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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태어난 해는 한일합방이 되던 1910년이다. 그리고 그가 죽은 해는 1937년이다. 그가 태어났을 때 이 땅은 이미 식민지시대로 접어들었고, 그는 죽을 때까지 식민지의 백성으로 교육받았고, 또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왔다. 조선총독부에서 건축기사로 근무한 경험까지 있는 그가 느낀 식민지 현실은 어떠했고, 정작 본인은 그것을 어떻게 생각 했을까? 작품 속에서 나오는 그의 고백마냥 만주에서, 중국에서 벌어지는 독립군들의 이야기는 피상적으로 와 닿는 그들만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동경의 일상에서 느끼는 차별을 그는 식민지 백성이기에 어쩔 수없이 감수해야 한다고 느꼈던 것이 사실일까? 비록 허구의 이야기를 읽고 있지만 이상을 넘어, 당시의 지식인들의 삶을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1권에서 변죽을 울린 작품은 2권에서 빠르게 진행된다. 1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상이 동경에서 지내던 시기 벌어진 일과, 이상의 행적을 쫓는 정문탁이 가있는 현재의 동경이 비교되면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1937년, 동경 동경에 와서 의도하지 않게 또 다른 현실을 알게 된 이상. 민족이나 해방 같은 문제는 평생 그의 문 밖에서 일어나는 문제였는데, 그것이 조금씩 그의 삶 속으로 파고 든다. 그는 그것을 억지로 문 밖으로 밀어내는 일은 옳지 않다고 느낀다. 분별은 없을지 몰라도 양심마저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실이 어떠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어제의 이상과는 분명히 다른 이상이다. 까마귀를 만남으로 인해서 그는 그렇게 변한다. “까마귀를 아십니까?” “내가 까마귀도 모를 사람처럼 보이오?” “깍깍 울어대는 까마귀가 아니라 말하는 까마귄데도요?” “시체 파먹는 까마귀를 말하는 거요?” “김 선생님은 참 대단한 한량이십니다. 지금 동경은 까마귀를 잡겠다고 온통 난린데 혼자만 오불관언 이시군요.” “천황을 시해하겠다고 나섰다는 그 까마귀를 말하는 게요.” 갑자기 이상의 오금이 저려왔다. 자신과는 무관하지만 입에 올려서 좋을 게 없는 얘기였다. - 2권 60페이지 - 까마귀가 떠나가고 경성으로 돌아가려는 이상은 노무라살해 및 천황시해음모죄로 체포된다. 삼십사일 동안 심문을 당하고 병 보석으로 석방된 후 제국대학 부속병원에 입원한다. 이미 폐결핵은 온몸을 점령하고 있고, 경찰에서의 심문으로 부서진 심신은 더 이상 그가 살아있을 수 없게 만든다. 망우리 공동묘지, 금홍과 방지온이 찾아와 새롭게 태어난 이상이 편히 잠들기를 바란다. 2009년, 동경 어쩔 수 없이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 정문탁,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은 도피중인 도리타니로 모아진다. 도피처를 소조 할아버지가 살았던 신쇼지로 옮겼지만, 괴한들에게 오히려 소조와 도리타니가 납치된다. 괴한들은 정문탁은 그대로 두고 갔지만, 온 몸이 부상이다. 소조 할아버지가 이상의 신위를 모신 함이 널 부러져 있다. 그 속에서 뭔가 빼꼼하게 나와있다. “새장에서 까마귀는 울지 못하오.” 그가 내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의미를 담고 던진 말이었다. 취조문에 기록된 것으로 볼 때 그의 신원은 비교적 확실했다. 지금은 퇴직했다고 해도 조선총독부 건축과 기사로 근무했다면 사상이 불순한 인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또 그는 시인이었고, 소설가였다. 따뜻한 세상이 그리워서 도쿄에 왔다는 그의 넋두리 속에 불경이나 대역의 냄새는 풍기지 않았다. 식민지 현실과 전쟁의 광기가 휘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 그는 애꿎은 희생자로 전락하고 있었다. - 1권 40페이지 - 이렇게 이상의 행적은 밝혀졌다. 정문탁은 이상이 남긴 물건을 가지고 돌아온다.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는 남아있는 우리들의 몫이 될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한 팩션이지만, 이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간단치가 않다. 전쟁이 확전되는 시기인 1937년 그 때나, 2009년 지금의 일본이나 변한 것이 없다. 역사적 진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군국주의 파시즘에 함몰된 일본 우익들의 행태는 만주에서 민간인을 무차별하게 학살하던 관동군 바로 그들이었다. 박제가 되어버린 한 천재의 행적을 쫓으면서, 저자는 우리 근대사에 묻어있는 아픔을 끄집어 낸다. 그것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는, 온전히 우리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상은 왜 동경에 갔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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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10월 - 1937년 2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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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소설이나 시를 보면 난해하기 이를 데가 없다. 예전에 솔직히 이상의 시를 읽고는 이런 것도 시야? 하며 웃은 적이 있는데 그 웃음은 아마도 천재가 보는 시선과 나같은 보통사람이 보는 시선이 어찌 같을 수 있을 까 라는 자조적인 웃음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상의 <오감도>가 중앙일보에 실렸을때 독자들의 항의로 연재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런 천재 시인 이상에 대한 소설은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프랑스의 천재 시인 랭보가 떠올랐던 이유는 랭보가 말하길 시인은 우주의 모든 것을 투시하는 인간이라고 했었는데 이 책 이상이 보여주는 삶도 어쩌면 그와 같이 이상은 우주를 보고 살았는지도 모르겠구나 ...했다. 그가 조선 식민지라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계라 생각하며 살았던 이유를 굳이 친일이라는 등 애국심이 없다고 폄하하기 보다는 그는 이미 우주속에 속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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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레몬 향기가 맡고 싶다..였는데.. 그가 말한 레몬 향기가 이 책에서 나온 레몬 향기나는 커피의 레몬 향기같다는 느낌이 든다.. 괜히..^;;;ㅋ 그래서인가.. 왠지.. 찾아보고 싶다. 레몬 향기가 나는 커피.. 마셔보고 싶다. 2주간 숙성시킨 레몬즙을 넣은 커피는 과연 무슨 맛일까?? 어떤 느낌이 날까?? 나도 커피를 꽤.. 좋아하는데.. 마셔보고 싶다.. 궁금해.. 레몬 향기가 나는 커피..
내내 흥미진진하다가.. 끝에서 좀..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이상'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 상상할 수 있다는 것에.. 나는 여전히.. 놀랍고, 감탄스럽다..
p.44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입니다. 얼마나 값지게 죽는가가 중요할 뿐입니다. 누가 죽든 그 죽음이 무의미해서는 안 되지요.
p.127 사람이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차라리 더 행복하다는 생각을 마리코의 빛나는 얼굴을 보면서 느꼈다. 눈 뜬 사람은 눈으로만 세상을 보지만 눈이 없는 사람은 온몸으로 세상을 느낀다.
p.133 점심을 다 비운 두 사람은 바구니를 치우고 커피를 나눠 마셨다. 원래 이시키와 씨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이 커피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일부러 큰길가에 있는 커피점까지 가서 사 왔다. 레몬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어 맛이 독특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던 이상은 거금을 내고 커피점에 가서 커피를 사 마실 형편이 아니었다. 유학생 패거리들과 어울리거나 데이코쿠 호텔에서 금홍과 방지온이 낸 커피를 얻어 마시기는 했지만, 이 맛과는 달랐다. 가까운 곳에 이렇게 미각을 자극하는 커피점이 있는 줄은 그도 미처 몰랐었다. 떠나기로 결심하자 숨어 있던 명소들이 드러나다니, 미궁을 헤매다 출구 앞에서 돌아서는 게 인생이었다.
p.136 그는 지금까지 나라가 없다고 슬퍼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슬픔을 일본 사람인 마리코가 대신하고 있었다. 이제야 이상은 자신이 왜 일본 사람이 될 수 없는지, 일본말로 글을 쓰다가 결국 조선말로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것은 갈증이었다. 목이 마르면 물을 찾듯이 자신은 결국 조선말로 글을 써야 해갈을 맛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p.357 달아나고 싶었다. 이대로 하숙집으로 가버린다면 까마귄들 어쩌겠는가? 저 무거운 문서 상자를 들고 달려오지는 못할 것이다. 아니, 이대로 순사가 있는 파출소로 달려갈 수도 있었다. 막상 죽음이 엄습해오자 몸은 살기를 갈망했다. 이래서 인간의 목숨은 더럽고 모진 것이로구나. 이상은 속으로 치를 떨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