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판타지 문학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반지의 제왕을 영화로 보고 난 후부터일 것이다. 다음의 내용이 궁금한지라 책으로 접하면서 판타지문학도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담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라니아 연대기나 해리포터 시리즈도 재미있게 읽었기에 ‘왕 암살자 연대기 시리즈’의 1권인 <바람의 이름>또한 기대와 약간의 흥분을 가지고 펼쳐 본다. 순수문학에 비해 판타지문학은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반면 작품성이 떨어짐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있었기에 문학성이나 감동은 둘째치고 재미와 스릴, 상상의 세계에 푹 빠져 잠시의 현실세계를 잊고자 하는 바가 본래의 목적이였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판타지 소설과는 분명 다른 무언가 있다. 딱히 꼬집어 말하자면 '반지의 제왕'을 읽었을 때의 감동과 세익스피어의 희곡의 시적인 대사를 읽는 묘한 기분이랄까. 마법과 사랑이야기에 음악과 신화와 상상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버물여 놓은 듯한 소설이다.
자신의 과거를 숨긴채 평범한 여관 주인으로 살고 있는 크보스란 이름의 한 남자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평화롭던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대형 독거미의 등장으로 마을은 술렁거리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빠진다. 왜 갑자가 신화 속에나 나올법한 대형 거미가 출몰하였을지 의문이지만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은 채 크보스는 마을 사람들 몰래 대형 독거미를 퇴치하고 그와중에 맞닥뜨린 한 남자의 목숨을 구해준다. 깨어난 그는 왕가의 연대기작가라 소개한다. 크보스를 본 순간 그의 정체를 알아채고 그가 수천 가지 소문 속의 인물임을 직감한다. 영웅으로, 때로는 악의 화신으로 전설이 된 영웅 크보스, 연대기작가는 그에게 진실을 알기 원하며 그것을 글로 남기고 싶다고 말한다. 크보스는 결심한듯 모든 이들이 궁금해 마지않던 과거 이야기를 드디어 연대기작가에게 풀어놓는다.
크보스의 일인칭 시점에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마술사, 곡예사, 어릿광대 등 극단의 단원들과 함께 왕국을 순회하던 순회극 단장인 아버지 밑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크보스는 왕국의 신화를 수집하는 음유시인이자 악사인 아버지와 가수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풍부한 감성과 재능을 겸비하게 된다. 어느 날 연금술사가 극단에 들어오게 되고 실력 있는 마법사인 그는 크보스에게 화학, 수학은 물론이고 자연과 공명하는 마법의 기초를 가르친다. 도시를 여행하며 공연하는 와중에도 왕성한 지적 호기심과 성실함, 그리고 천재적 재능으로 배움의 즐거움에 빠진 크보스의 실력은 스승을 깜짝 놀라게 할 만큼 날로 성장한다. 하지만 마법사는 극단을 떠나게 되고 크보스에게 책 한 권을 선물로 주며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길 당부하는 글을 남긴다.
그 후, 신화 속 이야기로만 여기던 악마 챈드리언과 그의 부하에게 부모와 단원 모두 몰살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된 크보스는 아버지의 류트와 마법 책 한 권만을 지닌 채 도시의 뒷골목에서 3년 동안 온갖 고생과 가난속에 비참한 생활을 한다. 어느날 아버지가 악마에게 죽임을 당하기 전까지 신화를 모아 거의 완성단계였던 서사시를 상기하게 되고 부모를 죽인 악마와 서사시인에 관해 알고자 대학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가장 위대한 마법사들만이 배울 수 있다는 자연과 공명하는 법과 모든 존재의 비밀을 외우게 된다.
챈드리언이 크보스의 가족을 잔인하게 살해한 이유는 무엇일끼? 크보스는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악인일까? 사람들에게 그처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편이 궁금한 이유다. 궁금한 것을 못참는 성미이기에 완간이 않된 시리즈물은 되도록 안 읽는데 호기심과 유혹에 못이겨 손에 잡고야 말았으니 몇날을 또 기다려야 크보스가 연대기작가에게 털어놓은 진실을 알 수 있을 것같다. 유려한 문체와 시적인 문장들은 마치 희곡을 읽는듯 하고 마왕이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를 연상케하는 섬득함과 긴박감, 이어질 내용을 짐작할 수도 없게 하는 줄거리. 빨리 다음편을 읽는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