분히 살기 힘든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노트북으로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그녀에게까지 이곳은 문명이 비껴간 곳이 아닌 것이다. ![]()
"마법같았다. 강렬한 빛의 붉은 빛과 보랏빛, 그리고 푸른빛이 하늘을 감싸고, 그 아래로는 하늘빛에 물든 강물이 세 가지 빛깔을 혼합하며 출렁인다. 배들은 가끔씩 그 현란한 색이 혼합을 가로지르며 긴 자취를 남긴다." (p214) 라오스에서 필요한 것은 '비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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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기를 발견해 가고..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이 좋다. 그래선지..소설을 읽어도 성장소설..드라마를 봐도 성장 드라마를 추구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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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자니 일은 해야겠는데 자꾸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마음은 싱숭생숭하고 집에 붙어 있기는 싫은 어느 글쟁이의 생계형 배낭여행기이다. 취재 때문에 여행을 한적은 있어도 아예 작업을 위한 여행은 생각도 해본적이 없었다는 작가. 그야말로 일을위한 여행이지만 작가는 참 흥겨워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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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노플렌 사차원 유럽여행' 에서 그녀의 무대책 여행담과 걸죽한 입담을 경험한 덕분에 이번 책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접수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곳 "빠이" 나도 그곳에 머물면 매일매일이 더욱 행복해질까..참 궁금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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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이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어 주어서. "
한 땐 나도 책을 좋아하고 공상을 좋아하고 사진과 여행을 좋아하기에 여행하며 사진찍고 공상하며 내가 좋아하는 책까지 낼 수 있는 여행작가가 해보고 싶던때가 있었다. 물론 그건 그저 꿈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바로 고이고 접어두고 대리만족으로 여행에세이에 무한 애정을 쏟고있는 상태이다.
정숙영작가야말로 내가 그리던 이상향이다. 본인의 속사정이야 어찌 되었던간에.. 번역일을하며 여행을위해 돈을벌고, 좋아하는 여행을하며 글을쓰며, 작가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고, 이 작가가 쓴 책은 재미있어라며 신용해주는 팬들도 있으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노플랜 사차원 유럽여행으로 정숙영작가를 알게 되었다.
주변의 책을 좋아하는 지인들의 입소문과 추천으로 책을 구입하게되고 종종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유쾌한 그녀의 입담에 즐거워한 지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2008년 죽도록 더운 여름을 간신히 보냈건만 2009년 여름의 초입 뉴스에서는 '올해도 작년만큼 더울 예정입니다'라는 끔찍한 소식을 내 뱉어 준다.
안그래도 일년반이나 여행을 못해 "살아 있다는 실감이 나질 않아"라고 생각하던 그 때, 고민 끝에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먹고사니즘에 굴복하지 않으며 여행 할 수 있는 방법. 바로 작업을 위한 여행이다.
포기의 아유들은 때론 대안을 만들어 내는 데 굉장히 좋은 단서가 되곤 한다. 내가 여행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시간'과 '돈'이었다.
내 형편에 몇 달씩 돈을 안 벌고 비워 둘 수가 없다는 것.
그럼 답은 하나다. 안 비워두면 된다. 돈을 벌면 되는 거다. 어떻게? 일 싸 짊어지고 나가면 되는 거다. - 19P
사바이 인도차이나-어느 글쟁이의 생계형 배낭여행
제목에서도 보이는 것 처럼 그녀는 여행은 가고싶은데 일은 해야하고 일은 해야하는데 여행이 가고싶어 들썩이는 마음에 이리저리 궁리끝에 일감을 싸들고 무작정 여행길에 올랐던 것이다.
사람 일이 계획한데로 돌어가지만은 않는것이..
기분 좋게 출발 했건만 비행기에선 난기류를 만나 놀이공원의 디스코팡팡처럼 통통 튀고 도착해 탄 택시는 세배가 넘게 바가지를씌우며 찾아가는 호텔은 그 쉬운 방콕주소에서도 세상에 없을법한 주소!!
이래저래 고생하다보니 머릿속엔 불길한 나쁜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결국 부티나는 커플의 도움으로 무사히 호텔은 찾았지만 피곤하고 힘든것에 비해 첫날 밤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정말이지... 내가 직접 여행한것도 아닌데... 방콕,베트남,라오스같은곳은 단 한번도 가본적도 없고 갈 생각을 해 본적도 없었는데..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이 공감대는 무엇이며.. 타지에서의 열받고 짜증남과 불안감마저도 유쾌함으로 표현해내는 글솜씨에 깜짝놀랐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마흔을 맞을 수 없다.'는생각이 들더라. 그 생각이 드니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 36P 스무 살까지는 몸이 자라고, 서른 살까지는 꿈이 자라며, 마흔 살까지는 인격이 자란다. 즉, 대충 마흔까지는 '사람됨'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가 성장을 마친다. 그래서 옛말에는 '불혹不惑', 즉 흔들림이 없는 나이라고 했다. - 37P
이십대 중반부터 삼십대 초반까지, 그러니까 이제 막 경력을 쌓기 시작한 나이의 한국 사람들이 장기 배낭여행이라는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작업과 단절해야 한다는 것. 아, 선생님들 빼고. 그리고 그렇게 여행을 떠난 후 많은 사람들이 여행 후의 앞날에 대해 고민한다. 인생의 기나긴 시간에 비하면 하염없이 짧은 날의 달콤함에 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사뭇 무섭다고들 한다. - 101P
입밖으로 말을 하지 않고 표현을 아껴서 그렇지 사람들은 모두 때가 되면 비슷한시기에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지금 내가 하는생각을 그녀도 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가 고민하며 거쳤던 시기를 그녀도 겪고 있었다.
덕분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달까..? 아.. 나만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구나... 좀더 생각하고 좀 더 즐겨보자!!
좋은 것만 말하는것은 여행의 참맛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것이다.
그녀는 그 곳에서 생활하며 겪은일들을 생각한것을 거침 없아 쏟아 낸다. 속 시원히!! 아~ 후련해!!!!
400페이지가 넘는 노란색의 호감 넘치는 이 책은 그녀의 체험담을따라 가며 웃다보니 어느새 마지막이 다가왔다.
그녀가 외국에서 채험한것들에 공감대가 커졌고 나를 대입시켜 신나게 놀고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책을 다 읽은 이 순간.. 나는 그녀가 너무나도 부럽다..
내가 무언가를 보며 느끼며 행복하다고 생각한적이 많던가..??
그녀는 그 곳에서 행복했다.
비록 마감에 쫓기고있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것 같았다.
* 인도차이나를 여행하기 위해 검색하는 분이시라면.. 아마 이 책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여느 여행책처럼 어딜가려면 어찌해야하고, 이 곳에서는 이게 유명하고 따위는 들어있지 않다.
그저 작가가 경험하고 생각한것을 엮은 에세이 일뿐.
하지만 그 곳을 그저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행 전 미리 어떤 느낌일지 알고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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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여행을 그닥 즐기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줄기차게 주장하면서도 여행에세이를 놓지 못하는 '나'에게 여행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보았다. 나는 게으르고 움직이는 걸 귀찮아하는 성격이니까 남이 대신 다른 곳의 풍경과 문화를 체험하고 그걸 글로 읽는 것만으로 대리만족을 느낀다고 단정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렇게 게으르고 움직이는 걸 귀찮아하는 성격도 아니다. 어딜 가든 동서남북만 구분하면 길 찾는 데 선수이고, 하루종일 걷는다고 불평을 쏟아내는 성격도 아니다. 일 때문에라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다른 도시를 방문하는데, 그런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는 걸 보면 분명 여행을 싫어하는 성격은 아니라는 거다. 그럼 뭘까? 남들이 그렇게 열망하고 꿈에 그리고 가고 싶어하는 '여행'이라는 걸, 난 왜 이리도 시큰둥하게 여기는 걸까? 나에게 여행이란 무엇일까? 물음표가 점점 늘어갔다.
여행작가 정숙영의 책을 네권째 읽었다. <사바이 인도차이나>는 작가 블로그에서 배낭여행을 갔다, 어디에 있다, 다녀왔다, 책을 쓰고 나왔다하는 근황을 접한 지 꼬박 2년만에 나온 책이다. 그동안 유럽이나 일본만 다녀서 휴양지 개념의 '동남아시아'는 가지 않는 여행작가라 생각했는데,(내 생각에) 의외의 지역을 선택했다. 작가가 동남아시아 즉 인도차이나 반도를 택한 이유는 딱 하나!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기 위해 일을 해야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생활방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절충안, 현실과 꿈이 공존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방법인즉슨 일을 싸들고 생활비가 저렴하게 드는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 작업을 위한 여행으로 인도차이나 반도를 택한 것이다.
작업을 위한 여행이라, 생각만으로도 낭만이 넘치고 여유가 흐를 것 같지만 정숙영이 떠나는 데 그렇게 낭만과 여유가 흐를 리 없다. 이제는 제법 여행자로서의 포스가 넘치지만, 매번 여행때마다 실수와 사고가 이어지는 정숙영이니 절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역시나 방콕에 도착한 첫 날부터 파란만장 난리부르스 쇼가 펼쳐졌다. 그래! 이래야 내가 아는 정숙영인거다. 그녀의 이상은 높고 원대했으나 현실은 현지인의 구경거리로 전락해 11시간 이상 로컬버스를 타며 이동했고, 하루에 3시간 전기가 들어오는 동네에서 '이 동네에 왜 아이가 많은가'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을 하기도 했다.
정숙영이라는 여행작가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다. 재기발랄한 문체 덕에 매 페이지마다 팡팡 터지는 재미가 있다. 그러면서도 따듯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정숙영을 정숙영이게 만드는 건 '재미'와 '따듯한 시선', 이 두 개의 조화가 균형을 이룰 때 그녀의 책은 생명력을 갖는다. 그녀의 첫 책이 재미에 치중했다면 이후 나온 책들은 재미가 사라지고 다른 걸 채우려고 한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사바이 인도차이나>는 그녀 특유의 유머와 사람을 대하는 그녀의 따듯한 시선이 더해져 정말 '괜찮은 책'이 만들어졌다. '책이 나올수록 작가도 성장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책이다.
정숙영의 여행기를 읽으면 여행은 참 별게 아니다. 유명 관광지나 먹을거리, 호사스러움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만의 여행을 오롯이 즐기는 분위기가 담담하게 흐른다. 여타 여행에세이가 무언가 멋드러진 문장에 괜히 사색적이고 관조적인 시선으로 여행지 혹은 현지인을 바라본다면, 정숙영은 그냥 그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여행의 의미를 어렴풋이 깨달았다. 여행도 결국 생활이라는 걸, 여행자가 여행하는 그 곳에 누군가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걸, 여행과 생활은 한끗 차이에 불과하다는 걸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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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이 인도차이나] 읽는 이를 유쾌하게 하는 생계형 여행기
'어느 글쟁이의 생계형 배낭여행'이란 부제 때문에 눈이 간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정숙영이란 작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책을 정말 재밌게 읽으면서, 그리고 책을 읽고나서 작가에 대해 더 찾아보면서야 알게 되었다. 여행 기자 경력도 있고 유명한 여행블로거이고, 특히 '노플랜, 무대책' 여행으로 유명하단다. 이런 사전 정보가 없더라도 <사바이 인도차이나>는 꽤 두꺼워(450쪽에 달한다) 압박스러웠던 첫인상과 달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기게 되어 전혀 두껍게 느껴지지 않았다. 책 속에서 작가는 자신이 돌아다니고 찍은 이런저런 사진을 보여주면서 쉼없이 떠들고 있다. 수다쟁이인데 얘기 한번 참 맛깔나게 하는 언니(누나) 혹은 친구의 여행후기 듣는 느낌의 여행기를 읽고 싶은 독자라면 <사바이 인도차이나>를 적극 추천해본다.
작가에게 회사생활은 너무나 스트레스가 심했고, 그래서 남들은 다 한창 사회초년생으로 한해 두해 경력 쌓고 아둥바둥 사는 나이에 시원하게 회사를 때려치웠다. 하지만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수입은 필요했다. 영어는 원래 잘하는 편이었고 29살에 빠진 일본 드라마 때문에 일본어도 제법 잘하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은 프리랜서 번역가, 그리고 여행을 좋아했고 여행기를 인터넷에 연재하면서 인기를 얻어 아예 여행기자의 일을 하기도 하였다. 작가의 인도차이나 반도행은 극심한 일상 매너리즘 타개를 위한 발상의 전환에 의한 것이었다. 생계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것을 하며 행복해지는 방법, 일을 하면서 여행하자!
어쨌든 부러운 인생이다. 30대 중반의 한국 미혼 여성이 자유여행을 제지당하지 않고, 결혼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으며(게다가 작가는 맏이라 한다), 프리랜서로 꾸준히 벌이를 하고, 좋아하는 여행을 하며 쓴 글들이 계속 인기가 많다. 아마 열에 아홉은 작가가 무슨 소리를 하든 이 책을 읽으며(혹은 이 책을 보기도 전에) 작가를 부러워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한참 부러움과 질투심에 눈이 삼각형이 될 즈음, 작가는 때맞춰(마치 '이쯤되면 날 부러워하겠지? 이런 걸 궁금해하겠지'를 다 아는 것처럼) 한 소리씩 한다. 그 점이 <사바이 인도차이나>가 다른 여행기와 다른데, 여행담을 늘어놓는데만 그치지 않고 생계형 글쟁이로 살아가는 어려움, 여행작가나 프리랜서가 되는 방법과 그 직업의 장단점 같은 얘기들을 허심탄해하게 해준다. 자세하진 않지만 작가 같은 삶을 꿈꾸는 독자라면 꽤 도움되는 이야기들이다.
너무 덥지 않고, 물가가 싸며,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란 세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여행지를 찾다가 선택한 곳이 바로 인도차이나 반도(동남아), 일단 방콕에 사는 지인을 믿고 번역할 책과 노트북을 비롯한 여행짐을 싸서 무작정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렇게 시작된 인도차이나 여행은 태국의 방콕과 빠이와 끄라비, 라오스의 방비엥과 씨판돈, 캄보디아의 라따나끼니와 씨엠립, 베트남의 호치민과 달랏 이렇게 4개국 9지역을 여행하게 된다. <사바이 인도차이나>는 2009년 8월에서 10월까지 약 3개월간 배낭여행하며 돌아다닌 여행기인데, 그 후로 11월에 잠시 귀국했다가 다시 출국해 태국과 캄보디아에서 반년간 더 살았다고 하니 작가가 한동안 얼마나 인도차이나의 매력에 푹 빠졌을지 짐작된다.
여행자라는 동병상련으로 국적과 나이를 초월해 친구가 되기도 하고,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예측하지 못한 여행을 진행하게 된다. 동남아에서 가장 가난한 여행자가 되기도 하고, 아무리 불쌍함을 증명해도 안타깝긴 하지만 벼룩의 간이라도 뺏어가야겠다는 날강도 현지인을 만나기도 한다. <사바이 인도차이나>를 읽으면서 이 작가는 천상 여행자 팔자로 타고났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같은 여행지 여행기도 이렇게 재밌게 쓸 수 있구나 싶어 글재주가 참 부러웠다. 눈물이 주륵주륵 나올만큼 탁월한 문학성의 미문은 아니지만, 독자로 하여금 작가가 다녀온 여행지 다 가고 싶게 혼을 쏙빼놓는 유쾌한 문장이니 여행기엔 최적합하지 않겠는가. 이 배낭여행 이후 6개월 거주기도 궁금하다. <사바이 인도차이나> 2는 안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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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동남아시아 ,비교적 남들이 안 가는 곳을 찾아, 번역을 하면서 플러스 약간의 여행기를 보탠예기다. 태국의 빠이, 라오스의 방비앵과 씨판돈, 캄보디아 라따나끼리와 씨엠림, 베트남의 호치민과 달랏까지... 각각의 곳에서 숙소잡고 번역하면서 동네둘러본 이야기. 유명하다면 씨엠립의 앙코르왓, 앙코르 톰? 몇일 둘러본 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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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아야 하니 일은 해야겠고.... 여행 가고 싶어서 마음은 자꾸 들썩이고....
그래서 떠난다. 할 일들은 배낭에 싸 짊어지고. 다행히 작가는 우리같은 직장인이 아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터지는 곳이면 어디서든 할수 있는 번역이라는 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책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2006년에 출간된 그녀의 책 [노플랜 사차원 유럽여행]이라는 책은 직접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 명성은 익히 들은바, 유쾌한 글솜씨로 독자들의 오감을 자극한다던 말이 틀린말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녀가 여행하며 겪었던 작고 소소한 실수와 에피소드들은 마치 그녀앞에 턱바치고 앉아 쫑알쫑알 대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여행에세이라는 이유도 있을터, 그녀의 글솜씨가 유려하다 할순 없지만, 그녀와 대화를 하는듯 친근한 문장들이 내맘을 홈빡 빼앗아 버린듯 했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지? 취재를 위한 여행은 여러 차례 떠났지만, 작업을 위한 여행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해볼만한 것 같았다. 일을 벗어날 수 없다면, 공간만이라도 벗어나는것. 아아, 그러고 보니 꼭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에메랄드 빛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사잔 올 스타즈의 음악을 들으며 원고 작업을 하는 것. 이건 글쟁이의 여름낭만 그 자체 아닌가. (19쪽)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와 함께하는 원고작업! 생각만 해도 가슴뛸만큼 행복한 일인것 같다. 그녀는 그 꿈에 부풀어 여행을 떠난다. 그녀의 특기인 무플랜여행! 그야말로 자유여행인 거다. 이곳에서 몇박을 하고, 저곳에 가면 그것을 꼭 봐야하고...그런 여행이 아니었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등의 인도차이나를 여행하며, 마음에 드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나면 몇일을 더 머물고 내일은 어디가야할지 정해지지 않은 그런여행. 일테면, 사전지식없이 찾았던 라오스의 돈뎃이라는 섬은 하루에 단 세시간밖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곳이다. 그녀의 작업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바로 전기인지라 세시간밖에 전기를 쓸수 없다는 말을듣고 다음날 떠나려 했다가, 그날 저녁 발갛게 물드는 노을이 너무 이뻐서 하루를 더 묵는다던지 그런. 비록 문화의 혜택을 맘껏 누릴수 있는 그런 도시들이 아니라 비좁은 버스를 타고 열시간 넘는 시간을 다리도 못펴고 앉아서 여행해야 하는 불편함, 개미떼에게 식사를 빼앗기는 어이없음, ATM을 찾지못해 수중에 단 1달러도 없이 여행하는 순간들도 있지만말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여행하는 동안 가장 '여행답게'느끼는 순간은 바로 걸을 때가 아닐까 싶다. 멀지 않은 곳에 목적지를 정해두고 슬금슬금 느릿느릿 걸어가는 시간. 내 발로 직접 지면을 밟고, 코로 그곳의 공기를 숨쉬며, 눈으로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그곳의 풍경을 담는다. 야트막한 시골집들, 황톳빛으로 흘러가는 우기의 개울물, 키 큰 나무들, 숲과 공동묘지, 논과 밭, 비닐하우스...(339쪽) 우리는 항상 편하고 좋은 잠자리, 볼거리 많은 문명화된 여행지를 많이 선택한다. 하지만, 또 누구나 가끔은 이런 제3세계의 오지같은곳을 여행해보고 싶어하는 로망을 갖고 있다. 이런곳으로 여행을 가면 불편함과 고생을 감내해야 하는 단점도 있지만, 왠지 나만을 위한 여행이란걸 느낄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숙영작가의 위트있는 글들이 너무 맘에 드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