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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 맛보기>
<책 읽은 소감> 정말정말 운좋게 당첨된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와 이 책은 쌍둥이 자매의 책이다. 필명인지 이름은 다르게 나오는데 사진은 똑같다. '그녀의 집...'은 전기 먹는 여자라는 비현실적인 얘기를 끌어가는 필력에서 현실에 있을법한 여자로 느끼며 반했기에 이 책도 무척 기대되는 맘으로 임했다. 초반에 조금 서툰데라는 생각을 가진건 앞전 장은진 작가는 문학동네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탓이었던가 보다. 점차 읽어갈수록 와! 우아! 라는 감탄을 하게 되면서 두 자매 나를 행복하게 하네 싶었다. 그리곤 자매들의 다른책을 관심권에 넣었다. 신오주. 그녀의 이름을 내식으로 풀이한다면 오지랖 오에 주인 주자가 아닐까 싶다. 28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풋풋하고 순수하다. 통통 튕기는 상큼 발랄보다는 좀 늑적지근하고 왠지 사려깊은 천연덕스러움이 있다. 경거망동도 안하고 주어진 일도 잘하고...그렇게 변덕없이 사서로 지내다 보니 한 남자와 마음이 통했고...쓰던 세탁기가 고장나 자연스레 남자의 세탁기가 남자처럼 들어왔다. 불면증을 낳게 해주려 부단히 애쓰던 남자는 파란 티셔츠 두 장을 빨래바구니 속에 남기고 세탁기도 놔둔채 그리 떠났다. 전날 하필 참치캔에 손을 베이고, 맛난 저녁을 해주고 커피 한 잔을 하고는...담날 현관문에 포스트잇 메모만 남겨놓은 채로. 술을 주식으로 살다간 엄마, 윤리 선생님이셨던 아빠는 엄마의 술국을 끓여주다 라면요리만 50여개는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허구헌날 엄마한테 터져서 멍이 든 채로 학교를 가니 제자인 아이들에게도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엄마가 죽자 아빠는 자신을 무시하는 애들을 맘껏 패주고는 사표를 던졌다. 자신이 잘하는 라면집을 냈고 술의 ㅅ자도 모르는 아가씨와 결혼을 해서 제주도로 떠났다. 언니는 유학을 가 있는데...둘째다 보니 눈치가 빠르고 일복을 타고 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건 살림도 똑 부러지게 야무지고 왠만한 음식도 곧잘 해낸다. 남자가 떠난후 집안의 가구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남자의 흔적을 조금씩 지우는데 난데없이 떠난 남자처럼 세탁기도 떠나 보낼 일이 생겼다. 세탁기가 병이 난게 아닌 사망하셨다. 급한 마음에 야근은 겹치고 빨래방을 난생 처음 방문하는데...가슴이 절벽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한 여자가 친절을 베풀며 말을 놓는다. 소시지를 권하며 선심성 친절을 베푸는데 딱히 거절할 수도 없고...나이가 자신보다 많다며 그래서 반말을 하겠노라. 대신 항상 이름을 불러달라는 조미치. 미친다. 광고회사를 그만둔 뒤 만화를 그리고 있단다. 한터프하는데 오히려 속맘은 여리고 의리짱. 엄마가 죽고 아빠가 결혼해 떠나고 언니가 유학가고 오주는 오피스텔로 와서 산다. 702호 옆집 여자, 조미정. 우연히 마주쳐 시간을 내달라는 호의를 거절하지 못해 만난다. 첫만남서 특유의 친화력이 발동하는데...일명 수집가란다. 생일날과 죽는날이 같은 사람을 보면 알려달라고...그러면서 질문하고 적고...안경쓴 얼굴이 밉지 않다고 느끼는데 왠걸 안경알 속에 손을 넣어 눈꼽을 떼어내는 포즈. 윽~ 황당한 상황에서 웃음은 터지나 참아야 하느니라. 참아야 하느니라. 잠시 뒤 여자는 안경에 뭐가 묻었다며 안경수건을 꺼내 잘 닦는다. 분명 안경알이 없는데도 세심하게도 꼼꼼히 닦는다. 그리곤 커피를 마시다말고는 안경에 김이 서려서 불편하다며 우아하게 벗어 옆에 놓는다. 오주씨 입에서 드뎌 풉. 소리가 나는 동시에 웃기지 한다. 아침에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하는게 그리좋다며 천장에 시계를 달은 여자. 돈만 주면 다 되는 세상이란다. 텔레비젼도 달아놓으면 좋겠다는 오주의 말에 메모하고 담날 당장 텔레비젼도 천장에 달고만다. 나도 사실은 텔레비젼이 천장에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주 오래전에 했던 적이 있다. 끓어넘치지 않는 냄비가 등장하는데...나도 사고 싶다. 또 하나의 수집은 십원짜리 동전을 모으는 것. 우리의 오지랍녀는 그날부로 사람들을 만나면 묻는다. 십원짜리 동전있냐고, 심지어 편의점에서도 십원짜리 한 개 내면 100원받는데 거스름돈이 없다는 선의의 거짓말까지 해가며 9개를 모은다. 만나는 사람마다 생일날과 제삿날이 같은 사람을 알고 있느냐고 질문한다. 옆집여자가 사랑했던 남자가 자신과 생일이 같은데 생일날 등산을 하다가 추락사했단다. 그래서 자신의 생일날이 되면 늘...그런 사람이 있을까. 오주가 알게 되어 알려줄까? 옆집여자의 사연을 들으면서 위로도 못해주고 마음만 불편해지는데...그걸 감지한 옆집 여자는 있는 그대로의 상황에서의 위로가 중요함을 말해주고...그렇게 안경을 빌리게 된다. 전직 교수를 만나 예의 옆집여자가 하던 그대로 질문하고 안경을 갖고 하던 그대로 하니...전직 교수 웃기를 시작하는데...평생 이렇게 호탕하게 웃은적이 처음이라며...20대 세탁기중에 유독 9번만 사용하는 우울한 남자. 머리띠를 꼭 하고 9번에 사람이 있어도 기다렸다가 사용하는 이유는 뭘까. 미치와 오주는 그 이유를 알아내는 내기에 돌입하고...그 와중에 오주에게 친구의 드럼세탁기 선물이 왔는데...그럼에도 빨래방 출입은 멈출 수가 없고... 남자와 교제 경험이 있는 오주지만 남자의 심리는 의외로 잘 모른다. 그저 안된 마음에 베풀고 마음이 시켜서 하고. 그런 그녀에게 불면증은 힘든 병이 아니다. 남이 생각하는 힘든게 아닌 자신에게 주어진 덤같은 시간으로 유용한 편이다. 잠이 많지 않은 그녀이기에 참 다행한 일이다. 빨래방에서 알게 된 사람들말고는 어울리거나 만나는 사람조차 없는 삶. 그렇기에 그 외로움을 느낄사이 없이 빨래방으로 가는 일상이 된다. 남자를 알고 기다림을 알고 행복한 마음이 됨을 알고 그를 위안해줄 수 있는걸 장만하는 시간이 소중하고...그렇게 사랑에 빠진다. 외로운 마음에 가엾은 사람을 위해 모성이 자극받는 것처럼 동정심이 생긴다. 이래서 오지랍주인 오주인가보다. 그녀의 풋풋하고 이쁜 심성이 좋더라. 그러나 그런 처신이 일상에서라면 너무나 위험한 일임을. 대책없는 모습은 아픔이 될 수도 있음을. 그냥 책에서니까 라고 봐주기. 외로우니까 인간이다 라고 했던가. 곁에 있어도 외롭다는 사람도 있었지. 적어도 인간관계속에서 얽히길 바라는데 어울림을 못한다든지, 아님 껴주지 않는다든지엔 슬픔이 있겠으나, 자신이 가능한 혼자인게 좋고 어울림속에서 오히려 불편함을 느낀다면 혼자라고해서 그닥 슬프다 할 수 있을까. 저마다의 삶에 충실하며 새로운 문화인 빨래방에서의 인간관계 만들기는 유쾌하다. 칙칙하지 않고 따스하며 인정이 살아 숨쉰다. 기차역처럼 지나가는 사람들 투성이지만 그안에서도 출퇴근족이 있듯이 빨래방안에서의 단골들의 인간내음새. 그렇기에 세탁기가 있는 조미치도 신오주도 빨래방을 들락날락하고, 거기 가는 이유가 궁금한 조미정도 합류하게 된다는... 어느날 문득 나도 안경을 쓸지 모르겠다. 익히 알던 사람중 위로가 필요한 사람앞에 말이다. 안경썼네 하고 생각하는 사람앞에서 천연덕스럽게 안경알 없는 자리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눈꼽을 띤다면...안경알도 없는 안경을 잘 닦을지도...안경알도 없는 안경에 김이 서린다며 탁자에 안경을 벗어놓을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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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자의 일상, 가족과 주변의 사람들 이야기이다. 등장인물들이 평범하지 못한 듯 하지만, 다 평범한 사람들이다. 단지 그 속에 사건들이 있었고, 있을 뿐이다. 나름 사람들에게 한 두 가지 징크스가 있다. 사건의 시작은 사람의 떠남과 세탁기 고장, 이별은 경험한 대부분 사람들은 그 흔적을 지우거나, 소중히 여긴다. 여기서는 그 사람들이 남긴 것, 떠나간 사람과 함께했던 공간을 낯설게 바꾸는 것은, 떠나간 사람을 잊기 위한 나만의 의식 같은 것이다. 수많은 날들이 있으니, 이별의 날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날에만 이별을 허락하면, 모두 이날만을 기억하려나. 떠난 그가 남긴 메시지 아주 단순하다. ‘잠 잘 자고 행복해라.’ 흔한 가족 상황은 아닌 것 같지만, 가족은 가족이다. 엄마의 암선고는 가족 누구에게도 슬픔을 안겨다 주진 못했다. 술만 마시는 엄마, 그녀는 왜 술만 먹고, 남편과 자식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였을까? 기억을 화석화하고, 화석화된 기억을 한갓 돌멩이로 치부하는 데에는 얼마나 걸릴까. 엄마의 죽음으로 그 그늘에서 벗어난 아빠의 새 출발, 라면가게였다. 아빠의 사랑과 언니의 사랑 그리고 나의 사랑이 남아 있다. 조금은 이상하게 보이는 사랑들이지만, 사랑은 사랑을 하는 둘밖에 모른 일이기에. 빨래방에서 조미치와의 만남, 혹시 내 사교성이 몰라보게 좋아진 것 아닌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머리띠를 두른 9번 남자는 무슨 사연, 그에 대한 내기는 새로운 사건으로 이끈다. 앞날에 대한 무지는 희망과 흥미를 그 남자에게서 무엇을 느낀걸까. 옆집여자 사랑은 무엇일까? 수많은 사랑이 있고, 사랑을 하지만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런 사랑은 종종 깨어지고, 나누어진다. 이별과 죽음 그리고 다시 만남, 사람과 사람의 링크 속에서 많은 단절되고, 연결되고. 사랑의 외피를 벗겨내고 나면 무심과 냉정만 남는다는 걸 나는 그때 알았다. 갈등은 국가적으로는 전쟁과 분열을 개인적으로는 다툼과 이별을 낳는다. 누구나 사랑에 빠지다 보면 자기들만의 사랑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죽음으로 정리되는 관계란 얼마나 끔찍하고 기가 막힐까? 어찌됐든 살아있는 사람은 죽은 사람에 비해 모두 이기적인 건 사실이었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극복돼야 한다. 관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인연의 징검다리 그게 나라니. 언니와 아빠의 전화 남동생과 조카. 듣고 보니 사연 없는 가족은 하나도 없었고, 그렇게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그렇게 불행하지도 않은 삶들을 모두 살아가고 있었다. 신다이, 인큐베이터속의 아이, 어린 나의 남동생, 그 아이가 보고 싶다. 숨어버린 남자, 봄날에 떠나간 사람보다 봄날처럼 떠나간 사람이 더 아파서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 거 사람을 잃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잖아. 빨래가 한데 뒤엉킨다. 우리의 삶도 뒤엉킨다. 옷이 마르는 동안. 가름끈을 훔치는 남자. 알 없는 안경 그리고 사람들, 그리고 웃음. 살인자 애인을 사랑하게 된 나. 웃음이 나오는 장면도 있고, 사랑의 슬픔도 있고, 세탁기를 가진 세 여자가 빨래방에서 빨래를 하는 시간이라니, 그녀들은 빨래방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고, 무엇을 얻었는가? 각자의 슬픔의 위로, 나름의 아픔이라 생각하지만, 고민이 별로 없는 삶인가? 아니면 상실과 외로움, 현실적으로 그렇게 어렵게 살고 있지 않는 사람들의 상실은 무엇일까? 사람은 나름의 상처와 외로움을 느끼며 사는 사회적 존재인가. 오랜만에 읽은 한국소설이다. 얼마 전 본 소설로 우리나라 소설을 몇 권 읽어보고 싶어하다 만난 비교적 젊은 작가의 글이다. 이 글을 통해 젊은 여자들의 생활을 약간 엿보았다.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도 많고, 변한 부분들 직업, 원룸, 외로움, 사랑, 정도 많이 있지만, 근본적인 인간의 삶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삶의 외투만이 조금씩 변형될 뿐인 것 같다. 인간의 삶이란 어쩌면 영원히 그 순환 속에서 빙 빙 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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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호텔이라는 책으로 이 작가를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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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이별을 동반한다. 짧은 이별이건 긴 이별이건 말이다. 우리는 그 자명한 사실을 모른 척 할 뿐이다. 이별은 예고를 하지 않는다. 갑자기 냉동기능을 상실한 냉장고처럼, 화면이 사라지고 소리만 남는 TV처럼, 아무 이유없이 세탁 기능을 상실한 세탁기 처럼 돌발적으로 발생한다. 어쩜 그건 상대에 대한 최선의 배려일지 모른다. 이별을 예감하고 받아들이는 일처럼 견디기 힘든 건 없으니까 말이다. 가전제품처럼 수리를 하거나 미련없이 새로 장만한다면 이별도 간단한 일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별은 그렇지 않다. 소설 『옷의 시간들』은 누군가와 이별하고 남겨진 사람들이 상처를 견디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세탁기가 고장났다’, 란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세탁기가 고장 난 건 큰 일이 아니다. 그 세탁기가 그의 것이라는 게 중요할 뿐이다. ‘잠 잘 자고, 행복해라’ 짧은 인사를 남긴 채 떠났다. 나의 불면증 때문에 그가 떠났다. 불면증을 없애주려 노력했던 그가 결국엔 불면증에 지쳐 나를 떠난 것이다. 그는 떠났고, 그의 세탁기는 고장났다.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는 내 곁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엄마의 죽음 후 언니는 유부남과 미국으로 사랑의 도피를 떠났고 아빠는 젊은 여자와 제주도로 떠났다. 그리고 이제 그가 떠났고, 나는 세탁기와 함께 남겨진 것이다.
세탁기를 사는 일보다 젖은 빨래를 해결하는 게 급하다. 삶이란 그렇다. 연인이 떠났어도 밥을 먹고 청소를 해야 하고 빨래를 해야 한다. 처음 가 본 빨래방은 낯설다. 이용 방법도 모른다. 다행인 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같은 목적을 가졌다는 것이다. 빨래방 터주대감 미치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한 남자를 만난다. 항상 9번 세탁기를 사용하고 건조기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미치와 오주는 남자를 두고 내기를 건다. 말을 걸고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9번에 집착하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오주도 점점 그가 궁금하다.
우연하게 나눈 대화를 시작으로 남자에 대해 알아간다. 남자가 9번 세탁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좋아했던 숫자였기 때문이며 빨래가 마르는 시간만이라도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이별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힘겨워하는 남자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 남자의 바람처럼 오주도 빨래가 마르는 동안이라도 그와 있기를 바란다.
이별의 상처와 불면증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 찾았던 빨래방은 이제 오주에게 편안한 공간이다. 언제나 유쾌한 만화가 미치, 전직 교수였던 콧수염 아저씨,노숙자 구도 아저씨와 나누는 시간이 오주를 위로한다. 그들 역시 누군가와 짧든 길든 이별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며 살아가는 사람인 것이다. 그들의 안부가 궁금하고 세탁기가 생겼어도 빨래방에 간다.
소설 속 평범한 인물을 통해 우리는 일상을 떠올린다. 주변의 이웃과 단골 가게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군상들을 통해 우리와 닮은 모습을 본다. 해서 친근한 소설이다. 그들 중 뭐든 찍고 기록하는 옆집 여자, 미정이 특히 그렇다. 사람들의 기호나 취미, 생활 습관 등을 수집하는 그녀도 남자 친구의 죽음을 통한 상처를 치유하고 있던 것이다. 원룸이라는 공간도 이웃과의 사귐으로 충분히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족과 연인, 직장 동료 외에 타인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오주에게 빨래방은 사람과의 관계를 확장시킨 공간이다. 그들과도 언젠가는 이별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이들과 또 만날 것이다. 작아져서, 낡아서, 더러워서 우리를 떠나는 옷처럼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맺어 가는 관계라는 건 우리가 입고 있는 이 옷과 같다네. 옷은 결국 우리 곁을 떠나게 돼 있지. 작아지고 커져서, 혹은 낡아지고 닳아져서 떠나게 돼. 취향과 유행에 맞지 않아서도 떠나게 되고 말이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입을 수 있는 옷이란 없다네. 관계라는 것도 그와 마찬가지야.” p.123
한 번도 빨래방에 가 본 적이 없다. 일렬로 늘어선 세탁기 속에서 서로 엉켜 돌아가는 빨래들을 상상한다. 빨래를 할 때, 세탁기를 돌릴 때 가만히 들여다 보게 될 것 같다. 옷에 남겨진 상처와 슬픔을 걷어가는 하얀 거품들이 고맙게 느껴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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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봄 기운이 아슬아슬하게 코를 찌른다. 코를 간질간질하다 재채기를 하니 어느새 깜깜한 저녁이다. 누군가는 떠돌다가,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누군가는 여행을 하다 저녁이 되면 그네들은 하루의 먼지가 온통 들러붙은 옷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다. 한 데 엉커 색이 바랜 찰흙덩이처럼 때가 묻은 옷들이 있다. 동전 하나를 넣고 세탁을 하고, 또 하나를 넣고 건조를 한다. 옷은 그때마다 무겁게 쥐고 있던 이야기를 살살 풀어낸다. 나는 원래 예쁜 옷이었어요. 그런데. 내 얼굴이 못나져도 무척 즐거웠어요. 슬펐어요. 지루했어요. 그렇게 빨래방에서 만난 달짝지근한 이야기들이 모여 김희진의 소설 ’옷의 시간들’이 되었다. 옷이 저마다의 모양새를 지닌 것처럼 그 옷을 입은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옷은 그 사람의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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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장난 세탁기, 이별, 불면증, 트라우마,,, 왜,,, 고은규 작가의 소설,,, <트렁커>가 생각났을까? 상처 입은 사람들의 본능적인 자기 방어기재는 비슷한 모양이다.
어찌 보면,,, 나른한 듯,,, 지리한 듯,,, 그저 살아가는 일상이지만,,, 그것이 또 복작거리며,,,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지 싶다. 누구나 그 공간 속에서,,,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때론 외로움에 치를 떨다가도 스스로 위로할 구멍을 찾아 따스함을 향해,,, 배고픈 이가 먹이를 찾듯 본능적으로 그 온기를 찾아낸다. 그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그 누가 좌표를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것이,,, 인간의 본능인가보다.
일평생 술에 취해,,, 아버지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어머니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공부 밖에 모르던,, 사랑과 전쟁의 불륜 현장을 보면 격노하던 언니는 유부남 교수와 사랑에 빠져 미국으로 떠난다. 윤리 교사로 엄마의 폭력에 휘둘려 학생들에게 ‘멍탱이’ 별명으로 살아가던 아빠는 키득거리며 수업 듣던 학생에게 심한 매질을 가한 후,,, 학교를 떠나 라면집을 차린다. 일평생 술 취한 마누라를 데리고 살면서 는 기술은 서른 가지나 되는 라면요리,,,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을 끓여주던 아버지는 '술을 모르는 여자'와 재혼한 후 새로운 인생을 찾아 제주도로 떠난다. 그리고,,, 남은 것은,,, 집과 곧 고장 날 낡은 세탁기 한 대와 그녀,,
큰 집을 정리한 후 직장 근처 원룸으로 이사해 사랑을 하게 되고,,, 그녀의 고장난 세탁기 대신,,,그의 새 세탁기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들어온 남자는 유학을 핑계로 불면증에 잠 못 드는 그녀에게 "잠 잘 자고, 행복해라"라는 쪽지만을 남긴 채 떠나버린다. 이별 후,,, 주인의 부재를 알리듯,,, 그의 세탁기는 고장 나고,,, 오주는 빨래방을 향한다.
음,,, 아니다,,, - -;;; 사촌동생 캐나다 유학 중,,, 놀러 갔을 때,,, 아파트 지하 빨래방에 함 갔었구나,,, 누가 말이라도 시킬까봐 벙어리인 채로,,, 멀뚱히 뱅글뱅글 돌아가는 세탁기를 하염없이 들여다봤었는데,,,
암튼,,, 불면증 처자 오주는 그렇게 빨래방에서 인간의 본능인 온기를 찾아낸다. 뭐든 수집한다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옆집 처자 조미정씨, 맥스봉 소시지를 좋아하는 한때 잘나가던 아트디렉터 만화가 조미치씨, 평생 교수직만 하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며 거리로 뛰쳐나온 전직 교수 콧수염 아저씨, 진짜 거리의 부랑자 구도 아저씨, 그리고 우울한 표정의 말없이 9번 세탁기만 쓰는 머리띠 청년,,,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떼면 님이 된다했던가? 남이라,,, 단어는 어느새,,, 님이 되어가고,,, 오주씨 일상은,,, 어느새,,, 온기가 샘솟는다. 버블버블,,, 빨래방은 더러운 옷이 아닌 그들 마음 속 상처를 닦아내고 있다.
젠젠 다이조부,,, 내게 해 주고픈 말이다. 젠젠 다이조부,,, 다이조부,,, 괜찮아... 책을 덮는 순간,,, 스스로에게 건네질지도 모르겠다.
1. 멸치와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에 머리 뗀 콩나물을 씻어 팔팔 끓는 냄비에 넣는다. 2. 콩나물이 익어가는 동안 양파, 당근, 파를 썰고, 마늘을 찧어놓는다. 3. 콩나물 숨이 죽으면 라면 스프와 고춧가루, 청양고추 반토막을 썰어 넣고 썰어둔 야채와 라면 사리, 순두부를 넣고,,, 마지막을 계란을 풀어주면,, 얼큰 시원한 콩나물 순두부 라면 완성!
주말쯤,,, 요 레시피 대로 함 끓여먹어볼까나? ^^ 진짜 맛있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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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시간들>
김희진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책 표지도 너무 이쁘고 제목이 독특해서 궁금증을 마구 유발하는 책. 왜 제목이 옷의 시간들일까 궁금했는데 이 궁금증은 책을 조금만 읽으면 금방 해소가 된다. 가족들이 하나 둘 떠나버리고 남자친구까지 떠나버린 마당에 남자친구의 마지막 물건인 세탁기까지 고장나자 주인공 오주는 할 수 없이 빨래방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 빨래방에 들어선 순간 다양한 인연들이 시작된다. 각자 깊은 사연들을 저마다 안고 빨래방에서 인연을 맺은 재밌는 그리고 슬픈 사람들.
빨래방에는 단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데 이제부터는 빨래방을 유심히 살펴보게 될 거 같다. 빨래방을 들어서는 순간 나에게도 재밌는 인연들이 날 반겨줄까??
하지만, 내가 정작 관심있게 읽은 부분들은 그녀가 일하는 장면들이었다. 그냥 막연하게 되고 싶었던 <사서>라는 직업을 그녀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어서 잠깐이나마 행복했고 사서가 된 나를 상상까지 해보았다. 책과 함께 하는 직업만큼 축복받은 직업이 어디있을까? 그녀의 작은 투정마저 나에겐 부러움의 감탄사였다.
p124 나이를 먹어 간다는 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떠나 보내느냐와 같은 것이긴 하지. 하지만 그런 건 익숙해지지 않는다네. 다만 쌓일뿐이지. 그리고 누가 됐든 그 누군가와의 만남은 만남이 지속되는 게 아니라 헤어지는 게 잠시 유예되는 것뿐이라네. 가장 긴 그 유예의 끝은 결국 죽음이야. 아까도 말했지만 영원한 건 없네. 그러니까 순간을 즐기게나
p270 스스로 숨어 버렸다 해도, 남자는 누군가가 자기를 찾아 주길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찾아야 한다. 찾아 위로를 해줘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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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마다 선호하는 출판사가 있다. 나는 문학동네, 앨피, 이산, 까치, 한길사에서 낸 책을 좋아한다. 반대로, 내는 종수는 많은데 왠지 이 출판사 책은 별로야 하고 생각하는 출판사도 있다. 그중 하나가 '자음과모음'이었다. 명확한 이유를 꼬집으라면, 딱히 없지만 그래도 이 출판사에서 내는 소설책은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박범신의 『비즈니스』, 권하은의 『비너스에게』, 박태옥의 『마담 블루』가 그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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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가 고장 났다. 소설은 세탁기가 고장 났다는 서두로 시작했다. 소설은 김희진의 『옷의 시간들』이다. 세탁기는 ‘나’의 불면증이 싫어 떠난 ‘그’가 자기 집에서 ‘나’의 집으로 마지막으로 들여온 물건이자 유일하게 남겨두고 간 물건이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물건의 주인인 ‘그’가 떠났으니 이젠 ‘나’의 집에 있으면 안 된다는 걸 세탁기도 직감한 것이다. ‘나’의 이름은 ‘오주’인데 난 “오, 주여!”, “오 마이 갓!”, “하느님 맙소사!”로 연결됐다. 이별을 알면서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이별을 알았다하더라도 자신의 예감이 틀리길 바랐을 것이다. ‘나’가 처한 상황은 바로 ‘오 마이 갓’의 상황이었다. 그(혹은 그녀)가 나를 떠났다면, 내가 그(혹은 그녀)를 떠났다면 그는 나를, 나는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말은 미화된 거짓이다. 아니 이 말을 틀렸다. 내 뜻과는 상관없이 끼어든 다른 생, ‘오 마이 갓’의 상황 때문에 피치 못하게 떠날 수도 있다. ‘9번 세탁기의 남자’를 떠났던,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녀처럼. 미정을 떠났던 그 남자의 운명처럼. 이별 후에도 쉽게 그(혹은 그녀)를 보내지 못한다. 집, 도서관, 공원 등은 더 이상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 공간이 아니다. 과거의 시간들은 불쑥 튀어나와 완전한 이별을 방해한다. ‘나’는 세탁기가 ‘그’가 유일하게 남겨두고 간 물건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남긴 것은 세탁기뿐이 아니었다. ‘그’는 면티 두 장과 쿠션에 남은 커피 얼룩도 남겼다. ‘나’는 어머니가 아버지가 떠나고 언니가 떠난 집에 마지막까지 머물렀고 ‘그’가 떠난 집에 혼자 남았다. 내 집(吳‘宙)이 있었지만 그곳은 소통할 대상이 없는 외로운 공간이었다. 어떤 공간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으면 다른 이들은 모두 사라지고 단둘만 남은 마법이 일어난다. 사랑에 빠진 ‘아빠’는 ‘나’와 ‘언니’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아빠’만의 생각이었듯이. ‘언니’가 유부남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교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미치가 빨래방을 찾은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더라면 빨래방은 빨래하는 장소의 의미만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말을 걸어준 덕에 빨래방은 소통의 공간이 되었다. 만남의 다음 단계가 이별이라면 이별의 다음 단계 역시 만남이다. 이별의 치유는 새로운 만남으로 가능하다는 건 진리다. 새로운 만남은 꼭 남녀 간의 사랑일 필요는 없다. 사랑이 아니어도 괜찮다. 세탁기가 고장 난 날 ‘나’는 정말 괜찮다, 라는 뜻의 〈젠젠 다이조부〉라는 일본영화를 봤다. 미치와 비슷하게 발음되는 일본어 みち에는 길, 도로라는 뜻이 있고 み-ち에는 아직 모른다는 뜻이 있다. 잘 나가던 광고 일을 그만두고 만화를 그리며 사는, 어떤 이의 시선엔 미친 짓으로 보이는 삶을 사는 미치, 그녀는 ‘나’에게 타인과 접속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조미치와 자매는 아니지만 이름이 비슷한 조미정 역시 ‘나’에게 타인과 접속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별을 했으나 이별 미정 상태에 있던 미정은 오주가 자신과 같은 사람임을 알아보았다. 처음엔 존댓말을 쓰다가 친밀해지면 반말로 바뀐다. 미치는 처음 본 사람에게도 반말을 썼고 미정은 친해져서도 존댓말을 썼지만 ‘나’를 알아본 그녀들은 다른 사람이지만 같은 사람이었다. [이별 리뷰]의 저자 한귀은은 이 세상은 실연당한 사람과 실연당한 적이 많은 사람으로 나뉜다며 우린 모두 호모세퍼러투스Homo-Separatus의 후예들이라고 했다. 그녀들이 ‘나’를 알아본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람과 사람이 맺어 지는 관계라는 건 우리가 입고 있는 이 옷과 같다네. 옷은 결국 우리 곁을 떠나게 돼 있지. 작아지고 커져서, 혹은 낡아지고 닮아져서 떠나게 돼. 취향과 유행에 맞지 않아도 떠나게 되고 말이지. 태어나 죽을 때까지 입을 수 있는 옷이란 없다네. 관계라는 것도 그와 마찬가지야.”(123쪽)
사랑을 할 땐 이별을 예상하지 않지만 생의 영원하지 않듯 영원한 사랑도 없다. ‘9번 세탁기의 남자'와 그녀에게 닥친 상황처럼, 미정에게 닥친 생일이 같았던 남자와의 이별처럼, 이국으로 떠나야했던 ‘언니’의 연애처럼. 소설은 사랑이 영원불멸하지 않지만, 삶엔 ‘오 마이 갓’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지만 유쾌하게 시간을 살아 보라고 말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터널 끝엔 또 다른 생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아빠’에게 다가온 새로운 인연처럼. 인연을 새로운 인연을 낳는다. 아빠의 인연은 새로운 ‘나’의 인연이 되었다. ‘나’를 떠나면서 ‘그’는 “잠 잘 자고 행복해라.”라는 한 줄의 문장을 남겼다. 하기야 이별을 선택한 남자가 남겨진 여자에게 할 말이 뭐가 더 있을까. ‘나’는 자신이 일만 생각하고 아버지의 일에 역정을 낸 언니와 다투고 전화를 끊었다. 시차가 다른 곳에 사는 언니가 보낸 문자 메시지는 자신의 시간을 기준으로 한 “잘 자.”였다. 연인이었고 가족이지만 그들은 소통하지 못했다. 사랑 앞엔 누구나 눈이 먼다. 우리 역시도 그러했으니 이젠 그들을 원망하지 말자. 오주는 참치 캔을 따다 손을 베었다.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다 나았나 싶어 떼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탈을 일으켜 고통의 시간이 길어졌다. 옷이 마르려면, 상처가 회복되려면 적정시간이 필요하듯 이별 후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불면증이 있다면, 이별했다면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단, 슬픔에 빠져 지내기보단 그 시간을 내게 주어진 시간으로 생각하고 즐겨보는 것도 좋으리라. 김희진의 소설은 처음이다. 건조기와 따뜻한 햇살만 있다면 젖은 빨래는 마르게 되어 있다. 옷이 마르는 동안은 ‘9번 세탁기의 남자’와 빨래를 좋아했던 그녀에겐 사랑의 시간이었지만 ‘나’에겐 이별의 아픔이 치유되는 시간이자 새로운 사람을 만났던 시간이었다. 소통 불가의 시간을 지나 소통이 가능해진 시간이었다. 이별한 자들, 이별할 자들의 이야기는 쓸쓸해서 읽기가 힘들었는데 이 소설은 쓸쓸하지 않고 즐거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빨래방에 가고 싶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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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가 세탁기를 샀기 때문에 빨래방에 더 이상 오지 않는 거라는 미치의 말이 맞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