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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론드』를 읽고 솔직히 내 자신은 연예계 쪽은 별로 관심은 없는 분야이다. 그렇다 보니 티비나 라디오 등도 자주 보고, 듣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눈과 귀에 회자되는 몇 명에 대해서는 너무 특별한 모습들이어서 기억을 하는 편이다. 바로 마릴린 먼로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흘러간 은막의 스타로서 세기적인 섹시 아이콘으로 불리 우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람에 날리는 원피스의 자락을 살짝 누르면서 무릎을 굽힌 모습은 지금도 너무 멋진 모습이어서 세계의 대부분의 사람으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사진 중의 하나일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마릴린 몰로의 여러 인기 있는 모습들이 결국은 많은 개연성이 짙은 이야기들로 난무하게 된다. 각종 루머 등이다. 어쨌든 수면제 과다 복용이라고는 하지만 젊은 날에 세상을 떠난 여배우의 죽음은 더욱 더 아쉬운 점인 것이다. 바로 올해 2012년은 그녀가 떠난 지 5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아직도 그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회자되고 있고, 관심을 갖고 기억하면서 이야기되는 여러 모습들에 대해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런 그녀에 대해서 이 소설은 저자가 마릴린 먼로의 드라마틱한 삶을 소재로 바탕으로 한 장편 소설이다. 작가는 평소 날카로우면서도 강렬하고, 섬세하면서도 정확하게 주인공의 내면을 파악하여 그 소리를 들려주는 데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1권에서는 아이에서 소녀까지, 2권은 여자와 마릴린까지, 3권은 마릴린에서 종생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마릴린 먼로의 일생을 그녀의 실제의 삶을 바탕으로 이렇게 재구성하여 멋진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녀의 실제의 삶을 바탕으로 하여서 저자가 직접 개입하여서 그녀의 내면의 목소리를 저자가 상상력을 동원하여 다시 들려주기 때문에 훨씬 더 실감이 난다. 그러다보니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삶을 더욱 더 실감나게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가 있었다. 이 작품을 읽고 나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다르지만 당시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이런 어려움의 과정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기에 이름을 날릴 수 있는 위치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런 소설 등을 통해서 어떤 흥미나 즐거움보다는 뭔가 교훈을 얻고, 그 교훈을 바탕으로 하여 자기 자신의 목표로 연결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힘든 고생을 겪어 나가면서도 당당하게 노력해 나가는 그녀의 도전 정신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었다. 그리고 훌륭하게 작품을 만들어 준 저자에게도 고마움을 표한다. 한 작가의 노력의 결과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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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펼치자마자, ‘아 역시~’ 하는 흐뭇함이 들었다. 거장의 소설은 첫 문구부터가 다르지 않겠는가. 그녀가 쓴 이 작품의 첫 구절은 작품 전체에 대한 수준을 바라보게 하고, 기대감을 높이며, 마지막 문구에 다다를 때까지 작품에 대한 설렘을 유지하게 했다.
죽음은 암갈색으로 사그라지는 빛 속에서 대로를 따라 돌진하며 등장했다. (1권 p. 15)
저자는 조이스 캐럴 오츠. 편집자는 국내에서 그닥 유명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영미권 소설을 좋아하는 이라면 그녀의 작품 한 권은 읽지 않았을까’ 하는 훌륭한 유명작가이다. 나 또한 ‘멀베이니 가족’이라는 소설을 읽고 그녀의 작품을 다 긁어낼 정도로 열렬한 팬이 되었다. 1938년생, 그러니까 1926년생인 마를린 먼로가 한창 날릴 때 저자도 미국에 있었다. 물론 그녀는 문학의 세계에 빠진 소녀였기에 별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은 크게 세 분류로 나눈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 불행했던 무명 시절, 불행했던 스타 시절. 우리는 환풍구 위에서 날리는 흰색 드레스를 잡아 내리며 웃는 그녀를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지만, 저자는 ‘그래서 썼다. 이것들아!’ 하고 말하는 듯이 마를린 먼로를 넓게 펼치고 있다.
본명 노마 진. 엄마는 히스테릭한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헐리웃나라 광신도였고, 그런 어머니 밑에서 오줌을 지리며 자랐다. 수줍은 말더듬이가 된다. 엄마는 정신병원으로 가고, 그녀는 고아원으로 간다. 그 시절, 대공황이었고 세계대전의 전조를 보이는 처참한 환경에서 고아원에 있는 다른 아이들을 보며 그녀가 느낀 점.
노마진은 두 눈을 닦으며 인정했다. 자신은 상처를 받은 것도 아니었노라고. (1권 p. 137)
엄마의 얄궂은 심보로 입양은 안됐고, 어느 집에 일해 주러 팔려갔는데 거기 주인집 남자가 그녀에게 빠진다. 눈치 챈 부인은 그녀를 15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결혼시켜 내보내고, 그 시절 전쟁에 환장한 남편은 1년도 안되어 출전한다. 집 나와 공장으로 갔다가 잡지모델을 시작하고 거기서부터 ‘마를린 먼로’의 인생길이 열린다.
생리를 시작한 이후 즉 여자가 되고 나서부터 늘 남자의 시선과 성적 욕망을 사로잡은 그녀. 보기보다 순진했고, 늘 그렇게 남에게 상처 줄줄은 몰랐던 그녀였다. 소설은 그녀를 한번도 ‘나쁜 년’이거나 ‘화냥년’으로 매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예쁘고 매력적인 여성이기에 당연했다는 듯 소개한다.
이후에 결혼, 낙태, 유산까지 몇 번할 정도로 깊은 관계를 가졌던 남자 몇 명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만, 그 사이에 많은 남자스타와의 내통이 있었음을 실명거론으로 장식한다. 그야말로 밑구멍이 헐다 못해 찢겨나갈 정도의 정사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읽다보면 ‘아! 고만 좀!’ 소리가 절로 난다.
정작 그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부끄러움을 탔고, 연기에 있어서는 천재성과 완벽주의적인 면모를 과시했지만 그 외에 있어서는 너무나 어린 아이 같은 모습들이 가득했다. 일례로 그녀는 끝까지 말더듬는 버릇을 고수한다. 늘 남자를 달고 살 듯 그렇게 타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었음을 보게 된다. ‘밑’만 대준다면 그녀를 떠받들며 사랑해 줄 많은 남자들이 줄을 섰기에, 그런 아픔의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도 홀로 설 수 없었음이 결과적으로 그녀 인생에 독이 되었다.
실존했던 한 여성의 인생을 집중 조명하여 적나라한 문체로 다루고 있다. 소설의 어지러운 구도, 불안정한 분위기, 산발적인 이야기 전개는 주인공의 인생과 맞물리는 듯한 의도적 설정으로 보인다. 1300페이지 넘는 소설이 오로지 한 여자의 정서만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잘 쓰는 규모 있는 구성력을 느낄 수가 없는 점이 아쉽달까. 자전적인 면 - 서사적 구성 -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사실적이기는 하나, 조이스이기에 그 이상을 기대했다면 소재상의 무리였을까.
노마진과 마를린 먼로의 사이에서 정체성에 대한 불안정함을 극복하지 못했고, 부모에 대한 갈증 또한 늘 그녀를 외롭게 했다. 자아가 완성되지 않았을 때에 타의에 의해 많은 일들을 겪었고, 그 부작용은 그녀를 따라다니며 늘 불행의 씨앗을 뿌렸다. 돈을 벌고 명성을 얻고 사람들의 환호성을 들어도 ‘스크린의 창녀’로서 육욕만을 채워주는 인형 같은 것인 줄을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더 '현실에서의 창녀'를 마다하지 않았다. 진실로 그녀를 사랑했던 유명 극작가의 사랑은 때가 되니 지겨웠고, 권력을 보여주며 그녀를 가지고 노는 대통령에게는 뜨거웠다.
순진한 여성이 보기에는 가혹한 책이다. 호기심에 볼만한 책도 아니다. 오히려, 상처 깊은 여성이 본다면 그녀의 삶과 그 감정선에 공감할 수도 있지 않겠나 싶은 책이다. 마약 같은 문체랄까. 맨 정신에는 참 읽고 있기 뻑뻑한 작품이다. 결말 부분에 독자를 ‘헐’ 하게 하는 3연타가 진행된다. 끝부분까지 유머를 잃지 않는 조이스의 매력을 느끼며 책을 덮었다. 여배우는 자신의 인생에 의지해 연기한다. (3권 p.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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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는 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의 미국 여배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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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로망'의 저편에는 그녀들에 대한 무시와 폄하가 섞여 있다. "금발의 여성은 멍청하다." 소위 백치미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여성을 비하하고 있는 이 말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그러나 혹자는 일부러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 금발로 물들이고 그들 앞에 선다. 희대의 섹시 심벌 '마를린 먼로'도 그 중 하나였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장편 소설인 <블론드>는 영화처럼 살다간 '마를린 먼로'의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명하고 있다.
1950년대 우리나라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을 그 무렵 미국의 헐리우드에는 한 여자가 나타났다. 타고난 미모는 말할 것도 없고 그녀에게는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결코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녀 스스로 상품이 되기로 결심한 그 순간 이미 그녀의 셀링 포인트는 뭇 남성들의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녀가 원래 어떤 사람인지 알기도 전에 섹시 아이콘 '마를린 먼로'로만 알아왔다. 그러나 그녀는 '마를린 먼로' 이전에 '노마 진 베이커' 였고, '노마 진 베이커'의 생을 이해함으로써 그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진짜 '마를린 먼로'를 만날 수 있었다.
사생아로 태어나 정신병을 앓는 어머니와 함께 유년기를 보낸 그녀는 고아원과 입양 가정에서 자란다. 평범한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노마 진은 그 때문인지 늘 사람들의 애정을 목말라 했다. 사랑 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행복보다 타인의 행복을 먼저 살피는 사람이 되었고, 그런 그녀에게 남편을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렸던 엘지는 열여섯 살이 된 노마 진에게 결혼을 강요한다. 그렇게 소녀는 얼떨결에 여자가 되었고 완벽한 아내이자 엄마, 가정주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친부에 대한 그리움과 결핍은 노마 진의 남자관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녀는 그의 첫 남편 버키를 비롯해 그녀의 다른 남편들도 "대디"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그리고 그 남자들이 자신을 떠나지나 않을까 불안해 하며 그들의 사랑을 갈망하는 모습을 보여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렇게 아이와 소녀였던 노마 진의 이야기는 <블론드 1>에서 막을 내리고 첫 결혼의 실패 이후 "미스 골드 드림"이라는 누드 사진 프로젝트와 여배우 '마를린 먼로'로서의 삶이 시작되었던 여자, 마를린의 이야기가 <블론드 2>에서 이어진다.
<블론드 2>에서는 마를린의 가장 절망스러웠던 때와 그 반대로 가장 빛나던 때가 모두 묘사되어 있다. 시작은 수치스럽고 불편했던 누드 사진 촬영이었지만 그녀의 매력을 알아본 감독에 의해 어설픈 연기로 배우 생활을 시작하고 순식간에 남성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여배우로 발돋움 한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그녀에게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남자들이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다시금 누군가에게 사랑 받는 여자이고픈 마를린은 그들의 사랑을 거절하지 않는다. 그리고 비로소 숱한 염문을 뿌리며 남성 편력이 심했던 여성으로만 비춰져 온 여배우 '마를린 먼로'를 처음으로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일생동안 친부를 그리워했던 그녀에게 남성들의 사랑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맞닿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를린 먼로'가 남자들에게 가장 절실히 원했던 것은 그들의 사랑과 더불어 자신의 아이였다. 누구보다 엄마가 되고 싶어했던 그녀! 하지만 안타깝게도 몇 번의 유산으로 그녀는 결국 자신의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블론드 3>에 이르면 '마를린 먼로'가 극작가 아서 밀러를 만나 결혼생활을 하던 시기와 그 유명한 케네디 스캔들이 등장한다. 아서 밀러와의 결혼도 그녀의 유산에 대한 아픔으로 파탄에 이르고 이루어 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대통령과의 만남은 실망스럽게도 그의 성적 노리개에 불과했던 한 여자의 비참한 최후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자살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까지도 그녀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저자는 후자 쪽의 손을 들어 주었다. 케네디 스캔들로 대통령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었던 '마를린'은 충분히 타살될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그녀가 장의사, 배우, 작가, 야구선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남자들을 만나며 원했던 것은 단 하나였다. 그들의 '사랑'. 이 하나를 얻기 위해 그녀는 언제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이들 중 누구 하나 그녀의 빈 가슴을 온전히 채워주지 못했다. 그녀에게 사랑스런 아이만 있었더라도 그녀의 인생은 또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까지 '마를린 먼로'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존재하지만 이 작품은 '마를린 먼로'의 내면의 소리까지 귀를 기울인 유일한 작품이다. 그래서 마치 그녀가 생전에 남긴 자서전과 같다는 느낌도 들고, 그녀의 음성뿐 아니라 주변인들의 음성까지 들을 수 있어서 그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방대한 분량으로 전설적인 여배우 '마를린 먼로'의 생을 담아낸 <블론드>를 그녀가 직접 읽는다면 그녀는 이 책을 마음에 들어할까? 적어도 과장과 허구로 부풀려진 '마를린 먼로'의 인생이 아닌 가급적 처음부터 끝까지 '노마 진 베이커'라는 사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이 책에 감사를 표할 것 같다. 나 역시 '마를린 먼로' 이전에 <블론드>로 부활한 '노마 진 베이커'를 만날 수 있어서 더욱 뜻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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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다. 근래 다른 장르의 책들을 읽어서 그랬던 건지, (태어난지 한 달 반 정도 된 딸 보느라 그랬던 건지) 몰입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마릴린 먼로' 일대기를 소설화한 작품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저자 조이스 캐럴 오츠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처음인데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섹시 심볼의 마릴린 먼로가 어떤 배우였는지 호기심을 느꼈다. 그렇다고 그녀의 팬이라거나 그녀의 영화를 본 일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녀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세계적인 여배우라는 사실에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고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다.
도입부분은 정말 읽기가 힘들었다. "죽음은 암갈색으로 사그라지는 빛 속에서 대로를 따라 돌진하여 등장했다. 죽음은 묵직하고 투박한 배달 자전거를 타고 어린애들의 만화 속에서인 양 날아와 등장했다. 결코 틀림없는 죽음이 등장했다. 흔들림 없는 죽음. 다급한 죽음. 맹렬히 페달을 밟는 죽음. '특급 우편, 취급 주의' 라고 표시된 소포를 안장 뒤 철제 바구니에 실어 나르는 죽음.(15쪽)" 이 책의 첫 부분이다. 취향의 문제인지 집중력의 문제인지 참 어려웠다. 개인적으로는 본연의 의미를 헷갈리게 할 정도로 너무 많은 은유와 비유가 섞인 문장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집중력을 잃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작가의 문체가 그러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끝까지 처음과 같은 느낌을 간직한 채 끝까지 읽어야 했다. 이 작품은 마릴린 먼로의 삶을 소재로 한 소설인데, 세상이 그녀를 모르던 시절 그녀가 '노마 진 베이커'였을때부터 시작한다. 화려해 보이는 세계적인 배우 마릴린 먼로가 그토록 힘든 삶을 살았을 줄은 정말 몰랐다. 측은하고 안타까웠다. 그토록 사랑받기를 갈구했지만 그녀는 사생아였고 정신병에 걸린 어머니로부터도 그녀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 받지 못했으며 인연이 되는 남자들 역시 진정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고아원과 수양 가정에서 생활했고, 이른 결혼과 이혼 그리고 비운의 죽음까지. 참 파란만장한 인생이었다. 이러한 묘사들은 사건 중심이 아니라 내면의 고백을 중심으로 그려져 있다. 마릴린 먼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마릴린 먼로라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모습이 있을 것이다. 지하철 환풍구에서 바람에 치켜 올라간 치마를 덮어 누르는 관능미의 포즈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난 여기에 갇혀 있어요. 얼굴이 있는 이 금발의 마네킹 속에 갇혀 있어요. 난 그 얼굴을 통해서만 숨을 쉴 수 있죠! 그 코로만, 그 입으로만!” (3권 p.249) 그녀는 그랬다. 모두가 보여지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을 뿐 진정 그녀는 그녀의 껍질에 갇혀 있었다. 책을 읽고 시를 쓰고 일기를 쓰던 마릴린 먼로는 아무도 관심없었다. 마릴린 먼로가 아닌 노마 진 베이커의 삶은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군중속의 외로움이 딱 어울릴 듯한 삶이었다. 먼로의 삶을 보며 나는 우리들의 대중스타 역시 비슷한 삶을 살고 있으리라 생각을 하니 화려해 보이는 그들이 안스럽기도 했다. 진짜를 잃은 그들의 삶 역시 마릴린 먼로가 느꼈던 고민과 번뇌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 소설은 대개 전기소설들이 그러하듯 주인공을 과장하거나 우러러보게 만들지 않는다. 그대신 그녀의 참모습에 함께 눈물짓게 만들며 세상이 잃어버린 노마진 베이커의 모습을 환생시켰다. 그녀를 통해 우리는 세상이 얼마나 가혹한지, 절망을 딛고 일어서기가 얼마나 힘겨운지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 빛나는 한 줄기 희망과 용기는 이 모든 것을 언제나 반드시 이기고 만다는 것을 확인했다.
내년이 마릴린 먼로가 사망한지 50주년이 된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 전 이미 죽은 이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세상이 여전히 그녀를 기억하듯 그녀의 참모습을 소개하는 기념비적 작품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