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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노래...백조는 평소에는 울지 않다가 죽기 직전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단 한번 운다는 유럽의 전설 때문에, 예술가의 마지막 걸작을 일컫는 관용적인 표현으로 정착된 문구에요~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의 여름에 마지막으로 작곡했던 가곡집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이름은 슈베르트가 붙인 게 아니라 그의 사후에 출판업자가 슈베르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멋대로 붙여버린 것이라는 슬픈 사연이 있기도 하지요.
천재나 거장이라는 칭호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예술가들은 분야별로 무수히 많고, 제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특히 사랑하는 피아노 음악을 연주한 피아니스트들 역시 그렇지만, 저는 디누 리파티만큼 "백조의 노래"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그래서 올해 예스24 문화 버킷리스트 축제의 테마가 "내가 죽기 전 꼭 보고싶은 책, 영화, 음악 이야기"라는 걸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디누 리파티의 마지막 연주회 실황음반이 떠올랐구요.
디누 리파티(Dinu Lipatti, 1917년 3월 19일~1950년 12월 2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서 남긴 음반이 적고 출생지도 유럽의 음악계에서 변방인 루마니아라서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낮은 편인 피아니스트인데요, 1934년에 17세의 어린 나이로 당시 유럽에서 가장 권위있는 콩쿠르 중 하나였던 빈 콩쿠르에 출전해서 압도적인 천재성을 보여주었지만 약소국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2위를 수상하면서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어요. 그때 심사위원들 중에서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던 알프레드 코르토가 심사결과에 항의하며 퇴장해버린 일화를 남기기도 했지요.
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의 탄압을 피해서 스위스로 망명했다가 전쟁이 끝난 후 1946년부터 1950년까지의 짧은 기간동안, 당시에는 골수이식 수술은커녕 변변한 약조차 없었던 백혈병에 시달리면서 힘겹게 이어간 연주회와 소수의 음반녹음만으로도 "완전히 완성된 피아니스트"라는 평을 들었던 디누 리파티...1950년 9월 16일 프랑스 브장송에서 열렸던 음악 축제의 마지막 날, 모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순서의 연주자로 예정되어 있던 디누 리파티는 혼자서는 피아노 의자에 앉기조차 힘든 상태여서 모든 사람들이 연주를 포기하라고 말렸지만, 그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그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어요.
건강했던 시절의 모습(두번째 사진)과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창백한 얼굴과 초췌한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 디누 리파티는(세번째 사진) 바흐 파르티타 1번 BWV825ㅡ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8번 K310ㅡ슈베르트 즉흥곡 D899 중에서 2곡ㅡ쇼팽 왈츠들을 연주했는데, 쇼팽 왈츠는 원래 14곡을 연주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13개의 왈츠를 연주한 후 기운이 소진되서 한참동안 연주를 중단했고, 이 음반에 실린 마지막 곡(쇼팽 왈츠 2번 Op34-1)은 그가 몇달 전에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던 연주에요~
하지만 실제 연주회에서 디누 리파티는 마지막 남은 생명력을 쥐어짜서ㅡ예정된 마지막 곡인 쇼팽의 왈츠 2번이 아니라ㅡ평소에 아끼는 곡이었던 바흐 칸타타 BWV147 <주 예수는 나의 기쁨>을 간신히 연주했다고 하는데요, 애석하게도 그 곡은 녹음되지 못해서 그때 그 연주회장에 있었던 사람들 외에는 아무도 들을 수 없게 되었지요...그리고 그 마지막 연주회 후 3달도 채 못되서 디누 리파티는 고통스러운 병마에서 벗어나서 영면했어요.
저에게는 디누 리파티의 음반이 여러개 있는데요, 1940년대에 녹음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음질이 안좋은 모노 레코딩이지만, 눈을 감고 집중해서 여러번 들으면 깨끗하고 맑은 소리와 피아노가 스스로 노래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음악이 들려요!!!!!!!같은 루마니아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10대 때부터 40년이 넘게 세포경화증이라는 희귀한 불치병에 시달리는 고통 속에서도 명경지수(明鏡止水)같은 모차르트 연주를 들려줬던 클라라 하스킬과 음색&생애가 놀랄만큼 비슷한데요, 저는 클라라 하스킬을 먼저 알게 되었다가 디누 리파티에 대해서 나중에 알고 왜 신이 이렇게 훌륭한 재능을 준 사람들에게서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건강을 빼앗아 버렸는지 너무나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어요ㅜㅜ
저는 다른 피아니스트들의 음반은 그냥 듣고싶을 때 꺼내서 자유롭게 듣지만, 디누 리파티의 음반만큼은 무의식적으로 차분한 마음가짐과 단정한 자세로 듣게 되요~그게 제가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뛰어넘어서 디누 리파티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존경의 표시구요, 제가 죽기 전에 꼭 듣고싶은 음악이 디누 리파티의 마지막 연주회 실황음반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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