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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적인 유교시대의 선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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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랬동안 집에 있던 소설이었는데, 느즈막히 손을 대본다. '금오신화'라는 교과서에서 배웠던 김시습의 소설에 대한 인상이었나? 책 표지에 있는 산수화때문이었나, 뭔가 약간은 신비롭고 단순한 이야기이겠거니 싶었는데... 책을 들고보니 이문구작가의 작품이더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의아해 하면서 한페이지씩 읽었다. 쉽게 읽히지 않는다. 한문도 많고, 한시도 많고... 지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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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랬동안 집에 있던 소설이었는데, 느즈막히 손을 대본다. '금오신화'라는 교과서에서 배웠던 김시습의 소설에 대한 인상이었나? 책 표지에 있는 산수화때문이었나, 뭔가 약간은 신비롭고 단순한 이야기이겠거니 싶었는데... 책을 들고보니 이문구작가의 작품이더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의아해 하면서 한페이지씩 읽었다.


쉽게 읽히지 않는다. 한문도 많고, 한시도 많고... 지독한 충청도 사투리의 관촌수필도 가독성이 떨어졌는데, 한자어 및 고어들이 많은 이 작품 역시 어렵다. 세조의 반란을 지켜보고, 그것이 핑계고 이유가 되어 과거에 응하지 않던 5세신동 김시습의 세상에 대한 불만과 자조, 그리고 나름 속세로부터 초월적인 삶이 그려진다. 판타지는 없다.


관직, 벼슬에 대한 그의 혹은 작가의 시선은 아래의 대화에 반영되었다.

 - 선생님께서 그토로 미워하시는 것이 벼슬이온데, 벼슬이란 대체 어떻다고 하십니까?

 - 제놈들끼리 서로 못 먹어하며 부리로 찍고 발톱으로 찢고 하여 피가 마를 새가 없는 게 벼슬 아니더냐

 - 제가 묻잡기는 닭이의 볏이 아니라 사람 위에 있는 벼슬이올시다

 - 허허, 네 이놈. 닭이의 대가리에 얹힌 것이나 사람의 대가리에 얹힌 것이나, 각각 제고기에다 제값을 놓는 명색이기는 일반이거늘, 항차 두 발 가진 것들끼리 구태여 분간할 까닭이 뭣이더란 말이냐


작가가 그리는 매월당은 이렇게 매몰차고 냉소적이었다. 불가와 도가를 넘나들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유학적인 세계에서 살았다고 본다. 특히 세조파에 대한 불만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단종에 대한, 그리고 사육신에 대한 그리움도 계속 그려진다. 그러다보니 이야기 자체는 별 재미가 없는게 사실이더라.


한가지 더 이 책에서 놀란, 아니 거의 충격적인 부분은 고증이라고 해야 할까? 역도로 몰린 사육신 및 그 부류들의 가족들을 당시 어떻게 처분했는지에 대한 인용부분은 조선의, 아니 과거 봉건 유교 정권의 야만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역도의 처자식 누구누구를 어떤 공신(세조파)에게 노비로 내렸다는 설명이 빼꼭히 3페이지가 넘게 조사되어 기록되어 있다.


"상왕(단종을 말함)의 외숙인 호조참판 권자신의 부인과 딸은 권준의 종으로, 서녀는 유수의 종으로 가 있는 것을 비롯하여, 상왕의 이모부인 형조좌랑 유영손의 부인과 딸은 박강의 종으로... 매죽헌의 집안도 모두 흩어져서, 어머니는 이흥상에게, 부인과 딸은 박종우에게, 그의 아우들인 장신 성삼고의 부인과 딸은 정찬손에게... 영의정 지재의 두 안들로 참판 황보석의 부인은 윤사로의 집, 직장 황보흠의 부인은 윤사윤의 집에... 헌릉(태종)의 적자인 양녕대군, 효령대군과 부마인 이백강, 윤암, 심안의 그리고 서자인 의창군... 등에는 스무명씩 노비를 주었다..."


현대에서는 쿠데타를 일으켜도, 반대파 일부를 숙청, 감금하고 나머지는 그냥 감시만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5.16도 그랬고, 12.12도 그랬고 말이다. 이때는 반대파 식솔들은 자기네 공신들의 노예로 줘버렸다는 거다. 정말 당시 살던 사람들은 인간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런 세상에서 염증을 느꼈던 선비의 삶이란 뭐였을까 참 의심이 되더라. 책 내용보다 이런 주변적인 고증, 사실들이 더 인상에 남았다 하겠다.

e****s 2012.05.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