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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쓰여진 논문이란다. 그걸 좀 추가해서 99년에 출판했다고 하고... 11년에 다시 나왔다고 하는데... 휴, 읽는 내내 뭔가 애매한 낀세대의 느낌이 머릿속에 계속 잔존해있었다. 나는 과연 그때 어디에 있었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의 90% 이상 새로운 것은 없었다. 그럼에도 이런 느낌이 나는 건, 저자의 글쓰기가 독자인 나의 감성코드와 날카롭게 어긋나는게 혹은 마주치는게 있어서가 아닐까 쉽다. 뻔히 아는 이야기를 이렇게 어렵게 읽어보기도 쉽지 않을 듯 하다. 시점이 문제인 것 같다. 볼 시(視)점이 아니라 보는 때의 시(時)점이라는 거. "83년 전에는 학생운동에 사회주의라는 사상이 짙게 깔리질 않았고, 84년부터 사회주의 운동 이론들이 들어왔지. 바로 이때부터 학생운동 내 사상운동이 강하게 일어났어."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이야기는 아주 까마득한 옛날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이야기를 들었던 때와 지금의 시간간격이 훨씬 더 크다는 거... 이런게 역사인가? 내가 살아온, 그리고 겪었던 역사를 되돌아보니, 83-84년과 93-94년 사이에 세상이 변한것과 그로부터 지금까지 세상이 변한 것의 정도차이는 어느것이 더 크단 말인가? 하는 자문이 들더라. 흔히 말하듯 너무도 뜨겁게 타올랐고, 그럴 수 밖에 없었고, 하지만 너무도 허무하게 끝나버린 잔치... 그 격변이 채 10년이 못되었다는 거. 그리고서 거의 20년이 지났고, 저자 역시 이미 한참 전에 지적해버린 몰락한 학생운동(오히려 나는 무언가를 하고 있었던 시점) 이후 대학과 사회와 세계는 너무나도 많이 변해버렸는데 말이다. 더구나 '사상'이라는 측면에서 난 나름 이단으로 불리는 흐름의 언저리에 있었는데... 당시의 주류라는 것이 가진 역사가 그리도 짧았다는 거, 비주류로 시작했고 지금까지 나름 견지하고 있는 나와 지인들의 사상이 가진 역사가 당시의 격류보다도 이미 장구해져버렸다는 거. 이런 사실이 너무나 새롭게 낯설어진다. 그래 그것이 역사를 살아온 이들이 가지는 착각인가부다. 부제가 1980년대 한국 대학생의 하위문화와 대중정치라고 달려있다. 주장은 간단하다. 당시 운동권은 이상적인 이미지를 그려놓고 그를 지향했다는 것, 그러기에 문화구성에서도 그리고 거기 기반한 대중정치에서도 실패했다는 거(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 그들의 활동의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 나름대로 분석한 것이고, 거기에 동감한다. 그들이, 나의 선배들이 문화에 대해 가졌던 관념성과 그와 뗄 수 없었던 과격함과 소박함은 첫 대면에서부터 거부감이 강했기 때문에. 하지만 저자 스스로도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 건방지게 말하면... 그 시대를 그렇게 살아온 그 누가 상처에서 자유로울 것인가? 그토록 스스로을 옭죄였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엄혹한 시간들이었는데 말이다. "현실에 대해 민감하고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했지만,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져서 행동했지. 대부분 모든 걸 추상화시켜 파악했고.... 당시 나에게 지배 가치를 부정하는 건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왔지. 갈등이라고 하기도 뭐해. 주위 친구들이 너무나 쉽게 맑스주의 내지 그런 걸 받아들였고.... 내 생각엔 우리가 너무 쉽게 맑스주의 같은 걸 받아들였기에 나중에 더 흔들리기도 쉬웠다고 봐." 내가 학교에 다닐때에도 이런 식의 판단은 있었고, 너무 자괴적인 판단이라고 느꼈고 평가받았으나 또 부정은 못했다. 앞에서 말한 시간의 무게를 고려해보면...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지금에서도. 그러다보니, 문제는 관념화가 아니었을까? 앞에서 인용한 녹취와는 별도로 저자는 영국의 윌리엄스와 톰슨의 연구를 인용하면 이런 분석을 내린다. "서구 노동계급 자녀들의 하위문화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의 분화 과정에서 노동계급인 자신의 아버지 자체를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세계', '남성의 이미지'로서의 작업장 문화를 닮아가는 것이었다. 반면 한국 학생 대중은 의식적인 민중 담론과 그 스타일의 재해석, 발명과정을 통해, 남성성이 아닌 선진 노동자의 전투성 등을 선호했다." 그것이 이상적 이미지였고, 관념이었다. 그들은 관념적이었다. 온 몸으로 치열하게 관념적이었다~!!! 상처에서 자유로운 저자는 조금 뒤에 '역사의 주체로서의 민중은 80년대 대학생들에게는 상징이지 실체가 아니었다. 여기서 상징은 관념이 아니라 실제 일상 생활, 생활 세계에서 생생하게 경험되는 것이었다'고도 말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회 조직은 대중과 거리가 존재하는 '관료화'과정을 거친다'라고 평한다. 저자가 대상화하는 시점은 대략 91년 5월까지다. 관료화 그 이면의 관념주의는 당시 '범국민대책위원회의' 정치지향과 정세판단의 추상적 수준을 꼬집는다. 이런 몰락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다시 가슴은 아려온다. 최근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재결합 이야기가 있다. 아마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다루는 운동권내의 분파이야기는 거의 한세대가 지나면서도 여전하다. 당시에 스스로 옭죄였던 관념주의가 이처럼 뿌리가 깊었다면... 정말 그 관념은 추상이 아닌 구체적 근거가 있는게 아닐까? 남는 건 의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