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체 약한 체력에, 아직 어린 아이도 둘이나 딸렸고,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전혀 여유를 낼 수 없어 여행을 좋아하긴 하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을 수 없는 내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원래 어느 곳인가를 여행한 기록을 남긴 책들을 무척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은 어느 한 곳의 여행 기록이 아니라 저자가 천일동안 심장의 속도로 걸어온 여러 곳의 치유 여행 기록이라 그런지 종합선물세트를 만난 기분이다. 여행관련 일을 하긴 하지만 정말 여러 곳을, 다양한 사람들과 재밌는 경험을 하며 돌아다닌 저자가 매우 부럽기도 했다. 이 책에는 인도 요가 명상 여행, 단식여행, 제주도 한라산,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중국 하이난 섬 한류 탐방, 강화섬 타로 상담 여행, 지리산 둘레길, 인도네시아 발리, 제주 서귀포 일대, 서해안 마인드 힐링 여행 등 총 10개의 여행 기록이 담겨져 있다. 하나하나가 독특하고 여행을 떠나는 저자의 심정과 여행하는 곳의 분위기가 너무 일치하여 꽤 몰입해 가며 읽었다. 10개의 여행 모두가 좋았지만 그중 인상적이었던건 3년간 세번이나 떠났던 단식 여행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딸과 함께 한 중국 하이난 섬 여행이었다. 며칠전 '클린'이란 책을 읽은 뒤, 37년간 내 몸속에 차곡차곡 쌓였을 독소를 모조리 몰아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던 차에 며칠간의 단식과 요가, 명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내 몸을 만나는 단식 여행은 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것도 새해를 시작하는 첫머리에 떠나는 단식 여행이라니.. 지금은 불가능하겠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신랑이나 친구와 같이, 사정이 안 되면 나 혼자서라도 꼭 해보고 싶은 여행이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10개의 여행지 중 가장 험난하고 저자의 고생스러웠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리고 나는 절대 실행하지 못할 엄청난 여행지이기 때문에 부러움 반, 두려움 반으로 읽어 내려갔다. 원래 산행을 별로 즐기지도 않는 데다가 약간의 고소 공포증이 있고,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을 더 무서워하는 나에겐 히말라야 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어질어질할 지경이다. 그러나 우여곡절끝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선 저자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고생스러운 산행은 모두 생략한채 그냥 그 자리에 한번 서보고 싶다는 얌체같은 생각을 잠깐 했다. 히말라야 산 꼭대기에서 쏟아져 내리는 별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기분은 과연 어떠할까. 저절로 눈물이 흐를 것 같다. 딸과 함께 한 중국 하이난섬 여행은 내가 딸이 있어서 그런지 남일같지 않게 다가온 여행이다. 한류 스타를 좋아하는 딸이 응모한 여행에 운좋게 당첨되어 다녀왔다는 것도 그렇고, 여행 기간 내내 딸 아이가 보여준 그 나이 또래 소녀들의 전형적인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아직 4살인 내 딸도 이 나이가 되면 이렇게 엄마 품을 떠나 자신만의 우상을 쫒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추구하며 살겠지 싶으니 왠지 아쉬운 생각도 든다. 지금, 그래도 아직까진 엄마 품을 최고로 생각하는 나이에 좀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야 겠다는 다짐도 해 본다. 책을 읽으며 묘한 동지 의식을 느끼기도 했는데 다름 아닌 저자의 성격이 나와 참 많이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살면서 불편하거나 어색하는 시점도 비슷하고, 잘 풀리지 않는 일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원망하는 것도 그렇고, 의외로 마음이 여려 조그만 일에도 쉽게 상처받는 것까지 똑같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치유 여행이나 타로 상담 여행은 나이가 들기 전에 꼭 도전해 보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비록 대리만족이었지만 이 책의 제목처럼 여행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절절이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안나푸르나에서 만난 금잔화, 메리골드의 꽃말은 '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이란다. 힘든 과정을 거친 저자는 지금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