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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은 허진호 감독의 멜로 영화에 빠져 행복하게 보냈다. '호우시절'은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다섯 번째 영화인데 대중적으로 성공한 영화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역시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이다. 허준호가 연출한 영화 속에는 당대의 톱스타들이 등장한다. 물론 그 당시에는 톱스타가 아니었지만 그의 영화에 출연함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은 그가 배우를 보는 심미안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호우시절’ 이 영화의 매력도 남녀 주인공으로부터 시작이 된다. 우리나라의 남자 배우 가운데 외모로 가장 뛰어난 배우를 꼽으라면 정우성을 들고 싶을 정도로 이 영화 속에 그의 매력은 여자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부드러운 미소와 훤칠한 키 때문에 슈트가 너무 잘 어울리고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잔잔하다. 개인적으론 외로움이 잔뜩 배어 있는 영상을 통해 단독 컷으로 그를 보여 주었으면 여심을 더 홀리지 않았을까? 란 생각이 들 정도다. 여 주인공인 고원원은 정말 깨끗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꾸미지 않은 순수한 모습과 잘 어울리는 쇼트커트의 머리 그리고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쁜 그녀의 매력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전거를 탈 때 절정에 이른다. 멜로 영화는 반드시 남녀 주인공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비주얼의 힘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마치 영화 속의 정우성이나 고원원이 되었다는 착각을 일으킬 때 영화 속의 사랑에 공감하며 감동하기 마련이다.
이 영화의 제목인 호우시절‘(‘好雨時節)은 두보의 시 春夜喜雨 (춘야희우) 중
봄이 오면 때 맞춰 내리는 비는 농사에 큰 도움을 주기에 좋은 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사랑도 때를 알고 찾아오기에 좋은 사랑 영원한 사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영화는 이렇게 좋은 사랑이 찾아올 것이란 암시를 주며 시작이 된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두산인프라코어(노골적인 PPL 광고…….ㅎㅎ)의 건설 중장비 팀장인 동하(정우성)는 첫 중국 출장길에 오른다. 그는 중국 사천성에 있는 두보초당(시인 두보의 기념관)의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찍은 그림엽서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미국 유학시절 좋아했던 메이(고원원)가 보낸 것이다. 이 엽서를 아직도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동하의 가슴속에는 좋은 봄에 내리는 좋은 비처럼 다시 찾아올 사랑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짧은 출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두보초당을 찾아간다. 메이를 그리워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두 사람의 가슴속에 좋은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만남은 너무 짧다. 이제 내일이면 동하는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 갑자기 내린 비로 인해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두 사람. 내리는 비를 손으로 적시며 메이가 “호우시절이네, 두보의 시에 나오는 말이야,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는 뜻이야” 라며 웃는다. 정말 두 사람에게 이 비는 호우시절일까? 영화는 전개되는 과정에서 메이의 아픔이 들어난다. 그리고 그 아픔을 받아줄 사람은 동하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애정신은 과장이 없고 슬픔도 극단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천천히, 잔잔히, 애잔하게 마치 봄비에 촉촉이 젖는 것처럼 그의 영화는 촉촉이 가슴속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랑, 어디선가 나도 해봤고 해 보고 싶은 사랑의 장면들이 영화 속에 가득 차있다 그래서 그의 영화는 친근감이 있다. 미장센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의 영화는 세밀하기 때문에 짜릿하거나 뭔가 극적인 사건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언제나 보고 난 뒤 긴 여운이 남는다. 그만큼 그의 영화에 매료되었다는 증거다. 팔짱을 끼고 길거리를 지나는 연인들의 모습이 예뻐 보이고 자신에게 찾아왔던 사랑에 고마움을 느끼고 현재의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허진호 감독의 멜로가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그의 영화는 악한 사람이 없다. 이것이 그의 영화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인간의 사악함을 까발리는 영화도 필요하겠지만 왠지 그런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이 세상에 대한 한없는 긍정은 선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신뢰감에서 나온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중국지부장(김상호)의 눈치 없음과 착함,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두보초당의 부장 아저씨 그런 느낌을 충만히 갖게 해준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참 깔끔하고 예쁜 영화, 좋은 영화라는 것이다.
순수한 로맨스 영화가 우리의 마음에 기여하는 것은 얼마나 큰 감정의 순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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