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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 원천석과 그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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興亡(흥망)이 流水(유수)하니 滿月臺(만월대)도 秋草(추초)ㅣ로다. 오백 년 王業(왕업)이 牧笛(목적)에 부쳐시니. 夕陽(석양)에 지나는 客(객)이 눈물겨워 하노라.이 시조는 저희 때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원천석의 시조입니다. 과연 원천석이 이 시조를 직접 지었는지, 그렇지 않고 후대 가객들이 그를 가상의 시적 화자로 삼아 명의를 맡겼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우리들 후대인들은 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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興亡(흥망)이 流水(유수)하니 滿月臺(만월대)도 秋草(추초)ㅣ로다. 


오백 년 王業(왕업)이 牧笛(목적)에 부쳐시니. 


夕陽(석양)에 지나는 客(객)이 눈물겨워 하노라.


이 시조는 저희 때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원천석의 시조입니다. 과연 원천석이 이 시조를 직접 지었는지, 그렇지 않고 후대 가객들이 그를 가상의 시적 화자로 삼아 명의를 맡겼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우리들 후대인들은 전자 쪽으로 믿고 싶어합니다. 역사적 정확성과는 별개 문제로 국어 교과서에서는 저자 명의에 별반 큰 의심을 두지 않습니다. 


저 시조 초장에서 "秋草(추초)ㅣ로다" 대목은 "추최로다"로 읽어야 하겠습니다. 이 시절 주격 조사 "ㅣ"는 마치 반모음처럼 앞 모음에 유착되었기 때문이죠. 나라가 망하고 흥함이 무상하고 반복된다는 뜻을 "流水", 물과 같다고 표현한 점이 눈에 띕니다. "목적"이란 말은 목동이 부는 피리소리라는 뜻입니다. 물경 오백 년에 이르는 왕업의 흔적이 간데없고 한갓 목동의 피리소리에서나 그 남은 정을 풍길 정도라는 화자의 토로에서 이른바 맥수지탄의 정이 물씬 풍깁니다. 


예전 MBC 드라마 <추동궁 마마>에서 이방원의 스승으로도 등장하는 분이 운곡 선생, 즉 원천석인데 방원이 아직 정안군으로 봉해지기 전 그를 예방하여 새 정권에 참여할 것을 부탁하였으나 "불사이군"을 내세우며 거절, 낙향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한참 후의 KBS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인물 중 조준의 동생 조견이 있는데 이분은 왕조의 폐립에 감연히 맞서지 못함을 자책하며 이름을 개 견(犬)으로 바꾸죠. MBC의 저 드라마에서도 조견의 일화를 역시 언급합니다. 모두 이 원천석의 충의와 궤를 같이하는 화소라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운곡의 정신/문학 세계를 분석하면서 "지식인으로서의 현실지향-은일인으로서의 자연지향"이란 프레임을 제시합니다. 신왕조의 개창에 반대하고 은거를 택한 일은 비록 소극적이나마 분명 "현실 참여"의 한 양태입니다. 드라마 <추동궁...>에서도 두문동에 은거한 유신들을 모두 불태워 제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료 등용에 저항하는 지식인을 두고 "방화"로 대응하는 군주의 모습은 한식 명절의 기원이 된 개차추와 진문공의 고사로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오래된 것입니다. 


한편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지성인으로서의 올곧은 처신을 지향하는 태도는 자연친화의 모습으로 거의 예외없이 이어집니다. 자연친화는 본시 도가의 입장이지 유가에서 논리필연적으로 채택한 스탠스는 아니었는데도 말입니다. 이는 그러나 송대에 정립된 신유학이라 볼 수 있는 주자학에서 "격물치지"를 표방함으로써 더욱 튼튼한 근거 하나를 마련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그 나아가야 할 정도를 밝혀 주는 믿음직한 스승임이 틀림 없으니 말입니다. 

v*****7 2020.01.25.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