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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가치 많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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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게 나마 웃고있는 기형도의 얼굴이 있는 산문집 표지는 약간 조악한 감이 드는 디자인의 책이었다. 그의 세상에 나온 단 하나뿐인 시집을 읽고 난 후에 무릇 언어를 절약하지 않고 풀어 쓴 산문집이 보고 싶어졌다. 상징와 은유의 뒤껸이 아닌 그의 이식 그대로 쓴 삶의 숨결이 그대로 드러난 산문집이다. 특히 그의 춥고도 외로운 여행의 여정이 드러나 있고, 많이 알려진 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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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게 나마 웃고있는 기형도의 얼굴이 있는 산문집 표지는 약간 조악한 감이 드는 디자인의 책이었다. 그의 세상에 나온 단 하나뿐인 시집을 읽고 난 후에 무릇 언어를 절약하지 않고 풀어 쓴 산문집이 보고 싶어졌다. 상징와 은유의 뒤껸이 아닌 그의 이식 그대로 쓴 삶의 숨결이 그대로 드러난 산문집이다. 특히 그의 춥고도 외로운 여행의 여정이 드러나 있고, 많이 알려진 장정일소년이라는 재미있는 등장도 있어서 읽는 자로 하여금 즐겁게 한다. 문득 여행과 환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할수 있었다. 때론 시인의 시집보다 그의 산문집을 읽을때 더 시같다는 기분이 든다. 더운 여름에 이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속에서 흩어져 나오는 한기에 옷을 여미고 싶었다.
g******g 2003.11.0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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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죽으면 신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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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젊어서 죽고싶겠내마는 젊어서 죽었기 때문에 신화가 되는 사람도 있다. 제임스 딘이 그렇고, 마를린 몬로도 그렇다. 유재하는 또 어떤가? 기형도 또한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그가 죽은후 그의 시와 산문이 각광을 받고 있다. 나는 그의 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산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있다. 그의 산문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있다. 영화관에서 심장의 경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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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들 젊어서 죽고싶겠내마는 젊어서 죽었기 때문에 신화가 되는 사람도 있다. 제임스 딘이 그렇고, 마를린 몬로도 그렇다. 유재하는 또 어떤가? 기형도 또한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그가 죽은후 그의 시와 산문이 각광을 받고 있다. 나는 그의 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산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있다. 그의 산문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있다. 영화관에서 심장의 경색으로 사망한 그에게 죽음은 늘 친구와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언제 어디서 죽게될 지 모르는 그 상황이 처음에는 공포로, 나중에는 친근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는 죽음을 마주한 인간이 겪는 여러 단상들이 드러나있다. 매우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작가에게는 그것조차 축복이 되고 만것이다. 남들은 흔히 겪지 못하는 그 상황에 작가는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c*****0 2004.03.25.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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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기형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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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는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작가는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의 글들 많은 부분이 우울한 내용들이고, 독자들로 하여금 함께 우울함에, 동정(혹은 동감 그도 아니면 연민)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꽤나 스스로 낙천적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그의 감수성에는 질투를 보내면서도 나와는 안맞는다는 이유로 멀리했던 것 같다. 그가 절대로 내놓고 싶어하지 않았음에 분명한 이 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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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는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작가는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그의 글들 많은 부분이 우울한 내용들이고, 독자들로 하여금 함께 우울함에, 동정(혹은 동감 그도 아니면 연민)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꽤나 스스로 낙천적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그의 감수성에는 질투를 보내면서도 나와는 안맞는다는 이유로 멀리했던 것 같다. 그가 절대로 내놓고 싶어하지 않았음에 분명한 이 글들은 아무런 가감도 덧칠도 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인간 기형도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것이다. 그가 시를 쓰기 전에 얻은 시상들을 정리해놓은 글들도 있고, 대구 여행에서의 장정일과의 만남 또한 시를 절필한 이후의 현재 장정일과의 비교를 간접적이나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근한 재미이다. 그의 일기와 서간들 또한 그가 대학시절부터 갖고 있던 고뇌와 관심사들, 그리고 주변의- 특히 그가 활동했던 연세문학회- 인물들에 대해서도 조그마한 스냅사진들을 보여준다. 그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 대한 기술들 중에서는 특히 현재 작가로 활동하는 성석제와의 친교와 알듯 말듯한 갈등관계가 백미이다. 분명 그는 고뇌에 싸여, 많은 생각과 약간의 우울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만큼 또 그는 멋지게 살았다. 독서의 깊이는 꽤나 넓고 또 수준있었으며, 문학인이라 하여 고답적이지 않았고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인간미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도 부인할 여지 없다. 남의 일기장을 공개해놓아 다 보아버린 것은 꽤나 흐뭇한 일이겠으나, 반전이 있는 영화에서 그 결말을, 살인범이 감추어진 소설에서 누가 진범인지를 미리 알고 보는 영화 혹은 소설은 가장 가운데에 놓인 알맹이를 놓치고 보는 것이다. 알듯 말듯 모르는 상황과 스릴 넘치는 긴장감이 이들이 주는 쾌일진대, 이를 빼놓고 보는 것은 김빠진 콜라마냥 밋밋한 것일게다. 기호 탓에 지금껏 기형도의 작품을 많이 접하지 않았는데, 앞으로 그의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결말을 알고 영화 보듯 그가 왜 이러한 작품들을 써내려갔는지 눈치를 채게 된다면 이는 무척이나 아쉬울 것이다. 뭔가 흐리게만 보이는 신비감. 그런 것이 모든 예술을 덮고 있는 아우라가 아니겠는가!

[인상깊은구절]
요즈음은 온통 불명확한 것 투성이다. 나의 생, 혹은 문학, 진로, 학업, 관계, 사랑, 미래, 공간... 모두가 알 수 없는 실체들로서 존재하되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 불명확한 것들이 나에게 요구하는 어떠한 극복들을 내가 마주서야 할 때 나는 비틀거리는 층계 어디쯤에서 불현듯 위기감을 느낀다. 어떤 확실한 것, 즉 사소한 '확실함'이 하나라도 나에게 다가온다면 나는 요즈음의 전 생애를 그것에 걸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생각 때문에 우울해 하곤 하였다.
e********t 2002.11.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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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의 기록 하나만을 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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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단순히 기형도의 시에 끌려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독자에게 있어서 이 책은 그리 친절한 책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완성도도 그다지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짧은 여행의 기록'까지는 예의 흡인력을 보여주지만 그 뒤로 몇 소설을 제외한 서간문이나 기사, 서평의 모음은 일반 독자에게는 거의 아무런 감흥이나 의미를 주지 못한다. 그의 전집 쪽이 메리트를 가지는 것은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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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단순히 기형도의 시에 끌려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독자에게 있어서 이 책은 그리 친절한 책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완성도도 그다지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짧은 여행의 기록'까지는 예의 흡인력을 보여주지만 그 뒤로 몇 소설을 제외한 서간문이나 기사, 서평의 모음은 일반 독자에게는 거의 아무런 감흥이나 의미를 주지 못한다. 그의 전집 쪽이 메리트를 가지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향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너무나도 아니 지나칠 정도로 관념적인 그의 편지들 속에서 아스라이 향수를 느낀다. 나는 과연 이런 장문의 편지를 쓴 적이 있었던가. 관념으로 가득차있는 나쁘게 말하면 혼자만의 중얼거림에 불과한 그의 서간들은 그러나 그 진실성에 있어서 적어도 나에게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짧은 여행의 기록'은 그만의 기행문이다. 광주에 경도할 수밖에 없었던 그러나 한편으로 등돌릴 수밖에 없었던 당시 세대의 한 단편상이다. 비겁함이 느껴지지만 이내 관념 속으로 묵혀버린다. 아니 그 자체로 비겁하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기형도답다. 그는 아도르노가 아니었다.
r****a 2003.04.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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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누군가의 우울한 기록을 읽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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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우울하고 어두운 산문집이다. 작가가 너무 일찍 이 세상을 떠나버려서, 그것도 갑작스럽게 떠나버려서 더 안타까운 것일까. 그럴 것 같지 않은 대목에서조차 온통 우울하고 어둡고 착잡하게 읽힌다. 삶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런 것일진대, 나날의 살이에 아둥바둥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재능있는 작가의 죽음앞에서는 도리어 미안스럽다.  이 책의 초판본은 1990년에 나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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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우울하고 어두운 산문집이다. 작가가 너무 일찍 이 세상을 떠나버려서, 그것도 갑작스럽게 떠나버려서 더 안타까운 것일까. 그럴 것 같지 않은 대목에서조차 온통 우울하고 어둡고 착잡하게 읽힌다. 삶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이런 것일진대, 나날의 살이에 아둥바둥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재능있는 작가의 죽음앞에서는 도리어 미안스럽다.

 

이 책의 초판본은 1990년에 나왔다. 10년이 넘도록 책이 계속 읽히고 있는 것을 보면 나처럼 이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생기고 있는 모양이다. 역사와 시대의 어둠에서 벗어나 있지도 않고 개인적인 성찰 또한 소홀하지 않은 작가의 내면이 세대를 넘어 독자를 끌어모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밝고 환하고 희망적인 글을 읽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못한데도, 분위기가 그런 쪽과는 정반대인데도 나는 역설적으로 이 책에서 희망을 읽는다. 절망의 바닥을 아는 사람이라야 희망의 산을 오를 수 있다고 했던가. 독자로서는 그 이유를 다 알 수 없는 작가 자신의 절망과 한탄 속에서 나는 내 삶을 더듬어 본다.

 

그리고 또 하나, 기록의 힘은 진정 위대하다.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갖지 않더라도 일상의 삶을 기록해 두는 일은 가치로울 것 같다. 먼 훗날 오로지 자신만이 그 기록의 독자가 되는 한이 있을지라도 그 기록 속에 담긴 삶만은 소홀한 것이 아니었을 테니.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삶에 얼마나 성의를 기울일 것인가. 이렇게 작가처럼 갑자기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영혼을 우리가 길이 기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인상깊은구절]
대개의 인간들이란 자신이 어떠한 형식적 자극을 통해서만 고통을 당하는 듯이 생각하고, 심지어 자신의 근원적 아픔까지도 단순한 몇 개 이유들로써 도식화해 버린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어. 예를 들어 물질의 있고 없음이나 정신의 해방 구속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이 미치지 않는 곳에 내 생의 알 수 없는 비애가 있다. 아아, 긴장감 없는 생이란. 난 월남전이 계속되고 있었더라면 자원해서 파월장병들 틈에 끼어버렸을 거야. C읍에 너와 내가 무작정 기차를 타고 도착해서 이곳에 우연히 앉아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가 될까. 우리가 몇 개월이 지난 이후에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우리가 행여 우리의 삶에 대하여 가지는 쓸쓸함을 제거한다고 해도 그것은 제거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모습으로 변형된, 쓸쓸함으로 다가올 뿐이야.

YES마니아 : 로얄 j***6 2001.01.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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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신화가 되어버린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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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라는 이름 석자를 알게 된 때는 이미 그가 타계한 후였다. 개인적으로 어둡고 음울한 시를 즐기지 않는 탓에 죽음을 다루었다는 그의 시가 썩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처음 접한 그의 시는 섬뜩했다. 죽음의 사신이 검은 옷을 입고 내게 다가오는 것만큼 소름이 쫙 끼쳤던 것 같다. 지금 한참 줏가를 올리고 있는 성석제, 원제길, 장정일 등등 그와 교류를 나
"이제는 신화가 되어버린 이름" 내용보기
기형도라는 이름 석자를 알게 된 때는 이미 그가 타계한 후였다. 개인적으로 어둡고 음울한 시를 즐기지 않는 탓에 죽음을 다루었다는 그의 시가 썩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이유로 처음 접한 그의 시는 섬뜩했다. 죽음의 사신이 검은 옷을 입고 내게 다가오는 것만큼 소름이 쫙 끼쳤던 것 같다. 지금 한참 줏가를 올리고 있는 성석제, 원제길, 장정일 등등 그와 교류를 나누었던 작가들이 아직 이름을 내지 못했을 때 그는 샛별처럼 문단에 등장하여 서른 살 요절할 때까지 기자겸 문필가로 이름을 날리던 음유시인이었다. 책표지에 흐릿하게 나온 그의 사진을 보아도 그가 평생 노래 부르기를 즐겨하던 시인의 모습 그대로다. 요절하지 않고 지금까지 우리 곁에 있다면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어린 시절 무척이나 동경했던 윤동주 시인처럼 그도 만 서른을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떴지만 그의 작품은 사진처럼 이렇게 남아 아직도 가슴을 울리고 있다.
i****3 2003.02.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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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순수한 정신이 살다 간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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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의 누이가 쓴 서문 속의 구절-젊고 순수한 정신이 살다 간 흔적-은 이 유고 산문집의 내용을 잘 요약한다. 여기 실린 글들의 대부분은, 여기 실림으로써 처음으로 활자화된, 기형도가 때이른 죽음을 맞지 않았다면 아마 결코 책으로 묶이지 않았을, 글들이다. 이 글들, 일기와 편지, 엽서, 여행기들은, 마치 몰래 오줌 눈 자취처럼, 기형도가 아무에게나 내보이고 싶지 않았을 (거
"젊고 순수한 정신이 살다 간 흔적" 내용보기
기형도의 누이가 쓴 서문 속의 구절-젊고 순수한 정신이 살다 간 흔적-은 이 유고 산문집의 내용을 잘 요약한다. 여기 실린 글들의 대부분은, 여기 실림으로써 처음으로 활자화된, 기형도가 때이른 죽음을 맞지 않았다면 아마 결코 책으로 묶이지 않았을, 글들이다. 이 글들, 일기와 편지, 엽서, 여행기들은, 마치 몰래 오줌 눈 자취처럼, 기형도가 아무에게나 내보이고 싶지 않았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의 내밀한 삶의 '흔적'들이다. 시집 <입속의 검은 잎>으로 기형도의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재수생이었고, 이듬해 그의 이 산문집이 나왔을 때 나는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의 시집과 산문집 모두, 나는 '빨아들이듯' 읽었다. 거의 모든 구절이, 뇌수에 '스며들거나' 각인되는 느낌이었다. 일년이 넘도록 나는 외출할 때도 어김없이 그의 책을 지니고 다녔고, 저절로 외어질 정도로 그의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처럼 폭발적인 공감을 했던 이유? 글쎄다. 인생이 주는 최초의 시련(이 재수, 라니 웃기지만)을 겪었고 그 앞에서 (나름대로는) 심각한 좌절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면 될까. 그의 비극적인 세계관은, 사실 공감을 넘어 숭배의 대상이었다. 당시엔. 그러나 십년이 지나고 그의 책을 펼쳤을 때, 나는 민망해진다. 내가 밑줄 그었던 수많은 문장들을 다시 읽으며, 나는 웃는다. 웃음의 의미는, 글쎄다, 나의 염세주의자 시절, 나의 아나키스트 시절, 나의 비극적 세계관 소유자적 시절, 에 대한 회상이 주는 '그땐 그랬지, 아이 부끄러' 쯤이라고 해두면 되겠다. 그런데 그에 덧붙여, 그의 글들이 정말 (보잘것없는) '흔적'이구나라는 아쉬움이 들면서, 그가 이 글들을 본다면 <부끄럽다!>고 할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배어나는 웃음도 있다. 이 책은 청춘의 책이건만, 나는 늙은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나의 허약한 논리와 철학은 은어비늘 한 개만큼의 각질도 아닌 부스럼 같은 더러운 것이었고 또한 나의 이 선험적인 감상은 무수히 은빛 갈기를 칼날처럼 번득이는 수만 평 갈대밭을 헤쳐나가는 빈자의 허기만큼의 값어치도 없는 것을. 문학이 나에게 구원이 되기에는 너무도 요원하고 아득한 수평선임을. 또한 나에게 경멸의 대상이 되기에는 아으, 나보다 먼저 읊고 있는 두뇌와 영감의 판관들에게 굴복당하고 '탄생치 않음의 인정'을 용납해야 하는 나의 기가 막히는 자존심 따위. 그렇다면 나의 문학적 근거는 무엇이었는가? 절망...... 세상에 대한 내부의 복수심? 만약 그렇다면 오 나의 유년, 사춘기의 아득한 절망과 그 서열의 약(藥). 이 단단한 세상에 대한 나의 대리석 같은 가면과 그 대리석 기둥 속에서 마모되어지고 균열되어지는 낡은 판화조각[石版] 같은 나의 약점에 대한 반발의 덮개는 무엇으로 설명될까. 끝없는 비상, 환상과 상상력 속으로 도피하는 백치의 모습이여. 어쩌면 그것은 18세기 영국풍의 안개 낀 세인트 폴 광장의 검은 박쥐우산 속의 해쓱한 청년의 잿빛 눈 빛 혹은 호밀분 날리는 광막한 겨울 러시아 평원을 달리는 두툼한 외투 속에서 희미한 향수의 빛을 부
c******r 2001.01.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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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힘을 아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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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와 유고시집을 몇번 읽어 본 터라 시인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대학교때,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던 책입니다. 책속에는 시인의 필체로 씌여진 노트도 볼 수 있는데 꼼꼼하고 감상적인 면이 마치 여성의 감수성을 가진 시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서 여러 작가와도 인터뷰를 했는데 대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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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와 유고시집을 몇번 읽어 본 터라 시인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대학교때,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던 책입니다. 책속에는 시인의 필체로 씌여진 노트도 볼 수 있는데 꼼꼼하고 감상적인 면이 마치 여성의 감수성을 가진 시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서 여러 작가와도 인터뷰를 했는데 대구에서 장정일씨와의 만남에 대한기록도 있고, 그가 썼던 신문기사들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기 형식으로 기록된 그의 대학시절이야기, 흐린 가을날 오후의 기분을 느끼게 하는 몇가지 단편, 그리고 그를 기억하는 누이와 가족들, 친구들이 기억하는 그에 대한 이야기들 ... 기형도 시인에 대해 궁금함을 느끼는 분들에겐 조금이나마 갈증을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t******m 2001.09.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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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우울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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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과는 다른 느낌으로 내게 남는 남자... 단 한권의 시집만은 남겨놓은 그 남자...그래서 늘 그립고 안타까운 사람. 그 사람이 쓴 산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아끼고 아끼면서 유난히도 오래 읽었던 책이었다. 지식인의 냄새가 물씬 풍기던 여행기와 소설과 기사들...뒤에 기형도를 추억하며 친구이자 시인인 원재길 씨가 글을 남겼는데 그 글안에서의 기형도의 모습은 역시나 상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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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과는 다른 느낌으로 내게 남는 남자... 단 한권의 시집만은 남겨놓은 그 남자...그래서 늘 그립고 안타까운 사람. 그 사람이 쓴 산문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아끼고 아끼면서 유난히도 오래 읽었던 책이었다. 지식인의 냄새가 물씬 풍기던 여행기와 소설과 기사들...뒤에 기형도를 추억하며 친구이자 시인인 원재길 씨가 글을 남겼는데 그 글안에서의 기형도의 모습은 역시나 상상했던 것처럼 너무나 불안하고 외로웠다. 정이 많고 감정 기복이 심해 허둥대었다는 것은 좀 의외의 모습이었지마 나는 이 쪽이 훨씬 맘에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 그의 시들이 떠오르면서 그의 여행기와 함께 그를 사랑하게 만든다. 외로운 영혼...서로의 닮은 꼴을 한 외로움들이 갖는 동지애라고 해야하나...

[인상깊은구절]
내 의식의 등유가 미친 듯이 출렁거렸다. 나는 아득히 내 아는 이들의 얼굴을 생각하고 천천히 허공을 향해 호명했다. 말은 나오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깃흘깃 쳐다 보았다. 나는 흔들리는 연기처럼 수직으로 일어섰다. 편지 잘 받았다.이곳은 대학도서관. 네 친구는 아무도 읽지 않는 얇은 책처럼 작은 방 안에 꽂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지일 것이다. 나는 요즘 항상 그것만을 생각한다. 모든 것은 믿을 수 없다. 기억도 그렇다.
b********n 2001.02.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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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든 지 이주일이 다 된 오늘에야 기형도씨의 산문집을 다 읽었다. 나를 즐겁게 만들어 줄 어떤 것을 바깥에서 두리번거렸는데 이 보잘것 없는 겉모습을 한 책은 다른 방식으로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사고의 발전기의 먼지 낀 스위치를 건드려 다시 돌아가게 하여 눈 닿는 대상마다 솟아나는 뚜렷하지 않은 사고의 뭉치들을 책에 적혀 있는 글자처럼 손에 잡을 수 있을 정도의 말로 옮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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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든 지 이주일이 다 된 오늘에야 기형도씨의 산문집을 다 읽었다. 나를 즐겁게 만들어 줄 어떤 것을 바깥에서 두리번거렸는데 이 보잘것 없는 겉모습을 한 책은 다른 방식으로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사고의 발전기의 먼지 낀 스위치를 건드려 다시 돌아가게 하여 눈 닿는 대상마다 솟아나는 뚜렷하지 않은 사고의 뭉치들을 책에 적혀 있는 글자처럼 손에 잡을 수 있을 정도의 말로 옮기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등 돌린 거지처럼 헛헛하고 어둑한 회색빛에 길지 않은 그의 시와는 달리 그의 산문은 그의 수다장이 기질을 다분히 드러내어 알려준다. 빛깔은 그대로이지만 어쩌면 주체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고인의 글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미안하지만, 그는 아주 멀리 있으니 간신히 끊기지 않고 흘러나오는 말글의 갈피를 잡아 보고 싶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야겠지. 그는 1989년에 스물 아홉이라는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연보에서 가장 인상깊은 숫자는 9이다. 1969년의 어려운 집안 사정이 '위험한 가계 1969'로 후일 남았고 스매싱 펌킨스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1979, 년에 내가 지금 다니는 대학교에 입학하였으며, 말 꺼내기도 뭐하지만 한 학기 동안 들락거렸던 동아리에서 활동하기 시작하였고 1989년 3월 7일 새벽에 종로의 한 극장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까마득하고 섣부른 내 손가락 놀림으로 9로 수렴된 그의 생이 안스럽다. 얼마간은 장난기 섞여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지만 나의 생에도 한계선을 하나 긋고 싶어졌고, 그 선은 당연히 스물 아홉이다. 자꾸만 손 안에 그러쥐어야만 할 것 같은 허황된 욕망과 조급증은 내 안에 그어 놓은 이 선을 떠올리자마자 금새 흩어질 것이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병인 뇌졸중으로 일찌감치 삶의 자리를 접었지만 그와 나 사이에는 해독할 수 없는 복잡무쌍한 마음 무늬의 아주 적은 일부분이 닮아 있는 것 말고는 (이것은 그 누구든 공유할 수 있는 전인류적인 흡사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화는 할 수 없지만.) 별다른 육체적 정서적 공통점이 없다고 보므로, 내가 정말 스물 아홉에 그처럼 죽은 채 발견되는 것을 행여 상상이라도 해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생에 매듭을 지은 그 29라는 숫자에 끌려 버린 탓이다. 그가 너무 유명해져 있어서 나는 두려워지기 시작하였다. 그의 시를 흠모하며 그의 시로 자신의 우울을 대신 읊기도 하는 내 친구들은 공교롭게도, 내가 무척 좋아하는 친구들과 다름없다. 그들도 스물 아홉을 유념하며 살아가 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까? 물어보고 싶지는 않다. 그런 것을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가 살아 있을 때 나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해도 우리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을 리는 없을 것 같다. 그의 글에 의하면, 난 그가 두 번 만나려 할 리 없는 유형인 듯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1998년 어느 날에 기애도씨가 막내의 유작을 묶어 펴낸 이 책으로 그를 만난 것이 내게는 오히려 일어날 법하고 그럴 듯하고 다행이다. 버릇없고 이기적인 독자인 나를 모르고 있는 편이 그에게도 다행이리라. --- 99/8/29 이주현(infini)
i****i 1999.08.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