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읽을만한 역사 소설을 만나 무척이나 반가웠다. 특히나 도입부가 완전 내스타일이라 푹 빠져 들어 읽었는데... 발랄한 표지 디자인 때문에 깜박 속았다. 몇 장 넘어 가고 나니 어찌 이리 심각하고 우울할 수가! 너무 놀라 언능 앞표지를 다시 보고! 이리 내용을 오해 할 만한 (명랑)발랄한 표지 디자인에 와~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열린 문틈으로 햇살 한 줄기가 몰래 들어와 두 눈을 꾹꾹 눌렀다. 늦은 봄날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햇살이었다. 햇살의 희롱을 즐기다 마지못해 눈을 떳다. 문가에 꽃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문틈으로 보니 나비한 마리가 꽃봉오리를 향해 다가서는 중이었다. 꽃은 나비를 반기기라도 하듯 제 몸을 살짝 흔들었다. 평화로운 봄날의 풍경에 마음이 절로 여유로워졌다. 기지개를 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을 갖춰입고 문을 활짝 열었다. 한 점 실바람이 불어왔다. 바람 속에서 진달래의 마지막 향기가 묻어났다. 나도 모르게 코를 벌름거렸다. 봄은 길지 않기 마련이다. 이제 며칠이 더 지나면 여름날이 들이닥칠 터였다. 화전 한 장 못 먹고 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이 봄이 사라지기 전 사랑으로 벗들을 불어야 겠다. 실버들 늘어진 강가를 바라보며 밤 깊도록 술잔을 기울여야 하리라. 이런 묘사 진짜 오랜만에 읽는다. 난 이런 묘사들, 문장을 참 좋아하는데 요즘엔 이런 류의 글 맛이 느껴지는 글들을 만나기가 무척 어려웠는데 시작 부터 얼마나 반갑던지... 버지이나 울프의 '파도' 라던가 미쉘 투르니에의 글들, 김훈의 내 젊은 날의 숲 등등 이 생각나는 참 맛깔나는 시작이라 무척이나 맘에 들었더랬다. 내 취향이라는 말이지. 다만 이런 평화로운 시작과는 다른 완전 대반전의 내용들이 쭉쭉 이어지는 것도 정신없이 한 번에 책을 쭈욱~ 읽어 버릴 수 있게 이어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글이라 오랜 만에 무척이나 몰입해서 읽은 책이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아~ 이 제목에 이 발랄한 표지 너무 배신이다~ 이런 생각으로 읽었는데... 마지막에 저 제목이 왜 붙었는지 똬~ 알게 되면서 그래 제목은 인정 하지만 디자인은 아니야 아니야 라고 타협을 했더랬다. 마지막은 진짜 가슴이 따땃해지면서 제목이 진짜 맘에 쏙 들어 버릴 정도였다. 지금 내가 술을 마시고 있는데, 술병을 들어 찰찰 따르면 마음이 술병에 있고, 잔을 잡고서 넘칠까 조심하면 마음이 잔에 있고, 안주를 잡고서 목구멍에 넣으면 마음이 안주에 있고, 객에게 잔을 권하면서 나이를 고려하면 마음이 객에게 있다. 손을 들어 술병을 잡을 때부터 입술에 남은 술을 훔치는 데 이르기까지, 잠깐사이라도 근심이 없게 된다. 몸을 근심하는 근심도, 처지를 근심하는 근심도, 닥친 상황을 근심하는 근심도 없다. 바로 이것이 술을 마심으로써 근심을 잊는 방도요, 내가 술을 많이 마시는 까닭이다. 아아! 내가 글을 쓴 것도 친구가 술을 마시는 것과 같은 이유였나 보다. 술 이야기야 언제 들어도 즐거운 이야기고, 이백의 월하 독작을 풀어서 인용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부분도 무척이나 반가웠다능! 진부한 사극 내용이 아니라 혹은 역사 속의 인간의 삶이 어쩌고 하는 주제가 아닌 진짜 글이란 무엇인가 글을 쓰는 이유, 그 글이 담아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다루면서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연암의 글까지를 어렵지 않게 담론으로 이야기 속에 쏘옥 담아낸 솜씨가 진짜 엄지 척! 이라고 추천하는 바다.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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