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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음 섞인 요령부득의 일본어를 해석해야 했던 우리의 오래 전... 장성민,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기계음 섞인 요령부득의 일본어를 해석해야 했던 우리의 오래 전... 장성민,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내용보기
1996년 아니면 1997년 나는 인도로 여행을 떠날 작정이었다. 논술 학원에서 일을 하며 삼백만원 정도의 돈을 모았고, 일단 그 돈을 수중에 쥐게 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떠날 작정이었다. 거의 마지막 순간 지금의 아내인 당시의 여자 친구가 내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에 내가 직원으로 합류해주기를 원했다. 나는 그렇게 인도 여행을 포기했다. 그 후로 가끔
"기계음 섞인 요령부득의 일본어를 해석해야 했던 우리의 오래 전... 장성민,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내용보기

  1996년 아니면 1997년 나는 인도로 여행을 떠날 작정이었다. 논술 학원에서 일을 하며 삼백만원 정도의 돈을 모았고, 일단 그 돈을 수중에 쥐게 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떠날 작정이었다. 거의 마지막 순간 지금의 아내인 당시의 여자 친구가 내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에 내가 직원으로 합류해주기를 원했다. 나는 그렇게 인도 여행을 포기했다. 그 후로 가끔 그때 내가 인도로 떠났더라면 이후의 삶들 중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고는 했다.


  “주인 가족은 특별히 오지랖이 넓지도 그렇다고 불친절하지도 않은 정도가 좋다. 친구가 놀러 왔을 때 같이 놀려고 끼어들지 않고 가끔 간식 정도 챙겨주는 부모가 최고인 것처럼. 숙소 근처에 조그만 야시장이 있고, 아주 멀지 않은 곳에 바다나 강이나 호수가(정 안되면 수영장이라도) 있어 자전거를 타고 가서 수영할 수 있을 정도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pp.18~19)


  1999년 말에 결혼을 했지만 2000년 초에 신혼 여행을 떠났다. 1999년 말에 아내와 나는 아주 바빴다. 어느 정도로 바빴는지 나는 신랑 행진을 하기 직전까지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인쇄소와 연락을 취하다가 잠시만요 다시 연락할께요, 라고 말하고나서 전화기를 옆의 친구에게 맡기고서야 행진을 시작했다. 식장에서 나온 다음에 곧바로 다시 전화기를 들어야 했다. 긴장할 시간도 없었다. 아버지의 친구 분이기도 했던 주례 선생님이 긴장하여 떠는 모양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집에 있으면 편한데 왜 애써 떠나서 불안함을 만들어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과연 그럴까? 원래 일상은 불안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정신적 신체적 에너지를 상당히 소모하면서도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살다가 여행을 통해 비로소 인식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인식하는 순간에 해결의 실마리가 생기기도 하지만 해결되고 말고를 떠나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저 자기의 그런 부분을 알고 싶고 지켜보고 싶은 것이 아닐까. 게다가 나는 그런 불안한 느낌을 조금 좋아하는 편이다...” (p.59)

  우리의 신혼 여행지는 일본의 도쿄였다. 아내는 당시 기무라 타쿠야에 반하여 그가 나오는 드라마 <롱 베케이션>을 보고 또 보는 중이었다. (나는 당시 <롱 베케이션>의 주제가를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였다.) 아내는 기무타쿠의 모습을 보고 또 보면서 일어를 익히기 시작했다. 이후 아내는 일본의 만화를 들여오는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다가 지금은 아예 일본계 회사에서 일한다. 아내는 일본으로 배낭 여행을 떠나자고 했고, 나도 좋다고 했다. 우리는 도쿄의 어느 주택가에 있는 유스 호스텔을 숙소로 정했다.


  “불가에서는 세탁기를 가끔씩 멈추는 것을 명상이라 부르고, 완전히 코드를 뽑아 다시는 돌지 않게 된 상태를 깨달음이라 부르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경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그저 어떤 생각으로 바닥까지 소모될 것 같으면 억지로 다른 생각으로 갈아타는 방법을 사용하며 괴로움의 시기를 버텨왔다...” (p.101)


  우리는 요요기 공원과 도쿄 타워에 들렀고 동경 대학의 구내에서 식권을 가지고 밥을 먹기도 했다. 요요기 공원의 노숙자를 보면서 쯧쯧, 거렸고 신호를 기다리며 손에 든 휴대용 재떨이에 재를 떠는 젊은이를 보면서 호오, 감탄했다. 그러다가 해가 떨어지려고 하면 다다미 두 장이 채 되지 않을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라멘집에 들르기도 했는데, 주인 아저씨는 목젖 부근에 기계 장치를 대고서야 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내는 그 기계음이 섞인 일어를 알아듣기 위해 잔뜩 긴장을 하고는 했다.


  “새 지저귀는 소리가 잦아들고 햇살이 따가워지기 시작한다. 이제 곧 아침의 기운도 가시고 사람들이 깨어나겠지. 그리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알 수 없는 게스트하우스의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아무런 당위도 그 어떤 책임도 없는 맑은 아침 같은 하루가.” (p.137)


  이제 아내와 나는 고양이 용이의 간병을 위하여 여덟 시간 이상 집을 비울 수 없다. 어디로 떠나든 여덟 시간이 지나기 전에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다. 아내는 자신으로 인하여 인도를 향해 출발하지 못했던 내게 미안해하고는 했다. 나도 우리의 신혼 여행지가 저녁 일곱 시면 서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휑해지는 주택가 한 복판의 숙소였던 것에 대해 아내에게 미안해하고는 했다. 이 미안함들 또한 오래 전의 일이다.

 


장성민 /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 위고 / 163쪽 / 2017 (2017)

YES마니아 : 로얄 k******i 2017.11.1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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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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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게스트하우스 리뷰 나는 어제 문득 우울해졌다 소속되어있으나 소속된것같지못한듯한 겉도는 느낌을 받으며그러다 퇴근길에 이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언니, 왜 팀장님은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그러자 언니는 " 흠. 팀장님 입장에서는 너를 배려하는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였을까? "라고 답해왔다내가 섭섭하게 들었던 그 말이 실제로는 별 뜻 없는, 아니 그보다는 나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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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게스트하우스 리뷰

 

나는 어제 문득 우울해졌다 소속되어있으나 소속된것같지못한듯한 겉도는 느낌을 받으며

그러다 퇴근길에 이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 언니, 왜 팀장님은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

그러자 언니는 " 흠. 팀장님 입장에서는 너를 배려하는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였을까? "

라고 답해왔다

내가 섭섭하게 들었던 그 말이

실제로는 별 뜻 없는, 아니 그보다는 나를 위한 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품고 살아가기 위해 더 활짝 귀를 열고 살아야겠다

 

 

- 문득 우울함이라는 연기가 새벽의 치통처럼 내 폐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아무런 전조도 인과관계도 없이

다시 말하지만 우울할 이유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나에게는 그것을 해결한 방안으로 게스트하우스라는 형태로 다가왔다 -

y******5 2020.03.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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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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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사진이 필요할 것 같은 많은 글들이 있는데, 오로지 상상력이나 인터넷에 의지해야 한다이 책에도 역시 사진이 없다세계 여러나라에서 갔던 게스트하우스들과 거기서 만난 사람들 아야기이다미국 인도 캄보디아 등등 여러 게스트하우스 이야기가 있고 제일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헤이, 똔 삐어 뿌시> 이다그냥 슬슬 읽다가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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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사진이 필요할 것 같은 많은 글들이 있는데, 오로지 상상력이나 인터넷에 의지해야 한다

이 책에도 역시 사진이 없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갔던 게스트하우스들과 거기서 만난 사람들 아야기이다
미국 인도 캄보디아 등등 여러 게스트하우스 이야기가 있고 제일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헤이, 똔 삐어 뿌시> 이다
그냥 슬슬 읽다가 임팩트 있게 다가오더라

저자가 캄보디아와 태국 국경을 넘을 때 있었던 일인데,

“뭐? 1달러가 어쨌다는 거냐. 이 xxx야. 이 더운 날 시원한 음료수를 사 마실 수 있으면 행복한 줄 알아야지. 자기 나라에서는 찍소리도 못하고 10달러씩 주고 사 쳐 먹던 놈이 왜 가난한 나라 사람이라고 무시하고...”

“너 우연히 좀 잘 사는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뵈는게 없는 모양인데, 저 사람들 저거 팔아서 애도 키우고 먹고사는 거야. 비싸면 안 사 먹으면 되지 왜 바가지니 뭐니 하며 떠드는 거야? 너처럼 남 생각 하지고 않고 입만 나불대는 놈을 보면 확 보내바리고 싶어지니까 이제 꺼져.”

방값이 1달러인데 콜라를 1달러주고 사먹었다고 하는 유럽인들에게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마누엘이 한 말이다.

나도 그런 상황에서 저자처럼 행동했겠지.
그리고 내 생각도 좀 썩어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여행다니면서 바가지라고 몇 푼이라도 깎으려고 했던게 부끄러워진다.

a********n 2017.10.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