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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미팅 등으로 만난 여학생에게 써먹기 위해 준비된 유머가 꽤 있었다.
이제는 다 잊어버렸기에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들이 거의 없지만 심리테스트를 한다며 주절거렸던 것 중에 하나가 희미하게 기억된다. 7-8가지의 질문이 이어지며 마지막 하나가 “남친의 집에 놀러갔는데 그가 자신의 서재로 안내하며 음료수를 가지러 갔어. 그때 너는 창밖으로 보이는 수영장을 바라보고 있을래? 아니면 서재의 책들을 구경할래?”수영장을 바라본다는 것은 육체적인 사랑을 좋아하고 서재에서 책을 구경한다는 것은 정신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거야.“ 라고 말하면 여학생들이 ”어머, 정말 맞아!“ 라며 놀라는 반응이 많았다. 내 성향도 서재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유형이기에 약간의 용돈이라도 생기면 교보나 종로서적에 가서 책을 사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으니까!.……. ㅎㅎ 이때부터 모은 책들이 수천 권에 이르기에 은근한 자기자랑이고, 지금도 개폐식 천장으로 만들어진 서재를 갖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리모컨 스위치를 누르면 천장이 창문처럼 열려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고, 책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책을 꺼내는 것은 아직도 나의 로망이다. 거기에 성능 좋은 오디오와 커피 머신, 영화를 볼 수 있는 프로젝터와 침대가 있다면 인생은 얼마나 풍요로울까? ^^. 이런 꿈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식인의 서재’도 자신의 관음증을 충족시켜줄 제목을 가지고 있기에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 책속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터를 잡고 있는 꽤 이름난 지식인 15명에게 서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왜 독서를 하는지?, 어떻게 독서를 하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완성된 인터뷰집이다. 저자는 ’그들이 들려주는 독서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분의 숨어 있는 지적 욕구를 깨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는 저작의도를 말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서재는 자신만이 주인인 사적인 공간이지만 침실과는 다르게 상대방에 따라 열려질 수 있는 장소다. 상대방이라는 전제를 붙이는 이유는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면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책이라는 주제로 만난다면 훨씬 더 깊이 있고 흥미 있는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한 때 독서일기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했던 장정일은 사춘기 시절 300권 이상의 ‘삼중당(三中堂) 문고’를 독파했다고 하는데 그 나이쯤이면 누구나 삼중당 문고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같은 추억을 공유한 사람끼리의 대화는 얼마나 풍성하고 멋진가? 페이지를 넘길수록 다양한 저자들의 책이야기를 읽으며 신이 나는 것은 자신도 그들의 대화에 낄 수 있고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서재에 대해서 ‘법에 대한 냉정한 이성과 감성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고 서재는 영혼의 휴식처다.’라고 말한다. 육체도 휴식해야지만 건강이 유지되는 것처럼 영혼도 휴식이 필요한데 서재가 그 역할을 하기에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정신건강법이다. 성경도 골방을 영혼의 안식처로 말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자신만의 공간속에서 하나님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면 서재의 기본은 자신만의 공간이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홀로 책을 읽고 사유할 수 있기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서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경제사정이 조금만 나아진다면 서재를 예쁘게 꾸미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서재라는 공간보다는 언급된 인사들의 독서에 대한 방법을 더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이 독서가 아니기에 독서도 기술이 필요하다. 독서의 대가라면 수많은 책을 읽었다는 의미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들은 절대로 자신의 독서량을 자랑하지 않는다. “몇 권을 읽었냐? 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읽었냐?”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유익은 독서의 방법에 대한 것이다.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최재천 교수는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의 말을 인용하면서 ‘어떤 책을 읽느냐? 도 중요하지만 책은 맛보고 삼키고 씹어서 소화까지 시키려면 어떻게 책을 읽느냐가 더 관건이다.’라며 독서의 기술을 역설한다. 맛보고 씹는 것이 사유의 과정이고 이것을 통해 독서의 승패도 결정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순간부터 이 사유 때문에 고민한다. “읽기는 읽었는데 남는 것이 없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돼?” 이렇게 자신의 독서에 대해서 회의할 때 자신의 독서법을 점검하고 새로운 독서를 위한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 그러나 많은 책을 읽어봐도 새로운 독서법은 없다. 결국은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이것의 시작은 천천히 느리게 읽는 것이다. 이 책에 언급된 지식인들은 한결같이 이 방법을 강조한다. 예술작가로 알려진 이안수는 ‘책을 읽은 것을 소화하는 것이 사유예요. 사유는 자신이 읽은 것을 되새김하는 것인데 그 사유의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이 글을 쓰는 겁니다. 글을 쓰는 것은 독서보다 더 중요합니다. 사유하는 방식은 글쓰기여야 하고 글쓰기야말로 완전한 독서행위의 완성인 거죠.’라며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어떤 대상 앞에서 강의까지 한다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독서토론을 한다면 더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다.
또 이들이 강조하는 독서법은 밑줄 긋기와 메모다. 독서가들의 자기고백을 읽으며 자신과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들은 한권의 책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바꿨지만 난 아직도 꿋꿋하게 주어진 삶에서 안주하며 살고 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서재를 갖고 싶어 한다. 마치 초등학교 시절 책상만 있으면 공부 잘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가득한 것처럼 서재는 내 욕망의 표현이다. 그러나 서재가 있다고 자신의 독서능력이나 삶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서재가 생기기 전까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야 하고 그것이 사유로 정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 앞에서 자신의 사유를 설명하며 설득해야 한다. 그때 누군가가 자신에게 보여주는 반응이 놀라움으로 나타날 때 진정한 독서가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독서 실력이기 때문이다. 이 책속에는 서재보다 독서 실력이 뛰어난 독서가들의 노하우가 잘 들어나 있는 책이다. 자신의 독서능력에 대하여 고민한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란 확신이 있다. 책속에 보이는 서재의 모습은 진짜 부러움이다. 갖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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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중 잠시도 책과 떨어져 사는 날은 없다. 언제나 나는 무언가를 읽고 있다. 오늘 읽지 않아도 여전히 내 독서목록은 나를 강제하는 힘이 있다. 한동안 버트란트 러셀의 <서양 철학사>를 읽었다. 1천페이지가 약간 넘는 책이다. 고전을 읽기로 하고 도전한 책인데, 500페이지에 당도하고 잠시 손을 놓았다. 한달이 넘도록 내가 넘긴 책장은 500 페이지에 머물렀다. 한줄 한줄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았다. 한달 책 한 권을 가지고 버둥거리다 보니 이러다 1년 동안 몇 권 이나 읽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고전 읽기는 버거운 일이다. 머리를 식혀줄 책 한 권을 찾다 신간 <지식인의 서재>가 내 손에 닿았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 15명의 서재를 탐방하고 마치 기행문을 쓰듯, 사진과 느낌을 기록한 책이다. 물론 서재 주인장들의 생생한 육성까지도 담아냈다.
방송작가 한정원과 프로듀서 전영건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 이들의 글과 사진속에 담긴 15명 지식인의 서재와 그네들의 독서하는 삶이 이 책안에 오롯이 담겨 있다. 서재의 주인장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분들이다. 법학자 조국, 생물학자 최재천, 시인 김용택, 한복디자이너 이효재, 사진가 배병우, 사회 사업가 박원순, 영화감독 장진, 음악가 조윤범 등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크게 성공했고 영향력을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전파하는 분들이란 공통점을 갖는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영역안에서 성공한 이들은 예외없이 서재를 꾸리고 있었다. 그들은 서재를 영적 성장의 중심으로 삼고, 수많은 책을 모으고 꾸준히 읽어왔으며, 지금도 생각하고 쓰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식인에게 서재는 삶의 무대 뒤편, 분장실이자 소품실 같은 공간이다. 온갖 잡동사니가 널려있는 그 공간에서 그들은 자신의 이름 앞에 붙을 직함에 어울리는 지식에 얼굴을 입히고, 의상을 걸친다. 서재는 무대라는 전면에 나오기까지 그들이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할 공간이다. 그들은 객석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은밀한 사적 공간 서재에서 끊임없이 읽고 사색한다.
법학자 조국에게 서재는 죽비가 내리치는 공간이다. 책은 그에게 스승이자 동지이고, 친구이자 연인이며 훌륭한 적이다. 또한 서재는 `영혼이 안식을 얻는 휴식처'이기도 하다. 법학자로서 승승장구하던 자만의 세월을 잊고, 내면으로 온전히 침잠하고 부족한 부분을 알아채며, 그 부분을 다시 연마할 수 있었던 공간으로 조국은 자신의 서재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요즘 법학자 조국은 각종 시집을 탐독한다. 시를 통해 법조인에게 부족한 감성을 보충하고 법의 적용 대상인 인간을 탐구하고 세상과 사람을 좀더 알게 되었다고 밝힌다.
과학자 최재천은 서재를 `통섭원'이라 부른다. 서재는 세상과 제자들과의 소통의 공간이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소리 없는 전쟁과 평화를 거쳐 서로의 벽을 깨고 통섭되기를 바라는 공간이다. 최재천은 책을 읽을 때 줄을 긋거나 여기저기 뭔가를 쓰는 것을 싫어한다. 책이 귀했던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배인 습관으로 그의 서재에서 어떤 책을 골라잡아도 새것같지 않은 책이 없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서재는 자연의 숲을 닮았다. 그는 자신의 서재를 바깥 세상과는 상관없는 공간, 서재 그 자체가 마을이고 숲속이고, 자연이라 자랑한다.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 서재를 가득 메운 책은 동족이다. 책의 원료는 나무이니까. 그에게 책을 읽는 일은 밥을 먹는 것과 숨을 쉬는 일이며 바람 같고 햇살 같은 것이다. 서재를 통해 그는 우주와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다. 시인으로서 그가 더없이 행복한 이유는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세계를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재는 이것을 가능케 해주는 황홀한 공간이다.
사진가 배병우에게 서재는 기초를 닦는 공간이다. 모든 배움에 있어 기초가 탄탄하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사진에 혼을 불어넣는 예술가에게 책과 서재는 무한한 감성의 충전소이다. 그의 예술은 책을 통해 옷을 입었고, 혼을 부여받았다. 책이 아니었다면 그의 사진에 철학이 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도시 건축가 김진애에게 서재는 야성(野性)을 키우는 공간이다. 88만원 세대인 젊은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성질이 바로 야성이다. 책은 요즘 젊은이들을 포위한 불안을 잠재우고 그네들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건축가, 국회의원으로 분주한 그녀는 많은 시간 서재에 은둔하길 즐기는, 보기드문 책 중독자였다.
세상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세상엔 책보다 재미있는 것이 넘치고 넘친다. 어른들을 위한 전통적인 오락은 먹고 마시는 일이다. 이것을 이겨내고 책 속으로 풍덩 빠지는 일은 여간 쉽지 않다. 그래서 성인 10명 가운데 3명은 1년이 가야 책 한 권을 보지 않는다. 그러나, 책을 읽는 것만큼 남는 장사는 없다. 만날 술과 여흥에 빠져 지내다보면 축나는 것은 통장 잔고요, 버리는 것은 건강이다. 게임을 주야장천 3일 연속으로 하다 돌아가신 분들은 가끔 9시 뉴스를 장식하신다. 그러나 책에 빠져 살다 식음을 전폐하여 삶과 안녕을 고하신 분은 여지껏 못봤다. 그러나, 게임보다 여흥보다 더 재미있고 사람을 달뜨게 하는 존재가 책이다. 지식의 세계는 넓고 넓어서 한번 그 세계를 맛본 사람은 세상의 모든게 시시껄렁하게 보일게다. 그 책들이 당신을 유혹하는 공간이 서재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책읽는 일만큼 세상에 깨끗한 일은 없다,고 보증하셨다.
이 책에 소개된 책 마니아 15인은 모두 책에 일가견이 있다. 그렇지만, 책을 읽는 방법과 습관은 천차만별이다. 책에 빈틈없이 메모를 하는 분이 있는 반면, 책에 볼펜 자국하나 남기지 않는 분도 있다. 만화책을 거쳐 인문독서에 이른 분이 있고, 자신의 예술에 철학을 입히기 위해 책을 탐독한 분도 있다. 책에서 길을 찾다가 그 길이 이끄는대로 살아온 용기 있는 분도 계시다. 독자는 큰 위안을 얻을 터, 책에 구원이 있다는 것이 빈말이 아니란걸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책이 당신의 사고를 넓게하고, 깊게한다는 것을, 이들은 예시한다. 예외없이, 책을 모으는걸 즐기고 책읽는 일을 중시하며, 책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책을 통해 위안을 얻으며, 서재안에서 차 한잔을 놔두고 책장을 넘기는 시간을 사랑한다. 이 차이점과 유사함이 가득한 그네들의 서재 이야기는 독자의 흥미와 구미를 돋우며 여느 소설 못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서재가 오직 지식인들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내게도, 당신에게도, 세상에서 유일한 서재는 가능하다. 그곳에서 우린 자신이 선호하고 즐기는 책과 만날 수 있다. 어떤 서재이건, 개성적이고 독창적이다. 어떤 방식으로 서재를 꾸릴지, 어떤 책을 그 공간에 들일지, 모두는 그 서재를 가꾸는 이의 자유다. 그 곳에서 우리는 침묵하는 자유를 얻는다. 책은 함께 읽지 못한다. 책을 읽고 토론은 할 수 있을지언정 책을 고르고 읽어내는 일은 오직 혼자해야 하는 일이다. 서재는 침묵을 통해 몰입을 경험케 하는 공간이다. 침묵과 몰입은 보통의 사람이 가장 경험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침묵과 몰입은 행복의 입구가 될 수 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하듯이, 몰입에 의해서 창조의 과정이 완성되고 인간은 창의적인 순간에 가장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어찌나 책이 재미있는지, 심지어 길을 걸을 때도 책을 읽으면서 걷다가 논두렁에 빠지는 일이 있었죠. 저에게 독서는 삶이고, 인생이고, 과거 수백만년 전의 역사로 가는 통로이자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가는 교량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박원순의 서재
15명의 지식인들은 서로 다른 전공을 갖고, 서로 다른 책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읽고 있었지만, 서재라는 영혼의 공간을 하나씩 소유하고 있었다. 그저 부러워할 일은 아니다. 누구나 서재를 꾸릴 수 있고, 그 공간에서 자신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글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책처럼 싸고 값나가는 물건은 또 이 세상에 없다. 화초를 키우듯 우린 서재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영혼을 가꾸는 일을 당장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깨닫는다. 이 책에 소개된 지식인 모두는 책을 통해 성장했고, 성장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끔 기복이 있긴 하지만 꾸준히 한다는 것에 변함없는 나의 독서를 되돌아 보았다. 부족한 독서의 기술에 그들의 노하우를 차용할 수 있었고, 챕터의 말미에 소개된 추천 도서목록은 당장이라도 내 서재로 초빙하고 싶었다. 더불어, 책에 푹 빠져 지내는 책 마니아들의 이야기에 큰 격려와 위안을 받는다. 내 주위엔 1년 가야 책 한 권 보지 않는 그야말로 정신의 황무지에 먼지 풀풀 날리우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사계절 내내 그들의 메마른 정신에서 발원한 황사가 날아든다. 문제는 황사의 발원지가 그들의 영혼이란 사실 자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니 `왜 사는가?' 라고 단 한번도 질문하지 않고, 그저 사는 일에만 매달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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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극작가
장진이 소개하는 책>
" 독서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거에요. 내가 읽은 책을 자랑하는 일, 그게 독서의 가장 큰 재미라고 생각해요.
'나 차 바꿨어.'. '나 어디 다녀왔어.'라는 자랑보다 '나 어떤 책 읽었어.'하는 책 자랑이 귀엽잖아요. 사실 훌륭한
거죠."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학생들은 종종 도서관으로 데려간다. 내가 읽어 본 책들만 골라 읽었을 때의 내 상황, 책의 내용,
작가의 삶에 대해 약을 판다. 그 중에 한 권이라도 '재밌겠다.!'하며 집어들면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교보문고 대표이사 김성룡이 추천하는 책>
지난 일요일 TV프로그램 1박 2일을 보다가, 안중근 의사가 남긴 명언 '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의 의미를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혓바늘이 돋는다든가 하는 일차원적 의미로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책을 읽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해서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할 수도 있다는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단다. 참. 듣고 읽고도 생각하지 않으면 그 말의 의미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김성룡의
어린 시절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어렸을 때부터 저 말이 잘 어울리는 아이였을 거라 추측하는 대목에서 인용된 저 말이 우연히 겹쳤다. 어쨌든, 이
분의 삶을 통해 진짜로 본받고 싶다 느낀 것이 집안 어디에서 걸리적거리도록 책을 놓아두고 어느 때나 집어들고 읽는 것이다. 책 대신 책 읽는
방법을 자녀들에게 물려준 이 습관. 우리 딸에게 어쩌다 동화책 한 권 읽어주고 생색낼 것이 아니라 그냥 옆에서 내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먼저란 생각이 든다.
<건축가 김진애의 말>
아직 첫 번째 책까지도 아직 멀었다. 다른 사람들의 수업 방식을 보면 오~ 좋은데! 나도 해볼까? 이런 이론이 등장하면 저런 제도가
하달되면 이리저리 휘둘리고 중심을 잃기 일쑤다. 하이고. 갈 길이 멀다.
<그리고 북 디자이너 정병규의 말>
참. 들었다 놨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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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 중 하나. 서재를 갖는 거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엔 애초에 2년만 살 생각으로 들어와서 거실에 티비를 놨지만, 다음에 살 집의 거실엔 책꽂이로 도배를 할 예정이다. 원래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하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 댁에 놀러갔다가 본 광경이 잊혀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창문 없는 방에 삼면이 책으로 꽉 찬 비밀의 방. 이제는 책이 더 많아져서 그 책꽂이 앞에 슬라이드를 달아 좌우로 이동할 수 있는 책꽂이를 더 설치하셨다는 선생님. 그 시절 열아홉의 나는 막연하게 마흔이 되면 선생님처럼 내 서재를 갖겠다고 생각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과외를 시작하면서 빚을 갚는 돈 나머지로 거의 책을 사댔다. 그때 산 책들 중 아직도 읽지 못한 것들도 있지만, 그래도 그 때 한 권 한 권 사서 읽던 장면과 내용이 아직도 생생하다. 조정래의 <한강> 전집을 사서 밤새 읽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 앞에 보라색 새벽빛이 은은히 펼쳐지던 그 풍경.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도 잠시 나와 현실을 잊고 그 책 속으로 빠져드는 경험이겠지만 조용하고 아늑한 나만의 서재 속에서라면 그보다 황홀한 경험이 또 있을까 싶다.
네이버에서 진행하는 <지식인의 서재>라는 캐스트와 동명의 책을 읽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서재를 찾아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추천도 받는 기획인데, 네이버의 프로그램과 겹치는 인물은 넷이었다. 이주헌, 장진, 승효상, 김용택. 이 외에 책에는 열한 사람의 서재 이야기가 더 실려 있다. 법학자 조국, 자연과학자 최재천, 예술작가 이안수, 북디자이너 정병규,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사진작가 배병우, 건축가 김진애, 지금은 서울시장이 된 시민운동가 박원순, 출판인 김성룡, 음악가 조윤범,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이 그들이다. 인터뷰 내용의 전개는 거의가 비슷하다. 어렸을 적 책을 읽었던 경험, 내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책, 책을 읽는 방법, 관심있는 주제를 책을 통해 탐구하는 방법 그리고 독서가 인생에 주는 의미 등. 특히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어렸을 적 독서를 통해 어떻게 자신을 형성해 나갔는가를 살피는 것이 참 재미있다.
성(城), 사유의 숲, 감성의 바다, 나눔의 공간 등 이들이 서재를 일컫는 말은 저마다 다르지만, 놀랍게도 책을 읽고 관심사를 탐구하는 방식에 있어서 주장하는 바가 굉장히 비슷하다. 한 권을 완독하기 보다는 하나의 주제를 다룬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동시에 읽는 것, 그리고 자신의 전공 분야를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어 융합해내는 것. 그것이 독서를 통해 인생을 알아가고, 무엇보다 책을 '재미나게' 읽는 방법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자기 전공분야의 일을 하는데만도 하루가 모자랄텐데, 이들이 읽은 책과 추천하는 책들의 스펙트럼을 보면 대체 하루를 어떻게 쓰는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 아저씨가 즐겨 말씀하시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는 말이 딱이다.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아직 불러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희망을 갖고, 꿈을 꾸고. 무엇이 일어날지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집어든 한 권의 책. 그 책 속으로의 여행 만큼이나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지식인의 서재>는 이미 진정한 여행을 다녀 본 훌륭한 길잡이들이 안내하는 다채로운 여행 안내서라고도 할 수 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 갖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즐겁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 자신한다.
하지만 이 유명인들의 책읽기에 기가 질려 책읽기를 꺼리는 사람이나 책 한 권을 끝까지 끈기있게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만한 말도 있다. 내가 특히 그랬다. 아트스토리텔러 이주헌의 말이다.
질리거나 퍼질 법하니 이렇게 살살 구슬러주는 이 책. 독서의 참 좋은 길잡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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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열정적인 삶과 순수한 영혼이 담긴 곳, 서재
‘내가 읽는 것이 곧 나.What I read What I am.’란 말이 있다. ‘많지 않은 시간, 가려 읽으라‘는 선독選讀을 권하는 문장일진대 참으로 옳고도 옳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쓰는 책상 위에 ’읽다 만 내‘가 켜켜이 쌓여있다. 왜 읽었든가 살펴보니 정말 ’지금의 내‘가 아닐 수 없다. 얼마나 많은 나를 만날지,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많이 변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책을 읽으며 변해가는 나,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나를 느낌이 그지없이 즐겁기에 오늘도 책을 읽는다.
사람들은 남의 책에 참 관심이 많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처럼 남이 읽고 있는 책은 더 재밌어 보이나 보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책을 읽다 보면 예의 책을 살피는 시선들을 느끼게 된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닌데 스마트폰 때문에 더욱 보기 힘들어졌지만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면 주로 그 사람 앞으로 가는 편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어떻게 생긴 이가 무슨 책을 읽는지 살핀다. 독서하는 모습을 살피는 이유는 몰입해 읽는 그의 표정으로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가늠할 수 있어서다.
만약 심취해서 읽는 모습을 본다면 최대한 앞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는 자세를 만들어 -당연히 눈치를 채겠지만- 제목과 표지 이미지를 살피고 어떤 내용을 담았을지 상상해 본다. 그때 마다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꼭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서점에 가면 자세히 살펴보리라. 그래서 나 또한 저 표정을 경험하리라’ 다짐하지만 십 수 분 후 지하철 환승장에서 사람들과 한차례 씨름을 하고 나면 마치 그들에게 생각을 빨려버린 듯 조금 전 무엇을 생각했든가 조차 잊어버린다. 아, 그러고 보니 그렇게 잊어버린 읽고 싶은 책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남의 집에 처음 가면 꼭 들리고 싶어지는 곳은 화장실과 서재일 것이다. 낯선 곳이 익숙해지려면 내가 그곳을 ‘읽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상대를 가늠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 중 많은 것이 화장실과 서재에 노출되어 있다. 화장실에 가는 이유는 그냥 저절로 마려워서다. 낯선 곳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하는 동물적 배설본능에서 비롯한 때문이다. 화장실을 보면 그 집주인의 위생관을 알 수 있다. 서재를 살피는 상대(집주인)의 내면을 훔쳐보고 싶은 관음증적 심리가 발동한 때문이다. 역시 서재를 보면 그 집주인의 지식수준과 인생관을 알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가 집주인의 서재를 볼 때의 마음가짐이다. 서재를 단순히 살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놀라기 위해’ 좀 더 확실하게 말하면 ‘부러워지고 싶어서’라는 점이다. 남의 서재는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내가 읽지 않은 책은 내가 읽지 않아서 부럽고, 내가 읽었던 책은 ‘아, 그는 이것도 읽었던가. 나보다 더 깊이 있게 읽었으리라’ 싶어 부러워진다. 어쩌면 그(혹은 그녀)에게 책의 공간, 서재가 있다는 자체가 부러운지도 모른다. 그곳은 집주인이 지금껏 쌓아올린 지식의 장場이며, 생각의 누적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런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것과 그들의 ‘그곳‘은 전혀 다른 세계, 그래서 마냥 부럽다.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아니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보이는 족족 그들의 책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눈에 담고 가슴에 새기고 싶다’는 욕심은 남의 서재를 볼 때 마다 드는 물욕物慾이다. 추잡하다 해도 할 수 없는 내가 갖는 도둑놈 심뽀다. 그런 내가 우리 시대 지식인 15명의 서재를 담은 <지식인의 서재>(행성:B 잎새)를 읽었다. 책을 덮을 때까지 내 맘 속에 품었던 책 욕심을 바늘로 찌르기로 벌한다면 아마도 재봉틀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것도 전기 재봉틀이...
책 속에 있는 인물들 중에 이미 알던 사람은 알아서 반갑고, 채 알지 못했던 사람은 알게 되어 반가웠다. 다른 곳도 아닌 자신의 서재 앞에서 책 이야기를 한다니 이보다 더 반가운 장면은 더 없을 것이다. 그 중 유독 관심을 둔 인물은 조국 교수와 최재천 교수, 김용택 시인, 이주헌, 그리고 장진 감독. 평소 흠모하던 사람들, 이들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이 책은 샀을 것이다. <통섭, 지식의 대통합>이란 책을 번역하면서 국내에 최초로 통섭의 개념을 알린 최재천 교수는 서재 역시 ‘통섭원’이라 불렀다. 모든 학문이 소통하는 서재, 그는 차라리 인문학자 같았다.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는 철학자 베이컨의 말은 그가 책을 읽는 방식을 대신하고, 돈 대신 책이 많아 재벌이 아니라 책벌이라는 그의 말은 책사랑을 가늠케 한다. 선박 없이 해전海戰에서 이길 수 없는 것 이상으로 책 없이 세상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 프랭클린 루즈벨트 난 장진 감독이 좋다. 그가 많은 영화보다 그가 더 좋다. 개구쟁이 같은 얄궂은 그의 미소가 좋고, 청량한 목소리가 좋고, 건방진 말투가 좋다. 무엇보다 그의 말 속에 숨어 있는 뼈와 칼이 좋다. 그가 생각하는 독서 역시 마음에 들었다. “독서는 내 손에 쥐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몸 어딘가에 취향으로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말하는 언어들은 언젠가 내가 읽었던 책들의 영향으로부터 빚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정확히 누구의 어떤 책이다’라고 꼽는 건 우습죠. ‘어떤 책의 어떤 구절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영향을 주었다.’라고 어느 누가 이야기할 수 있겠어요?” 책이란 읽히지 않으면 죽은 나무의 시체일 뿐, 그 물성物性으로는 이루는 것이 없다. 서재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서재의 크기와 책의 수량에 관심두기보다 그것들의 주인장이 갖는 서재와 책, 그리고 독서에 대한 의미에 관심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변한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중국 현대미술의 대가로 알려진 동양화가 이가염은 자신의 서재를 식결재識缺齋라 불렀다. 부족함을 아는 서재, 이보다 더한 서재의 이름은 없다 생각했다. 그렇다. 책을 읽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 아닌,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다. 부족함을 알기에 그 부족함을 채우고자 책을 읽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재 역시 부족함의 크기를 아는 공간이 아닐까. 그리고 내가 남의 서재를 보고 부러워해야 하는 것은 서재의 책들을 통해 담았을 지식의 규모가 아니라, 그들이 부족함을 인정한 겸손함의 크기가 아닐까. 책은 청년에게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는 위안이 된다. - 로마시대의 철학자, 키케로 나루케 마코토는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에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원숭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사람은 책을 통해 쌓은 지식이 없고, 상상력이 빈곤한 데다, 자기만의 철학이나 주장도 있을 리 없으므로 그저 남의 생각을 마치 자기 생각인양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남의 행동을 따라 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면 테러리스트가 되어도 좋다‘고 말했다. “책을 열심히 읽고 자기 인생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아이가 꼭 정치가나 의사와 같은 화려한 직업을 갖지 않아도 괜찮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 테러리스트가 되면 어떠랴. 체 게바라처럼 낭만과 사상을 가진 테러리스트라면 그것도 근사한 일 아닌가.”
<지식인의 서재>를 통해 각각의 인물에 두 걸음 만큼 가까워졌다. 안 그럴 것이라 다짐했건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읽어야 할 늠’으로 따로 적은 것이 또 태산 같아졌다. 나이, 직업, 성격, 취향 모두 서로 전혀 다른 사람들이 책으로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서재라는 공간에서 뭉쳤다. 난 한 켠 곁에서 눈으로, 머리로, 마음으로 그들을 마음껏 훔쳤다. 그들의 서재는 여전히 부러웠지만, 한편 난 책을 좋아하는 열다섯 명의 새로운 동지를 얻었다. 책읽는 사람들이 점점 귀해지는 세상, 제대로 책을 즐기는 이들을 15명이나 만났으니 이보다 더한 행운이 어디 있을까(행성B여, 복 많이 받으시라)?어디선가 그들의 글을 만난다면 난 ‘동지여, 잘 있었는가’하고 인사할 것만 같다. 이 책이 날 그렇게 뻔뻔하게 만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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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세상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이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의 삶은 집 이외에서 곳에서 이뤄진다. 그래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집을 방문하는 기회는 좀처럼 없다. 특별한 일이라도 있어 지인의 집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것이 서재다. 굳이 서재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못할지라도 집 주인이 보고 간직한 책이 담겨있는 책장에 눈이 간다. 어떤 책이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관심사나 취향을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주변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이럴 것인데 가튼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이 시대의 지성으로 대표되는 사람들의 서재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 아닐가 싶다. 그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어떤 포털사이트에는 지식인의 서재라는 공간을 마련하여 정기적으로 지식들의 서재와 그들이 관심가지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이 책 ‘지식인의 서재’는 일반인들의 바로 그러한 관심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각기 살아가는 방식, 관심가지는 분야, 하는 일은 다르지만 그들 모두 ‘책’이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그들에게 영향을 주고 주목했던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으며 그 이야기의 공간이 그들의 서재다. 오랫동안 방송작가의 일을 해온 저자 한정원이 이들을 인터뷰한 이야기를 정리하여 책으로 발간한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로는 조국, 이안수, 최재천, 김용택, 정병규, 이효재, 배병우, 김진애, 이주헌, 박원순, 승효상, 김성룡, 장진, 조윤범, 진옥섭 등이 그들이다. 법을 전공한 대학교수로부터 평생 아이들을 가르쳤던 선생님, 독특한 시각으로 우리것을 담아내는 사진가, 미술을 읽어주는 사람, 인권변호사, 건축가, 영화배우, 음악가들이다. 하는 일, 연령대, 성별 등 다 다르지만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책을 꼽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무슨 책을 통해 무슨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하나하나 들어보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그들은 책을 통해 세상과 만나고 소통하며 공감한다. 물론 순서가 꼭 그렇게 정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서로 상호작용을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 중심에 책이 있었고 앞으로도 책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린 시절 책이 유일한 친구였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 어느 한 순간 만들어지는 취미는 아님을 알게 한다. 또한 그들에게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제자들이나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 역시 그들의 서재를 통해 소통하는 것이다. 그들이 책을 소유하는 방법은 나름대로 독특한 방식이 있다. 깔끔한 책장을 구비하고 그 책장에 나름대로 분류하여 책을 소장하기도 하지만 굳이 그러한 분류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책장 속이지만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책의 여행도 관심 있게 본다는 것이다. 열다섯 명의 서재를 둘러보며 관심 가는 서재로는 이안수와 승효상의 서재다. 창조적 휴식공간이자 문화예술공간 ‘모티프원’을 운영하는 솟대예술작가 이안수는 ‘책 읽은 것을 소화하는 것이 사유다. 사유는 자신이 읽은 것을 되새김질하는 것이고, 그 사유의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이 글을 쓰는 것이다. 글쓰기야 말로 독서의 완성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빈자의 미학’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건축가 승효상에게 서재는 공간 자체가 주는 에너지와 기운만으로도 충분한 휴식과 충전이 된다. 나는 서재에 있는 책들 사이에서 나의 근원을 찾는다. 책들은 내가 존재하는 근거라고 한다. 또한 영화감독 장진은 ‘책은 세상을 구원하고 세상을 밝게 만드는 것은 책이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들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의 태도와 습관과 그들이 생각하는 세상에 대한 신념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책, 서재 어쩌면 꿈속의 공간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서재를 들여다보면 일반인들로써는 엄두도 내지 못할 분량의 책을 가지고 그 책 속에 묻혀 자신의 뜻한 바를 실현해가는 사람들이기에 일 년에 겨우 몇 권의 책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먼 남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들이 내 놓은 생각을 쫓아가다보면 서재에 쌓여있는 책의 분량이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된다. 한 권의 책일지라도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책을 만난다면 곧 그 책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꾸며낼 수 있기 때문이다. 거실 양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을 비롯하여 가는 곳 마다 쌓여있는 책을 보며 어젠가는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목록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된다. 나만의 책이 아닌 공간에 들어서는 누구의 책이어도 좋다는 생각이기에 그들이 보고 또 어디에 놓아두던 책은 그 책이 담고 있는 내용으로 사람과 소통하며 자신의 의미를 다할 것이기에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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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스승이 있듯이, 우리 시대의 훌륭한 문학인, 영화인, 인문학자, 법학자들에게도 멘토가 있다. 그 중에 대다수는 책을 스승 삼았노라 말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특별하다. 누구나 우리 나라에서 제일 똑똑하다 인정하는 사람들이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을까? 어떤 서재 스타일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서재를 갖기를 원한다. 빼곡이 놓은 책들은 이사하는 데 가장 걸림돌이긴 하지만 그 이유가 아니라면 옆에 두고 보면 볼 수록 좋은 것들이다. 서재의 책장을 어떻게 만들것인가에서 부터 책을 어떤 식으로 꽂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행복하면서 개인적인 내밀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내밀한 취향까지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두근두근 떨려온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독서인으로서 남의 서재에 대한 관심도 많은데 이렇게 유명한 지식인들의 서재를 구경할 수 있다니 신이 났다. 게다가 인터뷰를 하면서 자연스러운 모습, 일상의 모습이 올라와 있는 지식인들의 사진과 서재의 모습이 빼곡한 올 컬러판의 책은 충분히 흥미 진진했다.
법학자 조국, 한복 디자이너, 영화감독, 건축가, 공연기획자 등등 여러 분야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모두 자신의 개성에 맞는 서재를 가지고 있었다. 완벽해 보이는 서재를 가진 사람도 있었고, 뭔가 휴식의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는 서재를 가진 사람도 있었다. 서재에서 그 사람의 성격과 취향이 반영되고, 그것을 한 데 묶어 읽다보니 그 다양성에 혀가 내둘러졌다.
공통적인 것은 독서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은 글씨를 모르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새로운 지식을 채워넣지 않으면 계속되는 변화를 맞이할 수 없다. 어느 순간 독서의 지식은 바닥이 나고 마는 것이다. 그것이 10대 시절에서 끝난다면 너무 끔찍하다. 20대부터 전공서적만 파고 있는 사람은 폭넓은 독서에 대해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할 것이고, 정신연령은 10대에서 끝나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더 이상 똑똑하지못하는 사람이 되고 만다. 언젠간 바닥이 드러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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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경하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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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들이 말하는 책읽기, 독서
"책은 제 정수리에 죽비를 내리치며 저의 한계와 편향을 알려줍니다." (조국)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 (최재천)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자연을 관찰하는 일, 이 세가지 여행은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독서행위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하루의 일과이자 삶의 방식이 되었다. (이안수)
"우리의 삶은 모두 인문학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거예요. 인문학적인 필터나 인문학적인 용해가 안 되면 인류의 삶을 '지식과 지혜'라고 할 수 없어요.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곳, 깊어질 수는 있어도 나올 수는 없는 그런 세계가 독서죠.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진정한 독서입니다." (정병규)
"나는 이렇게 소리 내어 읽는 걸 좋아해요. 그러면 이런 글들이 나에게 힘이 돼요. (이효재)
"책은 작업을 위한 이해 도구, 실마리를 찾기 위한 도구에요. 피상적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책에서 정보를 얻고 직접 현장을 가보면 쏙쏙 들어오죠." (배병우)
"책을 읽을 때는 의문을 가지고 읽어야 해요. 적극적으로 읽어야 자신의 생각과 의문과 고민이 생기는 겁니다. 그것이 없으면 책을 읽는 의미가 없어요." (김진애)
전달해주는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느낌과 생각을 갖게 되는 것도 중요하다. 책을 읽다가 이런저런 느낌이나 생각이 떠오른다고 그것을 독서의 방해요소로 볼 필요는 없다. 때로는 책을 덮은 뒤 그 느낌과 생각을 좇아 상상을 이어나가고 이를 책 귀퉁이나 메모미제 적어놓는 것도 좋다. 느낌이나 상상과 결합한 지식이 진정으로 살아있는 지식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남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아이디어를 펼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런 까닭에 그는 가장 좋은 책이란 나만의 상상과 아이디어, 영감을 펼칠 수 있게 자극을 주는 책이라고 했다. (이주헌)
그는 필요에 의해서 책을 읽는다. 한 가지 주제가 정해지면 그것에 관한 책을 모조리 모아 한꺼번에 읽는다. 그러면 그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독할 책과 속독할 책이 나누어진다. 매우 집중적이고 파워풀한 독서다. (박원순)
"책이란 저자의 주장을 담아 독자를 설득하는 거잖아요. 그것에 쉽게 설득당하지 않으려는 겁니다. 책은 저자의 생각이고 내 의견은 또 다르게 존재하는 거니까 책에 넘 빠져서 경도되지 않으려는 거죠.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겁니다." (승효상)
"책을 읽을 때는 제 자신을 무장해제시키고 그냥 그 책 속에 들어가서 읽어요. 그 책에서 설명하는 역사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부분이 나오면 깔깔대고 슬프면 울고...... 표정 없이 책을 읽는 것은 표정 없이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거든요." (조윤범)
3.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계속 자라게 되고, '삶'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4. 추천도서들,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5. 이 책의 저자 한정원, 그녀의 글이 맘에 든다
6. 소망하기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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