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7)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86%
  • 리뷰 총점8 14%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9.0
  • 50대 10.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늑대떼들 속에서도 혁명의 불꽃은 솟아나리.【가면의 시대】
"늑대떼들 속에서도 혁명의 불꽃은 솟아나리.【가면의 시대】" 내용보기
덴마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 『가면의 시대』.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20여년 전에 이미 덴마크에서는 부드러운 혁명이 진행되고 있었다'라는 문구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북유럽 역사는 물론, 소설로도 접해보는건 거의 처음이었기에 초반부분 힘겹게 읽어내려가긴 했지만 그에 반해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 또한 꽤 있었던 작품이었다. 원제는 주치의의 방문인
"늑대떼들 속에서도 혁명의 불꽃은 솟아나리.【가면의 시대】" 내용보기


덴마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 『가면의 시대』.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20여년 전에 이미 덴마크에서는 부드러운 혁명이 진행되고 있었다'라는 문구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북유럽 역사는 물론, 소설로도 접해보는건 거의 처음이었기에 초반부분 힘겹게 읽어내려가긴 했지만 그에 반해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 또한 꽤 있었던 작품이었다. 원제는 주치의의 방문인 가면의 시대는 1999년 발표되었고 이 소설로 인해 작가 엔크비스트를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고 한다. 

부드러운 혁명의 주요인물로는 세사람이 존재한다. 1766년 아버지 프레데릭 5세가 죽은후 즉위한 크리스티안 7세(1749년 출생, 재위:1766~1808), 영국 조지왕 3세의 막내여동생으로 크리스티안 7세의 왕비가 된 캐롤라인 마틸다 공주(1751~1775), 크리스티안 7세의 주치의로 임명된 독일인 의사 요한 프리드리히 슈트루엔제 백작(1737~1772/이하 슈트루엔제) 등이다. 의사이자 계몽주의자이기도 한 슈트루엔제는 1768년 국왕의 유럽여행길 동행을 위한 주치의로 임명되었고 1770년 추밀장관직에 임명되어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위한 개혁을 감행하지만 1774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 와중에 주목할 만한 점은 그가 왕비와 사랑에 빠진다는 점이다. 간통,불륜이라고 명명하고 있지만 소설속에서는 크리스티안 7세가 너무나도 당돌하고 정열적인 왕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슈트루엔제에게 그녀를 '보살펴달라'고 부탁하는 대목이 분명히 존재한다.




덴마크 올덴부르크왕조 크리스티안 7세같은 경우 왕위에 오를 당시부터 정신적인 불안증세와 틱장애를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어린시절부터 혹독하게 훈육한 그의 아버지 프레데릭 5세와 문란한 궁정분위기가 톡톡히 한몫했다고 하며 그에 따라 상당히 무능력한 왕으로 전해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헌데 소설속에서는 그의 정신신적 장애와 함께 명민함과 뛰어난 직관력(부러 바보같이 행동하는것처럼 보일정도로 냉철한 예리함을 종종 보여준다.) 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어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절대적인 권력자, 신의 선택을 받은 유일한 사람(절대군주) 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농부의 아들로 착각하며 분명 자신은 뒤바뀐 아이일것이라고 누누히 강조하는 모습은 종종 작가가 정신병원 이라고 일컫는 덴마크궁정의 삶보다는 바깥세상의 소작농의 아이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바램을 보여주었던게 아닌가 생각된다. 17세임에도 불구하고 소년보다는 아이같은 외모와 자그마한 키, 병약하고 연약한 이 소년에게는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사람이 필요했지만 궁정안 그 누구도 그를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진보와 보수파의 확실한 대립을 보여주는 포도주틀을 밟는자 라는 명명하에 등장하는 굴베르(슈트루엔제의 처형 이후 실질적인 권력을 잡게 되는 인물) 는 겉으로는 국왕을 위하는듯 해 보이지만 그에게서 슈트루엔제를 앗아가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고 왕에게 연민을 느끼는척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정치가의 면모가 강하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든다.

영국 조지왕 3세의 막내여동생인 캐롤라인은 크리스티안 7세보다 2살 어린 15살에 낯선 나라 덴마크로 시집을 오게된다. 마냥 조신하고 얌전한 줄로만 알았던 어린 꼬마아가씨는 후에 슈트루엔제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숨겨져 있던 야망과 정열을 한번에 분출해낸다. 어떻게 보면 2년동안 권력의 정점에 있던 슈트루엔제를 배후 조종한 인물로 그려지기도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슈트루엔제 또한 그녀의 집념과 비상한 두뇌에 두려움까지 느끼게 된다. 그녀의 또다른 모습이 열정적으로 표출된 이유를 꼽으라면 서로 전혀 섞일 수 없는 존재인 남편과 썩을대로 썩어빠진 덴마크 궁정의 숨막힌 생활이 그녀가 자유를 갈구하게 만든 결정적 원인인듯 하다. 그 와중에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슈트루엔제를 만난것이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왕과 왕비의 전폭적이고도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는 인물로 그려지는 슈트루엔제 박사는 천성적으로 과묵한 사람이었다. 훤칠하고 잘생긴 외모와 선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고 부와 권력에는 일체 관심이 없는 계몽사상가일 뿐이었다. 헌데 국왕의 옆에 있게 되면서 그에게 연민을 느끼고 늑대소굴의 늑대떼(궁정안 사람들을 작가는 늑대떼들이라고 묘사한다)들에게서 지켜주어야 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주치의에서 시작해 추밀장관이 되고 모든 권력을 손에 쥐게 되고도 그는 권력을 휘두르는 삶에 공포와 두려움을 계속해서 느끼고 있다. 왕의 부탁이 있기도 했지만 그 또한 왕비를 사랑하게 되고 어쩌면 그녀의 전투적인 추진력에 의해 그들은 너무 성급하게 개혁을 꾀하려 한게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불과 2년만에 600여건이 넘는 안건을 개혁하고 추진하려 했으니 그에 따른 반발은 거셀수 밖에 없었다. 그토록 부르짖던 농노제폐지는 성공하지도 못했고(1788년 폐지) 무산계급을 위한 혁명은 오히려 반발을 사기까지 한다. 왕을 중심으로 한 세사람의 발빠른 개혁에 위기를 느낀 보수파가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을터,  굴베르를 필두로 한 세력(슈트루엔제가 권력을 쥐기전에는 친구라고 할 수 있었던 이들 몇몇)들은 왕에게서 왕비와 슈트루엔제를 격리시킬 묘안을 짜내는데, 웃기게도 그것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주었던 슈트루엔제에게 도리어 독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왕비와의 불륜행각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갔고 슈트루엔제가 왕을 시해하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기까지에 이르른다. 어디까지나 이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결과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간통으로 크리스티안 7세의 명령하에 체포되어 1772년 처형되었다고 알려져 있는게 사실이지만, 이 또한 작가의 상상력으로는 크리스티안의 배후를 조종한 인물로 굴베르와 태후 등을 꼽고 있다.  

활자로 남겨진 역사만을 우리는 받아들이고 믿을 수 밖에 없겠지만 엔크비스트의 상상력과 같은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만큼 이야기의 구성은 탄탄하고 의문을 제기하기 어려울만큼 간결하고 자신감 있는 문체로 완성되어 있다. 많이 생소한 스칸디나비아 문학을 접하고 그 지역 역사를, -비록 소설이라고는 하나 역사적 사실에 기인해서뿐만 아니라 거의 사실인듯한 묘사는 탁월하다!- 조금이나마 엿볼수 있었기에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단 2년간의 급진적 자유주의는 궁정 쿠데타라는 이름하에 금새 사그라져버렸지만, 슈트루엔제 그는 진정한 자유를 꿈꿨던 인물임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을듯 하다.

* 대표적인 계몽사상가인 볼테르,루소등의 이야기도 간간히 등장해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는것 또한 이 소설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w*****8 2011.06.06. 신고 공감 22 댓글 34
리뷰 총점 종이책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 [가면의 시대] - 순수의 수호자는 누구?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 [가면의 시대] - 순수의 수호자는 누구?" 내용보기
친애하는 왓슨   왓슨, 잘 지내나? 환자들을 돌보고 치료하느라 바쁠테지? 하지만 충분히 쉴 시간을 가져야 하네. 몸이 쉬이 지쳐버리는 계절, 여름이니까 말이야.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치고 여유도 미소도 사라지고 정상적인 의사결정도 힘들어지지. 더군다나 자넨 환자의 병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확실한 처방을 해야하는 의사이니 만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유지하도록 하게.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 [가면의 시대] - 순수의 수호자는 누구?" 내용보기

 

친애하는 왓슨

 

왓슨, 잘 지내나? 환자들을 돌보고 치료하느라 바쁠테지? 하지만 충분히 쉴 시간을 가져야 하네. 몸이 쉬이 지쳐버리는 계절, 여름이니까 말이야.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치고 여유도 미소도 사라지고 정상적인 의사결정도 힘들어지지. 더군다나 자넨 환자의 병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확실한 처방을 해야하는 의사이니 만큼 몸과 마음의 건강을 잘 유지하도록 하게. 하하,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았군. 그래도 친구 좋다는게 이런 것 아니겠나?   

 

자네, 내가 이렇게 메일을 보내는 이유가 궁금하지? 지난 주말 내가 자네 병원에 잠시 들렀을 때  자네가 내게 건낸 책 기억하나? <가면의 시대> 말이야. 자넨 일이 너무 바빠서 그냥 대충 훓어봤다고 했어. 그러면서 18세기 후반 덴마크 궁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흥미로운 역사소설 정도라고 했네. 책을 돌려 받을땐 내 생각을 듣고 싶다고 덧붙이면서 말이야. 그래선지 다른 책을 읽을 때보다 더 주의를 기울였네. 꼭 사건을 의뢰받은 느낌이 들었거든. 

 

이제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해 보자구. <가면의 시대>를 깊이 읽어내려면 18세기의 덴마크를 들여다봐야 된다고 생각하네. 자네에게 두 권의 책을 소개하고 싶군. 먼저 <권력과 광기>(비비안 그린, 말글빛냄)의 12장(덴마크의 연극-크리스티안7세)을 읽게. 작품의 역사적 배경이 되는 덴마크 크리스티안 7세의 통치 시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걸세. 또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철학>(남경태, 들녁) 중에서「InterludeⅡ 혁명을 선도한 계몽 309p~322p」부분도 발췌해서 읽어두면 17~18세기에 걸쳐 유럽 지성사에 대두되었던 계몽주의가 크리스티안 7세의 통치시대였던 덴마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짐작할 수 있을거야. 물론 이런 배경지식이 없어도 책은 바람이 책장을 넘겨주는 것처럼 술술 잘 넘어가네. <가면의 시대>는 그 자체로 독자가 흥미있어할 만한 요소-역사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점, 주요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분명하다는 점, 왕실의 치열한 권력 암투와 부도덕한 애정 행각을 다루고 있다는 점 등-를 두루 갖춘 하나의 완결된 소설이기 때문이지.    

 

이야기의 뼈대는 단순하네. 나이 어리고 정신이상인 왕(크리스티안 7세)과 왕비(캐롤라인 마틸드)를 둘러싸고 한 쪽에선 보수세력(굴베르)과 개혁세력(슈트루엔제)이 힘을 겨루고 또 한 쪽에선 왕비와 왕실 주치의(슈트루엔제)가 애정 행각을 벌이지. 결국 왕비는 이혼당한 후 외딴 성으로 유배되고 슈트루엔제는 처형되네.당연히 슈트루엔제의 개혁안들도 함께 사라져버리고 권력은 굴베르의 손에 들어가면서 끝을 맺지. 이 단순한 스토리 속에 신학이 지배한 그 시대의 순수와 신성, 계몽주의의 이성, 그리고 개성 강한 인물들의 욕망을 절묘하게 엮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이더군. 

 

왓슨, 난 말이야 표지와 제목에서 <가면의 시대>가 꼭 한 편의 연극이나 오페라처럼 느껴졌네. 이 책의 원제는 '주치의의 방문'이거든. 뭐 하지만 난 <가면의 시대>도 멋진 함축을 담은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하네. 겉과 속이 다르고 개인적 욕망과 사회적 행동이 조화롭지 못한 등장인물들을 잘 표현하고 있어. 또 크리스티안, 캐롤라인, 슈트루엔제, 브란트 같은 인물들은 자의든 타의든 진정 원하는 삶은 따로 있는데도 원하지 않는 삶을 강요당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 마치 출연하고 싶지 않은 연극의 무대에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나간 배우들처럼 말이야.

 

 

벽난로에 불을 켰다. 다른 불은 없었다. 다들 떠날 준비가 돼 있었다. 응접실에 모인 사람은 국왕 크리스티안 7세, 왕비 캐롤라인 마틸드, 에네볼트 브란트, 그리고 슈트루엔제였다. 불빛은 벽난로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슈트루엔제가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새로운 인생,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린 뭐가 될까?"

"스테인드글라스 만드는 화가." 왕비가 말했다. "영국의 한 성당에서 작업할 거야."

"배우." 브란트가 답했다.

"밭에 씨 뿌리는 사람." 국왕이 말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럼 당신은?" 왕비가 슈트루엔제에게 물었다. "당신은 뭐가 될 거야?"

슈트루엔제는 답변 대신 둘러앉은 친구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한마디 툭 던졌다.

"의사."

- <가면의 시대> 367p

왓슨, 현실을 연극으로만 채워야 한다면 그 삶은 거짓일 수 밖에 없지 않겠나? 더구나 그런 연기를 강요당해야 한다면 일상이 고통과 공포로 얼룩져 결국 피폐해질 뿐일테고. 태생적으로 왕실에 태어난 왕가의 사람들이라해도 감정과 언어까지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없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마리오네트 인형이 아닐까?

 

책의 전반부는 주요 인물들-굴베르, 크리스티안, 캐롤라인, 카테리네, 슈트루엔제-의 외모와 성향이 집중적으로 묘사되고 있네. 또 사료를 인용함으로써 독자의 신뢰를 획득하고 성경의 내용을 삽입하여 그 시대의 종교적 분위기도 잘 만들어 내고 있지. 중반부는 캐롤라인과 슈트루엔제의 부도덕한 애정행각 혹은 진실된 사랑이야기가 나오고 후반부는 체포되어 유배되고 처형을 맞는 파국이지. 아무튼 <가면의 시대>의 핵심 내용은 부도덕이라고 하든 진실하다고 하든 캐롤라인과 슈트루엔제, 그들의 사랑이야기네.

 

사랑이야기 좀 해 보겠네. 내 비록 장가도 안 간 사립탐정이지만 사랑도 하나의 사건이라고 한다면 분석하고 추리해 볼 수 있지 않겠나? 사랑은 수작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었네. 사람은 수작, 즉 말을 주고 받는 것으로 서로 의사소통할 뿐 아니라 감정까지 전달할 수 있지. 처음엔 불쾌했던 감정도 말을 하다보면 유쾌해질 수도 있고 유쾌한 감정을 공유하기도 하고 말이야. 신분은 왕비인 캐롤라인이 높고 나이는 주치의 슈트루엔제가 15살 정도 많네. 둘의 공통점은 뭘까? 덴마크에 온 이방인이라는 사실이지. 뿐만아니라 왕비는 왕과의 관계가 아주 좋지 못하고 말붙일 진실한 벗 하나도 없었네. 슈트루엔제는 정신이상인 왕을 대신해서 덴마크의 개혁을 거의 혼자서 추진하고 있었네. 그렇다면 또 하나의 공통점은 외로웠다는 것이겠지.

 

당연히 사랑에 빠졌네. 신분과 나이의 벽을 넘어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거야. 죽을 줄도 모르고. 이런 사랑을 하려면 규칙이 필요한데 '조심'과 '용기'네. 슈트루엔제는 왕비에게 승마를 가르쳐 주면서 승마의 규칙을 가르쳐 주더군. 아이러니하게도 승마의 규칙도 '조심'과 '용기'더군. 슈트루엔제는 사랑도 승마도 '조심'해서 했지만 캐롤라인 왕비는 사랑도 승마도 '용기'있게 했네. 근데 말이야, '조심'을 첫째 규칙으로 삼은 슈트루엔제는 말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사랑도 비극적으로 끝나 처형당하네만 '용기'를 더 낫다고 생각한 캐롤라인은 승마를 하면서 말에서 떨어진 적도 없었고 목숨도 부지했어. 재밌지 않나? 사랑이든 승마든 뭐든 간에 너무 조심하는 것보단 약간 용기있게 하는 게 났겠다는 생각이 들었네.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첫 수업에서 탈 말 쪽으로 안내했다.

"첫 번째 규칙은 '조심'입니다." 슈트루엔제가 말했다.

"그럼 두 번째는요?"

"'용기'입니다."

"두 번째 게 낫네요." 캐롤라인이 말했다.

<가면의 시대> 236p

마지막으로 <가면의 시대>에서 수도 없이 등장하는 말, 순수 이야기를 해볼까하네. 왓슨, 나는 말이야 크리스티안, 캐롤라인, 굴베르, 슈트루엔제는 모두 순수를 추구했다고 생각하네. 먼저 크리스타안을 보자구. 그는 직함에 굶주린 자들이 들끓고 부도덕이 창궐한 궁정 풍토를 그리스도가 장사하는 자들을 내쫓아 성전을 정화한 것처럼 자신의 궁정도 그렇게 만들고 싶어했네. 계몽사상의 세례를 받은 슈트루엔제는 개혁을 통해 덴마크를 더 나은 사회와 국가에 이르게 하는 것이 순수함(신성함)에 이르는 길이라 생각했지. 굴베르는 덴마크의 전통과 궁정, 나아가 모든 백성이 계몽사상에 전염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순수를 수호하는 것이라 믿었네. 캐롤라인은 철저히 사랑이라는 자신의 욕망에 순수하게 응했고 말이야. 누가 진정 순수의 수호자일까?  묻지 않을 수 없네. 어렵군.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나치게 순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비, 관용, 용서가 부족하다는 거야. 근본주의가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네. 어려워.

 

왓슨, 이상한 일이야. 책을 덮고 나니 책 속 몇 구절이 머릿 속에서 맴도는군. 그러다가 전혀 다르게 해독되는 암호문처럼 눈 앞에 펼쳐져. 그건 나의 가능성에 대한 꿈으로 읽힌단 말이지. 신성하게 살고 싶은 꿈 말이야. 다시 진지하게 묻자구. 왓슨, 자네 꿈은 뭔가? 신성하게 살고 싶은 꿈 없나?

 

 

"우리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슈트루엔제가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새로운 인생,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린 뭐가 될까?"

<가면의 시대> 367p

 

"그럼 두 번째는요?"

"'용기'입니다."

"두 번째 게 낫네요." 캐롤라인이 말했다. 

<가면의 시대> 236p

 

결국 스트루엔제 시대에서 남는 것은 그와는 전혀 다른 것, 그보다 더 중요한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생물학이나 행동이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꿈이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신성한 것이고 포착하기 어려운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슈트루엔제 시대가 남긴 단순하면서도 끈질기게 이어지는 플루트의 음률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완전히 잘라낼 수 없는 그 무엇이었다.

<가면의 시대> 489p

 

계몽이란 인간이 자기 책임인 미성숙 상태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미성숙이란 남의 인도 없이는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한 미성숙이 자기 책임이라는 것은 그 원인이 이성의 결핍이 아니라,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겠다는 결단과 용기의 결핍에 있기 때문이다. -임마누엘 칸트의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1783년)에서

<가면의 시대> 9p

그렇찮아도 바쁠텐데 긴 글 읽어줘서 고맙네.

다음 주말에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하세.

 

홈즈로부터 



k*****i 2011.06.09.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권력과 순수
"권력과 순수" 내용보기
16세기의 슈바이처라고도 할 수 있을 남자. 덴마크의 슬럼가에서 무료로 병든 아이들을 고치고 가난한 이들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해주던 독일인 의사 슈트루엔제. 그는 정신착란을 겪고 있는 어린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7세의 주치의가 된다. 왕이 절대적인 지배자였지만 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부 관료들이었던 당시 덴마크. 기성 지배자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기력과
"권력과 순수" 내용보기

16세기의 슈바이처라고도 할 수 있을 남자.

덴마크의 슬럼가에서 무료로 병든 아이들을 고치고 가난한 이들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해주던

독일인 의사 슈트루엔제.

그는 정신착란을 겪고 있는 어린 덴마크 왕 크리스티안 7세의 주치의가 된다.

왕이 절대적인 지배자였지만 전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부 관료들이었던 당시 덴마크.

기성 지배자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기력과 퇴폐를 조장할 목적으로

유아 시절부터 10년간 뵤육을 담당한 백작으로부터 집중 신문, 비웃음, 매질을 당하며

의지력과 정신 건강이 말살되어 온 왕.

국왕이라는 역할이 주는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에서

자신이 실제로는 농부의 아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히고 혼란스러움은 깊어 발작까지 일으키는 크리스티안.

섬세하고 재능 있는 인물이었으나, 선택된 권력을 탐하는 자들 때문에 망가진 그는

자신의 왕국을 정화시킬 인물인 슈트루엔제에게 권력을 일임하고,

슈트루엔제가 1년에만 수백개의 포고령을 작성하며 서재에서 혁명을 일으키는 동안

그 책상 아래서 개와 흑인 시동과 함께 아이처럼 놀며

'가족 간의 사랑'을 비로소 느끼는 왕.

그리고, '꼬마 영국 아가씨'로 덴마크 왕비로 왔다가 사랑과 야망을 아는 여인이 되어

슈트루엔제와 사랑을 나누고 아이까지 낳는 캐롤라인.

 

3년간의 '피 없는 혁명' '슈트루엔제 시대'를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 속에

현대를 본다.

순수와 권력.

그것은 과연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그 야만의 시대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현대의 권력자들이 지닌 잔인함이

아마, 그 대답이 되겠지.

a******j 2012.12.3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국왕 주치의의 때 이른 방문
"국왕 주치의의 때 이른 방문" 내용보기
스웨덴 출신의 작가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의 <가면의 시대>를 읽었다. 영미문학권에 치우치지 않은 들녘 출판사의 세계문학 시리즈인 일루저니스트의 스물두 번째 책이란다. 주기가 좀 늘어나긴 했지만, 끊이지 않고 꾸준하게 나오는 들녘 출판사의 책을 기대하던 차에 아주 흥미로운 실존 인물을 소설화한 작품과 만날 수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요한 프리드히리 슈트루
"국왕 주치의의 때 이른 방문" 내용보기

스웨덴 출신의 작가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의 <가면의 시대>를 읽었다. 영미문학권에 치우치지 않은 들녘 출판사의 세계문학 시리즈인 일루저니스트의 스물두 번째 책이란다. 주기가 좀 늘어나긴 했지만, 끊이지 않고 꾸준하게 나오는 들녘 출판사의 책을 기대하던 차에 아주 흥미로운 실존 인물을 소설화한 작품과 만날 수가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요한 프리드히리 슈트루엔제 박사다. 사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만해도 몰입이 쉽지 않았다. 우리하고는 거의 상관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북구의 나라 덴마크에서 한 때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가 몰락한 의사이자 정치가의 이야기가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17세기말 이성에 기초한 계몽주의 철학 사조가 전 유럽을 휩쓸던 시기, 프랑스 대혁명 이전에 이미 농노제 폐지와 언론과 표현의 자유 같은 과격한 개혁을 시도한 이가 있다고 하니 점점 호기심이 일기 시작한다.

 

왕권신수설로 대변되는 절대왕정 시기에 덴마크의 국왕이 된 십대 소년 크리스티안 7세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궁정의 혹독한 훈육으로 자아를 상실하고, 늑대 떼에 의해 조련된 소년 국왕은 유대인 출신의 가정교사 살로몽 프랑수와 레버딜의 영향으로 계몽군주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가 편집증에 시달리는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하느님으로부터 절대 권력을 이양 받은 이가 어떻게 미칠 수가 있단 말인가? 왕권신수설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설정이 소설의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다.

 

그리고 특이한 또 한 인물이 등장하는 역시 미치광이 영국왕 조지 3세의 여동생이자 덴마크 국왕 크리스티안 7세의 짝으로 점지되어 바다 건너온 캐롤라인 마틸드다. 아무런 재능이 없는 것이 재능이라고 생각했던 캐롤라인 왕비는 국왕의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고용된 계몽주의자 슈트루엔제 박사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권력 암투, 불륜 그리고 파멸에 이르는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역사의 주인공으로 부상한다.

 

작가가 ‘정신병원’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하는 덴마크 궁정의 숨 막힐 듯한 분위기 속에서 “순수”를 수호하기 위해 정의의 십자군으로 무신론자인 슈트루엔제 박사의 맹활약이 전개된다. 쓸모없이 비용을 축내는 군대 예산 감축을 필두로 해서, 당시 절대왕정 치하에서는 파격적인 개혁 조치가 크리스티안 7세의 이름으로 잇달아 발표된다. 물론 모든 것은 슈트루엔제의 머리에서 비롯되고, 그의 펜대를 빌려 공표된다. 가장 중요한 개혁 중의 하나인 농노제 폐지와 소작인의 거주지 이탈에 대한 법은 추방된 국왕의 가정교사 레버딜에게 맡겨진다.

 

자, 이런 일단의 개혁 조치에 불만이 없겠는가? 어느 시대고 개혁으로 말미암은 피해를 입은 반동세력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장의사 아들 출신의 굴베르는 태후와 손잡고 국왕을 대신해서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슈트루엔제에게 가할 타격을 준비한다. 그들이 준비한 공세는 바로 캐롤라인 왕비와 슈트루엔제 사이에 벌어진 있을 수 없는 로맨스다. 왕비와 슈트루엔제는 종착점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운명이 무엇인지 빤히 알면서도 거역할 수 없는 일탈에 자신들의 운명을 내맡긴다.

 

바이킹의 후손으로 한 때 북유럽을 호령하던 덴마크 왕국의 놀라운 이야기는 정말 좋은 이야깃거리가 아닐 수 없다. 스웨덴은 물론이고 노르웨이까지 자신의 영역을 두었던 북방의 강국 덴마크 왕실의 유전적 정신질환은 당시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 외에도 캐롤라인 왕비를 꼬마 영국 창녀라고 부를 정도로 왕실의 난잡한 스캔들은 세간의 화제였다. 이런 얼토당토않은 상황에서 계몽주의 철학의 세례를 받은 국왕과 주치의의 개혁이라니? 여기에 최고 권력자와 금단의 영역에 서 있는 왕비의 로맨스까지 곁들이면서 책장을 넘기는 독자의 손길은 분주해진다.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는 슈트루엔제, 크리스티안 그리고 캐롤라인 왕비라는 역사적 인물 3인방에 소설적 상상과 역사적 가정을 날줄과 씨줄로 삼아 역사의 빈 공간을 훌륭하게 재구성해냈다. 소설의 사실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역사적 고증도 마다하지 않는다.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하는 슈트루엔제의 체포 과정을 그린 목판화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작가가 이 소설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리라.

 

또 한편으로 일찍이 E. H. 카가 말한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사실을 연상시켜 주듯이, 슈트루엔제가 주도한 덴마크 혁명이 가시적으로 보이는 실패는 아니었다고 작가는 조용히 들려준다. 굴베르가 주도하는 반동 쿠데타에 의해 슈트루엔제의 2년 천하는 비극적으로 끝이 났지만, 일단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간 계몽주의 사상과 언론, 표현의 자유는 인류의 궁극적 진보의 초석이 되지 않았던가. 물론, 슈트루엔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왕비와의 로맨스에 대한 부주의 그리고 개혁의 완급 조절 같은 정치적 감각의 부족에 대해서도 작가는 빠뜨리지 않는다.

 

초반에 조금 고전(苦戰)을 하긴 했지만, 혁명의 기운이 노도와 같이 밀려들던 절대왕정의 시대를 온몸으로 부딪쳤던 풍운아이자 과묵한 로맨티스트였던 요한 프리드히리 슈트루엔제 박사의 실패한 혁명기는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h******1 2011.05.0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순수한 가슴으로 읽으세요, 마음으로...
"순수한 가슴으로 읽으세요, 마음으로..." 내용보기
북유럽에는 역사소설이 대세라고 들은 바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번역서를 찾기 힘들었다. 이번에 나온 가면의 시대는 18세기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역사를 바탕으로 해서 어찌나 반가웠는지. 또 내용은 어찌나 손에서 놓을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볼테르, 루소, 괴테 등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슬쩍 슬쩍 나와서 북유럽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순수한 가슴으로 읽으세요, 마음으로..." 내용보기

북유럽에는 역사소설이 대세라고 들은 바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번역서를 찾기 힘들었다. 이번에 나온 가면의 시대는 18세기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역사를 바탕으로 해서 어찌나 반가웠는지. 또 내용은 어찌나 손에서 놓을 수 없었는지 모르겠다. 볼테르, 루소, 괴테 등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슬쩍 슬쩍 나와서 북유럽이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완전대박.

어제 본 신문기사 서평에는 기자님이 '콤플렉스 덩어리' 라는 헤드카피를 달았는데, 그 기사를 보고 빵 터져버렸다. 맞다.. 정치, 계몽, 사랑, 욕망, 분노는 콤플렉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걸 인정한다.

18세기 그 시대 욕망과 분노의 쌍쌍바 같은 시대. 가볍게 터치하듯 썼지만, 책에서 말하는 바는 묵직하다. 정치와 비극의 소용돌이에서 결국 굴베르는 승리한걸까? 승리후, 복수의 완성 후 밀려오는 그 허무함을 어쩔 것인가! 슈 주치의는 사라졌지만 사상은 남아있다. 역사는 다시 흐른다. 크리스티안 왕자는 빈약한 의지와 정신 때문에 독자로 햐여금 모성애를 자극하는 것 같다. 필수과목에 '산책'이 있으니 말 다함.ㅋ

페르 작가의 인물 설정이 생생히 살아 있다. 현대 고전이라 불리어도 될만하다.
어떤이는 경멸에 차분히 대처할 줄 알며, 쟁취와 개척의 의미를 알고 있으며, 
강제로 심어준 수동적인 지능을 설명하고 있으며, 권력욕의 끝을 보여주기도 하다.
파멸의 운명을 그리면서 정치와 종교의 배경이 적절히 녹아 있다.

책을 덮으니 갑자기 마음이 고요하고 단순해진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그 여정을 등장인물들과 숨가쁘게 달려왔다.
 
"빛이 어둠인가, 아니면 어둠의 빛인가?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똑같은 애기가 역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을 선택한다. 그것은 빛일 수도 있고, 어둠일 수도 있다. " - p477


"첫번째 규칙은 '조심'입니다" 슈트루엔제가 말했다. 
"그럼 두번째는요?"
"'용기'입니다."
"두 번째 게 낫네요"
캐롤라인이 말했다. -p236



 

g******t 2011.05.0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슬픈 크리스티안
"슬픈 크리스티안" 내용보기
소설을 읽지 않은 지 꽤 오래 되었다. 뭐 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에 현실에선 <별로> 일어날 가망성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이미 지루해진 탓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흠 또 이런 이야기군" 하면서 귓등으로 흘려듣거나 못 본 척 했더랬다. 그런데 이 책, 가면의 시대는 다르다. 단숨에 읽었고, 주인공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머리속에 남는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프랑스 혁명이 발
"슬픈 크리스티안" 내용보기

소설을 읽지 않은 지 꽤 오래 되었다. 뭐 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에 현실에선 <별로> 일어날 가망성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이미 지루해진 탓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흠 또 이런 이야기군" 하면서 귓등으로 흘려듣거나 못 본 척 했더랬다. 그런데 이 책, 가면의 시대는 다르다. 단숨에 읽었고, 주인공들의 모습이 오랫동안 머리속에 남는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프랑스 혁명이 발발하기 20여 년 전, 덴마크 궁정에서 일어난 조용한 혁명과 그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인물들의 이야기다. 요즘 말로 치면 <불륜> 이야기도 있다. 불륜의 주인공은 개혁의 주인공인 왕의 주치의, 상대는 다름아닌 왕비!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다. "현대문학 중 가장 에로틱한 장면을 그렸다"는 평도 있지만 나는 두 연인의 사랑이야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늘 배경처럼 조용히 서 있는 슬픈 왕 <크리스티안 7세>에게 마음이 확 끌려버렸다. 명민하고 직관적이나 정신이 매우 심약한 국왕 크리스티안 7세. 그는사실 이 모든 사건을 종용한 인물이다. 드러나지 않게, 존재감없이 움직이면서. 하지만 그는 결국 모든 것(혁명의 이상, 개혁의 꿈, 왕비)을 주치의 슈트루엔제 백작에게 넘기면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왕이 된다. 그들이 꾸었던 꿈은 백일몽이 되고, 그래도 역사는 계속되는데... 살아 있는 캐릭터, 고뇌하고 갈등하는 인간, 전형적인 인물묘사가 배제된 채 독자의 연민과 공감을 자아내면서 소설은 막을 내린다. 이 소설은 스웨덴에서는 오페라로 제작되어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고 전해진다...      

YES마니아 : 골드 m*******0 2011.05.0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주치의 남긴 여명의 빛
"주치의 남긴 여명의 빛" 내용보기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7세는 아버지의 방탕한 생활로 인한 죽음으로 인해서 왕위를 이어 받는다.   그의 곁에는 유대인출신이란것을 숨긴채 개인 가정교사였던 스위스출신인 레버딜이 있었지만 당시의 왕의 상태는 정신불안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고 간간이 아주 명확한 진실과 문제에 대해서 알고 싶은 정확한 점을 꼬집는 면을 보인다.   이는 당시의 상황상 선대부터 행해져온  창녀와
"주치의 남긴 여명의 빛" 내용보기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7세는 아버지의 방탕한 생활로 인한 죽음으로 인해서 왕위를 이어 받는다.  

그의 곁에는 유대인출신이란것을 숨긴채 개인 가정교사였던 스위스출신인 레버딜이 있었지만 당시의 왕의 상태는 정신불안의 증상을 보이고 있었고 간간이 아주 명확한 진실과 문제에 대해서 알고 싶은 정확한 점을 꼬집는 면을 보인다.  

이는 당시의 상황상 선대부터 행해져온  창녀와의 불륜, 알콜중독등 온갖 온전치 못한 생활로 치달은 전력에 힘입어 왕실의 귀족들은 자신들의 뜻대로 왕실을 움직이고자 어렸을 적부터 이미 세뇌된 교육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이던 시기. 

굴베르- 

아버지가 장의사로 생긴 외모부터가 짙은 잿빛색깔과 작은 키를 가지고 있는 굴베르는 명실히 왕실의 총리란 임명을 가진 자로서 실질적인 권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자신이 믿어오던 종교의 순수성에 반대하고 계몽이란 기치아래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슈트루엔제를 눈엣가시로 여기며 왕의 이복형이자 바보인 왕세자의 가정교사로 들어간 이래로 신성모독을 일삼는 계몽주의자들을 경멸하고 있었다.  

캐롤라인공주- 

일명 덴마크 사람들 사이에서 "꼬마 영국아가씨"란 별명으로 불린 그녀는 영국의 조지 3세의 누이동생으로 15살이란 나이에 나라간의 협정에 의한 결혼으로 크리스티안에게 시집을 오게된다.  

수도원이라고 생각하는 궁궐 안에서 자신을 짝짓기의 대상인 암소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찌하다가 합방을 하게 되고 아들을 낳게 된다.  

슈트루엔제- 

과묵한 의사로 불리며, 부종의 치료을 전문으로 하는 독일 출신 의사로서 당시 계몽주의의 분위기 무르익던 알토나에서 의사로서 생활하던 중 덴마크 왕정에 있던 같은 사상을 공유하고 있던 란차우 백작의 추천으로 왕의 유럽여행길에 같이 동반하면서 왕의 내면에 있던 명민함과 정신분열의 증세를 알아채고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일정인 유럽여행을 끝마침을 하지 않고 바로 왕과 함께 덴마크로 들어가게 된다.  

궁정에 들어온 슈트루엔제는 자신이 해야 할일의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이어서 왕의 허락하에 계몽적인 정치를 일두 지휘하게 된다.  

자신의 책상 밑에서 놀이대상인 시동과 아끼던 개와 함께 왕은  놀이를 즐기는 가운데 슈트루엔제는 자신이 직접 서명하고 공포하는 실질적인 나라의 권력을 쥐게된다.  

"표현상의 수정"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련의 정치개혁은 무제한의 자유보장/ 종교의 자유/ 지역의 조세징수권 이전/ 교회를 고아원으로 바꿔서 운영한다는 파격적인 것이 행해지게 되지만 란차우 백작은 이런 것이 오히려 역 공습을 당할 수 있음을 알리고 빠른 행정보단 서서히 느림의 미학으로 갈 것을 청하지만 슈트루엔제는 이를 거절한다.  

이런 가운데 점차 심약의 정신분열을 보이던 왕의 허락하에 왕비와 승마를 하게되면서 서로간에 사랑을 느낀 두 사람은 불륜을 저지르게 되고 딸까지 낳는 행보를 보이게 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슈트루엔제가 하고 있는 정치의 세계를 확고히 알고 있는 왕비의 손아귀에서 자신이 갇혀있단 느낌을 지울 수 없던 슈트루엔제는 언젠가 죽음이 올 것임을 알아가게 된다.  

이들이 행하는 행보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자신이 주장하는 순수의 시대가 오게끔 만들겠다는 결심하에 태후와 모종의 뜻을 세운 굴베르는 둘의 불륜의 현장을 수집함과 동시에 두 번째쿠데타로  왕과 슈트루엔제, 왕비를 각각 개별적으로 분산시켜서 감옥에 가다둔다.  

왕 만이 이 모든 것을 용서할 수있으리란 확신에 찬 두 사람은 끝내 만남을 갖지 못하고 자신들의 간통을 인정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함으로써 왕비는 명색히 직위만을 유지한 채 영국왕이 다스리고 있는 성에 갇혀사는 삶 , 즉 자식들을 두고 떠나는 것으로 매듭이 지어지며, 슈트루엔제는 처참하게 사형을 당하면서 덴마크의 빛은 꺼져간다.  

실제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들을 작가가 자료를 조사하고 자신의 상상력에 덧붙여 써내는 역사소설은  읽으면서 정말 이런일이 있었구나 하는 허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면서도 사실인 자료의 조사 앞에선 이것이 과연 허구인지 실지인지를 헷갈리게 한다. 

프랑스보다 무려 20년 먼저 시작된 계몽주의의 토대가 먼 북유럽의 나라인 덴마크에서 일어났었고 자신들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나라를 이루고자 했던 계몽주의자들의 자각있는 정치실현은 읽는 내내 배경과 함께 신선하게 다가온다.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계몽주의의 자각있는 볼테르, 독일의 괴테가 간간이 등장하고 슈트루엔제란 인물이 행했던 정책적인 행동은 자신보단 계몽의 빛이 발하기 위해서 보인 실천과  왕에 대한 연민과 함께 이기심의 발로에서 나왔다기 보단 당시의 세태로 보건대 양심적인 빛의 행보를 보였단 점이 새롭게 다가온다.  

수도원에 갇혀있던 자신을 암소라고  생각했던 영국출신 왕비가 그를 만나면서 비로소 인간다운 이야기와 웃음이 깃든 대화를 통해서 진정한 인간의 심성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은 간통이라는 치정으로 달려가지만 시대를 잘 만났다면 당시의 여자란 신분으로도  자신의 뜻대로 충분한 기상을 발휘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준다.  

슈트루엔제시대라 불렸던 , 그가 죽은 뒤 10후에 불렸던 시기는 그가 죽는 과정을 본 시민들이 호응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 자리를 뜸으로해서 굴베르에겐 혼동을 주게 된다.  

왕의 정신이상으로 생긴 검은 권력의 공백을 주치의가 방문해 잠시 그 공백을 메운것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이후 계몽의 정책은 다시 빛을 보지 못하고 다시금 어둠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과오가 그 자신은 순수의 시대로 회귀했다고 믿었던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원제가 주치의 방문이라고 하는 이 소설은 이 여파로 슈트루엔제가 죽은 후 그의 딸이 자손을 번성함으로써 유럽 각 왕실에 뿌리를 내리게 되고, 그토록 원했던 소작농 토지 이탈금지제도/ 농노제폐지는 이미 프랑스 혁명 보다 1년 전에 실시가 됬음을 말해줌으로써 4년간의 방문치고는 확고한 계몽의 씨앗을 뿌리는 성공을 거두었음을 알려준다.  

서로가 생각했던 이상의 순수시대를 다른 각도로 생각했던 두 사람의 대립을 그림으로써 현실에 비춰보자면 굴베르의 생각이 잘못이라고 할 순 있겠으나 그 자신이 자신의 사리욕심에 기운 것이 아닌 자신을 멸시하고 신이 내린 권력의 존재인 왕의 권위를 일으켜 세우고자 했던 뜻은 그가 생각했던 순수의 본연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나쁘다고 할 수 없단 생각이 들게 한다.  

또한 슈트루엔제 역시 란차우 백작이 일렀던대로 느리게 갔더라면, 상대의 호응을 얻으면서 행했다면 계몽이란 빛은 아마도 유럽 역사상 확실히 덴마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역사는 그렇게 씌여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한 책이다.  

글의 표현이 점쟎으면서도 부분부분 기나긴  설명없이 네 사람의 각 행동과 말에서 보여주는 당시의 사태를 느끼기에 읽어나가는 묘미가 있고  비 영어권의 나라작가답게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쓴 소설은 모처럼 진지한 유럽의 역사를 접했단 느낌을 준 책이다.

이달의 사락 m*******n 2011.05.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