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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실망이다. 사실 서울포럼에서 마구잡이로 나오는 책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책은 비슷한 방식으로 나온 함인선씨의 책이라던가, 서울포럼의 우두머리 김진애씨의 책보다 더 실망스럽다. (물론 그 책들 역시 실속없는 내용에 졸렬한 편집이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다)
건축이라는 분야, 그중에서도 특히 설계분야는 우리나라의 경우 공대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실질적으로 각자에게 필요로 하는 직능의 성격은 인문적, 혹은 예술적인 영역에 많은 부분 걸쳐져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치열하게 고뇌하며 자신의 작품활동을 펼치는 중견건축가들은 자신의 생각을 건축으로는 물론, 글이나 그림으로도 유창하게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승효상씨의 본 저서를 많은 기대와 함께 펼쳤지만, 결과는 여지없이 실망이었다.
우선 이런저런 곳에 이미 게재되었던 글들을 한데 모았다는 것부터가 마음에 안 들었다. 물론 이러한 경우 글을 쓴 이의 사고의 발전 혹은 흐름을 읽는데는-물론 그런데에 관심이 있다는 전제 아래여야겠지만-도움이 되겠지만, 그만큼 신선한 맛은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책의 가격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이 책은 사서 읽을만한 생각이 안 드는 종류의 것이다.
또한 책의 많은 부분을 고 김수근 선생의 거의 맹목적이다시피 한 찬양에 할애하는 것 역시 책을 보기 싫어지는 이유중 하나이다. 물론 건축이라는 분야가 특성상 아직도 도제적인 성격을 벗지 못하고 있기도 하겠지만, 글쓴 이의 김수근 선생 예찬을 계속 읽고 있노라면,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자신에게 붙어있는 선생의 그림자를 일부러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는 등에 선생의 그림자를 업고 있는 것일까?(한가지 덧붙이자면 올해 김수근 건축상의 수상자가 바로 글쓴이라 한다)
글쓴이는 과연 어떤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읽어주길 바랬을까? 아직도 학생인 본인은 글쓴이나 나 같은 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책을 썼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조금이나마 꿈을 가지고 건축을 접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이 책은 자신이 섬기는 우상에 대한 정당화만을 고집스레 반복하는 것처럼 보여 영 뒷맛이 쓰기만 하다. 그는 과연 지혜로운 것일까? [인상깊은구절] 집들은 지혜로 말미암아 건축되며, 명철로 말미암아 견고히 되고, 또 방들은 지식으로 말미암아 각종 귀하고 아름다운 보배로 채우게 되느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