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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를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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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내게 '오후'는 초조함이거나 때로 따분함이였다. 주어진 일이 남겨져 있을 때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아 초조했고, 주어진을 모두 해냈을 때는 할 일이 없어 따분했다. 내게 주어졌던 '오후'라는 시간을 조금이나 즐길 수 있었던 때는 오로지 휴일과 여행을 하고 있을 때뿐이였다. 늘 그리워하던 카페에서 오후에 느긋하게 커피 일 잔을 하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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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내게 '오후'는 초조함이거나 때로 따분함이였다. 주어진 일이 남겨져 있을 때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아 초조했고, 주어진을 모두 해냈을 때는 할 일이 없어 따분했다. 내게 주어졌던 '오후'라는 시간을 조금이나 즐길 수 있었던 때는 오로지 휴일과 여행을 하고 있을 때뿐이였다. 늘 그리워하던 카페에서 오후에 느긋하게 커피 일 잔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낙이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 조율이 비교적 수월한 지금은 마침 오후에 시간이 나도 쏟아지는 졸음에 집으로 발걸음을 돌릴 때가 많아졌다. 이런, 내. 오. 후.!!! 잃어버린, 내 오후를 찾습니다.ㅠ,ㅠ;;;

 

블로그 지인인 님의 리뷰를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찾았어요, 좋은 책"이라는 리뷰 제목에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구매했다. 여지껏 그녀가 좋다고 한 책은 다 좋았으므로, 무한 신뢰를 가지고서 내 잃어버린 오후를 되찾고자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오후를 잃어버렸다고 아등바등거렸던, 무척이나 절실했던 그때는 오히려 안 읽혔다. 저자의 따스한 오후들을 담기에 내 마음은 조금 추웠고 많이 비좁았다. 늘 여유가 없었고 항상 가시가 돋쳐 있어 언제든 누군가에게 공격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런 날섬에 나는 늘 지쳐있었고 점점 무기력해버렸다. 급기야 주변에 SOS를 쳐야만 하는 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ㅠ,ㅠ 그러다 지난 월요일, 문득 숨통이 트이면서 내가 나를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이 책을 다시 읽었다. 그녀의 오후들이 들어간 도시들을 인식하고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스톡홀롬, <스노우맨>의 해리로 인해 나에게 어느새 친근해져버린 도시.. 뭐 이런 식으로..^;;;ㅎㅎ

 

책을 덮으며 여행을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이 책속의 도시들은 아니여도 좋다. 그냥, '훌쩍'이란 말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그런.. 여행,을 어느 날 훌쩍 떠나고 싶다.

 

 

p.20

어느 때부턴가 나는 이렇게 저녁과 밤을 추억 속에서나 헤아려본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로는 저녁과 밤을 억울한 마음으로 보냈다. 저녁을 저녁답게 보내지 못하는 것 때문에 늘 쩔쩔맸다. 그러다 밤을 맞으면 이내 초조해졌다. 그런 부당한 밤조차도 지나가는 것이 아까웠다. 또 다시 파이팅을 외쳐야 하는 아침이 오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어쩌다 야근이 없어 저녁과 밤을 온전히 누린 날도 있었다. 그럴 때면 로또에 당첨된 듯 감사했다. 생각할수록 치사한 일이다. 하루 한 바퀴를 돌며 당연히 만나야 할 시간들에 대해 머리를 조아리게 만들다니.

 

p.100

홍콩에 함께 갔던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나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친한 친구들이다. 연애를 하고, 직장인이 되고, 아기 엄마가 되었어도, 우리는 모이면 비슷한 이야기를 하며 웃는다. 홍콩에서 했던 이야기들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15년 동안 우리들의 이야기는 대단한 주제를 가져본 적도, 대단한 성과를 내본 적도 없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우리를 길게 웃게 한다. 유난히 외로운 날, 나는 주먹을 가볍게 쥐어본다. 주먹 하나에 들어오는 다섯 손가락을 꼭 끌어낮으며 오늘의 방향을 선택한다. 성과를 내지 못할지언정 누군가의 친구가 되는 하루를 보내겠다고. 친구는 나에게 참 좋은 사람들이니까. 욕심을 내야 한다면, 그런 좋은 것에 내고 싶다.

 

p.119

다른 사람들은 몰라줘도 되는 아늑함.

우리끼리만 오래도록 누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평화로움.

작지만 단단한 행복이 거기에 있었다.

 

p.246

빛이 좋은 오후 3시가 되었다고 자만할 일도 아니고, 답 없이 깜깜한 밤 11시가 되었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다. 밤 11시가 되지 않는 오후 3시는 없다. 월요일이 되지 않는 금요일도 없고, 퇴근 시간이 되지 않는 출근 시간도 없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빛나는 모습을 보며 마음에 꼬르륵 소리를 내는 나의 동지들이여, 우리 그렇게 믿읍시다. 우리도 빛 좋은 어느 한때가 되면, 누군가가 몰래 수집해둘 충분히 '좋아 보이는 사람'이라고.

 

p.276

어른이 된 후로 나는 오후라는 시간을 잊고 지내게 되었다. 늘 바빴기 때문이다. 오후라는 귀한 시간을 만날 수 있었던 건 어쩌다 멀리 여행을 떠났을 때뿐이었다. 그렇게 공들여 만난 오후들은 내가 살면서 깨달은 것들을 전부 꺼내어 다시 반듯하게 개어둘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그때 머릿속에 정돈해둔 인생의 팁들을 책으로 엮어, 딸에게 물려주려고 한다.

 

p.280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이것. 아침의 상쾌함을 알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재미를 느끼는 오전을 보내며, 오후를 날려버리지 않는 인생이기를. 저녁을 다정하고 맛있게 누리며, 밤이 와도 초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자신을 사랑하고 또 자랑스러워하며, 오늘이 즐거워서 내일이 기다려지는 사람으로 살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YES마니아 : 로얄 j*******7 2017.11.30. 신고 공감 3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