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아니면 1997년 나는 인도로 여행을 떠날 작정이었다. 논술 학원에서 일을 하며 삼백만원 정도의 돈을 모았고, 일단 그 돈을 수중에 쥐게 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떠날 작정이었다. 거의 마지막 순간 지금의 아내인 당시의 여자 친구가 내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에 내가 직원으로 합류해주기를 원했다. 나는 그렇게 인도 여행을 포기했다. 그 후로 가끔 그때 내가 인도로 떠났더라면 이후의 삶들 중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고는 했다.
우리의 신혼 여행지는 일본의 도쿄였다. 아내는 당시 기무라 타쿠야에 반하여 그가 나오는 드라마 <롱 베케이션>을 보고 또 보는 중이었다. (나는 당시 <롱 베케이션>의 주제가를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였다.) 아내는 기무타쿠의 모습을 보고 또 보면서 일어를 익히기 시작했다. 이후 아내는 일본의 만화를 들여오는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다가 지금은 아예 일본계 회사에서 일한다. 아내는 일본으로 배낭 여행을 떠나자고 했고, 나도 좋다고 했다. 우리는 도쿄의 어느 주택가에 있는 유스 호스텔을 숙소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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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게스트하우스 리뷰
나는 어제 문득 우울해졌다 소속되어있으나 소속된것같지못한듯한 겉도는 느낌을 받으며 그러다 퇴근길에 이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 언니, 왜 팀장님은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 그러자 언니는 " 흠. 팀장님 입장에서는 너를 배려하는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였을까? " 라고 답해왔다 내가 섭섭하게 들었던 그 말이 실제로는 별 뜻 없는, 아니 그보다는 나를 위한 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품고 살아가기 위해 더 활짝 귀를 열고 살아야겠다
- 문득 우울함이라는 연기가 새벽의 치통처럼 내 폐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아무런 전조도 인과관계도 없이 다시 말하지만 우울할 이유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나에게는 그것을 해결한 방안으로 게스트하우스라는 형태로 다가왔다 - |
아무튼 시리즈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사진이 필요할 것 같은 많은 글들이 있는데, 오로지 상상력이나 인터넷에 의지해야 한다 이 책에도 역시 사진이 없다 세계 여러나라에서 갔던 게스트하우스들과 거기서 만난 사람들 아야기이다 미국 인도 캄보디아 등등 여러 게스트하우스 이야기가 있고 제일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헤이, 똔 삐어 뿌시> 이다 그냥 슬슬 읽다가 임팩트 있게 다가오더라 저자가 캄보디아와 태국 국경을 넘을 때 있었던 일인데, “뭐? 1달러가 어쨌다는 거냐. 이 xxx야. 이 더운 날 시원한 음료수를 사 마실 수 있으면 행복한 줄 알아야지. 자기 나라에서는 찍소리도 못하고 10달러씩 주고 사 쳐 먹던 놈이 왜 가난한 나라 사람이라고 무시하고...” “너 우연히 좀 잘 사는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뵈는게 없는 모양인데, 저 사람들 저거 팔아서 애도 키우고 먹고사는 거야. 비싸면 안 사 먹으면 되지 왜 바가지니 뭐니 하며 떠드는 거야? 너처럼 남 생각 하지고 않고 입만 나불대는 놈을 보면 확 보내바리고 싶어지니까 이제 꺼져.” 방값이 1달러인데 콜라를 1달러주고 사먹었다고 하는 유럽인들에게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마누엘이 한 말이다. 나도 그런 상황에서 저자처럼 행동했겠지. 그리고 내 생각도 좀 썩어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여행다니면서 바가지라고 몇 푼이라도 깎으려고 했던게 부끄러워진다. |