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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이트 클럽>을 패러디한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 소개는 각설하고 책 자체는 재미있는가? 그런대로 읽을 만하다. 북트레일러가 너무 웃겨서 책을 샀는데, 큰 기대는 없었다. 어떤 대처법을 제시할까 약간 궁금하긴 했지만...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다보면 내면화(의식화) 과정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나의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같은 일종의 체험 문화로, 비슷한 체험을 한 사람들이 이야기도 나누고 공감을 하는 그런 과정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서 '넘나맛난'치킨이 대한민국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하자. 이 이야기에서 대한민국은 1일 1가정 다치킨을 한다. (많이 먹는다는 얘기다.) '넘나맛난'치킨은 너무 일상화되어서 사람들이 이 치킨을 먹는데 별 생각이 없다. 그냥 배고프니 쌀밥 먹고 목 마르니 물을 마시는 식이다.
그런데 '애국보수치킨'이라는 용자가 나타났다. '넘나맛나'치킨은 사실 '요건몰랐지'라는 비밀 재료가 들어있는데 이 '요건몰랐지'라는 것이 우리 뇌에 침투하여 DNA를 조작하고 어쩌고 저쩌고... (요약: '넘나맛난'치킨은 우리를 조종하고 있다! 용사들이여 깨어나시오!) 이후 '넘나맛난'치킨의 아성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요전 날, '넘나맛난'치킨을 먹었는데 속이 더부룩했어. 그래요? 저도 그래서 소화제를 사먹었다니까요! 왜 우린 소화도 안 되는 '넘나맛난'치킨만을 고집했지? 그러자 '넘나맛난'치킨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있던 이들이 반대입장을 표명한다. '넘나맛난'치킨만이 진정한 애국이다. 대한민국의 혀를 사로잡은 '넘나맛난'치킨에게 오점은 없다. 이에 사람들은 저항하기 시작하는데...
우리 일상에 침투한 가부장주의를 인식하고 이겨내자는 것이 페미니즘의 기본적 자세다. 그렇다면 가부장주의가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거기에 대해서 의논하는 것,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고 공유하는 것이 의식화 모임이다. '넘나맛난'치킨의 '요건몰랐지'가 바로 '가부장주의'인 것이다. 왜 소화도 안 되는 '넘나맛난'치킨을 먹고 있냐는 거다. 소화제를 백날 먹은 들 그게 몸에 좋겠는가? 차라리 소화도 잘 되고 몸에도 좋은 음식을 먹는 편이 낫지. 과장하긴 했지만 대충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그런 의미의 의식화 과정을 돕는 것이 이 <페미니스트 파이트 클럽>에 실린 분류들이다. 처음엔 일정한 상황에서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내가(여자라는 이유로) 이야기하는 중에 자꾸 치고들어오는 (남자) 직원. 어떻게 대처하나?
내게 (여자라는 이유로) 자질구레한 잡일을 떠넘기는 동료 혹은 부하직원. 어떻게 대처하나? 초반부에서 반복되는 이런 주제들은 읽을 만하지만 짤막해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래에 있는 트레일러에서처럼 맨터럽터 같은 건 진짜 웃긴다. 일상속에 흔한 일이니 웃기는 것이지... 이 책의 정수는 중반부 이후에 있다. 나는 OO이 아닌가? 혹은 나는 OO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이런 질문에 자신을 대입하면서 말이다. 고정관념 해체 파트다. 거 정말 잔소리 많네! 당신은 OO처럼 생기지 않았네요.(OO: 직업) 그 여자는 관리자가 되기엔 너무 착해. 그 여자는 너무 명령조에 야심만만해. 감이 아냐. 뭐 이런 일상적인 이야기들 말이다. 하루 날 잡아서 읽을 책이라기 보단 시간 날 때 마다 책장을 넘기며 충고를 새겨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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